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0화· 천롱삭은 당연히 양보해야지·
주란이 천롱삭을 운용하기까지 필요한 시간은····
‘칠 일·’
후공은 자신이 요결을 전수했으니 짐작할 수 있었다· 그녀가 매우 뛰어난 이라는 점에서는 하루나 이틀 정도 앞당겨질 수도 있을 것이다·
후공은 그 사실을 일행에게 알렸다·
기다려야 할 시간과 천롱삭에 관한 전반적인 내용에 관해서도 가감 없이 설명했다·
적을 아는 건 중요하지만
아군의 힘을 아는 건 중요한 정도가 아니다·
절대적이다·
“흥! 죽 쒀서 개 준 느낌을 지울 수 없군·”
먼저 반응한 건 당명이었다·
콧방귀를 뀌며 불만을 터뜨렸다·
처음 단혼각주가 주란이며 제자에게 배신당한 스승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만 해도 가련한 마음을 품었던 당명이었지만····
생각할수록 가련하고 말고가 없어졌다·
“주란은 모든 일의 시작이고 제자 하나 간수 못 한 머저리가 아닌가! 그런 주란이 천롱삭을 가질 자격이 있나? 내 생각이 틀린 건가 대공자?”
당명은 사납게 노려봤다·
사람이 무르다며 책망하는 눈빛이었지만 실상은 달랐다· 당명은 대형에게 투정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누구보다 주란을 멍청이로 보는 이가 대형일 테니·
누군가에게 속는다· 홀린다·
그건 대형에겐 존재할 수 없는 이야기·
속이는 놈보다 속아 넘어가는 놈을 더 한심하게 보는 것이 대형이었다·
후공은 그저 옅게 웃음만 흘렸다·
진정시키려 나선 건 검존이었다·
“암향야 그렇다고 천롱삭을 가로챌 수도 없는 노릇이잖소· 원 주인이 그녀인데 빼앗는다면 우리가 불한당이나 도적과 다름없소이다·”
“주란은 애초에 몸을 빼앗는 도적의 수괴라 해도 과언이 아닌데 그런 도적놈의 것을 빼앗는 것이 무슨 문제냐!”
당명이 꽥 소리를 지르니 검존이 시무룩해졌다·
그 모습에 검선이 클클 웃었다·
“이 노도도 아깝긴 하군· 대공자의 말대로 천롱삭의 묘용이 그처럼 신묘하다면 단혼각주보다 대공자의 손에서 더 빛날 테니·”
현재 일행 중 누가 가장 강한가·
누군가 그렇게 물어온다면 고민할 것도 없었다·
천화서고 대공자·
수없이 느꼈고 보았다·
그러니 천롱삭이 대공자를 통해 운용되는 것이 이상적이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건 현음과 현이도 같은 생각이었다·
“대공자 단혼각주에게 요청해 보는 건 어떤가요?”
“무리입니다·”
“아···· 혹시 이미 요청해 보았나요?”
“말을 꺼내지도 않았습니다· 그리고 꺼낼 생각도 없습니다·”
“이유가?”
“크흐음···· 붕대에 감겨 있는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어떻게 봐도 사연이 많아 보이고 또 크게 아픈 사람처럼 보여서 영····”
“네····”
현음이 입을 다셨고 현이신녀는 그렇기는 하다며 웃었다·
물론 붕대에 휘감긴 모습도 멋있으리라·
대공자라면·
그저 대공자는 남의 보물을 탐하고 싶지 않은 것이겠지·
그녀의 생각은 틀렸다·
후공은 천롱삭을 취할 생각이었다·
그깟 붕대 감고 있으면 어떤가·
그런 건 의미 없었다·
암호화된 요결을 풀기 전까진 확고했다·
만약 주란이 거부한다면 설득하고 설득이 통하지 않으면 강압도 아끼지 않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요결에 닿았을 때·
양보는 어쩔 수 없었다·
천롱삭을 온전히 운용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오행의 전부· 아쉽게도 자신은 아직 목(木)을 채우지 못한 것· 반면 주란은 오행초를 통해 오행을 이루었기에 현재로선 그녀만이 천롱삭을 온전히 다룰 수 있었다·
‘아쉽지만 일단은····’
그때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공자 한데 천롱자가 상대한 영겁자는 놀랍군· 그가 환혼을 다루는 방식이 진식을 설치할 필요가 없다면 그의 환혼은 훨씬 진보된 것이 아닌가?”
검선이었다·
“저도 많이 놀랐습니다·”
“어떤 묘리로 가능한지 짐작 가는 부분이 있나?”
“짐작컨대 영겁자의 환혼도 진식입니다· 하지만 그의 진식은 외부에 있지 않다·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게 무슨 뜻인가?”
검선이 갸웃했다·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유일하게 답을 찾은 건 풍제였다·
“몸이겠군· 자신의 몸에 진식을 구성한 것이겠지·”
“오호!”
그 말에 후공은 탄성을 발했다·
그러곤 풍제를 향해 엄지를 척 들어 보였다·
“역시 마교 교주께선 안목이 다르십니다·”
풍제는 웃지도 울지도 못했다·
대형이면 웃어야 하는데 지금은 대공자· 짐짓 화를 내야 마땅한데 대형이 엄지를 들어올리고 있는 모습이 해맑아 이를 악물어야 했다·
‘웃으면 안 돼!’
“풍제께서 잘 보셨습니다· 환혼의 근원은 다를 수 없습니다· 보이는 바가 다를 뿐입니다· 물과 얼음이 다른 형태 다른 촉감이라 한들 애초에 다른 것이 아닌 것처럼 영겁자의 환혼과 단혼각주의 환혼도 근원은 같습니다· 만물이 오행의 성질에서 벗어나지 않으니 팔괘와 구궁의 묘도 실현해낼 수 있고 환혼진을 이루는 필수적인 기운 또한 오행을 통해 배치할 수 있을 겁니다·”
“영겁자는 오행을 이룬 자였다는 뜻이군·”
검존이 이해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반면 검선은 미간을 좁혔다·
“대공자 단혼각주가 오행을 이루었다고 하지 않았던가?”
“네 각주는 오행초를 통해 오행을 이루었습니다·”
“그럼 단혼각주도 가능하다는 뜻이 아닌가?”
“그럴 것 같습니다·”
그 말에 모두 눈이 커졌다·
몸에 진법을 배열할 수 있다·
그리고 단혼각주는 환혼진의 창시자·
그런 그녀가 방법을 모를까·
그녀는 분명 스스로 환혼함에 더 이상 진식이 필요없을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에 천롱삭이 더해졌다·
“그런 것인가?”
검선이 허탈해하고 당명이 한숨처럼 말을 내뱉었다·
진식이 필요없는 환혼의 술에 천롱삭을 결부시키니 앞날이 보이는 것만 같은 것이다·
천롱삭의 다른 이름은 망혼삭·
혼을 가둔다·
천롱삭의 주인은 천롱삭을 오고 감에 자유롭지만 타인은 벗어날 수 없다·
‘거기에 천롱삭의 질문이 이어지면····’
각자는 대공자가 전해주었던 말을 떠올렸다·
천롱삭이 펼쳐지며 만들어낸다는 문장을 떠올렸다·
‘그대는 의를 행하는 자인가?’
‘협을 아는가? 그대는 영웅이 되고자 하는가?’
‘잊지 마라· 잊는다면 죽는다· 천롱삭은 널 죽일 것이다· 그대는 바스러질 것이고 한 줌 혈수가 될 것이다·’
“단혼각주는··· 천롱삭을 지닌 채 환혼하려는 것이로군요·”
주란이든 엽불이든·
그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현음의 말에 모두 동감했다·
한편 걱정하기도 했다·
“흠흠 아까 단혼각주에게 내뱉은 험담은 취소하도록 하지·”
당명이었다·
험험 목을 가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주인이 따로 있는데 가로채는 건 사람이라면 할 수 없는 일이지· 천롱삭은 그녀의 것이 맞다 싶군· 대공자 꿈에도 생각지 말게·”
당명은 불안해졌기 때문이었다·
현재 대형은 오행 중 하나만 남겨놓은 상태가 아니던가·
만약 목(木)을 취한다면?
대형이라면 몸에 환혼진을 그릴 수 있을 것이고 만에 하나··· 만에 하나··· 여의치 않을 땐 환혼을 시도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 와중 대형을 잃을 수도 있다·
대형이 또 다른 모습이 되는 것도 원치 않았다·
“암향야 왜 생각이 바뀐 것이오?”
검존의 추궁에 당명은 꿀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추궁했던 검존이 껄껄 웃었다·
“암향야도 참··· 뭘 또 그렇게 진지한 거요? 우리라고 다른 마음이겠소? 그동안의 정이 있고 함께한 고생이 얼마인데· 나 또한 대공자가 천롱삭을 다루지 않길 바라외다·”
모두 같았다·
대공자가 오행을 이룬다 해도 환혼을 시도하지 않길 바랐다· 그런 상황 자체가 오지 않길 바랐다·
“쯧!”
그 모습들이 풍제는 웃겨 혀를 찼다·
“쓸데없이 복잡하게 생각하는군· 깔끔히 다 죽이면 그만인걸·”
그렇게 대화는 마무리되었다·
표면적으로는·
– 대형 환혼은 안 됩니다·
– 대형 천롱삭은 잊어버리십시오· 그리고 절대로 절대로 환혼은 안 됩니다!
다 죽이면 그만이라는 풍제의 전음 내용은 달랐다·
그리고 당명도 전음으로 재차 마음을 드러냈다·
후공은 뚱해졌다·
– 절대로 절대로? 아예 생각조차 없는데 은근히 하라고 종용하는 것으로 들리는 건 내 착각이냐?
– 착각입니다·
– 멍청한 놈들·
당명이 갸웃하고 풍제도 의미를 이해할 수 없었다·
– 흥 이러고도 마교와 당가가 잘 굴러가는 게 신기하군·
– ??
– 한번 환혼한 이는 다시 환혼하기까지 30년이 지나야 한다·
풍제가 탄성을 발하며 미소를 지었고 당명은 아예 웃음을 터뜨렸다·
이제야 지난날 태언장과 회영십존을 파훼하면서 알아낸 환혼의 정보가 기억났기 때문이었다·
어리석었다· 환혼 후 정기신이 합일되면 다시 환혼을 위해 필요한 시간은 최소 30년· 누군가에겐 더 지나야 할 수 있다·
한데 대형은 고작 2년도 채 되지 않은 것이다·
애초에 불가능한 이야기다·
마음이 놓이니 당명은 크게 터뜨린 웃음을 막을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암향야 미친 거요?”
검선이 긁었지만 당명은 손사래만 쳤다·
다행이야·
검선이나 다른 이가 전음을 들을 수 없어서·
그렇게 하루가 저물어갔다·
단혼각주는 연공에 몰두하고 있었고 모여 있는 일행의 곁에는 한 사람이 더해졌다·
단혼각의 삼 호법 섬악이었다·
기다리는 동안 회영부에 대한 정보를 미리 파악해두고자 함이었다·
많은 것을 알수록 좋다·
세밀하면 더 좋고·
“회영부의 위치는····”
섬악이 환혼한 이는 회영일존·
일존의 기억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는 섬악은 많은 걸 알고 있었다·
회영부의 위치는 물론이고
회영부가 지하에 머물고 있다는 것까지·
지하로 아홉 개의 층·
“그 부근 전체가 만상은혼로(萬象隱魂路)라는 진법으로 뒤덮여 있소이다· 진법이 발현되면 하늘이 땅이 되고 땅이 하늘이 된다오· 아홉 개의 층은 서로 뒤바뀌면서····”
섬악의 말이 이어졌다·
이야기를 들을수록 막연해졌다·
그 스승에 그 제자·
주란만큼이나 단예령도 진법에 정통하기에 이곳 호수만큼이나 회영부도 요새였다·
후공은 더 자세한 이야기를 요구했다·
상세히 물었고 들려오는 대답에서 생문을 찾으려 노력했다·
지상에서는
외부로의 유인은?
‘장담할 수 없다·’
지하는
‘가능할지도·’
후공은 시선을 들었다·
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천장이 있을 뿐·
하지만 그 너머를 보고 있었다·
호수 위를 보고 있었다·
색관조의 시야를 통해 호수 위쪽의 풍경을 눈에 담았다·
‘이제 오는군·’
두 사람이었다·
색관조와 금섬이 날아가 반겼다·
[야이 도적놈의 새끼들아~~~~·]
무흔신투와 지귀객이었다·
빠르게 쫓아온다고 왔는데 이제 도착한 두 사람이었다·
순전히 지귀객 때문이었다·
지귀객의 신법이 빠르다 해도 무흔신투에 비할 수 없는 것이다· 땅속이라면 몰라도·
“하하하 다행이네· 아직 있었구나· 망할 놈의 새랑 두꺼비가 이렇게 반가울 수가·”
“여어~ 이미 떠났으면 어쩌나 했다!”
신투와 지귀객도 반가워했다·
“대공자님은 어디 계시냐?”
“호수 아래에 계시는 거냐? 어떻게 내려가지?”
[주인님께서 말씀하시길 이곳에서 기다려라· 둘이 눈싸움하면서· 까르르르르르르르!]
“시발 뭔 소리야? 장난할래?”
신투가 역정을 냈다·
하지만 색관조는 이미 날아오르고 있었다·
“야 어디 가!”
[주인님의 심부름· 세 개의 조약돌·]
“조약돌이 뭔데?”
[까르르르르르르르· 나야 모르지·]
[그으으으윽!]
색관조는 눈깜짝할 사이에 시야에서 사라졌다·
[야 꽉 잡아· 멀리 가야 하니까 빠르게 날아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