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Grand Archive’s Young Master Chapter 112

112화· 천공단의 신입들

밤에는 후기지수들이 몰려왔다·

내일 아침 떠난다는 소식을 전해들었나 보다·

후공은 모두를 반갑게 맞이했다·

동쪽 후원의 정원에 긴 탁자를 놓게 하고 자리를 마련해주었다· 강호의 새싹이요 미래들이 아닌가·

작은 연회 속에서 후기지수들과 담소를 나누었다·

감사의 말이 많은 시간을 차지했고 궁금한 것도 많은지 다양한 질문이 쏟아졌다· 후공은 답을 할 만한 것은 말해주고 굳이 거론할 필요가 없는 것에 대해서는 두루뭉술 넘겼다·

그러던 중

“제가 한 잔 올려도 되겠습니까?”

누군가 불쑥 곁에 다가왔다· 바라보니 순둥이었다·

진주언가의 언교운·

첫 만남이었던 용선각에서 술병으로 재주를 부렸던 것이 떠오른 후공은 내심 웃음이 났지만 짐짓 뚱한 표정을 지었다·

“언 형은 드디어 술을 따르는 방법을 터득하셨나 보군요·”

언교운이 민망한 듯 머리를 긁적였고 용선각에서의 사연을 알고 있는 후기지수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후공은 교운의 잔을 받아 단번에 들이켰다·

“언 형이 따라주니 술맛이 훌륭합니다· 제 술도 받아주십시오·”

“감사합니다·”

술을 채워주자 교운도 한입에 털어넣었다· 홀가분한 표정이 교운의 얼굴에 떠올랐다·

그 광경에 후기지수들이 분분히 뒤를 이었다·

천화서고 대공자를 언제 또 볼 수 있을까· 홀로 십대세가 전부를 구한 이· 향후 이 강호에서 별이 되리라· 또한 그와 나눈 술 한 잔의 의미도 특별해질 것이다· 거기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천화서고 대공자는 후기지수 차원이 아니다·

이미 아득히 높이 날고 있다·

앞으로 이런 기회가 영영 안 올지도 모른다·

“범 형 제 술도 받아주시겠습니까·”

하북팽가의 팽무결이었다·

그다음은 모용세가의 모용진이 뒤를 이었다·

후공은 후기지수들 한 명 한 명과 대작하면서 그들을 마음에 담았다·

‘근사한 녀석들·’

백리가주가 진즉에 배신하고 이어 사마가주가 살아보겠노라고 돌아섰을 때도 흔들리지 않고 죽음을 선택한 녀석들이다·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죽음 앞에서 높은 기개를 보였다·

이번 일로 모두 크게 성장하리라· 사람에게 있어 죽음에 이르게 하지 못한 고통은 그저 성장의 제물일 뿐이다·

연회의 자리가 파한 건 자정이 넘어서였다·

후공은 묵영만 따로 남게 하여 연못 위 정자에 마주앉았다·

부탁할 것이 있었다·

육각망의 먹이와 영악초의 기반·

혹시 알고 있는지 묻자

“하하하하하하하!”

듣자마자 묵영이 웃음을 터뜨렸다· 배꼽이 빠져나갈 것 같은지 배를 움켜쥐면서 웃는 모습에 후공도 기분이 좋아져 헤벌쭉해지고 말았다·

‘오호 이 녀석 알고 있었구나· 후후 일이 이리도 쉽게 풀릴 줄이야·’

“하하 묵 형이라면 알고 있을 줄 알았습니다·”

“하하하하하하하 아니요· 모릅니다·”

“····”

후공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싹 사라졌다·

‘근데 이렇게 웃어버린다고?’

묵영은 그 표정 변화를 보고는 더 터져버렸다·

그러다 겨우 진정해가며 해명했다·

“하하 죄송합니다· 범 형이 모르는 걸 제가 어떻게 알겠습니까· 전 그저 범 형도 모르는 것이 있다 싶으니 괜히 기운이 샘솟고 기분이 좋아져서 그만· 하하하하!”

“····”

묵영의 말뜻인즉

사람도 아니다 싶었는데 사람은 사람이구나·

사람 냄새가 나서 좋다 정도였다·

의미야 이해했지만 한껏 기대했던 터라 후공은 황당하고 어이가 없어 급히 수염을 쓰다듬다가 수염이 없어 허공만 휘젓게 되면서 떨떠름하니 손을 내렸다·

하지만 자리를 뜨기 전 묵영의 태도는 사뭇 진중해졌다·

“제가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

“제게 도움을 청해주셔서 영광입니다·”

후공의 눈동자에 웃음이 일렁였다·

녀석 연습이라도 한 건가· 제법 태가 멋지게 드러난다·

‘욘석아 말만 멋져선 곤란해· 반드시 알아내야 한다·’

후공의 눈동자를 바라보는 묵영의 눈에도 웃음이 맺혔다·

다음 날 오전·

후공과 일행은 남궁세가를 떠났다·

떠나보내는 모두가 아쉬워했다·

시일은 짧았지만 남은 이들은 일 년여 동안은 함께한 것 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원래는 일 년인데 며칠을 보낸 것 같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두두두두두·

달리는 마차 안·

후공은 지그시 눈을 감고 좌정에 들었다·

의식은 고요해지며 깊게 가라앉아간다·

그렇게 내면으로 들어갔다·

지난밤의 연속선상에서 살핌을 이어갔다·

삼악의 기운이 유유히 흐르는 길을 낮은 숨결과 함께 마음으로 쫓았다· 그 안에서 가늠해보았다·

먼저 삼대 호신기·

사성 중기를 상회하는 경지·

그 안에서 호신기는 최상의 상태에 놓였다·

특히 통격은 거의 완벽한 전이가 가능해졌다·

강대한 공력의 타격을 받는다 해도 모두 흘려보낼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발밑으로 전이시킨다면 땅이 푹 꺼져 분화구처럼 거대한 구덩이가 생길지언정 몸에 손상은 입지 않을 것이다·

생존임과 동시에 상대는 당황하게 될 터·

그 순간은 반격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

물론 통격으로 모든 공격을 무위로 돌릴 순 없다·

그래서 ‘거의’다·

첨(尖)과 침(針) 예(銳)는 예외·

뾰족함과 날카로움 또한 한 점을 파고드는 침·

침술과 같은 장법의 묘용인 침인장법 등은 통격으로 해소되지 않는다· 그와 같이 극명하게 첨(尖)을 다루는 공세는 허운으로도 반탄이 안 되니 다르게 대응해야 한다·

실망할 건 아니다·

삼대호신기는 그저 생존의 기본 방편일 뿐·

그런 점에서 환명의 운용이 가능해진 건 뜻깊다·

환명(環冥)·

회전하는 투명한 둥근 고리·

환명의 원은 이미 귀삼령을 상대할 당시 구현하였다· 지금 들여다봄은 가능이냐 불가능이냐의 문제가 아니다· 동시에 몇 개의 환명을 띄울 수 있느냐다·

환명은 방벽이자 늪이며 덫·

그렇기에 하나의 환명과 두 개의 환명은 의미와 변수 응용의 묘가 천양지차다· 예를 들어 하나를 방벽으로 세워두고 다른 하나를 지면에 그려두었을 때 공방이 오가는 공간은 마치 진법이 설치된 것과 같아진다·

적은 제약 속에서 움직이고 그 움직임 속에 지면에 그려진 환명에 덫 걸리듯 발이 묶인다면? 그것으로 끝이다· 물론 상승의 경지에 이른 자라면 발이 묶이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멈칫할 수밖에 없다· 그 찰나면 충분하다· 멈칫한 순간은 이미 거대한 틈 목을 날려버리기엔 넉넉한 시간이다·

또한 환명은 다수를 상대함에도 좋다·

삼대 호신기 중 하나인 통격과 어우러진다면 설령 정교하고 숙련된 검진과 맞서더라도 진형을 어지럽히고 와해시키는 것은 어렵지 않다·

심상 속에서 검결지를 맺었다·

이어 그려간 환명·

삼악의 기운을 끌어올려 심상 안에서 빠르게 세 번을 휘저었다·

‘둘·’

두 개는 유지되었고 세 번째 환명은 생성되었다 싶은 순간 스러져간다·

후공은 흡족히 여겼다·

환명은 허공을 타격하는 것이 아니다· 일정 시간 기운을 공간에 머무르게 하는 것이다· 그래 아직 세 개의 환명은 과욕이다· 최소한 오성의 경지에 근접했을 때면 가능하리라·

두 개의 환명만으로도 쓰임새는 무궁무진하다·

게다가 아직 남은 원신단이 두 알·

천공단은 각기 세 알의 원신단을 지니고 있다· 자신은 세 개 중 하나를 썼을 뿐이다·

애초에 원신단을 쓸 일이 없는 상황이 최상이나 어쩔 수 없이 사용해야 한다면 복용 후에는 세 개의 환명까지 구현할 수 있을 것이다·

이후에는 정첩(丁牒)을 확인했다·

정첩은 교릉의 요체에서 파생된 하나의 방편임과 동시에 상승 점혈법의 시작이다·

정첩은 뜻 그대로 ‘틀어 고정함’이다·

마혈의 제약과 유사하나 정첩은 더욱 세밀하다· 마혈은 몸을 마비시키는 점혈법이고 정첩은 흔들리지 않게 못을 치는 격이다· 고정되는 기간과 압박도가 다르다·

무릎을 꿇게 한 후 정첩을 가하면 반년 동안은 무릎을 펼 수 없게 된다· 반년 동안은 내내 앉아서 다녀야 하고 반년 동안은 무릎을 접은 채로 잠들어야 한다·

모든 부위가 같다·

허리에 당하면 허리를 수그린 채로 지내야 하고 머리를 옆을 돌아보게 하고 정첩을 치면 그때부터는 앞을 보려면 몸 전체를 틀거나 눈동자로 곁눈질해야만 앞을 볼 수 있게 된다·

심상 속에서 펼쳐보았다·

뜻밖에도 정첩은 기대 이상이었다· 삼악의 역할이 크게 작용했다· 삼악은 하나의 기운이 아니라 세 개의 기운이 융화되어 휘도는 탓에 마치 세 개의 실이 나선처럼 서로 꼬아지듯 정첩을 더욱 확고하게 이뤄냈다·

하나의 실은 약해도 세 개의 실이 꼬아지면 쉽게 끊어지지 않는 것과 같은 원리· 정첩만을 놓고 보자면 전생의 사성 중기 때보다 지금이 낫다고 볼 수 있을 정도였다·

이 정첩은 교릉과 은외법과도 결합된다·

정첩이 교릉과 합하여지면 정첩은 고정되려 하고 교릉은 비틀어지려 하기에 그 반대 작용으로 몸은 뜯어져버린다·

여기에 은외법으로 잠복시킨다면?

교릉이 그렇듯 상대는 반나절이든 하루가 지나서든 길게는 열흘 후든 예정해둔 잠복기를 거쳐 정첩 당할 것이다· 누구에게 당했는지 몰라 당혹스러워할 테고 결국 결론은 주화입마를 의심할 수밖에 없으리라·

다음으로는 능오침(凌娛針)의 가능성을 들여다봤다·

능오침은 아직이었다·

천향이 삼주에 이른 터라 능오침에 천향이 연계되면 효용성이 클 테지만 최소 육성의 경지에 이르러야만 가능하기에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에 만족했다·

검연은 여전히 요원했다·

검연의 성취는 검이 스스로 신체의 일부처럼 자각한다는 의미다· 이 과정은 경지의 상승과 비례하지 않는다· 시간이 중요한 요소다· 그런 점에서 채 반년도 안 된 걸 감안하면 조급해할 이유는 없었다·

검연을 끝으로 심상에서 빠져나왔다·

길고 깊게 호흡하며 기운을 갈무리해가니 외적으로 표출되었던 기운은 사라져가고 눈을 떴을 때는 그저 서책이나 파고 살았을 법한 젊은 서생의 평범함으로 돌아왔다·

마차 창 너머로 햇빛과 그림자를 살펴 시간을 확인했다· 정오를 훌쩍 넘기고 있었다·

천공단의 용어를 빌리자면 밥 때가 지나버린 시간이었다· 용케 고기 타령이 없이 기특하다 싶은 건 개뿔····

기존 천공단은 신입에게 가르침을 내리느라 바빴다·

“남궁 형아 새겨들어· 천공단은 함부로 자기소개를 하면 안 돼· 갑자기 나타나야 해· 그 전에 한 번 웃어주는 것도 중요하고·”

“너 혼자 설명 다할래?”

“어 누나 미안· 내가 흥분했네·”

바로 묘빙빙이 이어받았다·

“남궁 신입 잘 들어요· 천공단이 숨어서 웃으면 사람들이 두리번거리면서 누구냐고 묻지 않겠어요? 그때 나타나는 거여요· 우리가 누구냐고 묻는 것인가! 우리는 천 공 단 이 다! 이렇게 한 자씩 끊어서· 하지만 안타깝게도 신입은 대사가 없어요· 그냥 제일 마지막에 튀어나오면 되는 거여요·”

“묘 소저 그냥 객잔이나 숨을 곳이 없는 상황에서 소개를 해야 하면 어찌 합니까?”

“그냥 입을 다물어요· 무시하는 거여요·”

“아···· 무시·”

남궁연의 대답이 크게 깨달음을 얻은 듯했기에 후공은 내심 너털거렸다· 그래도 안심했다· 남궁연의 적응력이 생각보다 괜찮은 듯 보인다·

남궁연의 청을 받아들인 건 녀석이 너무 바르기 때문이었다· 예의의 속박에서 벗어나 내려놓을 필요가 있었다·

나이 들어 내려놓으려 하다 보면 또 다른 금적자가 탄생하게 될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천공단 합류를 허락했는데 이 기세면 천공단에 빠르게 녹아들 것 같았다·

후공은 마부석을 향해 나직이 입을 열었다·

“양소야·”

“네 공자님·”

“식사를 할 곳을 찾아라·”

즉시 지붕 위에서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두목 탁월한 선택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