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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gone Academy Chapter 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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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95

트리샤의 그룹 제안은 한동안 보류했다· 같은 그룹원과 불편한 관계인 건 알겠다만 세실과 그 친구들 입장에서 나는 완전히 타인이다· 원래부터 합을 맞춰온 사람을 빼고 내가 들어가는 건 별로 좋은 생각은 아니었다· 나와 트리샤와는 별개로 특별한 일이 벌어져 그룹에 공백이 생긴다면 들어가겠다만 날 들이기 위해 누군가를 빼내야 한다면 사양이었다·

저택에 도착하니 리리아가 돌연 현관에서부터 뛰쳐나와 나를 맞이했다·

“데미안님!”

다급한 목소리· 그녀의 손에는 작은 종이봉투 하나가 펄럭거렸다· 

그녀가 인삿말 대신 외친 한마디가 내 심장을 철렁 내려앉게 했다·

“실베린님의 편지가 왔어요!”

일전에 보냈던 편지의 답장이 이제야 도착한 모양이다· 드디어 때가 왔구나·

나는 편지를 건네받고 잠시 숨을 죽였다·

리리아는 눈을 크게 뜨고 내 눈치를 살피다가 슬쩍 빠졌다·

“저는 목욕물 데우러 갈게요!”

트리샤는 은근 슬쩍 내 방으로 이어지는 복도로 이동하다 멈춰섰다· 그러고는 어리둥절한 눈으로 나를 돌아본다·

이게 뭐라고 이렇게 떨릴까· 공백 기간이 제법 길었던 탓에 낯설게 느껴진다· 나는 봉인을 뜯고 편지의 첫줄을 읽어내렸다· 

다행히도 거기엔 실베린의 따뜻한 안부가 적혀 있었다·

[편지가 오지 않아 많이 걱정했단다· 별일 없었다니 참 다행이구나·]

[···우연한 사고로 스티치가 망가지고 더군다나 선생님도 함께하지 못해 입학식이 즐겁지 않았다니 안타깝구나· 나도 같은 마음이란다·]

[북부는 전란이 잦아서 아버지가 없이 자라야 했던 아이들이 많단다· 그래서 그런지 북부의 부모들은 자식의 성장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는 걸 축복이라 여겨· 나는 그 북부인들의 마음이 조금은 이해가 가는구나· ]

[미안하게도 앞으로 다가올 중요한 행사나 기념일 또한 우리가 함께하지 못 할 가능성이 크단다· 세상엔 선생님의 힘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아직 너무도 많아· 하지만 너무 실망하지는 마렴· 내가 이것 하나만은 약속할게· 언젠가 다가올 네 성년식에 선생님이 옆에 있어줄게· 세상이 멸망하는 한이 있어도· 그것만은 장담할 수 있어·]

다행히도 평소의 실베린과 다름없는 차분한 문체다· 매일 편지 보내기 약속을 지키지 못 했으니 마음 한 구석에는 혹시나 화나지 않았을까하는 우려가 있었는데 역시 실베린은 편지가 좀 늦었다고 그렇게 화낼 사람이 아니었다·

다만···무슨 연유인지 성년식이라는 단어를 비롯한 몇몇 문장은 손에 힘을 담아 쓴 건지 글귀가 진하다· 흔들리는 마차에서 쓰기라도 한 걸까· 그걸 제외하면 전체적인 글의 분위기는 잔잔하다·

[···미술부에 들어가다니 좋은 선택이야· 조르지아 교수는 조금 까탈스럽지만 학생들을 진심으로 아끼는 훌륭의 인품을 지닌 사람이지· 그리고 첫번째로는 소중한 사람을 그린다고? 누구인지는 비밀이지만 내가 보면 좋아할 거라니· 누굴까아 정말 모르겠네· 뭐 어쨌든 기대하고 있을게·]

[스티치는 리그베드 중심가의 파이토라는 마도 공학자를 찾아가보렴 그 사람이라면 고칠 수 있을 거야· 그리고 수리하는 동안에는 엘라를 통해서 편지를 보내도록 해·]

단순 고장 수준이 아니라 산산조각이 난 스티치를 복구하는 게 가능할까 싶지만···조만간 찾아가야겠다·

그리고 편지지 마지막 줄의 서명란에는···서명 대신 붉은 색 입술 자국이 찍혀 있었다·

그것만 남겨도 발신인의 신원이 증명 될 거라 생각한 걸까·

뭐···적어도 나에겐 확실한 표식이긴 하다· 나는 실베린이 어떤 색조를 사용하는지 알고 있으니까·

방심하던 틈에 과거의 어떤 일이 기억의 물밑에서 올라온다· 그와 동시에 번뇌도 들이닥친다·

눈을 잠시 질끈 감은 사이 트리샤가 뒷짐을 지고 슬그머니 옆으로 다가오며 말했다· 

“뭘 그렇게 혼자 열심히 봐?”

“선생님 편지·”

“나도 볼래·”

“안 돼·”

그러면서 은근 슬쩍 고개를 들이밀자 나는 그녀가 보지 못하게 황급히 편지를 접었다·

트리샤가 꿍한 표정으로 내 얼굴을 노려보다가 물었다·

“개인적으로 편지도 자주 주고 받아? 선생님이랑 대체 얼마나 친한 거야?”

함께 있던 시간은 고작 6개월이지만 그 기간 중에 입학시험을 제외하고는 거의 항상 붙어서 다녔으니까· 식사 수련 휴식 소풍 등등 모든 걸 함께 했었다·

“많이 각별해· 그리고 편지 정도는 사제 관계면 다 주고받는 거야·”

“좋겠다· 나도 원래 지내던 곳에서 날 가르치던 사람이 있었는데· 나랑은 엄청 안 맞았어· 그 사람들은 스승이라고 부르기도 싫어·”

“사람들?”

선생이 몇 번이나 바뀐 건가·

“응 날 가르치던 사람이 스물 한 명이었어·”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스물 한 번이나 바뀐 거야?”

“아니· 스물 한 명이 동시에 날 가르친 거야·”

“···사람이 한부대씩 모여서 너한테 뭘 가르치려 했던 건데?”

“한 명씩 돌아가면서 뭘 하지 말아야할지 쫑알대는게 그 사람들 일이었어· 트리샤님 이러시면 안 됩니다· 저것도 안 됩니다· 트리샤님· 이것도 안되고 그것도 안 되고· 안 되는 항목 리스트만 천 개가 넘을 거야·”

“대체 정체가 뭐길래 그런 관리를 받는거냐·”

“····”

트리샤가 잠시 입을 꾹 닫고 내 눈을 바라본다·

그러고는 무언가 결심한 듯한 표정으로 말을 꺼냈다·

“말해줄까? 비밀이긴 한데 너한테는 말해줄 수 있어····”

“···?”

“근데 나만 말하는 건 불공평한 것 같으니까 나랑 과거 교환하자· 내가 이터니아에 오기 전에 어떻게 살았는지 말하면 너도 말해 줘· 어때?”

그녀의 눈빛이 사뭇 진지하다· 눈빛에 항상 감돌던 천진함이 사라져 있다·

단순히 과거 이력을 서로 공개하자는 말이 아니다· 트리샤는 그보다 더 깊은 이야기를 원하는 게 확실했다·

나는 그 시선을 회피했다· 미안하지만 트리샤에겐 내 과거를 말해줄 수는 없다· 그건 실베린에게도 말하지 않은 것이다·

내 과거는 나 혼자 짊어지고 가야한다· 아픔은 공유한다고 나아지는 게 아니다· 과거를 공유하고 나누는 행위에서 특별한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도 않는다· 

“나는····”

트리샤가 내 반응을 지켜보다가 돌연 내 입을 손으로 막아버린다·

“잠깐 꼭 오늘이 아니어도 돼· 그냥 기억해두고 있다가 언젠가 마음이 내키면 그 때 이야기 해! 난 기다릴 수 있어·”

“····”

“그럼 먼저 가서 씻는다!”

그러고는 내 방쪽 복도로 도망치듯 사라졌다·

***

나는 뒤늦게서야 내 방에 들어섰다·

그리고 그곳은 트리샤가 벗어둔 옷들로 어지럽혀져 있었다· 쫓아버리기 전에 미리 영역표시를 하고 간 느낌이다·

고아원에서의 기억을 돌이켜보면 이렇게 옷을 훌렁훌렁 벗어 던지는 건 유년기 아이들에게서 보던 특징이었다· 대부분은 성숙하면서 사라지기 마련인데···트리샤는 때떄로 유년기 아이같다·

고작 해봐야 나보다 한 두살 어릴텐데·

나는 바구니를 들고 트리샤의 허물들을 하나씩 집어 담았다· 

속옷은 없는 걸 보니···또 손빨래를 하는 모양이었다·

트리샤의 이런 야생 동물같은 습성을 생각하면 과거 어떤 삶을 살았을까 깊은 의문이 든다·

그리고 반대로 생각해보면···그녀도 자신과 완전히 다른 성향을 가진 나를 보며 의문이 들었겠지·

그녀가 건넨 제안이 머릿속에 맴돈다· 

‘과거를 교환하자고?’

나는 바구니를 내려놓고 테라스 쪽에 놓여진 테이블 앞에 앉았다· 연초라 해가 짧은 탓에 벌써 달이 떠 있었다·

그리고 그 달빛 아래에서 한동안 옛 기억들을 돌아보았다·

진지한 태도로 과거를 묻는 트리샤의 심정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돌이켜 보면 실베린이나 트리샤나 관계를 발전하기 위해 손을 내미는 건 언제나 내가 아닌 상대방이었다·

답답하지 않았을까· 겉으로는 친구라고 말하지만 우리는 서로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었다·

아주 오랫동안 나는 상대방에게 손 내미는 법을 잊고 살아왔었다·

***

다음날 아침 이터니아 정문에서 마차를 세웠다· 그리곤 먼저 내린 뒤에 트리샤에게 말했다·

“트리샤 오늘 저녁엔 혼자 저택에 돌아가·”

트리샤는 하얀 머리를 빗다 말고 의문을 표했다·

“···왜? 이터니아에 남아서 뭐 하려고?”

“응· 따로 해야 하는 일이 있어·”

“뭐인지는 왜 말 안해줘?”

“그림 연습을 해야하거든· 난 새벽까지 그리다가 기숙사에서 쉬려고·”

“···거짓말이잖아·”

어깨가 살짝 쳐지고 표정이 어두워진다· 트리샤의 마음 속에 서운함이 점점 누적되는 모양이다· 

모든 비밀을 전부 공유하고 24시간 항상 붙어있기라도 해야 직성이 풀리는 걸까· 트리샤의 모습에서 어릴적 리자의 형상이 다시금 겹쳐보인다· 항상 붙어 있으려 하고 잠깐만 떨어져도 토라지던 그 모습이·

여자들은 다 이런건가· 아니면 백은발 머리들은 유전적으로 특이한 애착병이라도 있는 걸까·

“비밀 정도는 하나 남길 수 있게 해 줘· 너무 서운해하지 말고· 같이 못 놀아주는 대신 내일은···내가 직접 산크로티스식 애플파이 해줄 테니까·”

트리샤는 팔짱을 끼고 토라진 표정으로 딴곳을 바라본다· 

“····”

“싫으면 나 혼자 먹고·”

“···나도 먹을거야·”

먹을 걸 만들어 준다는 말에 서운함이 스르르 풀리는 게 눈이 뻔히 보였다· 별거 아닌 것에도 토라지지만 또 별거 아닌 거에도 기분이 풀린다· 그점은 다행이었다·

“그래· 재료는 네가 다 준비해 놔· 내일 보자·”

“뭐? 재료를 왜 내가···!”

나는 트리샤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문을 닫고 손으로 두 번 탁탁 쳐서 마차를 출발시켰다·

그야 대가 없이 해주면 버릇 나빠지니까· 네가 어른이면 대가 없이 해주겠다만 그게 아니잖니·

떠나는 마차에서 트리샤가 뒷유리에 이마를 박고 소리쳤다·

“야! 나 그런거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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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amn Academy, 망할 놈의 아카데미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My childhood friend went to the acade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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