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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gone Academy Chapter 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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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97

나는 저녁 식사마저 거르고 마도학 연구소로 향했다· 조금이라도 더 맑은 정신으로 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지하실에 내려와서 말라디루트를 확인했다·

도플러의 체액을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모조리 흡수한데다 하룻밤 만에 꽃을 피웠다·

이는 체액을 온전히 양분으로 활용했다는 신호였다·

나는 루나의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 더는 지체하지 않고 위층의 양조실로 향했다·

그동안 약초를 사용할 때 전부 액체나 생물 형태로 복용했을 뿐 연기를 내서 들이켠 적은 없었다·

나는 단번에 말라디루트를 홀랑 태울 생각은 없었다· 만들기는 간편하지만 굉장히 귀한 재료들이 요구되는 것이다· 연기를 피우면 공기 중에 손실되는 양이 굉장히 많아져서 비효율적이었다·

말라디루트의 뿌리와 잎사귀와 꽃잎은 하나씩 떼어내서 분류했다· 그리고 부위별로 하나씩 모아서 잘게 간 다음에 종이에 감싸 향초처럼 기다란 막대기 형태로 뭉쳤다· 이렇게 하면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런 막대기를 예닐곱개를 만들고도 재료가 절반 이상이 남았다· 재료는 따로 담아주고 향초 막대는 화로 인근에 두어 건조했다·

제조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자 나는 곧장 효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떠났다·

내가 간 곳은 수호목이 있는 공터였다·

지금은 일반 학생들은 출입 금지된 구역이었다·

나는 수호목이 한눈에 보이는 숲의 경계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 정령을 소환해 향초에 불을 붙이고 흙 위에 꽂았다· 정령이 없었다면 부싯돌을 챙겨야 했을 텐데 이 점은 편하다·

나는 그렇게 앉아서 시간을 죽였다· 향초에서 하얀 연기가 스멀스멀 피어오르고 형용하기 어려운 오묘한 향이 내 코를 자극했다·

아무 일도 없이 삼십 분이 지나던 차 나는 누군가의 기척을 느끼고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몰래 들어온 학생 그게 아니면 야생동물일 거라 생각하던 차·

내 눈에는 살면서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무언가가 잡혔다·

그것은 그림자처럼 새까만 형체만 남아있는 사람이었다·

“····”

그리고 점차 내 눈에는 더 많은 것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사념체 그리고 루나가 말하던 검은 정령들·

숲속에도 있고 수호목 근처에도 있었다· 숲속에 있는 것들은 나와 간격을 멀리하고서 나를 뚫어져라 주시하고 있었다· 마치 적장을 두고 경계하는 것처럼·

그런데 수호목 근처에 있는 것들에게서는 그런 기색이 느껴지지 않았다· 형체도 진했고 몸집도 크고 그 수도 많았다· 그것들이 수호목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것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이것들을 정말 보게 될 줄이야· 즈베레프의 레시피는 틀리지 않았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흙을 툭툭 털었다·

저리도 많은 것들이 루나에게 달라붙어 괴롭혔던 것인가· 저것들을 처리하면 루나는 돌아오겠지만···거기서 완전히 끝은 아닐 것이다· 루나는 태생부터가 기이한 존재를 끌어들이도록 설계되었으니까·

나는 조금 더 확실한 방법을 원했다· 잡초는 뿌리를 뽑지 않으면 또다시 자라서 애써 가꾼 정원을 망치기 마련이다·

전의가 점점 차올랐지만 섣불리 행동하지 않고 가만 서서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잠시 내 머릿속에 한 생각이 스쳐갔다·

어쩌면···내가 해야 할 건 광대놀음일지도 모른다·

저것들을 상대로 몇 가지 실험을 한 뒤에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모든 걸 확실하게 끝내야 했다·

지금 당장 모든 걸 끝낼 순 없었다· 해가 완전히 지고 루나가 꺠어날 시각까지 기다려야 했다·계획을 끝낸 뒤 나는 목검을 뽑고 움직였다·

***

무언가가 아직 잠에서 덜 깬 루나에게 속삭였다·

‘···뭐?’

[손을 잡지 마·]

루나는 몸을 벌떡 일으켜 얼굴을 감쌌다· 심장이 격하게 박동했다·

“안 돼 안 돼·”

환청도 아니고 악몽도 아니었다· 한동안 잠잠했던 그 끔찍한 속삭임이 다시금 시작된 것이다·

[넌 사람들을 죽게 만든 원흉이다· 구원받아선 안 되는 죄인이지· 네 목숨으로 그 대가를 치러라·]

[넌 이터니아와 주변 사람들에게 해만 끼친다· 네 주제를 안다면 손을 뿌리쳐·]

“대체···대체···· 어떻게····”

누군가가 그녀의 혼잣말을 듣고 대답했다·

“···시끄럽지 않아?”

그리고 한 남자의 목소리가 울리자 촛불 위에 바람이 분 것처럼 그것들의 속삭임은 곧바로 사라졌다·

루나는 화들짝 놀라서 소리가 난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엔 가면을 쓴 남자가 목검을 한 손으로 끌어안고 느긋한 자세로 벽에 기대 앉아 있었다·

루나는 그를 기억하고 있었다· 실베린 교수의 제자· 데미안이었다·

예상치 못한 갑작스러운 만남에 루나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너는····”

“나도 이제 들을 수 있어· 그것들 널 밑바닥으로 끌어내리려고 안달이던데·”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걸까· 그 검은 형체가 하는 이야기를 그도 이제 들을 수 있다는 말인가·

데미안은 목검을 허리춤에 차고 몸을 천천히 일으켰다·

“네 직관이 내게서 무언가를 봤다고 했지 뭔진 모르겠지만 그게 맞았어· 나는 방법을 찾았고 그 자식들은 죽기 싫어서 발악하는 중이지·”

“····”

그것들이 발악하는 중이라고? 대체 어떻게?

그가 루나에게 한발짝씩 천천히 걸어왔다·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위압적인 기운 때문에 루나는 몸이 저절로 움츠러들었다·

점차 가까워질수록 그에게서 도망치고 싶은 충동이 커졌다· 몸을 빼려 하자 마법의 쇠사슬이 그녀를 붙잡았다·

데미안은 그녀의 모습에 아랑곳하지 않고 더욱 가까이 붙었다·

그는 루나를 가두고 있는 철창 앞에 섰다· 그리고는 팔을 옆으로 쭉 뻗었다·

곧이어 눈부신 새하얀 광채가 일어 루나는 반사적으로 눈을 가렸다· 광채가 사그라들고 다시 눈을 뜨니 그의 손에 기이한 빛의 검이 나타나 있었다·

그녀의 눈이 점점 커졌다· 찬란하고 아름다운 빛깔· 보자마자 바로 직감할 수 있었다· 그건 이 세상에서 나온 물건이 아니었다·

“너는···너는····”

데미안이 칼을 천천히 휘두르니 철창이 마치 버터처럼 별다른 저항감 없이잘려나갔다·

루나의 숨이 통제할 수 없는 두려움으로 인해 가팔라졌다·

“잠깐···가까이 오지마· 오지마····”

그녀가 몸부림치자 쇠사슬이 철컹거리며 팽팽해졌다·

“도망치기만 해선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아·”

“····”

데미안은 그녀의 격한 반응에도 동요하지 않고 천천히 침대에 다가갔다·

그리고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가자· 내가 전부 끝내줄게·”

무엇을 했길래 이토록 심지가 곧고 단단하게 나올 수 있는 걸까·

루나는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어떤 힘이 있길래 자신을 괴롭히는 것들을 모두 없애버릴 수 있을 거라 자신하는 걸까·

그리고 데미안을 둘러싸고 있는 미지의 힘이 불안해하는 그녀를 서서히 감화시켰다· 그가 모든 것을 끝내줄 것이라는 믿음이 자라 올랐다·

“····”

잡아야 한다·

의식적으로는 이 손을 잡아야 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몸은 오랜 기간 굳어진 악습 때문에 그를 완강히 거부하고 있었다·

루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도망치기만 해선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운명의 장난일까· 과거 실베린에게 한 번 구원받았고 이제는 그녀의 제자가 앞에 나타나 또 다른 구원을 행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손을 잡지 못한다면 앞으로 더는 구원이 찾아오지 않을 것이다·

‘카나리아와 광대’에서 나오는 구절처럼 나아갈 의지가 없는 인간은 신조차도 외면하기 때문이다·

루나는 눈을 꾹 감고 팔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 부르르 떨리는 팔로 그의 손을 살짝 만지고는 움찔하며 다시 빼냈다·

그는 아무런 미동도 없이 그녀가 온전히 잡기를 기다렸다·

실베린이 데미안을 신뢰한다면 루나 또한 그를 신뢰할 수 있다·

마음을 다잡은 그녀는 팔을 뻗어 결국엔 그와 손을 겹쳤다·

“····”

비로소 만져보게 되니 느낄 수 있었다· 그토록 두려워하던 남자의 손도 다른 누구와 다를 것 없이 따뜻하고 부드럽다는 것을·

데미안은 손을 꽉 붙잡고 검으로 그녀를 구속한 쇠사슬들을 거침없이 잘라냈다·

***

데미안은 루나를 붙잡고 밖으로 이끌었다· 확신에 찬 그의 걸음을 따라 루나도 앞으로 나아갔다·

짙은 안개를 헤쳐나가 그들이 당도한 곳은 이터니아의 수호목이 보이는 숲이었다·

루나는 데미안의 손에 이끌려 가다 돌연 그를 멈춰 세웠다·

수호목을 감싸고 있는 불길한 기운 떄문이었다·

그것들은 지난 저주 의식을 통해 존재감을 더욱 성장시킨 상태였다· 그리고 지금 봉인을 풀어버린 덕에 루나의 마력을 끌어당기고 있었다· 불길한 기운이 수호목 인근에 눌러담은 것처럼 응집해 있었다·

“아무래도 안 되겠어· 이건···누군가가 감당할 수 있는 게 아니야·”

데미안은 루나의 불안을 단번에 일축했다·

“아니 나는 더한 것도 감당해봤어·”

“····”

“나에겐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한밤의 연극이라고 생각해· 네가 할 건 가만히 서서 지켜보는 것뿐이야·”

데미안이 알 수 없는 이야기를 했다·

연극?

수호목 인근에 다가가니 자신을 노리는 사념체의 기운이 느껴졌지만 데미안의 존재로 인해 함부로 접근하지 못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데미안이라면 가능할지도 몰랐다· 그를 믿고 따라나온 이상 끝까지 맡기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

루나는 마음을 굳게 먹었다· 이를 확인한 데미안이 숲을 헤쳐나간다· 곧이어 수호목이 중앙에 우뚝 솟아 있는 공터로 다가갔다·

그곳엔 머리가 어지러워질 정도로 불길한 에너지가 응집되어 있었다·

그리고 에너지의 그 영역 속으로 들어오니 데미안이 곁에 있음에도 사념체들이 더욱 과감하게 주위를 포위하고 좁혀왔다·

루나의 몸이 부르르 떨리자 데미안은 손을 더 꽉 잡았다·

놀랍게도 그는 죽음의 그림자들이 사방을 가로막았음에도 겁먹지 않았다·

마치 산책을 나온 것처럼 몸짓에 여유가 흘렀다·

“걱정 마· 이건 교수님도 전부 허락한 거니까·”

그가 루나와 함께 수호목 방향으로 나아가 스무걸음 정도의 거리를 앞두고 멈춰섰다·

검푸른 하늘· 달빛이 그들과 수호목을 내리쬔다· 수호목은 저주의 여파로 잎사귀의 절반이 까맣게 변색되어 있었다·

그리고 달빛 아래서 검은 정령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수호목을 둘러싸고 스물 남짓한 검은 인간의 형체가 우뚝 서서 루나를 노려보았다·

달빛을 받고 발밑에 그림자처럼 생긴 긴 선이 모습이 보였다· 루나에게서 각각의 검은 정령들에게 연결되어 있었다·

그것들에게서 마력이 느껴졌다· 전부 루나에게서 빨아들인 것이고 지금도 빨아들이고 있었다·

데미안이 손을 놓으려 하자 그녀는 역으로 꽉 붙잡았다· 그가 손을 놓는다면 이 곳에서 정신을 유지하지 못할 것 같아서였다·

“괜찮아·”

데미안이 손을 풀고 그녀에게 자신의 목검을 쥐여주었다· 그리고 앞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나섰다·

그리고 검은 정령이 궁지에 몰린 들개 무리처럼 데미안에게 강한 적의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가 점점 다가갈 때마다 그것들이 느끼는 공포를 느낀다는 걸 눈으로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급기야 일반 사람은 알아들을 수 없는 정령의 언어로 데미안에게 저주를 퍼붓기 시작했다·

그것들의 형태가 흐물거리더니 데미안과 똑같은 형상으로 변했다· 가면을 쓰고 목검을 들고 있었다· 색이 빠져서 전신이 칙칙한 회색빛이 난다는 것 빼고는 완전히 데미안과 같았다·

루나는 기억하고 있었다·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고 같은 현실에 존재하는 게 아니었다· 그것들은 엄밀히 말해서 유령에 가까웠다· 루나 또한 저것들을 퇴치하려 온갖 애를 써봤다· 검 마법도 심지어 성수도 통하지 않았다·

루나가 목을 쥐어짜서 그에게 주의를 던졌다·

“···조심해·”

루나의 말을 듣고 그가 천천히 뒤돌았다· 가면 속으로 보이는 눈이 황금색으로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뒤돌아서 경고하듯이 말을 던졌다·

“똑똑히 봐·”

“···?”

그건 루나에게 던지는 말이 아니었다· 그의 시선은 루나 뒤에 멀리 떨어진 무언가를 향해 있었다·

데미안은 검은 정령들에게 등을 보이고 있었다· 빈틈을 보이자 그것들이 빠르게 달려와 데미안을 급습하려 들었다·

루나가 화들짝 놀라서 소리쳤다·

“···데미안 뒤에!”

돌연 데미안의 손에 빛이 일었다· 그는 뒤로 돌면서 동시에 빛의 검을 휘둘렀다·

새하얀 검날은 가장 먼저 급습하려던 놈의 팔을 잘라버렸다·

이와 연계된 동작으로 데미안은 왼손으로 그것의 머리채를 감싸 쥐었다·

루나는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었다· 아무런 공격도 먹히지 않던 것들이 그가 가진 검에는 제대로 통했다·

심지어 그는 맨손으로 그것을 잡기까지 했다·

그의 손에 잡히자 변신은 곧장 해제되고 본래의 검은 그림자 형태로 돌아왔다·

[키아아아악! 키악 키아아아악!]

그것이 잘려나간 부위를 붙들고 괴성을 질러댔다· 마치 몸이 불이 붙기라도 한 것처럼 끔찍하게 고통받고 있었다· 정령과 사념체 같은 영적 존재가 고통을 느낀다니· 상식을 벗어난 기이한 광경이었다·

데미안은 그것을 붙들고 나머지 놈들의 공격을 피해 뒤로 몇걸음 빠졌다·

그리고는 그것의 턱을 부여잡고 뒷걸음질로 질질 끌며 신체 부위를 발목부터 정강이 무릎 순으로 하나씩 절단해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마치 숙련된 도살자처럼 무자비하고 군더더기 없었다·

절단된 부위에서 피 대신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격통에 미쳐버린 검은 정령이 숲 전체에 울려퍼질 법한 괴성을 내지른다·

[키아아악! 키악 키아아아아악!]

데미안은 붙잡은 놈의 허벅지까지 잘라내고 급기야 복부에 칼을 마구잡이로 난도질해서 구멍을 내기 시작했다· 데미안은 단번에 끝내버릴 생각이 없어 보였다·

다른 놈이 재빨리 다가와 데미안에게 검을 휘두르려 들자 그는 검파를 쏘아냈다·

검파는 앞에 놈을 덮친데 이어 뒤에 서 있는 두놈을 더 휩쓸고 숲으로 날아가 그 일대를 쑥대밭으로 만들며 폭파했다·

데미안은 가슴까지 마저 난도질하고 마지막으로 주둥이에 칼을 꽂고 머리를 두 동강을 냈다·

그제야 귀가 찢어질 것 같은 비명이 멎어버렸다·

다시금 정적이 찾아왔다· 그리고 데미안이 다음 사냥감을 붙잡기 위해 검은 정령들 무리에게 다가갔다·

이제는 그 무엇도 함부로 덤벼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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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oggone Academy [Damn Academy]

Damn Academy, 망할 놈의 아카데미
Score 8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22 Native Language: Korean
My childhood friend went to the acade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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