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6화· 대광이구나·
콰앙! 콰앙! 쾅!
연달아 터지는 타격음과 함께 네 사람이 튕겨나갔다·
“크윽!”
“크아아아아악!”
호신강기를 둘렀음에도 소용없었다·
금적자와 항마삼협은 비명과 함께 떠올랐다가 지면에 곤두박질치고도 한참이나 주르륵 밀려나 연무장 끝에 이르러서야 멈출 수 있었다·
파앙 팡!
그다음은 남궁연과 은앙개·
팔랑팔랑 실 끊어진 연이 되어 금적자 옆에 처박혔다·
쿠웅! 쿵!
“으윽 이건 대체!”
“아파 아프다고!”
남궁연과 은앙개가 몸을 지렁이처럼 배배 꼬았다·
당하고도 이해할 수 없었다·
어떻게 당한 건지 어디에 암향야의 실체가 있는지 볼 수조차 없었다·
그저 일격을 맞고서야 당했다는 것을 인지했다·
그 일격마저도 실제로는 삼격이고 오격·
암향야의 손이 몸에 닿아갈 시점에 순간적으로 여러 지점이 타격당해 아프지 않은 곳이 없었다·
“으아아아아아악!”
“헉 크으으으으으윽!”
무산쌍웅이 처박히고 낭인왕이 도를 놓치고 나가떨어져 꿈틀거렸다·
“아미타ㅂ~~ 크아아아아악!”
“히익! 왜 이리로 와!”
낭인왕이 자신 쪽으로 소림의 무광이 머리부터 떨어져 오기에 황급히 옆으로 피했다·
쿠웅·
그 덕분에 무광은 머리를 땅에 파묻은 채 바르르 떨었다·
어느샌가 멀쩡한 건 무흔신투와 지귀객뿐·
무흔신투는 잡히지 않으려 신법에 전력을 다했고 지귀객은 땅속을 파고들면서 한 번씩 모습을 드러내 암수를 펼쳤다·
하지만 오래 버티는 건 무리였다·
다 나가떨어진 마당에 두 도적놈 따위·
당명이 흩어졌다 다시 모습을 드러냈을 때는 이미 무흔신투의 목을 틀어쥐고 있었다·
“사 살려····”
“후후·”
당명이 손을 놓음과 동시에 무흔신투의 가슴과 어깨를 타격했다·
“크어어어어억!”
다음은 지귀객·
땅속으로 파고든 채 기회를 엿보고 있던 지귀객은 눈앞에서 돌연 나타난 금빛 광채에 놀라 황급히 지면을 뚫고 튀어나왔다·
그 결과
“으아아아악!”
비명과 함께 날아가 처박혔다·
– 누님 할아버지 진심인데요?
– 그러게· 천공단에 쌓인 게 많으셨던 걸까·
대연무장 외곽·
당초와 은소소가 육포를 뜯어가면서 전음을 나눴다·
– 천공단은 원래 막장인데 할아버지는 그걸 아직 모르시는 것 같아요·
– 한데 천공단도 대단하지 않니? 저렇게 맞고도 포기를 모르잖아·
– 그러게요· 으잇! 금적 선생님 또 날아가요!
쿠웅!
“으으으윽·”
땅에 처박힌 금적자가 몸을 마구 비틀었다·
그 곁으로 다시 날아든 건 항마삼협·
방금 전 상황과 같아서 기시감이 드는 광경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금적자와 항마삼협은 다시 몸을 일으켜갔다·
불굴의 의지·
포기를 모르는 사나이의 근성·
천공단의 기상!
그런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포기해야 할 땐 누구보다 포기가 빠른 천공단이다·
단지 이 상황은
포기할 수 없어서였고 포기해서도 안 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지금 이 순간은 기연·
놀라운 기연을 맞이하고 있는 중이다·
처음엔 단순히 현경의 고수와 겨뤄볼 수 있는 기회를 부여받았다고 생각했는데 맞아본 다음 깨달았다·
기회이면서 기연·
암향야가 전신경맥을 타통해주고 있다·
이미 녹아든 공청석유와 새로 맞이한 천년금구의 내단의 융화를 돕고 있었다·
맞을 때마다 위치가 다르고 맞을 때마다 경맥이 확장되며 출렁인다· 금구의 기운이 공청석유의 기운에 흡수되어가는 가운데 고통은 삽시간에 가라앉고 이내 왕성한 기운이 솟아오르고 있었다·
그러니 포기할 수 있을 리가·
현경의 고수가 전심전력으로 돕고 있기에
멈춰서는 안 되는 일·
그건 천공단 모두가 느낄 수 있었기에 불같이 달려들었다·
심지어 소림의 무광까지·
“아미타불! 암향야 손속에 사정을 두지 마십시오! 크아아아아아악!”
소림의 미래·
전례 없는 소림의 천재도 알아차렸기에 끝도 없이 신형을 날려갔다· 공청석유를 받은 적도 금구의 내단을 흡수한 적도 없지만 무광은 소림의 대환단을 복용한 터· 그 기운이 타격당할 때마다 녹아들고 있었기에
부딪혀갔다·
“더 세게! 더 강하게! 크어어어어어어!”
‘후후후· 재밌는 놈들·’
매번 천공단을 날려버리는 가운데 당명은 내심 즐거운 마음을 금치 못했다·
천공단이 생각보다 똑똑한 것이다·
그저 얼빠지고 정신 나간 놈들인 줄 알았는데 상황 파악이 예상을 뛰어넘는다·
한편 놀라기도 했다·
경맥 타통을 돕게 된 건 대형의 지시·
대형의 지시를 듣는 가운데 천공단이 공청석유와 금구의 내단을 이미 받아들였다는 이야기를 듣긴 했는데 실제로 손을 섞어보니 예상했던 것보다 천공단 하나하나 내공력이 중후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리고 또 다른 놀라움이라면
각각의 재능에 관해서였다·
‘대형은 어찌 이런 놈들만 쏙쏙 고른 건가?’
누구 할 것 없이 타고난 재능들·
심지어 어린 거지조차 도저히 열두 살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수준이요 영민함이었다·
물론 그중에서 단연 돋보이는 건 남궁연·
젊은 무리 중에서는 압도적이며 벌써 화경의 문을 두드리려 한다·
이놈은 도대체 얼마나 구른 건가·
그리고 얼마나 많은 걸 보고 깨달은 것인가·
화경에 이른다는 건 깨달음이 없이는 불가하다·
내공만으로는 결코 이를 수 없다· 자신의 마음 내면을 깊게 들여다볼 수 있어야 하고 무학을 바라보는 시선 자체도 달라야 한다·
‘대형에게 물든 것인가?’
그렇겠지?
당명은 자신도 그런 과정을 겪었기에 남궁연이 어떤 길을 걸어갔을지가 보이는 것 같았다·
또 눈에 띄는 이들은
금적자와 무흔신투·
금적자는 화경의 극에 거의 근접했다·
근엄하고 진지한 정상인이었을 때만 해도 화경의 초입이었던 금적자였기에 지금의 성취는 실로 놀라운 진전이었다·
무흔신투는 신법이 경이롭다·
대형의 인간 비둘기였던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신법이 나아졌다· 신법만 놓고 보자면 현경의 예에 이른 고수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수준·
그리고 더 나아지겠지·
이 시간들이 지나면 모두가 한층 나아갈 것이다·
그런 기대 속에 사흘이 지났다·
약속하길 사흘 동안이라고 했지만 당명은 조금 더 시간을 가졌다·
하루 더 그리고 하루 또 하루 더·
원래 정이란 패면서 깊어지는 법이니까·
맞으면서 깊어지는 법이니까·
당명은 점점 천공단이 좋아졌고
천공단은····
“저기요· 이제 그만해도 되지 않아요?”
“시발 제발 밤에는 잠을 자자고!”
“크아아아아아아악!”
밤이면 밤마다 불려나와 얻어터졌다·
**
보름 후·
후공은 수행을 마무리했다·
성취는 9성 후반·
공고해졌다·
모든 양분을 흡수한 삼악의 기운은 이미 해일·
웅혼하고 거대한 기운이 전신경맥을 천천히 맴돈다·
이미 지력을 상쇄하는 지무가 운용 가능해진 터라 허공은 지상이나 다름없어졌고 환명은 전보다 강화되었다·
현경의 극에 이른 고수에게 꿰뚫렸던 환명은 단단해졌고 백이십 개에 달하는 환명을 불러낼 수 있게 되어 일거에 펼쳤을 시 주변이 거대한 물결처럼 출렁일 정도·
환명의 또 다른 변화라면 이제 천람의 기운이 담긴다·
환명에 닿게 되면 천람의 기운에 상대는 부조화를 일으켜 기운이 교란되고 마기라면 정화되어 흩어질 터·
검령과 번쾌친의 기운도 7성 후반일 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진전을 보였다· 촉산의 결전에서 각성했던 지점을 넘어섰다·
천향사주도 진전을 보였다·
조만간 천향의 마지막 경지인 천향오주도 멀지 않음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정교해졌다·
뜻밖의 진전이라면
화극·
화극을 받아들이고 화극의 공법을 수행할 때만 해도 화극이 일주에서 이주로 넘어가기까지 대략 삼 년 정도를 예상했는데 이번 수행 중에 화극이주로 나아간 터·
‘그만큼 정결한 기운이기 때문이겠지·’
화극은 불의 정화 중의 정화·
정순하기 이를 데 없는 삼악과 조화가 좋은 것이리라·
확인해보자·
석실을 나섰을 때는 밖은 동이 터오고 있었다·
그리고
[우와아아아! 주인님이 나오셨다!]
[그윽 그윽!]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색관조와 금섬이 반갑게 날아들었다·
“잠은 안 자냐?”
[까르르르르르· 잠은 낮에 자요· 요즘 낮과 밤이 바뀌었답니다·]
천공단이 밤이면 밤마다 얻어터지는 탓에 그걸 구경하느라 잠드는 시간이 바뀐 터·
[저희뿐 아니라 아가씨도 이미 나와 있어요! 그리고 또 한 사람이 오는···· 어? 이미 왔네· 까르르르르르·]
저만치 아침 일찍 일어나 산보를 하고 있던 제갈혜가 다가오고 있었고 당명은 어느 순간 이미 눈앞·
– 대형!
– 백부님!
들려온 전음에 후공이 미소를 머금었다·
대형 백부·
이런 말을 듣고 있자니 원래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온 것만 같았다·
– 대형 목욕물을 준비하라 하겠습니다·
– 잠시 다녀올 곳이 있다·
– 함께 가시죠·
– 그럴까?
그 말에 이미 당명은 싱글벙글·
“후후·”
후공이 웃으며 신형을 날렸고 당명과 제갈혜가 뒤따랐다·
*
잠시 후 도착한 곳은 어느 산야·
나무와 숲 대신 암석만이 가득한 산의 중턱에 멈추자 따라 날아온 색관조가 소란을 떨었다·
[까르르르르르르· 주인님 이거 그거죠? 이거 그거 맞죠?]
주인이 수행을 마칠 때면 언제나 확인을 한다는 걸 알고 있는 색관조였다· 그러니 이번에도 틀림없었다·
[저기 저 멀리로 날아가 있을까요?]
“아니·”
[그럼요?]
후공이 확인하고 싶어 한 건 화극·
화극이주가 되면서 가능해진 화옥을 구현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화옥(火獄)·
지옥의 불구덩이·
북해빙궁의 빙벽을 녹였던 염화보다 더한 불길·
“이십여 장 밖으로 물러서 있어라·”
혜와 아우에게 드러내지 못할 이유가 없다·
그리고 보여주고 싶기도 했다·
특히 혜에겐·
과거에는 그저 목마나 태워주고 눈 앞에서 느릿느릿 걸어다니는 것이 전부였으니
‘화옥·’
우수를 떨쳐낸 순간
푸르고 투명한 불덩이가 바닥에 닿았다·
화르르르르·
닿는 순간 주변 방원 삼 장여 암석이 녹아내렸다·
거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가히 지옥의 불길! 부글부글 들끓어가면서 용암물이 되어 꿈틀거렸다·
마치 폭발하며 분출하는 화산의 용암처럼 노랗고 붉은 용암물이 튀어오르기도 했다·
[우와아아! 용암이야! 주인님이 용암을 만드셨어!]
[그윽 그윽 그으으으으윽!]
색관조와 금섬이 미쳐 날뛰었다·
제갈혜도 입이 쩍 벌어졌다·
멀찍이 떨어져 있음에도 뜨거운 열기가 전해져 한참이나 더 물러나야 할 정도였고 모산파를 만났을 때도 떠올라 할 말을 잃었다·
그건 당명도 마찬가지였다·
“무 무슨····”
그야말로 충격적인 광경이었다·
아미파에서 백혼곡의 마두 하나를 태워버릴 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충격이었다·
대형의 온전한 경지를 수없이 본 터라 더 놀랄 것이 뭐겠냐 싶었는데····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용암물을 본다·
용암을 딛고 서 있는 대형의 태연한 모습도·
다시 만난 대형은 이미 다시 저만치 자신을 앞서가고 있었기에
“하하하하하하하하!”
당명이 미친 듯이 웃음을 터뜨렸다·
“굉장해 굉장해요! 하하하하하!”
제갈혜도 두 팔을 들어올리며 펄쩍펄쩍 뛰었다·
색관조와 금섬도 동참·
[굉장해 굉장해요 주인님! 까르르르르르르르르!]
[그윽 그으으으으으으으윽!]
“후후·”
후공은 그저 웃음·
화옥은 충분히 만족스럽고 제갈혜와 당명의 모습도 보고 있자니 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이내 들끓는 용암을 빙정으로 굳혀갔다·
빙정의 기운은 미약하게 남아 있을 뿐이고 화옥의 열기가 뜨거워 식히는 건 시간이 더디게 흘러갔다·
그렇게 산을 내려갈 때였다·
후공이 멈춰 한 지점을 바라봤고 뒤이어 당명도 미간을 좁혔다·
누군가가 엄청난 속도로 달려오고 있었다·
정확히는 스쳐 지나는 길·
곧 신형이 드러나면서 당명이 갸웃했다·
어렵지 않게 얼굴을 알아볼 수 있었다·
게다가 상대의 신법은 천기신보·
– 대형 알아보시겠습니까?
– 대광이구나·
– 하하하하하!
당명이 웃음을 터뜨렸다·
원래는 대광이 아니라 제광이다·
대광은 그저 머리가 유달리 커 대형이 놀려댄 이름·
당명이 손을 들고는 소리쳤다·
“어이! 대광!”
스쳐 지나려던 제광이 급히 신형을 멈췄다·
이내 당명을 알아보고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암향야? 왜 여기에?”
“설마 날 만나러 온 건 아니겠지?”
“만나러 온 거요·”
“응?”
청해성의 곤륜파·
구대문파 중 가장 서쪽에 있는 곤륜의 장로 제광이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