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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 the Musical Genius Chapter 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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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악천재를 위하여 – 157화 >

노스트라다무스의 세계멸망설이 대두되는 해였다.

항간에는 밀레니엄은 오지 않는다는 말과 함께 종말을 맞이하라는 문구를 심심찮게 볼 수 있었고 외환위기 속에서 새로운 정권이 출범한 지 일 년이 지나가는 시점이었다.

일반인들이야 세계의 종말이다 뭐다 말이 많았지만 재벌들은 아니었다.

탁.

백과 흑이 첨예한 대립을 이루는 가운데 우상귀가 모두 흑집으로 변하면서 일순 흑돌의 기세가 변했다. 바둑판을 뚫어질 듯 노려보던 왕회장이 그제야 고개를 들어 보이며 슬며시 미소 지어 보였다. 명백한 승리의 미소다.

“바둑 두는 사람 어디 갔나?”

더불어 바둑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농 섞인 핀잔까지 더해지니. 상대의 심기를 어지럽히려는 수작이 아닌가.

하지만 왕회장의 맞은편에 앉은 사내의 얼굴은 마치 잔잔한 호숫가를 보듯 평온하기 그지없었다.

부드러운 느낌의 눈썹 아래 눈동자는 마치 영혼이 비치는 것처럼 맑았으며 곧게 뻗은 콧날은 지극히 유려했다.

또 널찍한 어깨 아래 군더더기 없는 팔과 기다란 손가락까지 마치 미남도美男圖에 나올 법한 서생의 모습이 아닌가.

탁―!

그때 백돌을 집은 기다란 손가락이 바둑돌을 소리 나게 놓았다.

왕회장의 눈이 화등잔만 하게 떠졌다. 열세했던 백돌의 위치를 단숨에 바꾸는 묘수였으니. 이해가 되지 않았던 첫 포석이 지금의 수와 절묘하게 궁합을 맞추지 않는가.

왕회장은 놀람을 숨기지 않은 채 강현을 바라봤다.

“현아 설마 처음부터 계획했던 게냐?”

“계획한 것이 아니라 할아버지께서 제가 그린 그림에 들어오신 것뿐이죠. 그나저나 바둑 두는 사람 어디 갔을까요?”

“허어―!”

도대체 몇 수 앞을 읽고 있는지 가늠이 되지 않을 정도였다.

왕회장 또한 오랫동안 바둑기사에게 개인교습을 받아 꽤나 기량이 높았지만 강현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흡사 지도대련을 하는 것 같은 모습이다.

왕회장이 다시 바둑판을 뚫어질 듯 노려보다 결국 말머리를 돌렸다. 도저히 수가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

“현아 요즘에는 김 실장을 시켜 IT산업에 투자를 하고 있다지?”

“예 할아버지.”

“한 번씩 보면 네 속이 어떻게 생겼는지 참으로 궁금하구나. 음악을 하기도 바쁠 텐데 투자 시안까지 작성하고 말이다. 김 실장이 네가 그린 청사진을 보고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고 하던데 이 할애비도 조금 볼 수 있을까?”

“에이 맨입으로요?”

왕회장이 기분 좋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눈앞에 앉은 강현은 웬만한 기업가들도 함부로 명함을 내밀지 못할 정도로 뛰어난 혜안을 지니고 있었다.

하물며 미래를 내다보는 청사진은 때때로 왕회장 자신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하물며 현은 등가교환에 대해서도 확실한 태도를 보였다.

지난 2년간 강현은 몰라보게 달라졌다. 외적인 변화가 진행된 것은 물론 생각의 깊이 또한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이지 않은가.

“도대체 뭘 먹고 자라야 현이 너처럼 되는가 싶구나. 갈수록 유 회장이 부러워지는구나. 손주 농사 하나는 기똥차게 지어놨으니 말이다.”

그 순간 수읽기를 마친 왕회장이 흑돌을 집어 바둑판에 내려놓았으니. 오랫동안 시간을 끈 보람이 있었다.

왜 바둑은 기세 싸움이라고 하지 않는가. 다시 한번 흑돌에게 기회가 온 것처럼 보였다.

왕회장이 승리의 미소를 지으려는 찰나.

탁―!

강현이 마치 왕회장의 수를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이 백돌을 소리 나게 놓았다. 이미 백돌의 손아귀에 흑돌의 대마가 완전히 잡혀 버린 형국이다. 계가를 하지 않더라도 승자가 누구인지는 불 보듯 뻔했다.

왕회장이 흑돌을 손에서 놓으며 강현을 바라봤다.

이제는 얼추 청년의 모습을 갖추었다. 불과 열아홉 살의 학생이 이렇게 든든한데 꽃봉오리가 완전히 개화하게 된다면 그 모습은 과연 어떨까.

* * *

“손회장하고 바둑을 두고 왔다고?”

할아버지는 승자가 누구인지 궁금하신 눈치였다. 결과를 말씀드리자 ‘역시 내 손주―!’라고 호탕한 웃음을 터뜨리셨으니.

저녁 식사 자리는 화기애애하기 그지없었다. 아무렴 동주의 신소재 개발이 지난 2년간 노력 끝에 상용화에 성공하지 않았던가.

그런 통에 골칫거리였던 큰삼촌은 좌천을 당해 근신 중이었다.

“할아버지 요즘도 주기적으로 건강검진 받으시죠?”

“욘석 할애비가 네 덕분에 날이 다르게 건강해지는 기분이다. 주치의가 이제는 자기보다 내가 더 쌩쌩한 것 같다고 말하더구나.”

지난 삶 할아버지는 1999년의 끝자락에서 돌아가셨다. 그 사실을 알기에 걱정이 될 수밖에.

하지만 할아버지는 지난 삶과는 판이하게 다를 정도로 건강하신 모습이다.

그건 어머니와 아버지도 마찬가지셨다. 지난 삶 세탁소를 운영할 때와는 다르게 항상 얼굴에 행복한 미소가 가득하셨으니.

“아들 혹시 대학은 어디로 갈지 고민해 봤어?”

“대학이요?”

“그래 며칠 전에 교장 선생님한테서 엄마한테 전화가 왔었거든. 교장 선생님도 현이 네 생각이 무척이나 궁금한 눈치셨어.”

어머니의 말이 끝나자마자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시선이 내게 닿았다.

설마하니 담임 선생님도 아니고 교장 선생님이 직접 전화를 했을 줄이야. 아무렴 나만 보면 맨날 격한 포옹을 하며 보배처럼 대하니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그나저나 대학이라.

“아직까지 딱히 생각해 본 건 없어요.”

성적이 모자라서? 아서라 학급은 물론이고 전국모의고사에서도 매번 진가를 발휘한 나다.

지난 삶에서도 독종이라 불릴 만큼 공부를 했던 나이거늘 소프트웨어가 발달된 지금은 가히 타의 추종을 불허하고 있었으니.

게다가 영국 대사 측에서도 하루가 머다 하고 영국 유학을 장려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갈 곳이 넘치다 못해 과장을 더하자면 프리패스도 가능할 터였다.

그동안 방학이면 마에스트로를 만나기 위해 영국을 찾았었다. 그때마다 마에스트로는 굳이 음악을 위해 음악원이나 대학을 진학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내 잠재능력을 높게 평가한 것이리라.

하물며 매번 진담과 농담이 섞인 목소리로 ‘빨리 런던으로 와서 내 뒤를 잇게나!’라고 호통을 치고는 했다.

그때였다.

“현아 이번 모임에는 함께 갈수 있겠느냐?”

“모임이요?”

“작년 여름에는 네가 영국을 가있는 통에 참석을 못하지 않았더냐. 내년이면 스무 살이니 이번 기회에 마음 맞는 친구가 있다면 한번 친해져 보거라.”

아차 재벌 삼대가 모이는 모임이었다. 지난 2년간 정신없이 이쪽저쪽을 오가느라 깜빡하고 있었다.

세월이 세월인 만큼 모임의 구성인원들도 많이 달라졌을 것이 분명했다. 외환위기 속에서 살아남은 이들의 모임이나 다름없었으니.

그러나 시간이 흘러 창업주들이 물러나고 2세들이 그 자리를 이어받게 될 때쯤 유명무실하게 되니 사실상 별 의미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대가 되는 건 왜일까.

바로 지난 몇 년간 편지와 전화통화로만 인사를 나눈 그녀 때문이었으니. 간간이 편지를 통해 받은 사진 속 손유하는 어느새 훌쩍 성장해 있었다.

그 순간 어머니가 나를 유심히 바라보며 운을 띄웠다.

“아들 감기 기운이라도 있어? 볼이 붉은데.”

* * *

“드디어 내년이군.”

베를린 필의 사자 유리는 내년을 기약하고 있었다. 런던 심포니와 베를린 필은 동시에 강현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성년이 되고 난 후에 결정하겠다는 것이었으니.

만약 다른 음악가들이 이 이야기를 알게 된다면 입을 다물지 못했으리라.

유리가 강현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그가 보여준 저력과 잠재능력 때문이었다.

영국 왕실에서의 지휘를 보고 난 후에 확신할 수 있었다. 마치 한 대 얻어맞은 것처럼 정신이 얼얼하지 않았던가. 설마하니 그런 장엄하고 대규모 편성의 교향곡을 직접 작곡했을 줄이야.

“마에스트로 현이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요?”

베를린 필의 악장 사무엘의 얼굴에는 걱정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지난 2년 동안 현이 영국과 베를린을 번갈아 방문하며 지휘를 배워온 만큼 어찌 보면 마에스트로만큼이나 현의 능력을 제대로 확인한 이는 악장 사무엘일 것이다.

이제 갓 성인이 되려는 학생에게 너무 과한 기대가 아니겠냐고? 어림도 없는 소리. 강현이 작곡해 낸 교향곡들을 보자면 그 말이 쏙 들어갈 것이다.

“어디를 선택해도 좋지 않겠나?”

“예?”

“난 이제 그 아이의 미래가 궁금할 뿐이네. 런던의 마에스트로도 마찬가지일 테지.”

유리는 강현의 미래가 궁금했다. 물론 함께 할 수 있다면 그것보다 좋은 것은 어디 있겠느냐마는 예전처럼 강현이라는 이름에 집착을 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 아이와 함께 지휘를 하고 교향곡의 해석에 대한 깊은 토론을 나눌 때면 지금의 모습보다 다가올 미래가 더욱 궁금해졌다.

하물며 강현이 작곡해 낸 심포니의 목록들은 유리마저도 감탄을 금치 못하게 했다.

지난 2년간 마치 모차르트의 모습을 본뜬 것처럼 매번 새로운 교향곡을 작곡하지 않았던가.

아직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곡들은 하나같이 음악가들의 이상향을 자극시킬 명반들이었으니.

강현의 손끝에서 초연되는 그 날 다시 한번 세계가 들썩일 것이다.

“앞으로 새로운 밀레니엄을 열어갈 지휘자로서의 모습이 말이야.”

* * *

스피오 스피오 맴맴―!

지난 몇 년간의 외환위기 속에서 재벌들이 모이는 연회의 분위기도 무척이나 달라졌다.

구성원이 달라지고 머릿수가 줄어들다 보니 모이는 장소와 시간에도 변동이 있었다.

만찬장에서 와인 잔을 기울이지 않고 이제는 햇볕이 쨍쨍한 점심에 다 함께 모여 오찬을 즐기는 개념으로 바뀐 것이다.

“유 회장님 오셨습니까―!”

모임장에 들어서자마자 사람들이 앞 다투어 할아버지에게 인사를 하러왔다. 어째 2년 전보다 할아버지의 위상이 더욱 높아진 것 같지 않은가.

것도 그럴 것이 동주 화학이 이뤄낸 신소재 상용화는 가시적인 성과로서 화학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는 중이었다.

그나저나.

‘여기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구나.’

구성인원들이 달라졌을 뿐이지 하는 행동들은 다들 비슷했다. 와인 잔만 없을 뿐 인맥을 쌓는 것에는 변함없는 사교의 장이었다.

그때 이 연회장의 진 주인공이 내게 다가섰다.

“현아 오늘 유하가 없어서 어쩌누?”

때마침 왕회장이 다가와서 내게 약을 올렸다. 거짓말인가 싶었지만 정말 유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내심 기대를 했던 것이 물거품처럼 돌아간 것 같아 안타까웠지만 어쩌겠는가.

왕회장은 내가 더 이상 아쉬워하지 않자 엷은 미소를 지어 보이며 할아버지와 정답게 인사를 나눴다. 창업주들의 숫자를 보니 정말 시대가 변하고 있다는 것이 여실히 느껴졌다

창업주 중에서는 이미 경영일선에서 은퇴를 하고 2세에게 후계자를 넘겨준 이들도 더러 있었다.

난 잠시 어른들의 대화를 뒤로하고 3세들이 모이는 장소로 걸음을 옮겼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따가운 시선이 쏟아졌다. 하지만 예전처럼 내게 시비를 거는 이는 없었다. 꼭 자라난 키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동주가 화학 산업의 선두자로 확실히 자리매김한 것은 물론 지난 몇 년간 유명세를 꽤 치르지 않았던가.

이제는 과장을 더해 시골길의 노인들도 내 얼굴을 알아볼 정도였으니.

‘눈에 익은 얼굴도 있네.’

이제는 시간이 흘러 얼추 성인의 얼굴을 갖춘 재벌 3세들이었다. 대다수가 외국의 대학에서 공부를 하다 오늘을 위해 귀국한 것이리라.

다들 외국대학을 보내기 위해 혈안인 마당에 성적 여부와 관계없는 유학행도 많았다.

유하처럼 똑똑한 재벌 3세는 그리 흔한 경우가 아니니 아이비리그 대학에 다니는 이들은 손꼽을 정도로 적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왕구렁이 영감님 또한 손녀 농사 하나는 제대로 지었다. 재벌 3세들 중에서도 손유하는 유독 두각을 드러내는 인물이었으니.

그때였다.

“나 기다려?”

때마침 익숙한 목소리와 고양이를 닮은 눈동자가 보였다.

기다란 생머리는 허리 맡에 닿을 만큼 윤기를 머금고 찰랑거렸고 길쭉하게 뻗은 팔다리는 모델 부럽지 않으니. 무슨 좋은 걸 먹었는지 피부는 희다 못해 투명해 보이지 않은가.

“키 엄청 컸네?”

아무래도 양반은 못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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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 the Musical Genius

For the Musical Genius

Score 7
Status: Ongoing Type: Author: Released: 2019 Native Language: Korean
Throughout my life, I had selfishly pursued my own goals, only to find in the end that I was left with nothing. But the day I decided to act for the sake of others, a new chapter began to unfold in my life. “Hyeona, do you know how to play the violin?” my grandfather asked in a very affectionate voice. His eyes filled with anticipation. There I stood with a violin in hand, amidst a gathering of the heirs of the wealthy chaebols. Whether by fate or chance, I raised the bow and placed it upon the strings. And it was at that moment when the winter movement of Vivaldi’s Four Seasons came to life. As I played the violin, the audience erupted in cheers and experienced a sense of awe from my performance. This is the story of a young maestro who would move the world around h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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