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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nius Writer from Rural America Chapter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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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2)

*

신작 원고를 보내놓고 나니 한동안 여유가 좀 생겼다·

[S&F 편집부_마크: 작가님 작가님! 원고··· 진짜 미쳤습니다!!!!]

평소 사무적인 말투의 담당자 마크가 -이따금 그렇듯이- 잔뜩 흥분해 연락을 해왔는데·

[S&F 편집부_마크: 아 그리고 작가님의 데뷔 장편 <호수에 무언가가 산다>가 이번 분기 메인타이틀로 결정됐습니다!]

이번 분기의 메인타이틀·

그 말은 곧 SFF프레스에서 내 작품을 전사적 차원에서 밀어붙이기로 결정했다는 뜻이다·

[S&F 편집부_마크: 마케팅팀 전원이 이 책의 홍보에 집중할 계획이니 기대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아 그리고 이 작품은 이제 단행본팀에서 담당하는데요 저희 SFF의 에이스라 불리는····]

잠깐 누가 담당한다고?

익숙한 이름에 눈이 절로 떠졌다·

‘빅토리아 첸!’

회귀 전 UCLA에서 교수직을 지내며 수많은 신인 편집자를 양성하던 출판 편집계의 전설이 아닌가·

[S&F 편집부_마크: 빅토리아 팀장님이 곧 작가님께 메일로 연락드릴 겁니다·]

···엄청난걸·

그런 인물이 내 책을 담당한다는 소식에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그리고 지금은-

“<기억 박물관>이라는 제목은 굉장히 흥미롭다고 생각해·”

“맞아! 눈에 확 들어오는 느낌?”

힐크레스트 고등학교의 문예창작 클럽룸·

한 달에 한 번씩 있다는 합평이 진행되는 중이었다·

지난번에는 처음이니 지켜보기만 했고 오늘부터 본격적으로 참여하는 셈·

“····”

그리고 오늘의 합평 대상자·

제이든은 긴장된 얼굴로 클럽원들의 평가를 듣는 중이었다·

‘신기하네·’

나는 애초 혼자 글을 써온 편이기도 했고·

편집자로 일할 때도 담당작가와 1대1로만 얘기했지 이런 식의 합평 자리는 처음이었다·

‘하긴 문예창작 수업은 대체로 이런 식으로 진행된다고 들었던 것 같네·’

제목에 관한 가벼운 코멘트를 시작으로 다양한 의견들이 이어졌다·

“사람들의 기억을 박물관에 보관해둔다는 아이디어 자체가 참 흥미로웠어·”

“음 SF적인 발상은 좋은데 주인공 캐릭터가 좀 평면적으로 느껴지더라고····”

이제 슬슬 작품이 지닌 단점에 관한 논의가 이뤄지는 중·

제이든의 표정이 점점 굳어지던 그때 로완이 콧대 위의 안경을 슥 올리며 입을 열었다·

“참신한 아이디어만으로 소설이 완성되는 건 아니잖아?”

“····”

“단편은 정해진 분량 안에서 하나의 이야기를 완성하는 걸 목표로 해야 하는데 이 <기억 박물관>은 재밌어 보이는 아이디어를 나열한 것에 불과해·”

로완의 말은 거침없었다·

주인공의 동기 부재 핵심적인 갈등의 부재·

그 외에도 각종 단점을 하나부터 열까지 지적하더니-

“한마디로 기본이 안 돼 있는 글이야·”

그렇게 단칼에 자르는 말로 자신의 평가를 마무리하는 것이 아닌가·

“····”

클럽룸 안이 일순 조용해진 가운데 제이든은 고개를 푹 숙였고·

그 모습을 보던 다른 학생 하나가 로완을 돌아보았다·

“로완 너 말이 좀 심한 거 아냐? 아무리 그렇게 생각해도-”

“왜 내 말이 틀렸어? 합평의 목적이 뭔데· 각자 쓴 글을 돌려봐가면서 무조건 좋다 좋다 해주는 거?”

어깨를 으쓱하는 로완·

“기왕 모이는 건데 하나라도 도움이 되는 얘길 해야 하는 거 아닌가? 너희도 시간 낭비 하는 건 싫을 거 아냐·”

“····”

로완을 노려보던 다른 학생이 입을 다물었다·

주변에서 수군거리는 소리를 들어보니 로완은 합평에서 늘 이런 식인 듯했다·

‘물론 방금 했던 말들이 아주 틀린 건 아니야·’

제이든의 소설은 좋게 봐주려 해도 부족한 점이 많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 겨우 글을 쓰기 시작한 마당에 부족한 게 당연한 게 아닐까·

“음 로완이 방금 말한 것들이···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해·”

그 말에 제이든의 커다란 체구가 한층 더 작아지는 듯하던 그때·

“근데 듣는 제이든의 입장에선 그런 단점들을 어떻게 해결할지 막막할 것 같거든? 그래서·”

나는 메모해둔 내용을 보며 말을 이었다·

“사건 배치 순서를 조금 바꿔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 3페이지에 나오는 파트 2를 당겨서····”

“····”

“그러면 주인공이 이 ‘기억 박물관’을 조사하려고 하는 동기에 좀 더 집중이 될 것 같은데·”

최대한 배려하며 이것 저것 얘기를 하던 그때·

“아 그리고 첫 문장 말인데 두 번째 문단에 나오는··· ‘기억은 사고를 지배한다’ 이 문장을 첫 문장으로 쓰는 건 어때? 첫인상이 강렬해질 것 같아서·”

순간 조용해진 기분에 고개를 들자 다들 눈을 크게 뜬 채 나를 보고 있다·

“···왜 내가 뭐 잘못 말했나?”

“아니 그런 게 아니고-”

“너무 좋아!”

그 사이에 끼어드는 제이든의 외침·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어 유진? 잠깐만 방금 뭐라고 했더라? 나 이것 좀 적어놓을게·”

두 눈을 반짝이며 내 말을 받아적는 녀석을 보니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전에 편집자로 일할 때도 늘 이런 보람 덕분에 일했지 않은가·

‘언젠가 레너드 선생님이 말했듯 소설가란 근본적으로 고독한 직업이 맞지·’

머릿속에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며 열심히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다가도·

어느 한 순간 몰입이 깨질 때가 찾아오기 마련이다·

‘그럴 때 몇 마디의 조언으로 작가의 세계를 공고하게 만들어주는 것·’

잘 만들어진 허구의 세계가 무너지려는 그때 아교의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편집자가 아닐까·

···부족한 점을 지적해가며 작가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게 아니라 말이다·

그런 면에서 작품 합평 특히 학생들 합평에서는 가급적 단점보단 장점 위주로 말해주고·

단점을 지적하려면 그것을 보완할 해결책도 함께 제시해줘야 하는 법·

“재미난 아이디어에서 출발하는 것도 괜찮은 전략이지만 방금 로완이 말한 단점들을 보완하려면-”

나는 복잡한 표정의 로완을 돌아봤다가·

“주인공의 시점에서부터 소설을 구상해보는 것도 괜찮은 시도가 될 거라고 생각해· 그리고··· 이 작품의 장점으로 마무리하자면·”

내 말을 열심히 메모 중인 제이든을 돌아보며 말을 이었다·

“읽는 내내 굉장히 즐거웠어·”

제이든이 문득 고개를 들더니 두 눈을 크게 떴다·

“···즐거웠다고?”

즐겁게 글을 쓰는 것·

편집자로 오래 일한 나는 그것만큼 작가에게 중요한 덕목이 없다고 생각한다·

특히 이 친구들처럼 이제 막 글에 입문한 경우는 더더욱 그렇고·

“어· 작가가 굉장히 즐겁게 이 글을 썼구나 라는 게 처음부터 끝까지 느껴지던데?”

“····”

그제야 제이든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그렇게 합평이 끝나고 클럽룸을 다들 나갈 때쯤·

“저기 제이든·”

로완이 머쓱한 얼굴로 제이든에게 다가서는 것이 보였다·

뭐라 뭐라 한참을 얘기하자·

제이든이 웃으며 로완의 어깨를 치고 로완은 안도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다·

“····”

그 모습을 잠깐 지켜보다가 흐뭇한 기분으로 클럽룸을 나섰다·

*

유진이 간만에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그의 아버지 상준은 건강검진을 받으러 가기 전 용인의 어느 공원묘지에 잠시 들른 터였다·

[故 김현희]

제대로 된 문구 하나 없이 생몰년월일과 가족의 이름만이 덩그러니 새겨진 묘비·

“····”

그 앞에서 상준은 한동안 입을 열지 못했다·

너무 이른 갑작스러운 이별·

···그때의 그 지독한 고통은 지나갔지만 지금도 여전히 가슴 한구석이 헛헛한 것만은 어쩔 수가 없다·

‘유진이 녀석도 여전히 그렇겠지·’

함께 온 상준의 형은 담배 한 대 태우고 오겠다며 자리를 비워준 터·

“현희야 오랜만···이다·”

상준은 사별한 아내의 이름을 너무도 오랜만에 입에 올렸다·

대학생 때부터 친한 친구였던 두 사람은 사이 좋은 연인이 부부가 되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이 또한 태어났다·

“유진이· 유진이도 잘 지내고 있어·”

그렇게 나무랄 데 없는 평범한 일상이 영원히 이어질 줄 알았는데-

트럭 운전자의 졸음 운전·

하루에도 몇 십 건씩 발생하는 교통사고로 아내를 떠나보내고서야 그는 깨달았다·

···평범한 일상이야말로 손에 넣기 어려운 특별한 행복이었다는 걸·

“너무 오랜만에 와서 미안해·”

상준은 묘비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준비해간 술과 육포 과일 따위를 간단히 차려놓은 뒤·

“유진이가 소설을 썼어· ···당신이 아주 좋아할 만한 소설이야·”

그는 <멸망한 세계의 피터 팬>이 실린 잡지를 펼쳤다·

숲의 향기를 머금은 가을 바람이 불어오는 가운데·

“서기 2080년 성인만이 죽음에 이르는····”

상준은 아들이 쓴 소설을 담담히 낭독하기 시작했다·

“피터는 지구상에 남은 유일한 어른이 되었다····”

자신 이상으로 문학을 사랑한 것은 물론 그중에서도 판타지나 SF라면 사족을 못 썼던 아내가-

‘잘 들어봐 현희야·’

귀 기울여 듣고 있을 거라 상상하며·

*

그 시각 캘리포니아의 비숍스플레이스·

요즘 랜든 비숍은 그 어느 때보다도 충실한 시간을 보내는 중이었다·

“다시 젊어진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 아 물론 ‘문학적’으로 말일세·”

데뷔 초기 글을 쓰고 싶은 갈망에 시달리던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그 젊은 친구는 상상도 못 하겠지·’

···지금 자신이 그에게 얼마나 많은 빚을 진 심정인지 말이다·

그러나-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비숍은 SFF프레스 담당자가 보내온 메일 내용을 눈에 담았다·

[비숍 작가님께 에곤 K의 데뷔작 <호수에 무언가가 산다>의 서문을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안 그래도 그때 그날 작가 본인에게는 하고 싶은 말을 절반도 못 하지 않았던가·

서문으로 쓰면 되겠구만 노작가가 기분 좋게 턱수염을 쓸어내리는데·

“작가님께 서문을 부탁드릴 정도라면·”

그를 보좌하던 비서 팀이 입을 열었다·

“SFF프레스가 에곤 K를 ‘대형 신인’으로 여기고 있다는 뜻이겠군요·”

다른 사람도 아닌 무려 랜든 비숍의 서문이 실린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컸으니까·

‘SF팬덤의 강력한 지지를 얻고 가겠다는 의사 표명이지·’

물론 비숍의 서문이 아니더라도 지금 팬덤은 에곤 K에게 지나칠 정도로 관심이 많긴 했지만·

“당연히 그렇겠지· 다른 곳도 아니고 작품 보는 눈만큼은 귀신 같기로 유명한 SFF프레스 아닌가·”

그 말에 팀은 말 없이 미소만 지었고·

잠시 후 그가 자리를 비우고 나자 랜든은 컴퓨터 앞에 앉아 키보드 위에 손을 올렸다·

‘서문···이라·’

일단은 떠오르는 대로 첫 문장을 가볍게·

[나도 이 소설을 정확히 뭐라 불러야 할지 모르겠다·]

그래·

···<호수에 무언가가 산다>는 장르판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그의 눈에도 장르를 명확히 구분하기 어려운 작품이었으니·

하얀 화면 안에서 깜박이는 커서를 눈에 담은 채·

비숍은 부담 없이 타이핑을 이어나갔다·

[호러? 스릴러? SF? 판타지?

아니 그런 분류가 의미가 있는지도 이젠 잘 모르겠다·

게다가-]

거기까지 쓰고는 잠시 고심하다 문장을 이어나갔다·

[···청소년들이 이 책을 보는 게 과연 좋을지 어떨지도 모르겠다·]

풋 가볍게 웃음 지은 노작가의 손이 다시 움직였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건 이 작품이 압도적이라는 것이다·

아니 그야말로 당신을 ‘압도할’ 것이다·]

맨 처음·

<호수에 무언가가 산다>를 일독했을 때의 감상을 떠올리자 심장이 흥분감으로 요동치기 시작한다·

[읽는 독자들이 그대로 밤을 꼬박 새워 읽다가·

고개를 들어보면 창 밖 너머로 어느새 내려앉은 어둠에 섬뜩해질 정도로·]

···그때 이 사무실에서 원고를 읽으며 자신을 엄습하던 기이한 공포감을 떠올리며·

[그리하여 자신이 있는 이 시공간이 문득 낯설어지고·]

어느새 정신 차려 보면-

[외부가 아닌 자신의 내면에 자리한 어둠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여기까지 쓴 비숍은 후우 하며 숨을 골랐고·

다시 손을 키보드 위로 가져갔다·

타다닥-

[···여러분 또한 주인공 ‘일라이저’처럼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근원적인 의문에서 찾아오는 보다 거대한 ‘공포’에 압도되리라고-

나는 마음 깊이 확신한다·]

그렇게 서문의 마지막 문장을 마무리한 뒤·

‘이 대형 데뷔작이 가져올 어마어마한 여파가 기대되는걸·’

빙그레 미소 지은 노작가가 자신의 이름을 적었다·

[···여러분과 마찬가지로 내 안의 어둠과 마주한 한 명의 독자

랜든 비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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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nius Writer from Rural America

Genius Writer from Rural America

Score 7.4
Status: Ongoing Type: Author: , Artist: ,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After suffering a debilitating stroke that left him in a vegetative state, the once-indispensable genius writer, Kwon Eugene, finds himself in a startling situation. Inexplicably, he regresses back to his high school years in the United States. With the memories of his past accomplishments, including topping worldwide bestseller lists, he begins to wonder if the challenges of his teenage years might now seem easier in comparison. As he navigates this unexpected journey through time, Eugene is faced with the opportunity to rewrite his life’s story in ways he never imagin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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