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8화· 호재냐?
꾸꾸와 퀄퀄퀄의 대결은 무승부·
언제까지나 이어질 것 같던 답도 없는 승부는 백화장주의 개입으로 중단되었다·
찰싹!
백화장주 묘운료가 반광의 등짝을 가격하며 멈춰 세웠다· 전음을 보내는 것도 잊지 않았다·
– 장문인 제발 좀 그만하시오!
“퀄ㅋ····”
그제야 정신을 차린 반광이 멋쩍게 웃었다·
너무 정신이 팔렸다·
암향야가 이렇게나 이상하게 웃는 사람인 줄은 미처 몰랐지·
– 갑시다·
– 그럽시다·
암향야가 끝이 아니다· 인사를 드려야 할 이는 아직 한 사람이 더 남아 있는 것이다·
더 대단한 이·
천하제일인의 또 다른 아우·
풍제·
그에게 인사를 드려야 한다·
풍제를 본 적은 없었다·
하지만 이제 보게 된다 싶으니 벌써부터 두 사람은 입이 마르고 심장이 두근거렸다·
“암향야 저희가 풍혼마제께 인사를 드려도 되겠습니까?”
“안 될 건 없지·”
“감사합니다·”
평온히 답했지만 둘 다 내심으로는 뛸 듯 기뻐했다· 아무도 없었다면 펄쩍펄쩍 뛰며 환호성을 질렀으리라·
길 안내는 윤과 부몽이 맡았다· 윤과 부몽은 정신이 나갈 것 같은 표정을 떨쳐내지 못했고 전각 앞까지만 인도하고는 도망치듯 달아나버렸다·
그렇게 마주했다·
청월문주와 백화장주는 극진히 예를 갖춘 후 오들오들 떨었다· 특별히 어떤 기운이 압박해오는 건 아니었다·
그저 마교 교주!
존재만으로 풍기는 분위기만으로 압도당해 정신이 아득해져 갔다·
먼저 용기를 낸 건 청월문주 반광이었다·
“퀄퀄 살면서 이런 영광의 날을 맞이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마제께선 대공자와 어떻게 인연이 닿게 되신 건지 궁금합니다· 퀄퀄퀄·”
풍제가 갸웃하며 바라봤다·
“흐음····”
밖에서 오간 대화는 모두 듣고 있었다·
당명의 꾸꾸며 갑자기 터져 나온 대형의 웃음소리까지도·
“퀄퀄··· 왜 그러시는지?”
왜 그러냐니?
교 내에도 기괴하게 웃는 놈들이 많다지만 퀄퀄에 비하면 평범해 보일 지경이다·
그래도 조금 친절을 베풀어 볼까·
이곳은 대형의 새로운 보금자리고 이들은 대형의 손님이니·
“이름이 반광이라고?”
“네·”
“따라해 봐라·”
“네!”
누구 말이라고 거역하겠는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것만으로 반광은 몸 둘 바를 모를 지경이었기에 씩씩하게 답했다·
“하·”
“하!”
“하·”
“하!”
“하·”
“하!”
풍제가 고개를 끄덕였다·
“방금 말을 이어서 말해 봐라·”
“하! 하! 하!”
“그래 그렇게 웃는 거다·”
“아!”
반광이 탄성을 내뱉고는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
“퀄퀄퀄퀄퀄 그렇게 웃는 것이었군요· 가르침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퀄퀄퀄퀄퀄퀄퀄·”
그 결과
“꺼져라·”
“··········”
갑작스런 축객령에 반광이 시무룩하니 물러났고 백화장주 묘운료는 반광을 향해 사납게 눈을 흘겼다·
그다음 향한 곳은 대공자의 처소·
어디로 가버린 것인지 보이지 않는 윤과 부몽을 대신해 안내를 맡은 건 송화였다·
함께 걸으며 묘운료가 넌지시 물음을 던졌다·
“송화야 이게 다 무슨 일이냐?”
대공자는 어떻게 풍제와 암향야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이냐· 그렇게 물었다·
“무슨 일이라뇨· 평범한 일상이죠·”
“평범하다고?”
“저도 따라다녀 보면서 알게 되었어요· 몰랐는데 주인님은 원래 외향적이셨던가 봐요· 그래서 가는 곳마다 만나는 이들마다 누구 할 것 없이 주인님의 친구가 된답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상대가····”
“제가 볼 땐 이건 신검 때문인 것 같아요·”
“신검?”
“네 천하제일인의 신검· 일전에 저희 서고에 도둑이 들었거든요· 별호가 뭐였더라· 뭐 아무튼 굉장히 이름 높은 도적놈이었어요· 그 도적놈에게서 신검이 도난당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 거죠· 그때 제갈 소저께서 엄청 화가 많이 나셨어요· 근데 또 우리 주인님께서 제갈 소저를 굉장히 애지중지하시거든요· 찾아주시겠다며 바로 길을 떠나셨죠· 덕분에 가주님께선 왜 오자마자 가냐며 맹주의 신검을 왜 천화서고가 찾으러 가냐며 난리도 아니었답니다·”
말이 뭔가 오락가락하는 느낌이었지만 반광과 묘운료는 핵심을 놓치지 않았다·
“그래서 결과는?”
“신검을 찾은 거냐?”
이미 송화의 목에는 힘이 가득·
“뻔한 걸 물으시네요· 당연히 찾으셨죠·”
“허····”
“퀄····”
훔친 놈도 놀랍지만 그걸 다시 찾은 대공자는 더 놀라워 둘은 머리가 어질거렸다·
그런 반응에 송화는 피식·
“놀라시긴 일러요·”
“왜?”
“그 신검들이 현재 어디에 있게요?”
“무림맹이겠지·”
“땡! 천화서고에 있답니다·”
“그 그게 무슨?”
“주인님께서 신검의 새로운 주인이 되셨으니까요·”
반광과 묘운료가 걸음을 우뚝 멈췄다·
방금 뭔가 이상한 말을 들은 것 같은 것이다·
“뭐라고?”
송화가 돌아보며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들으셨잖아요· 찾은 사람이 임자죠· 누가 잃으랬나요?”
당당함이 말로 할 수 없었다·
반광과 묘운료는 반박의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평소라면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한다고 웃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방금 풍제와 암향야라는 거인들을 만나고 온 길이 아닌가·
“어서 가자 어서!”
**
이내 마주한 자리
반광과 묘운료는 폭풍이 되었다·
“대공자 정말인가?”
“대공자 신검이 천화서고에 있는 것인가?”
“대공자 신검의 주인이 된 게 사실인가?”
“대공자 풍제와 암향야와는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된 것인가?”
“대공자아아아아아아! 말 좀 해보게!”
후공은 그저 웃음·
대폭 축소하고 대충 둘러댔다·
“여러모로 운이 좋았습니다· 그 와중 풍제와 암향야 두 분과 인연이 닿았습니다· 두 분은 제가 기특해 보이고 귀여워 보이나 봅니다·”
“허허··· 대단허이 대단해·”
“퀄퀄퀄·”
묘운료와 반광이 너털거렸다·
이해 안 되는 말이 많았지만 보이는 현실이 증명하고 있으니 그저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절로 몸도 들썩거렸다·
너무 엄청난 일이 아닌가· 다른 이들에게도 알리고 싶어졌다·
“대공자 다른 이들에게 이 소식을 전하면 다들 오고 싶어할 것 같네만·”
소식을 전해도 되는지 이후 다 함께 천화서고로 와도 괜찮은지에 대한 물음·
후공은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이 밤이 가기 전 뵙죠·”
“하하하하 자넨 언제나 시원시원하군·”
“퀄퀄퀄!”
두 사람이 방을 나선 후 후공은 한 사람을 떠올렸다·
순간 눈 앞에 빛이 번뜩였다·
크릉!
검령이었다·
주인이 누구를 떠올리는지 알기에 검령은 방 안을 휘저으며 한참을 날아다녔다·
‘후후 그래· 철금회주가 기뻐하겠구나·’
**
그 시각·
천화서고는 적막강산이 따로 없었다·
진실을 마주했기 때문이었고 진실이 감당되지 않아서였다·
대공자와 함께 온 두 사람이 마교 교주와 사천당가주라는 것이 사실로 드러났기에 숨도 크게 쉬지 못했다·
노가주도 비상이 걸렸다·
대책 회의라는 명목 아래 아들과 두 손자와 함께 둘러앉았는데 딱히 대책이랄 것이 떠오르지 않아 침묵이 길어졌다·
이윽고 끙끙 앓는 소리만 내던 노가주가 입을 열었다·
“호재냐?”
“호호호··· 호재입니다·”
“부몽 왜 말을 더듬고 그러느냐· 놀랐지 않느냐!”
“죄송합니다· 할아버지·”
노가주의 미간은 더 깊게 파였다·
어떻게 봐도 호재 같지 않은 것이다·
일이 너무 커져버렸다·
신검 이야기도 그렇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는데 그것도 진짜란 소리였다·
“아버지 이러다 무림맹이 신검을 찾겠다고 본 서고에 쳐들어오는 것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후우··· 나도 그게 걱정이다· 무림맹이 그걸 순순히 내주었을 리 없는데·”
아들의 말에 노가주가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즉각 윤과 부몽이 이심전심 위로의 말을 건넸다·
“할아버지 아버지· 너무 심려치 마십시오·”
“응?”
“무림맹이 쳐들어온다 해도 뭘 할 수 있겠나요?”
“응??”
“우리에겐 마교 교주님이 있잖아요·”
“응???”
“형님 말씀이 맞습니다· 큰형님과 암향야도 있고요· 싸움이 나면 우리 쪽이 승산이 높습니다·”
“지금 승산이 낮아서 걱정하는 것이 아니잖느냐!”
노가주가 고함을 내지르곤 손으로 머리를 감쌌다·
“하아··· 어찌하여 천화서고가 강호의 일부가 된 것 같은지· 아니 일부가 아니구나· 이 정도면 강호의 중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대체 이게 무슨 난리인 거냐·”
큰아이는 대체 어떻게 된 건가·
하루가 멀다 하고 세상을 등지려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이젠 그런 날이 있긴 했던가 싶을 지경·
정신을 차린 것까진 좋은데 이쯤이면 너무 차린 셈이다·
또한 극과 극이다·
죽으려 하거나 죽이거나·
중간이 없다·
왜 이렇게 된 건까?
“아···· 그러고 보니·”
노가주는 문득 1년 전 큰아이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그땐 괴이하다고만 여겼는데····
“할아버지 무슨 생각을 하시는 건가요?”
“큰아이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네?”
“자신은 죽었다고· 죽었으니 더 이상 죽을 수도 없고 죽을까 두려워하고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
모두 눈이 커졌다·
그 말은 처음 들은 것이다·
노가주의 눈이 깊어졌다·
“쪼그려뛰고 다리를 찢으면서 말했지·”
“아!”
“내가 물었다· 그럼 넌 누구냐고? 그랬더니 척 기마자세를 취하면서 말하더구나· 천하제일인이라고! 방금 시작했는데도 다리를 엄청 후들후들 떨면서·”
“그때였군요· 과거의 자신을 떨쳐낸 게·”
“그래··· 그때 말렸어야 했다· 천하제일인 따위 될 생각 말라고 했어야 했다·”
모두 고개를 주억거렸다·
천재가 이렇게 무섭다·
한번 마음을 정하니 끝을 모르고 달려가버린다·
“할아버지 그래도 그 결정이 있었기에 서문세가의 겁난에서 벗어날 수 있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요·”
그 말도 맞는 말이었다·
부몽의 말에 모두가 또 다시 고개를 주억거렸다·
“할아버지 이왕 이렇게 된 거 큰형님이 천하제일인이 되면 좋겠습니다·”
“천화서고는?”
“무가로 거듭나는 거죠·”
윤의 그 말에는 모두 눈을 흘겼다·
***
저녁쯤엔 안휘 북부가 들썩였다·
소식을 접한 명문가들은 경악 반 불신 반이었다· 그러면서도 채비를 서둘렀다·
거짓이면 어떤가·
오랜만에 대공자를 만날 수 있는 기회인 걸·
대공자의 명성이 강호를 뒤흔들면서 도통 얼굴을 볼 수 없었는데 기회를 잡았으니 그것이면 충분했다·
하지만 온전히 믿는 이도 있었다·
철금회주 단연청이었다·
“강무야 뭘 꾸물거리는 것이냐!”
당장 달려가고 싶은 마음에 아들에게 역성을 낼 정도였다·
“아버지 믿으시는 건 아니시죠? 대공자는 농담을 즐겨합····”
“말할 시간이 없대도!”
“····”
단강무는 시무룩·
단연청은 그러거나 말거나였다·
들뜬 마음을 주체할 길이 없었다·
그럴 수 밖에 없다·
이제 곧 천하제일인의 신검을 보게 되는 것이다·
한편으로 두렵기도 했다·
자신이 만든 검이 혹시 버려진 건 아닐까·
창고에 처박혀 있게 되는 건 아닐까·
누구는 그렇게 쓸데없는 걱정을 하며 걸음을 재촉했고 또 누구는 기대를 안고 천화서고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