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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gone Academy Chapter 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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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96

“세상에 미술부에 면접 대기자라니····”

조르지아는 서류를 넘겨보며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혼자 중얼거렸다· 아직 스물한 명이나 남아 있다· 미술부 입부 희망자는 언제나 극소수였고 자원자가 생길 때마다 바로바로 처리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지금처럼 입부심사를 위해 따로 일정을 짜는 경우는 처음이다·

똑똑

다음 지원자가 노크를 하자 조르지아가 말했다·

“응 들어와·”

진회색 머리카락의 한 소녀가 들어와서는 조르지아에게 두 손을 모으고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십니까·”

조르지아는 깃펜을 까닥거리며 말했다·

“응 앉아·”

조르지아는 안경을 쓰고 들어온 여학생의 입부서를 확인했다·

입부 지원자가 많아진다고 무작정 다 받을 수는 없다· 미술부가 사용할 수 있는 공간과 예산은 한정되어 있고 조르지아가 관리할 수 있는 인원 수도 한계가 있다· 그러니 보다 심사숙고해야 했다·

“릴리트 이젤리우스?”

“···네·”

조르지아는 릴리트의 얼굴을 잠시 그윽한 눈으로 감상했다·

이성의 관심을 끌기에 좋은 외모인 걸 떠나서 미학적 관점에서 볼때도 눈매나 콧대같은 얼굴 선이 제법 아름다웠다· 

고생은 안 하고 살았는지 얼굴엔 아기 같은 솜털마저 보였다·

제국에서 손에 꼽히는 재력을 자랑하는 이젤리우스 가문· 제국에서 가장 많은 금광을 소유하고 이를 기반으로 여러 분야에 손을 뻗치는 사업가 집안이었다·

“음···· 제국 명문가 아가씨네· 이젤리우스 집안에서 오랜만에 나온 마법사라서 이쁨 받았겠어·”

“····”

이젤리우스 가문은 본래 유서깊은 마법사 혈족이고· 이터니아와도 연이 깊었다· 초대 가주 베레타 이젤리우스는 수백 년 전 이터니아에서 학장을 역임했던 최고위 마법사였다· 대를 이어가면서 마법사의 혈맥이 희미해지고 가업이 바뀌어 결국 이터니아와는 길을 달리하게 되었지만·

그 가문에서 또 다시 마법사를 배출한 건 제법 고무적인 일이었다·

“미술부에 지원한 이유가 뭔지 물어봐도 될까?”

“그동안 살면서 부모님이 원하는 사람만 만나고 부모님이 원하는 취미만 익혔거든요· 이제는 제가 하고싶은 대로 하려고요·”

이전 지원자들과 비교하면 썩 나쁘지 않은 대답이었다· 적어도 대놓고 남자애 하나 보러 왔다고는 안 했으니까·

“그거 말고 다른 목적이 있는 건 아니고? 이를테면 사람을 찾는다던가·”

“···잘 맞는 사람을 찾아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건 단체 활동이고 혼자서 모든 것을 배울 수는 없으니까요·”

“흠···· 혹시나 해서 말하는데 전투부 1학년 남자애를 찾으러 온 거라면 여기 없어· 다른 데로 옮겼거든·”

“···네?”

“뭐 아무튼· 그림은 그려본 적 있어?”

“제 마법 스승님께서 그림 잘 그리는 사람이 마법진도 잘 그린다고 말씀하셔서 가끔씩 연습한 적은 있어요· 사실 그게 끝이에요·”

“좋아· 나쁘지 않네·”

순수하게 그림이 좋아서 시작하는 사람은 드물다· 심지어 조르지아 조차도 약초 삽화를 그리다 빠진 것이었으니까· 순수를 가장하는 인간보다는 낫다·

릴리트가 속에 무언가 얹힌 게 있는 듯이 손을 꼼지락거렸다· 조르지아가 서류를 쭉 훑다가 그녀를 흘겨보며 말했다·

“긴장했어? 이게 뭐라고 긴장해· 떨어진다고 죽는 것도 아닌데·”

“····”

서류에서 이력을 확인하니 타 부서에서 옮기는 것은 아니었다· 제법 심사숙고해서 미술부를 고른 모양이었다·

“좋아· 괜찮네· 일단 나가봐· 가면서 다음 사람 들어오라고 전해주고·”

“····”

***

“얘!”

그림 연습을 위해 미술부 온실로 향하던 도중 카랑카랑한 여자의 목소리가 귀를 찌른다· 

나는 주변을 돌아보았다· 이른 아침이라 캠퍼스에는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떠나려는 순간 또 외침이 귀를 때린다·

“잠깐만 잠깐! 거기 너!”

그 목소리는 보행로가 아니라 시선이 닿지 않는 정원수 뒤쪽에서 들리는 것이었다·

나를 부르는 소리를 따라 이동하자 나무 뒤에서 주저앉아 있는 한 여학생이 보였다·

그녀는 몸에 딱 붙은 수련복을 입고 발목을 부여잡은 채로 시름하고 있었다·

“아휴 이 시간에 사람이 다녀서 정말 다행이다· 급한 일이 있어서 뛰다가 발목을 삐어서 그런데 나 좀 도와줄래?”

이 시간에 이런 장소에서 뛰어다닌다니 참 별난 상황이다·

“···어떻게 도와드리면 되겠습니까?”

그녀는 두 팔을 내밀며 말했다·

“잠깐 나좀 부축해 줘·” 

나는 그 여학생의 한 팔을 붙잡고 천천히 일으켰다· 그리고는 어깨동무를 하고 천천히 이동했다·

그녀는 다리를 절룩거리다 안되겠다는 듯이 말했다·

“어깨 높이가 너무 달라서 힘들다· 저기 다른 방법은 없을까?”

“잠깐만 기다리시면 포션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그녀가 입술을 몇 번 깨물다 초조한 듯이 말했다·

“쓰읍 급한 일이라 기다릴 시간이 없는데 어쩌지? 그···무용 연습실까지만 데려다 주면 되는데 어디인지는 알아?”

다른 방법이 딱히 보이지 않았다·

“···업어드리겠습니다·”

“아 그래도 될까? 나 엄청 말랐으니까 힘은 많이 안 들거야·”

내가 몸을 살짝 숙이자 그녀는 냉큼 내 등에 기대고 목을 감쌌다·

몸을 일으켜 업어들자 그녀가 손가락으로 방향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저기로 쭉 가다가 대강당 옆으로 꺾으면 돼·”

“···알겠습니다·”

그렇게 한동안 나아가니 뭔가 잘못된 걸 감지할 수 있었다·

몸을 필요 이상으로 밀착하고 목을 감싼 팔이 점점 아래로 내려와 내 가슴부를 조금씩 더듬었다· 그러고보니 무용부 연습실이라 했는데···· 뭔가 마음에 걸린다·

“아니 다른 게 아니라···생김새랑 다르게 몸이 제법 튼튼하네· 전투부야?”

“네·”

“몸 쓰는 일 잘 하겠다·”

“····”

“아니 너무 조용해서 아무 소리나 해본거야· 미안·”

그렇게 한참을 나아가 대강당 모서리에서 길을 틀었다· 

그리고 그 꺾인 곳 골목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인물을 마주했다·

바로 미술부 부부장 제니아였다· 마치 그곳에 누군가 올 걸 알고 있었다는 것처럼 팔짱을 끼고 대기했다·

나는 그녀를 보자마자 우뚝 멈춰섰다·

제니아는 우리를 보고 은은한 미소를 띄우며 인사했다·

“안녕·”

“···?”

우리가 멍하니 있자 제니아가 다시 인사를 건넸다·

“밀라 선배 안녕?”

그러자 등에 업힌 여학생이 떨떠름하게 대답했다·

“아···제니아 안녕·”

“데미안 밀라 선배 좀 내려줘·”

그러자 여학생이 손을 풀고 등에서 스르르 내려왔다· 다리를 다쳤다면서 지금은 멀쩡히 서서 제니아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그 꼴이 마치 도둑질하다 걸린 사람 같았다·

“밀라 선배· 데미안 좀 내가 데려가도 될까?”

“아 아! 응 그래· 나는 가볼게· 얘···데려다줘서 고마웠어!”

제니아에게 겁먹은 기색이 역력하다· 그렇게 밀라는 도망치듯 사라졌다· 대체 뭐길래 제니아보다 더 선배인 사람이 이렇게 쩔쩔매는 거지·

밀라가 떠나는 걸 쭉 지켜보던 제니아가 내게 다가온다· 그러고는 두 손으로 멱살을 잡고 마구잡이로 흔들었다·

“어떻게 남자애들은 다 거절하는 법이 없어· 너 이렇게 순진해서 어떻게 살려고 그래? 너 그렇게 무용부로 끌려가면 돌이키지 못하는 강을 건너는 거였어· 알아? 저 돼지년이 문대니까 그렇게 좋아? 어? 좋았냐고·”

···뭔가 수상하긴 했다만 괴롭힌다는 게 이런 방식으로 수작질을 하는 것일줄은 몰랐다·

“진정하세요·”

과거 미술부에는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렇게 히스테릭한 반응을 보이는 걸까·

제니아는 손을 풀고 지나치게 흥분한 모습을 보여 민망했는지 헛기침을 했다·

“크흠 아무튼 느낌이 안 좋아서 대기하고 있었더니···역시·”

“····”

“이번주까지는 널 그냥 풀어두면 안 되겠다· 온실로 가자· 내가 물감 섞는 방법 알려줄게·”

***

“뭐야 파벨라는 언제 와 있었어?”

파벨라와 이름 모를 여학생 몇 명이 일찍 온실에 도착해 정오 수업을 기다리고 있었다·

제니아는 이젤과 팔레트 물감통을 가지고 와서 나를 자신의 옆자리에 앉혔다·

“자 신입아· 너 물감 쓰는 법 모르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선 그리고 싶은 게 뭐야· 그걸 정해봐·”

내가 계획해둔 건 인물의 비중이 제법 크지만 엄밀히 분류를 따져보면 풍경화였다·

“풍경화요·”

“좋아· 네가 그릴 건 이거야·”

제니아는 사과 하나를 정물 받침대에 올려놓고는 말했다·

“이 사과를 그려봐· 붉은색 노란색 잘 섞어서 맞는 색을 잘 찾아· 색 배합은 이걸로 익히는 거야· 빨간색 계열을 다 익히고 보면 다른 색으로 조금씩 넓히고· 알겠지· 색조합에 대한 감이 생겨야 해· 풍경화는 그 다음다음다음다음 단계까지 가야 돼·”

“····”

나는 정오가 될 때까지 제니아에게서 속성 강의를 들었다· 나는 정교한 손기술과 감각을 요구하는 데엔 자신이 있었다· 

제니아는 내게 그림을 그리게 시키고 나갔다오길 반복했는데 돌아와서 내 그림을 볼 때마다 누구에게 대신 그려달라 부탁한 게 아니냐며 의심을 했다·

“뭐야 어디서 미리 배웠던 거야?”

“잘 가르쳐주신 덕입니다·”

“····”

미술부 정오 수업을 마치고 제니아는 두어시간 더 나를 가르쳤다·

그리고 제니아는 의심 가득한 눈초리를 나를 쏘아보며 말했다·

“너 혹시 전문가인데 우리를 기만하려고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는 거 아니지?”

“···아닙니다·”

“너 같은 애는 처음이라···나도 모르겠다· 그냥 네 마음대로 풍경화 해도 되겠어 이쯤 되면·”

그녀는 자기가 가르친게 이정도로 효과를 볼 줄은 몰랐다는 투로 이야기하고는 기숙사로 돌아갔다·

나는 두어 번 연습용으로 그리고 버렸다가 감이 어느정도 잡히면 그때 제대로 그릴 생각이었다·

나는 온실에서 꿈쩍도 않고 계속 그림 연습에만 몰두했다· 기억을 더듬어가며 위젤의 숲과 실베린의 저택을 한 장씩 가볍게 그려냈다· 

나처럼 온실에 남아 그림을 그리던 부원들이 하나둘씩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 해가 점점 저물어갈 때쯤이 되니 미술부에 남은 사람은 나와 파벨라 뿐이었다·

노을빛이 온실에 스며들고 들리는 것이라곤 오직 붓질 소리 뿐이었다·

나는 캔버스를 갈아끼우고 본격적인 작업을 위해 스케치를 시작했다·

그리고 내 뒤쪽에 멀리 떨어져 있는 파벨라의 소리가 내 신경을 건드렸다·

왜인지는 모르겠다· 그냥 파벨라의 소리· 아니 같은 공간에 둘만 남아 있는 것 자체가 영 내키지 않았다· 밤새 생각이라도 해본다면 왜 안내키는지는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생각조차도 하기가 싫었다·

작업을 하는 중간에 뒤쪽에서 붓을 문지르는 소리가 뚝 끊긴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서 발소리를 내며 천천이 내쪽으로 다가왔다·

그녀는 등뒤에 서서 차분하고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굉장히 열심히 그리는구나····”

“····”

“호수 스케치가 제법 예쁘네···· 풍광도 좋아보이고·”

“····”

“나도 이런 풍경 좋아하는데···· 혹시 무얼 그리는지···물어봐도 될까?”

“그냥 풍경화입니다·”

“리오라 지역···? 아니면 새톤?” 

“····”

“돗자리를 피고 앉아 있는 사람은 누구야···?”

왜 갑자기 친한 체를 하는 걸까·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럴 이유도 그럴 필요도 없었다· 그냥 내 작업물에 신경쓰지 않았으면 하는 심정이었다·

답을 하지 않자 파벨라는 조금 당황한 듯이 이야기를 틀었다·

“아 내가···괜한 걸 물어봤나보네· 집중 방해해서 미안해···· 괜찮으면 차라도 가져다줄까?”

“아뇨 이제 정리하고 갈 겁니다·”

나는 스케치를 그만두고 바로 짐을 챙겼다· 그리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온실에서 나왔다·

한참을 걸어가다 급하게 나오는 바람에 작품 구상 노트를 온실에 두고 나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뒤를 돌아보니 파벨라는 여전히 내 캔버스 앞에 서 있었다· 얼굴이 아래로 푹 꺾인 채로·

중요한 물건이 아니니 돌아가지 않았다·

나는 곧장 미궁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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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amn Academy, 망할 놈의 아카데미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My childhood friend went to the acade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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