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6화 그래도 복될 것이고 (5)
미스틸테인· 세간에서 이르기를 금화에 미친 용병·
트릭스터 용병단· 그런 미스틸테인을 주축으로 모여 결성된 황충黃蟲의 무리들·
“던질 준비하그라·”
“이미 하고 있슴다·”
다만 그들을 이야기할 때 돈을 밝힌다는 사실만큼이나 절대 빼 놓지 않는 말이 하나 있으니·
“키힛· 각도 계산 완료· 오차범위 1~3·”
“증폭 스크롤 준비 완료·”
“강화 스크롤 준비 완료·”
“실드 스크롤 준비 완료·”
“진 완성·”
“카운트 시작해뿔까요?”
“오냐·”
한번 돈을 물려 주거든 추가금을 요구하면 요구했지 절대로 실망시키진 않는 용병들· 그게 그들이었다·
“5·”
미스틸테인의 부하이자 트릭스터의 참모장 겸 무기장인 호드가 고안한 진에 각 부하들이 섰다· 그들의 역할은 바로 인간 촉매· 본래라면 진의 중심에 선 자가 전부 감당했어야 할 마력을 나눠 부담하는 자리였다·
“4·”
“아따 용은 나도 처음이라 쪼까 긴장되는구마잉·”
그리고 진의 한가운데 투창기를 이용해 자세를 잡은 이가 파르란 안광을 피우기 시작했다· 미스틸테인 본인이 미처 통제하지 못해 흘린 잔여 마력의 광채였다·
“3·”
“걱정하덜마소 대장· 내랑 당신· 그라고 로키와의 합작이 은제 성공 안 했으요·”
반면 마법진을 통해 포집된 부하들의 마력은 미스틸테인의 신체를 타고 올라와 투창기의 내부로 모여들었다· 미스틸테인의 육신엔 조금의 영향도 끼치지 않되 투창기의 파괴력을 극대화할 마력이었다·
“2”
“키히힛· 애초에 저 커다란 걸 못 맞히면 그게 더 문제라고·”
드드득·
미정제 마력을 한껏 머금은 투창기가 불길한 소리를 흘렸다· 마력강화로 잔뜩 달아오른 미스틸테인의 근육은 평소보다 더 부풀어 올라 그 팔의 혈관과 근육의 골을 도드라지게 내보인다· 이 추운 날씨에도 팔꿈치와 위팔을 옷으로 조이지 않은 이유였다·
반배 가까이 펌핑된 근육이 열기와 마력을 아지랑이처럼 흘려보냈다·
“1·”
그리고 카운트의 숫자가 마지막에 달한 순간·
“날아· 태양을 꿰뚫을 것처럼·”
찌이이익!
여러 스크롤이 찢어짐과 동시에 미스틸테인의 투창기가 창을 날렸다· 마치 유성과도 같은 섬광이 지상에서 하늘로 솟구치는 찰나였다·
콰앙!
“아이고·”
직후 미스틸테인은 폭발과 함께 뒤로 넘어지다시피 했다· 그가 딛고 있던 바닥은 움푹 파이다 못해 균열이 쫙쫙 인 상태다·
“돈 아까브라·”
하나 그런 상황 속에서도 미스틸테인은 자신의 안위보다 방금 한 번을 위해 동원된 것들이 더 신경 쓰였다· 아무렴 저 창을 날리기 위해 방금 사용한 것들의 가치는 평상시로 치면 금괴 하나를 가져와도 모자랄 정도였다·
예컨대 이론에는 빠삭하나 마력이 없는 관계로 참모장 겸 무기장으로만 활동하는 호드의 마법진과 투창기· 바닥까지 끌어내 모은 트릭스터 용병단 전체의 마력· 그 마력을 부풀리기 위한 증폭 스크롤 세 장· 미스틸테인 자신의 신체 강화를 위한 강화 스크롤 한 장· 마지막으로 창을 발사한 직후 과부하로 터진 투창기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한 실드 스크롤 한 장····
여기에 던져진 마창 하나까지 포함하면 감히 가격을 따질 수가 없다· 평상시 의뢰였다면 의뢰금도 못 건졌을 소비였단 말이다·
“이래되뿌고 안 맞으믄 쪼까 곤란한디·”
“흥 내 계산은 절대 안 틀려·”
“니 계산을 못 믿는 기 아니라 거 뭐고· 저 놈이 생각보다 더 딴딴하믄 우짜노 싶은 거지·”
“그런 변수를 걱정하는 거라면야·”
하지만 지금은 낭비니 뭐니 하며 뒤를 걱정할 때가 아니다· 저 거대한 괴물이 지상으로 내려오는 순간 그들은 자금 이전에 목숨을 걱정해야 할 테니 어쩔 수 없었다· 돈이 아무리 귀하단들 목숨보단 중하지 않았다·
미스틸테인의 눈이 가느스름해졌다·
“그래도 선수금으로 챙긴 게 많아가꼬 다행이구마·”
“그건 그렇지요· 스크롤 안 쟁여놨으믄 고마 우짤라캤는지·”
“그라지 말고 대장· 여서 살아가꼬 갈라믄 더 챙기달라고 하소·”
“오냐· 말 잘했다· 니가 함 마탑까졍 달려가뿌라· 내도 스크롤 더 쓰고 싶으니까네·”
그는 자신의 더티블론드 머리를 뒤로 넘기며 부하 하나에게 손을 뻗었다· 아이템 담당으로서 항상 가방을 메고 다니는 부하였다·
“여깄슴다·”
“그랴·”
특별한 지시가 없었음에도 부하는 그가 바라던 것을 바로 건네주었다· 용병단의 생존율을 높인다는 대의 아래 다들 눈물을 머금고 십시일반해 구매한 망원경이었다·
달칵달칵·
그는 그 망원경을 길게 늘여 하늘로 추켜세웠다· 그러자 회오리를 그리던 용의 몸체가 확대되어 보이기 시작했다· 비늘의 형태까지 하나하나 세세히 보이는 수준이었다· 비록 망원경의 단면적이 적어 정말 보고 싶은 걸 찾기는 좀 어려웠더래도·
“헤맬 거면 내놔·”
“악!”
결국 옆에 있던 로키가 그의 오금을 걷어찬 후─부러지진 않았다─강제로 망원경을 빼앗았다·
“로키 점마는 내만 만만하제 만날· 아오····”
대장 위신 다 떨어지네·
미스틸테인은 그리 한탄하면서도 로키에게서 망원경을 다시 되찾아오진 않았다· 창의 탄착군 계산을 맡았던 만큼 창의 적중 유무를 확인하는 데도 로키가 제일 제격일 것이기 때문이었다·
“맞았습니까?”
“아직··· 5 4·”
역시나 로키는 단번에 솟구치는 창을 관측해 냈다· 망원경을 쥐지 않는 손은 손가락 세 개만을 남긴 채 접혔다가 남은 세 개도 차례로 접기 시작한다·
대다수의 시선이 하늘로 향하고 귀로는 로키의 목소리를 경청했다·
“3 어?”
“잉?”
“어?”
“오?”
그러다 잠깐· 로키가 황망한 소리를 내는 사이 상공을 올려다보던 용병들이 감탄을 뱉었다· 그런 그들의 눈동자에는 망원경으로 비추지 않아도 선명하게 요동치는 용의 모습이 비친다·
“···투자한 값은 확실히 뽑은 것 같네요·”
“글쎄 그건 아직 모르는 거라카이·”
똬리를 튼 뱀처럼 원을 그리던 몸뚱이가 갑작스레 풀리고 꼬리가 막 잡은 생선처럼 좌우로 파닥파닥 흔들린다· 누가 보아도 타격을 입은 생물의 움직임이었다· 말로는 여러 가능성을 점치던 미스틸테인의 입꼬리가 살짝 씰룩였다·
“그래도 효과가 아주 없진 않은 것 같은디· 얌마 로키· 뽑아도 되나?”
“음· 어· 잠깐만· 마지막에 왜 가속한 거지?”
“···?”
“···일단 회수는 해도 괜찮을 것 같은데·”
로키가 그렇다고 하면 그런 거지· 미스틸테인은 부하를 향한 신뢰를 바탕 삼아 허공으로 손을 뻗었다·
“달을 꿰뚫으면 안 되지·”
정해진 문구에 따라 용의 몸에 꽂혀 있을 창이 그에게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어라?”
“···? 와카노· 머선 문제 있나?”
“아니 평상시보다 돌아오는 속도가 다섯 배나 빠른···?”
“어?”
다섯 배나 빠르다고? 창이 돌아오는 속도가?
“···다들 피해!”
미스틸테인은 가장 먼저 맹인인 호드를 챙겨 뒤로 빠졌다· 로키야 그다음으로 실력 좋은 녀석이니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얼마 안 가 빠른 속도로 추락한 창이 그가 있었던 자리에 내리꽂혔다·
“아따마····”
저걸 붙잡으려 했으면 뼈도 못 추렸겠는데·
미스틸테인은 굉음과 함께 내려꽂힌 창을 보며 천천히 접근했다· 평소보다 더 빠른 속도로 지상에 다다른 까닭인지 창의 표면은 열기로 후끈후끈 달아오른 상태다·
“···뿌사진 거는 아니겠제?”
“에이 명색이 금화 1500개짜린데 설마 이걸로 망가졌겠어?”
“그캤지?”
다행스럽게도 그의 창은 아직 멀쩡했다· 내장된 기능까지 멀쩡할지는 아직 모르겠으나 적어도 겉면에 금이 가거나 내부에 균열이 생기진 않았단 거다·
“정말이지 이게 무슨 일이고·”
던지는 속도야 그가 힘을 얼마나 싣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편이지만 돌아오는 속도는 항상 일정했는데· 이게 진짜 무슨 일인지· 미스틸테인은 머리를 벅벅 긁으며 가죽을 두른 손으로 창을 휙휙 돌렸다·
“흐음· 아무래도 저 괴물 자식 보이지 않는 무언갈 두르고 있나 본데·”
“보이지 않는···? 점마 뭐라카노?”
“일정 거리 안으로 들어서면 가속되는··· 뭐 그런 게 있는 것 같아· 돌아올 때도 그랬지만 아까 던질 때도 어느 시점에서 속도가 폭발적으로 늘었거든·”
“아니 그라니까네 머시고·”
“···창을 회수할 때는 문제가 되겠지마는 공격할 때는 꽤 도움이 될만한 부분이고만· 와 그란 걸 두르고 있는진 모르겠지만서도·”
“딱 봐도 뻔하지· 저 몸뚱이가 수월히 움직이기 위한 무언가가 아니겠어?”
“가속··· 그 뭐시깽이가?”
“그래· 그게 아니고서야 실드를 쓰면 썼지 설마 저런 걸 쓰진 않았을 거 아냐?”
그것도 그렇긴 하네· 미스틸테인은 로키의 추측에 일견 인정을 보내며 창으로 어깨를 두드렸다· 찬바람에 슬슬 열기를 잃어 가는 창은 이제 다시 던져져도 별문제 없을 거란 확신이 있다·
“어야··· 그랴· 아무튼 계속 때리도 되겠구마·”
그렇다면 됐다· 저 괴수가 제 주변에 무슨 막을 쳤든 공격이 막히지 않고 통한다는 건 입증이 됐으니까· 회수도 뭐··· 지금처럼 피하면 되는 일이고·
“자 자· 다들 푹 쉬었제? 다시 일하자고·”
“우우· 아직 덜 회복됐다고요·”
“어어 그래· 일하기 싫음 가만히 있어· 다 같이 죽지 뭐·”
그는 뻐근한 팔을 연신 두드리며 야유를 보내는 부하들에게 턱짓을 보냈다· 그의 턱짓이 향하는 방향에는 당연하게도 다가오는 악마들의 성이 있다· 부하들이 눈이 도르륵 굴러갔다·
“대장 알지요? 전 대장만의 귀염둥이인 거?”
“아 대장 뭐합니까· 저거 도착하기 전에 후딱 잡아 치아버리지요?”
“아 이놈시끼들 태세 전환 하나는 참말로 기깔나제·”
하나 저 천둥과도 같은 빠르기의 돌변을 마냥 부하들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으리라· 미스틸테인의 마음에도 저 괴물의 성이 들이닥치기 전 상공의 괴수를 어떻게 해야 한다는 불안이 싹튼 상태였으니·
“그보다 마탑에 있을 마법사들은 여까지 왜 아무것도─”
“어 대장· 나 재밌는 걸 찾았는데·”
“잉?”
“괴물 위에 사람 있는데?”
“뭐라꼬?”
다만 그는 예상치 못한 소리 앞에서 눈을 껌뻑였다·
“괴물 위에 뭐가 있다꼬?”
콰앙!
망치로 칼을 박다 말고 베르세르크는 강렬한 힘이 용의 몸체를 타고 전달되는 걸 느꼈다· 그것은 그녀의 행동에서 기인한 것도 그렇다고 용의 몸부림에서 나온 진동도 아닌 무언가였다·
캬오오오오!!
그 일례로 빙글빙글 꼬리잡기를 하던 괴물이 똬리를 풀며 미꾸라지처럼 고부라졌다· 입에서 토해지는 포효는 공포를 불러오는 용도보다는 비명 소리에 더 가까운 채다·
“하·”
뭔진 모르겠지만 나쁘지 않군· 아니 훨씬 좋아·
그녀는 근원을 알 수 없는 변화를 두고 일단 호쾌하게 웃으며 망치를 집어넣었다· 못을 대신하던 칼은 어느새 칼자루만 빼꼼 남아 있다·
“후·”
그녀는 그 상태에서 칼을 도로 뽑았다· 너무 깊게 박힌 나머지 그리고 근육의 수축으로 인해 저항감이 좀 들었지만 그래 봤자였다· 그 어떠한 것도 그녀의 힘을 이길 수는 없었다·
촤악!
검이 우악스럽게 뽑혀 나오며 피가 찍 찌이익 분출되었다· 분수라고 표현하기엔 너무도 보잘것없는 과다 출혈을 노리기에도 한없이 부족한 출혈이었다·
“내부에서 터지는 것도 버틸 수 있는지 한번 보지·”
하나 베르세르크가 처음부터 노린 건 과다 출혈 같은 재미없는 사냥이 아니었다· 그녀의 눈이 황금처럼 빛나며 강화 폭탄 뭉치를 꺼내 들었다·
“10초짜리가··· 그래· 이거군·”
그녀는 폭탄을 상처 안쪽으로 차곡차곡 쑤셔 넣은 후 마지막으로 타이머형 폭탄을 들었다· 안전핀을 제거한 시점에서 10초 뒤에 터지는 물건이었다·
팅!
한 손은 갈기를 붙잡는 데 써야 하니 안전핀을 뽑을 때 쓸 수 있는 건 이밖에 없다· 베르세르크는 이로 안전핀을 물고 뜯어내듯 뽑아냈다· 10초· 이제 이 강화 폭탄은 10초 뒤에 터질 것이다·
콱!
그렇다면 이 폭탄을 살점 아래에 박고 해야 할 일은··· 폭발에 휩쓸리지 않도록 살상 범위를 빠르게 벗어나는 것이겠지· 가만히만 있어도 몸이 붕 뜨고 달음박질을 하면 추락하지 않는 이 무저항의 공간에서 고작 10초 만에·
“하!”
하나 베르세르크는 그 불가능할 것 같은 제한 속에서도 가능을 논할 수 있는 소수의 한 명이었으니·
그녀는 안전핀 뽑힌 폭탄을 쑤셔 넣자마자 비늘 위를 박찼다· 갈기를 놓은 상태였기에 그녀의 몸은 아무런 저항 없이 상공으로 떠오른다·
당연하지만 본래도 강한 각력과 모종의 현상과 결합한 결과는 대각선에 가까운 상승 곡선· 그녀의 몸이 용과 점진적으로 거리를 벌렸다· 수천 미터 상공에서 발판도 없이 허공에 뜬 셈이었다·
촤아악!
그리고 그 간극이 모종의 현상 바깥까지 닿아 그대로 추락하게 되던 차 베르세르크는 추가 달린 밧줄을 아공간에서 꺼내듦과 동시에 던졌다· 기나긴 밧줄이 삽시간에 뻗어져 나가며 용의 나뭇가지 모양 뿔을 휘감았다·
퍼엉!
대폭발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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