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3화· 최선을 다해 중생을 구하는 소림승·
천공단과 소림의 만남·
합석하게 되면서 정식으로 인사가 오갔다·
깔깔깔과 아미타불이 여러 번 교환되며 이루어진 대화에 소림의 무광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강호를 뒤흔든 그 천공단이····’
그도 천공단에 대해 들었다·
비록 아직까지 소림이 봉문 중이긴 해도 귀와 눈까지 닫고 있는 건 아니었다· 외부 활동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고 소림은 속가 제자들이 많다·
강호의 소식은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듣고 있어 소림에 있을 때도 무광은 천공단에 대해 들은 적이 있었다·
그렇기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어찌 안 놀라겠는가·
강호를 뒤흔들고 있는 천공단이
‘이런 자들이었다니····’
엉망진창이라는 말은 들었지만
그래도 그럴 리 없다며 나무관세음보살을 나직이 읊조리며 웃었는데 실제 마주하니 상태가 더 심각했다·
그래도 몇은 정상으로 보인다·
제갈 소저 천산의 후예 설 소저 노파·
그리고 천공단주·
천화서고 대공자·
무광은 맞은편에 앉은 대공자를 지그시 바라봤다·
대공자는 어떤 사람일까?
‘도대체 어떤 사람이기에 이런 천공단을 버티는 걸까?’
경이로워져 무광은 마음속으로 나무관세음보살을 세 번이나 읊조렸다· 그리고 궁금해졌다· 더 알고 싶어졌다·
그런 마음을 읽기라도 한 걸까·
대공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스님께선 어디로 가시는 길입니까?”
“소승은 촉산으로 가고 있습니다·”
“공교롭군요·”
“어? 대공자께서도 촉산으로 가시는 길입니까?”
“네 약초 비슷한 것을 찾고 있는 중입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허허··· 이런 인연이 다 있군요· 나무관세음보살··· 전생에 대단한 인연이었나 봅니다·”
그렇게 동행은 결정·
무광이 잘됐다 생각하고 식사를 하려 젓가락을 들었다가 그대로 굳어버렸다·
기쁨도 잠시
먹을 게 없었다·
아무리 둘러봐도 전부 고기였기에 무광은 침울해졌다·
“아 맛있어· 이게 꿀이야 닭이야!”
소천개라고 했던가· 옆자리에 앉은 어린 거지가 튀긴 닭다리를 너무 맛있게 먹어서 무광은 자신도 모르게 바라보며 침을 꼴깍꼴깍 삼켰다·
소천개가 두 번째 와작 뜯고는 무광을 바라봤다·
닭다리는 아직 살점이 반이나 남은 채· 소천개가 그 닭다리를 무광에게 내밀었다·
“스님 형아 이거 먹어·”
“허허···· 나무관세음보살· 어린 중생이여··· 난 괜찮네· 어찌 불자가 되어 육식을 할 수 있겠는가·”
“형아 그럼 이건 어때? 이거 이제 이대로 버릴 생각인데 부처님은 어떻게 생각하실 것 같아?”
“허허··· 많이 남았으니 노하실 테지·”
“그래서 그래·”
“응?”
“지금 버릴 생각인데 형아가 먹으면 내가 부처님한테 벌을 받지 않게 될 거잖아· 지옥에서 날 살려주는 셈이지· 그리고 부처님은 형아를 칭찬할 테고·”
쿠웅!
무광의 심장이 내려앉았다·
눈동자도 요동쳤다·
‘똑똑해·’
이것인가· 이것이 천공단의 저력인가·
거지가 이렇게 똑똑할 줄이야·
척·
무광이 닭다리를 받아들었다·
“나무관세음보살··· 어린 중생이여· 내가 구해주마·”
무광이 닭다리를 와락 물어뜯었다·
고소한 육즙이 입에서 팡팡 터져 무광은 머리가 펑펑 터지는 것 같았다·
“아미타불···· 중생을 구하는 길은 이리도 행복한 것이로구나·”
미친 새낀가·
맛이 좋은 거겠지·
무광을 천공단이 미친 놈 보듯 바라봤다·
금방 먹어치운 무광이 또 소천개를 바라봤다·
눈빛이 간절하고 목젖이 쉬질 않았다·
“형아 또 구해주게?”
“어····”
“형아 이러다 해탈하는 거 아냐?”
“아미타불 해탈은 이루어 가야 하는 길일지니····”
“알았어· 여기· 꼭 해탈해!”
이번엔 돼지 갈비였다·
소천개가 살짝 베어무는 척하고는 건넸다·
돼지갈비를 젓가락으로 받아낸 무광이 손을 덜덜 떨었다· 잘 구워져 냄새만으로 머리가 어떻게 되어버릴 것 같았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사람도 구하고 맛도 최고고 부처님도 기뻐하시고 이보다 좋을 수 없었다·
중생 구제는 이어졌다·
실실대며 은앙개며 남궁연 등이 연이어 나도 구제해달라며 내밀어 무광은 눈물을 참아야 했다· 감사도 잊지 않았다·
“나무관세음보살···· 부처님 소승이 오늘 이렇게 많은 사람을 구합니다·”
툭·
낭인왕이 어깨로 곁에 있는 이열을 건드렸다·
– 소림 역사상 손에 꼽히는 기재라며?
이열도 헛웃음을 지었다·
– 후후 그렇게 알고 있었지·
– 소림은 어떤 곳일까? 어떤 곳이기에 저런 인간을 버티는 거야?
– 괜히 소림이 아닌 거지·
– 그렇구만·
그런 말이 오가는 줄도 모르고 무광의 중생 구제는 이어졌다· 조금 더 조금 더·
‘더 구하고 싶다! 계속해서!’
무광이 불타오르며 정신없이 먹어치우자 천공단은 하나둘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그건 후공도 마찬가지·
도대체 뭐하는 새낀가 싶어져 그저 물끄러미 바라봤다·
눈치라는 게 있다·
바라보는 시선에 고기를 입에 쑤셔 넣던 무광이 뚝 멈췄다·
“나무관세음보살··· 다들 왜 안 드십니까?”
시발놈아 먹을 수 있겠냐·
네가 다 처먹고 있잖아!
천공단의 내심이야 그랬지만 단주 눈치가 보여 차마 그렇게는 못 하고 조용히 그릇만 밀어주었다·
“해탈해·”
“고마워· 구제해줘서·”
***
천공단의 행보는 느긋했다·
급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천공단과는 수준 차이가 크게 나는 암부 부주 화설난의 신법이 고려되었다·
덕분에 화설난에겐 그야말로 강호 유람이 되었고 무광으로서도 느긋하게 중생을 구제하는 시간이 늘어 몸에서 달콤한 고기 냄새가 날 정도였다·
또한 그 덕분에 지귀객이 따라잡았다·
삼대 대도 중 하나다·
땅만 잘 파고드는 것이 아니라 경공도 뛰어난 지귀객은 면양의 산야에서 천공단에 합류했다·
가히 화려한 복귀였다·
이전에는 그저 두더지에 도둑놈이었지만 이제 천공단이었다·
“늦어!”
“뭐하고 싸돌아다니다 이제 온 거야?”
“어째 때깔이 좋아진 것 같기도 하고?”
“이 새끼야 반갑다!”
“두더지를 천공단이 격렬히 환영합니다!”
단주로부터 미리 언질을 들은 천공단이 환영했고 지귀객은 무흔신투가 그랬던 것처럼 허공으로 던져졌다·
“하늘 높이! 더 높이!”
“구름까지!”
솟구쳤다가 내려왔다 열 번 넘게 하다가 환영식에 몰매가 빠질 수 없어 등짝이며 머리며 마구 두들겨 맞았다·
그러다 누군가 세게 때렸다·
“피 나?”
“대가리 터졌어!”
“어떤 새끼냐아아아아아!”
격렬히 환영하는 마음이 과해 너무 세게 때린 나머지 지귀객의 머리에서 피가 흘러나오자 금적자가 호통을 내갈겼다·
“뭐하는 놈이길래 머리를 터뜨리냐고!”
“피리 할아버지 손·”
“어? 뭐 뭐야?”
소천개의 지적에 금적자가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다가 화들짝 놀랐다· 손이 피범벅이었다·
금적자가 얼른 피를 털어내고는 피리를 불기 시작했다·
삐리리리~~ 삑삑삑~~~ 삐삑~~~·
마음이 흔들리니 피리 소리도 흔들려 여러 번 삑사리가 났다·
그래도 지귀객은 상관없었다·
그래도 좋았다·
최초인 것이다·
대도로 이름을 날린 이래 잡혀본 것이 처음이었고
그리고 또 최초일 것이다·
무림맹주이자 천하제일인의 신검을 훔치고 맹으로 걸어들어간 것이 최초일 것이고 살아남은 것도 자신이 최초일 것이다·
고작 열흘 간의 투옥이 전부라니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그 모든 건 천공단주 때문·
지귀객은 바로 지혈한 다음 피를 깨끗이 닦아내고 한곳으로 향했다·
바위에 걸터앉아 있는 천공단주 앞에 이르자 바로 예를 갖췄다· 신투 선배는 오체투지했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하다 여기고
바로 머리를 박았다·
두 팔은 뒷짐을 진 채였다·
“대공자님! 지귀객이 온 마음을 다해 감사드립니다·”
“어····”
“뇌옥에 갇혀 있으면서 어리석게도 큰 뜻을 헤아리지 못하고 원망의 말을 많이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용서해주십시오· 앞으로는 물불을 가리지 않고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씩씩한 목소리에 후공은 그만 웃고 말았다·
“후후 알았다· 그만 꺼져라·”
“넵!”
또 꺼지라는 말을 들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지귀객은 꺼지라는 말이 이렇게 듣기 좋을 수 없었다·
지난번에는 꺼지라는 말을 듣고 한적한 곳으로 혼자 가서 울었지만 이번에는 싱글벙글 다시 천공단 쪽으로 걸어갔다·
그 모습에 소림의 무광이 갸웃했다·
누구인데 저러는지도 궁금하고 왜 두더지라고 하는지도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천공단이 많은가? 어째서인지 막 튀어나오는 것 같아서 물었다·
“남궁 시주 저분은 누구십니까?”
“지귀객이라고 합니다·”
무광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지귀객? 설마 그 삼대 대도 중 하나라는 그 지귀객이란 말입니까?”
“네 최근 맹주의 신검을 훔쳤습니다·”
“뭐요?”
“하하 아미타불 안 하십니까?”
“아 이런···· 아미타불!”
“그 신검은 우리 두목의 손에 들어갔습니다·”
“뭐요? 아미타불! 왜 이야기가 그렇게 되는 겁니까?”
“두목이 찾았으니 두목이 가져야지요·”
“무림맹이 그걸 보고만 있을 리 없····”
무광은 말을 잇지 못했다·
생각난 것이다·
천공단이 무림맹에서 오는 길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리고 현재 일행 중 맹의 군사를 지냈던 제갈 시주와 맹의 암부라는 곳의 부주가 함께하고 있다는 것도 떠올라 할 말을 잃었다·
“나무관세음보살··· 소승 자세히 듣고 싶습니다· 아니 그전에 왜 이런 이야기를 이제야 하는 겁니까?”
남궁연이 웃음을 머금었다·
이런 이야기라니· 이야기가 어디 이거 하나뿐이던가·
너무 많다·
다 할 수 없을 정도로·
**
그 밤·
객방에 묵은 화설난에게로 새와 두꺼비가 날아들었다·
[그윽!]
[까르르르르!]
화설난이 반겼다·
그녀는 이미 여정 속에 색관조와 금섬과도 가까워진 터·
볼 때마다 신기해 그녀의 얼굴엔 저절로 미소가 떠올랐다·
“어쩐 일이니?”
[아름다운 소저의 얼굴을 한 번 보고 자려고 왔지요·]
[극극극!]
“하하하하하!”
화설난이 웃음을 터뜨렸다·
노파의 얼굴이 아름다울 리가·
이 영물들은 주인을 닮았다· 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재주가 있었다·
웃음소리와 함께 금섬이 방 안을 좋다고 뛰어다니고 색관조가 방 안에 내려서 날개를 활짝 폈다 접었다 했다·
[무섭!]
[멋짐!]
[멋짐!]
[무섭!]
색관조가 예전 화공신타가 된 주인과 함께 장난쳤던 때를 떠올리며 하는 행동이었지만 화설난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 모습이 재밌어 다시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러면서 그녀는 생각하게 된다·
대공자를 따라나서길 잘했다·
천공단과 함께하게 된 게 너무 좋다·
노파의 모습이 된 후로 처음이었다·
그녀는 매일 매일 이렇게 즐거워 본 적이 없었다·
“너희 둘· 오늘은 나와 함께 잘까?”
[까르르르르르! 너무 좋아요·]
[그윽 그윽!]
나도 좋아·
화설난이 마음으로 답할 때 색관조가 한쪽 날개를 착 펼쳤다·
[하지만 그 전에 하실 일이 있답니다·]
“뭘까?”
[주인님이 아름다운 소저를 찾으세요· 이 밤에 이 야심한 밤에· 까르르르르르르!]
“하하 이거 두근거리는걸·”
[까르르르르르르! 두근 두근· 두근·]
·
·
·
·
그렇게 마주했다·
후공이 물은 건 봉양목에 대해서·
이제 촉산은 멀지 않다·
화설난이 이야기를 들려주고 돌아간 다음·
후공은 다시 좌정에 들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구르릉·
옅게 땅이 흔들렸다·
‘지진····’
진원지는 남쪽·
거리는 제법 멀다·
한데 여기까지 흔들렸으니 진원지는 꽤 큰 타격일지도·
문득 백혼곡이 떠오른 건 어쩔 수 없었다·
아미파의 근심·
아미파의 학은 다시 날아오를지도 모르겠다·
백혼곡에 문제가 생길 수 있을까?
그럴 리가·
진법에는 문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백혼곡에서 마두들이 튀어나올 수는 없겠지·
무려 사백 년 전의 일·
누구도 살아있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