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3화· 추적·
전송된 것이 아니다·
기이한 광경도 구조나 과정을 알고 보면 다르다·
단순함에 놀랄 때가 많다·
지금이 그러했다·
후공이 기막을 둘러 일시적으로 정적·
그 정적 아래
침상을 들어올려 침상 아래로 지귀객이 파고들었다·
구르르르르르르르·
지귀객을 뒤따라 하나둘 내려갔고 후공이 마지막으로 내려가면서 침상을 다시 제자리로 내려앉힌 다음 기막을 거둬들였다·
그로 인해 방의 소리는 돌아왔다·
땅을 파내려가는 소리는?
구르르르르르르· 계속 이동하면서 거친 소리를 발했지만 새는 듣지 못했다· 땅을 이동하는 중에도 주변 공간에 기막을 둘러 소리를 차단했기 때문·
그렇기에
추혼자는 머리가 얼얼할 지경이었다·
‘이게 가능한 일인가?’
그야말로 증발·
그는 지귀객을 보긴 했어도 누군지 어떤 공능을 지니고 있는지 알지 못했기에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바닥이나 침상을 들춰볼 생각을 할 수 없었다· 마지막에 들려온 대화도 혼란을 부추겼다·
어디로 가는 건가요?
일단 천화서고로!
지금 바로!
‘지금 바로!’
이 한 줄에 머리가 사로잡혔다· 다른 걸 생각하기 어려웠다·
모든 과정은 사전에 약속되었고 대화조차 천화서고 대공자에 의해 미리 짜여진 것임을 알았다면 방 안 이곳저곳을 새를 통해 들춰봤을 것이다·
바닥에 깔린 융단을 걷어 보든 침대를 새의 한쪽 날개를 휘둘러 날려버리고 그 아래를 들여다보든·
동공을 흔들어대던 추혼자는 퍼뜩 한 가지 생각을 떠올렸다·
‘향? 그래 향이다!’
은신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니·
어딘가에 숨어 있는 것인지도 모르니·
그런 생각으로 시안조에게 의식을 투영했다·
이질적인 향을 찾아라!
이내 시안조가 탁월한 후각 능력을 발휘했다· 개의 후각 정도는 후각이라고 할 것도 없는 수준의 시안조가 방 안 곳곳을 천천히 날며 향에 집중했다·
하지만 실패·
시안조의 후각이 제아무리 뛰어나다 해도 상대는 향의 주인· 본래라면 바닥이 파이면서 튀는 돌가루 냄새와 그 아래 구멍을 통해 흙내음이 물씬 풍겼겠지만 후공은 침대 아래 쪽의 향을 채취하여 복제 구멍 쪽으로 흩뿌려두었다·
침소에서 향을 탐지하는 것조차 물 건너간 후
시안조는 다시 밖으로 나갔다·
공동파를 빙 둘러 살피고 더 넓은 범위를 살폈다·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다·
심지어 말하는 새도 금빛 두꺼비도·
*
그 시간 지귀객은 짜릿함을 느끼고 있었다·
구르르르르르르·
‘내가 이런 보탬이 될 줄이야·’
조금 쩌는 느낌·
대공자님과 현경의 고수들과의 동행이다·
고작 땅 파는 재주를 부리는 자신이 무슨 도움이 될까 싶었는데 이렇게 큰 역할을 하게 될 줄이야· 너무 기쁘고 보람 차 몸속의 피가 덩실덩실 춤을 추는 것만 같았다·
떠나올 때 무산쌍웅이 지어 보이던 비열하고 잔혹한 웃음도 떠올랐다·
‘야 두더지 새끼! 여차하면 넌 제일 먼저 세상 하직이야·’
‘클클클 불쌍한 새끼· 어쩌다 이렇게 됐냐·’
시발 새끼들이 뭘 잘못 처먹었나· 뭔 갑자기 저주인가 싶을 때 내밀어졌다·
‘이거나 받아·’
‘응?’
단약이었다·
뭐냐고 물으니 약왕문의 원신단·
약왕문의 보물·
최초 결성된 천공단마다 3개인가 4개인가를 각각 지니고 있다는 걸 듣긴 했다·
이걸 나에게 준다고?
아무리 재산이 많아도 남 주는 건 아까운 법이다·
하물며 원신단은 보물이 아닌가·
울 뻔했다·
눈물을 글썽이자 짜증 섞인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울면 죽여버린다·’
‘다시 내놔!’
그에 대한 답은
‘시발놈들아아아아~~~·’
‘하하하하하하!’
‘클클클·’
그렇게 응원을 받고 왔어도 할 일이 있을까 싶었는데!
그런데 내가 이런 식으로 기여하다니!
피가 춤을 추니 지귀객은 더 열심히 지하를 뚫으며 나아갔고 그 뒤를 잇는 이들 중 땅속 여행은 처음인 검존과 현음은 연신 감탄했다·
“내 살다 살다 땅속을 뛰어다니게 될 줄은 몰랐소이다·”
“동감이에요· 빠르기까지 하니 헛웃음이 나오는군요·”
지하수를 건드리지도 않는다·
공간도 넓었다· 서서 달려도 될 정도·
뚫린 땅굴은 심지어 무너지지도 않으니 천연 동굴을 연신 생성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풍제 당신네들 패거리는 항상 이런 식이오?”
당신네들 패거리는 후공 일당·
기상천외한 묘수였기에 늘 이래 왔던 것이냐 물었다·
“그땐 우리에겐 잠수부만 있었지·”
“동정용왕?”
“후후·”
풍제는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대형이 돌아온 것이 실감나는 것이다·
지금과는 달라도 대형과는 늘 이런 식이었다· 적을 기만하고 농락한다·
이제 잠수부도 바뀌었다·
과거 잠수부는 동정용왕이었지만 이젠 금섬·
대형의 말에 의하면 금섬이 그렇게 잠수 능력이 뛰어나다고 하지 않았던가·
한편 현이신녀도 미소가 한가득이었다·
천화서고에 들어선 후 그곳에서 겪은 일만으로도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얻었는데 지금은 그 이상인 것이다·
– 사저 무슨 생각해요?
그렇게 웃고 있는 모습을 본 현음이 물어왔다·
– 사기꾼·
– 사기꾼요?
– 응·
현이는 이 동행이 사기꾼들과 함께하는 것 같았다·
천화서고 대공자 마교 교주 사천 당가주·
이 세 사람이 사기꾼 같았다·
마교 교주인 풍제와 사천당가주보다 천화서고 대공자가 왜 더 사기꾼 같은 건지는 알 수 없었다·
왜 풍제와 암향야가 대공자를 존중하는 것 같은지도
그 두 사람을 대공자가 왜 편하게 대하는 것 같아 보이는지도 알 수 없었다·
상관없어·
‘신나!’
빙벽에서 보낸 70년을 끝도 없이 보상 받는 느낌·
대공자가 보상해주고 있는 느낌·
‘재밌어!’
그때 들려왔다·
“이제 나갑니다!”
구르르르르르르·
지귀객이 땅을 뚫고 지상으로 올라갔다·
햇살이 눈부시게 쏟아져내리는 가운데 뒤따라 모두가 지면을 딛고 섰다·
멀리 공동파가 내려다보이는 산야의 중턱이었다·
눈동자가 하얗게 물든 새가 공동파를 날고 있었다·
새의 시선이 스쳤지만 새는 알아차리지 못했다·
거리가 멀어선 아니었다·
이미 모두는 은신·
이제 지켜보는 건 누구지?
상황은 뒤바뀌었다·
*
추혼자의 눈동자는 여전히 하얗게 물들어 있었다·
계속 살펴야 했다·
추궁 당하고 있는 탓이었다·
“사라졌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
“넌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이냐!”
세 사람이었다·
하나는 젊은 청년이었고 둘은 노인이었다·
추혼자가 부른 건 아니었다·
황망함에 중얼거리는 그의 목소리를 들은 세 사람이 들이닥친 터·
추혼자는 손을 덜덜 떨며 다시 설명했다·
본래의 눈동자로 돌아오지 않아 그의 눈에는 눈 앞의 광경과 시안조가 보고 있는 공동파의 정경이 겹쳐 보였다·
최대한 성의를 보여야 하는 것이다·
지금도 보고 있노라며·
눈 앞의 세 사람은 자신의 상관·
광충·
뇌극파·
안령비·
자비가 없다·
또한 대체할 사람은 많다고 생각하는 이들이었다·
공동파를 버리고 떠나면서 한 줌 혈수로 녹아내리며 죽음을 맞이한 것도 태반이 동료들이었다·
실패에 대한 분노가 고스란히 참살로 이어졌다·
“미 믿어주십시오· 그들은 그런 이야기를 나눈 후 종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덜덜 떨고 땀을 비 오듯 흘리는 모습에 깊은 침묵이 내려앉았다·
하지만 짙은 살기는 여전·
청년이 입을 열었다·
“전송일 리가· 그것도 천화서고로? 터무니없다·”
“천화서고의 진법이 뛰어나다는 이야기가 있다 해도 말이 안돼!”
“거론할 가치도 없지·”
두 노인도 싸늘하기 그지없었다·
한 노인의 시선이 추혼자에게 향했다·
“추혼자 너는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냐?”
“불가합니다·”
추혼자는 지체없이 답했다·
물론 거짓이었다· 마음 속 생각은 달랐다· 전송일 것이라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고 있었다·
“그래 전송이 가능하다면 그들은 무림맹에서 공동파로 즉시 도착해야만 했다· 그리고 전송이라 가정해도 주변 환경이 말이 되지 않아!”
그 말에는 추혼자도 마음이 흔들렸다·
진법이 발동된 흔적은 그 어떤 것도 찾지 못한 것이다·
그래도 천화서고라면
천화서고에 소환하는 진법이 있는 것이라면····
청년과 노인들의 대화가 이어졌다·
“대체 어떻게 사라졌지? 은신인가?”
“은신이라면 향까지 속일 순 없다·”
“땅을 파고 들었다면?”
“그렇다 해도 향은 달라졌을 테고·”
“설마 시안조를 알아차린 건가?”
“시야가 공유되고 있다는 것까지?”
“그 선을 볼 수 있을 리가·”
“후공은 어디에 있지?”
“····”
그 물음에 대화는 바로 교착 상태에 빠졌다·
살아 있는 건가 죽은 건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계획이 어그러지고 정황은 쫒기는 느낌·
정황만을 보자면 후공이 살아 있다는 생각을 떨치기 어려운데 정작 어디에도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이다·
깊은 침묵 후 청년의 시선이 추혼자에게로 향했다·
“두 여인은?”
“누군지 알아볼 수 없었습니다·”
“신분도?”
“죄송합니다·”
“소녀는 반로환동한 절세 고수일 테고 젊은 여인도 녹록지 않은 인물일 테지· 또 한 명의 중년인 또한·”
청년의 시선이 노인들에게 옮겨졌다·
“후공의 생존 여부가 불확실하니 다시 확인이 필요할 것 같군· 곧바로 계획을 실행해야겠어·”
“그러지·”
두 노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청년은 다시금 추혼자를 바라봤다·
“추혼자· 시안조를 복귀시킨다·”
“네!”
“그 전에 확인부터· 그자들이 어떻게 사라졌는지는 알 수 없으나 한 곳을 둘러볼 필요가 있다· 지금 즉시 무림맹으로 향해라· 그곳을 살펴라·”
추혼자는 바로 의미를 이해했다·
무림맹은 종적도 없이 사라졌지만 그곳엔 한 사람이 남아 있는 것이다·
화산의 검선·
마치 기다리듯 남아 있었기에 종적도 없이 사라진 이들이 검선과 합류할 가능성을 보고 있는 것이다·
*
시안조가 엄청난 속도로 하늘을 질주했다·
눈동자는 어느샌가 노란빛·
미칠 듯한 속도에 산이 빠르게 뒤로 밀려나고 새로운 산이 나타났다· 그 산도 이르렀다 싶을 땐 어느샌가 밀려났다·
누가 따라올 수 있을 것인가·
그렇게 장담했지만
[어후 너무 느려· 굼벵이가 따로 없네·]
[큭큭큭!]
시안조의 멀찌감치 뒤에서
하늘 높이 구름 위를 돌파하며 색관조와 금섬이 재잘거렸다·
거리를 좁히진 않았다·
구름색과 하늘색과 동화되어 흐물거리는 형태를 취하고 있음에도 신중에 신중을 기했다·
그리고 다시 그 너머로
색관조와 이어져 있는 천향의 선을 따라 후공과 일행이 질주했다·
– 대공자 새는 어디로 가는 걸까요? 혹시 천화서고로 가는 걸까요?
현이신녀의 전음에 후공이 빙긋 웃었다·
– 현이신녀 상대가 그렇게 바보는 아닐 겁니다·
– 그럼 어디로?
– 대충 짐작은 됩니다·
– 그래요?
– 네 바삐 날아가는 걸 보아하니 아무래도 짝을 찾아서 가는 것 같아 보입니다만·
“하하하!”
현이신녀가 전음도 잊고 웃음을 터뜨렸다·
– 짝을 찾을 때면 저렇게 되는 건가요?
– 아마도·
– 대공자도 짝을 찾으면 저런 모습일까요?
– 아마도·
상대는 누굴까?
‘나였으면 좋겠어·’
그 생각 때문에 현이는 뺨이 붉어졌다·
– 현이신녀 춥습니까?
현이의 뺨은 붉어지다 말았다·
‘사기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