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레벨로 회귀한 무신 외전 30화>
외전 30화
짭세아라니·
성지한과 감각을 공유하는 윤세아는·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만 해도 설마 저 단어가 자신을 가리키는 건가 의심했다·
하지만·
“귀류일식歸流一息· 혼원일기공을 수련하는 자가 격체전공을 통해 내공을 급격히 얻었을 때 사용하는 호흡법입니다· 짭··· 아니 가짜 세아에게 맞는 수련법이 될 겁니다·”
“흠··· 귀류일식이라· 저쪽의 세아에게 딱 맞는 방법이군요·”
“네· 급히 정리해 보았습니다·”
성지한과 무복의 여인 간의 대화를 들어보니·
아무래도 가짜 세아는 자신을 가리키는 게 맞는 것 같았다·
그리고·
스르르륵····
여인이 넘긴 공책을 성지한이 넘겨 보자·
‘급격히 성장한 힘을 자신의 것으로 다루는 방법····’
귀류일식이 196레벨까지 폭발적으로 성장한 자신의 상황과 딱 맞는 방법이란 걸 깨달았다·
거기에·
“혼원일기공에 이어 이번에도 신세를 졌군요·”
성지한이 혼원일기공까지 거론하자·
가짜가 누굴 가리키는지는 명확해졌다·
‘내가 가짜면··· 쟤가 진짜야?’
성지한의 시각을 통해서 본 윤세아·
생김새는 똑같았지만·
그녀와 자신 간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었다·
‘···참 밝네·’
근심 걱정 하나 없는 얼굴·
세계 랭킹 1위 소리는 왜 나왔는지 모르겠다만·
어쨌든 저 윤세아의 얼굴엔 그늘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그에 반해 자신의 삶은 ‘무신’에 의해 바닥에서 많이 끌어올려지긴 했지만·
반대로 무신의 강림이 끝나고 원래의 ‘삼촌’이 돌아온다면·
언제든지 다시 나락에 빠질 수 있었다·
그래서 어떻게든 무신이 강림하고 있는 현재 기회를 놓치지 않고·
성장해서 자리를 잡아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삼촌이라고? 무신님이?’
그녀가 알고 있는 성지한이라면 그럴 리가 없는데····
윤세아는 혼란에 빠진 상태로 그가 보고 듣는 걸 그대로 지켜보았다·
반지하의 투룸에 살 때·
꿈에 몇 번이고 나왔던 옛날 집 소드 팰리스·
“감각이··· 거의 다 돌아왔네·”
감각이 거의 다 돌아왔다는 게 뭔 소린지는 모르겠지만·
성지한이 부엌에 들러 사과를 뜯자·
그 맛도 고스란히 윤세아에게 전달되었다·
시각 청각뿐 아니라·
미각과 촉각까지 완전히 현실과 똑같은 생생한 느낌·
윤세아는 멍한 상태로 성지한이 행하는 걸 바라보다가·
덜컥·
방문이 열리고 거기서 성지아가 나오자 깜짝 놀랐다·
‘엄마도··· 멀쩡해?’
이 세계·
윤세아한테는 천국과도 같은 환경 아닌가·
그녀가 생생히 살아 움직이는 성지아를 보면서 당황해하고 있을 때·
“지한아· 이제 저기서 어떻게 할 생각이야?”
“응? 왜 갑자기?”
“저기 세아··· 그냥 저쪽의 나한테 맡기면 안 되겠니?”
성지아가 안쓰러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공허의 마녀에게 세아를 맡기라고?”
“그래· 너도 언제까지고 저기 있을 건 아니잖아·”
“하지만 저 세계는 외계外界가 구현되지 않는 세상이야· 세아가 만약 공허의 마녀를 따라 공허 소속이 된다고 해도 교류할 곳이 없어질걸?”
외계가 구현되어 있지 않다고?
그 말에 윤세아는 무신과 있을 때 엘프가 깨져 보이던 게 떠올랐다·
혹시 그 현상과··· 연관이 있는 건가?
한편 둘의 대화는 지속되었다·
“···그래?”
“응· 그러느니 누나를 다시 인간으로 되돌리는 게 세아를 위해서도 낫겠지·”
“어··· 저쪽의 나도 인간으로 되돌아올 수 있을까?”
“시도는 해 봐야지·”
그 말에 성지아가 고개를 끄덕이자·
윤세아가 얼른 대화에 꼈다·
“그래 삼촌! 저기의 나한테 잘해 줘! 삼촌이 동방삭 님을 이기고 나면 여기에 완전히 귀환할 거잖아?”
“아마도 그렇겠지·”
“그럼 혼자 남게 될 텐데··· 아 삼촌이 돌아오려나?”
“도박중독자 성지한?”
“아· 맞네··· 여 역시 엄마까지 돌아와야겠어· 그럼 나도 좌절하지 않고 살 수 있을 거 같거든·”
그렇게 윤세아는 모든 일이 끝난 후의 상황을 진심으로 걱정했지만·
‘내가··· 나한테 동정받는 거야?’
이를 듣는 당사자는 복잡한 심경이었다·
그래·
걱정해 주는 건 알겠는데·
다 가진 쪽에서 저렇게 말하니····
‘가짜’라 불린 자신이 오히려 더 초라해지는 것 같았다·
거기에·
“가짜에 너무 마음 쓸 필요는 없어·”
“언니···!”
“어차피 문제가 해결되면 사라질 세계· 너무 과한 정을 주면 마음만 아플 뿐이다·”
“그래도····”
무복을 입은 여인이 ‘사라질 세계’라면서 가짜에 정을 주지 말라고 하자·
이를 듣는 당사자는 가슴이 도려지는 것 같았다·
사라질 세계·
가짜·
그런 존재인가· 나는?
저 행복하게 지내고 있는 윤세아만 진짜고?
‘····’
그 후로도·
성지한과의 감각 공유를 통해 많은 대화가 들려왔다·
“오너님· 구궁팔괘도에 저랑 같이 가실 거죠? 설마 가영이랑 가시는 건 아니겠죠?”
“아가씨·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제가 가면 어떤 장면이 나올지·”
“안 궁금해!”
“뭐 의사를 물어보겠습니다만· 본인이 극구 안 가겠다고 하면····”
“에이· 선택지를 주지 마세요! 그냥 저만 끌고 가면 되죠!”
무신을 어려워하는 것처럼 보였던 이하연과 임가영도·
여기서는 친근하게 그를 대하고 있었으며·
“지한아··· 다음에도 내가 또 미친 짓하면 그냥 죽여 주겠니?”
“또 그 소립니까·”
심지어 아빠인 윤세진마저 개과천선을 한 건지·
윤세아와 성지아한테 쩔쩔매면서 저 세계의 자신을 없애 달라는 부탁을 하고 있었다·
윤세아에게는 완벽한 해피 엔딩이나 다름없는 세상·
‘···이게 진짜 윤세아의 삶이야?’
가짜로 불린 그녀는·
이를 그저 먹먹한 심정으로 바라보았다·
그렇게 ‘성지한’이 사람들과 대화하는 걸 지켜보던 그녀는·
“그럼 가 보겠습니다·”
“벌써?”
“삼촌· 요즘 너무 저기에 빠졌다니까~”
지이이잉···
[‘성지한’과 감각 공유가 끊깁니다·]
그녀는 눈앞에서 새하얀 글자가 뜨는 걸 멍하니 지켜보았다·
그리고·
파아아앗···!
세상이 점멸되더니·
다시 원래의 자신으로 되돌아왔다·
‘아····’
그리고·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는 세상·
윤세아는 손을 펴보았다·
스윽·
그러자 금방 자신의 의지대로 펴지는 손바닥·
‘···아까 그건 뭐였을까·’
윤세아는 멍한 얼굴로 주먹을 쥐었다 폈다를 반복했다·
요즘 너무 구궁팔괘도에 많이 진입해서 잠깐 헛것이라도 본 건가?
이 세계가 가짜고 자기도 가짜라는 이야기보단·
‘···그냥 잠깐 미쳤었다는 결론이 더 나을 거 같은데·’
그렇게 윤세아는 차라리 피곤해서 돌아 버린 거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세아·”
‘무신’이 그녀를 불렀다·
“급격히 늘어난 힘에 적응을 도와주는 방법이 있다·”
아까 보고 들었던 귀류일식歸流一息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아····”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아까 본 건 역시··· 헛것이 아니었나·
‘가짜····’
그녀는 강설영이 계속해서 입에 담던 그 단어를·
자신도 모르게 떠올렸다·
* * *
한편·
‘응?’
귀류일식에 대해 전해 주려던 성지한은·
윤세아가 갑자기 넋이 나간 얼굴로 땅바닥에 주저앉자 눈을 깜빡거렸다·
‘···갑자기 왜 이래?’
로그인을 뭐 잘못했나?
아까까지만 해도 과한 레벨 업으로 힘을 주체하지 못하더니·
갑자기 멘탈이 나간 거 같은데·
“왜 그러지? 컨디션에 문제라도 있나?”
“····”
“윤세아?”
성지한의 물음에도 땅바닥만을 쳐다보던 그녀는·
“삼촌··· 아니 무신님·”
“응?”
“죄송한데 저 오늘은··· 조금 일찍 쉬어도 될까요?”
넋이 나간 눈으로 성지한에게 쉬고 싶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구궁팔괘도 속에서 강행군을 한 게 그렇게 힘들었나?’
아니· 근데 막상 어비스에선 저러지 않았는데?
자긴 구경만 했다면서 쌩쌩하더니·
갑자기 돌아와서 왜 저러는 거야?
아· 설마·
‘공허가 그새 깃들었나?’
윤세아에게 크게 미련을 보이던 공허의 마녀·
그녀가 그 잠깐 자리 비운 틈새에 개입이라도 한 건가?
‘하지만 로그아웃하면 세상이 멈출 텐데 말이지·’
성지한은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일단 확인을 위해 청의 기운을 보내 보았다·
스스스····
그렇게 윤세아의 몸을 청이 훑어냈지만·
‘···공허는 없군·’
윤세아가 저번에 배틀넷에 들어갔다 나왔을 때와는 달리·
공허는 전혀 감지되지 않았다·
그러면 단순히 피곤해서 이런 건가?
‘···흠·’
뭔가 느낌이 이상한데·
성지한은 그렇게 생각했지만·
“···그래· 쉬도록 해· 일주일 간 강행군했으니 휴식도 필요하겠지·”
지금 그녀의 상태를 보니 귀류일식을 전해 주는 건 무리 같았다·
“네··· 감사합니다·”
윤세아가 겨우 몸을 일으켜 비틀거리며 VIP룸 안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자·
-세아 갑자기 왜 저러지?
-그러게 아까만 해도 쌩쌩하더니···
-완전히 멘탈 나갔네;
-검왕이 또 사고 친 거 아녀? ㅋㅋㅋ
-근데 성지한 님이 로그아웃하면 이 세계도 멈추던데 사고 칠 시간이 어디 있음-아 그런가?
-갑자기 피로가 몰려왔을 수도 있지 뭐
이를 보던 시청자들도 윤세아의 반응에는 대체적으로 의문을 나타냈다·
‘구궁팔괘도를 도는 도중에 무슨 일이 있었나?’
성지한은 감각 공유를 통해 윤세아가 현실 세계를 봤을 거라곤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그간의 강행군 속에서 자신이 놓친 게 있었나 다시 한번 점검해 보았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짐작 가는 바가 없자·
‘정말 피곤해서 그런가····’
일단은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휴식을 줘 보고·
‘쉬고 나서도 변화가 없다면 더 주의 깊게 관찰을 해야 겠네·’
성지한은 그렇게 결론을 내고는 남은 구궁팔괘도에 생각이 미쳤다·
이하연이나 임가영 중 한 명과 동행해야 한다던 구궁팔괘도의 진입 조건·
‘하연 씨가 그렇게 신신당부를 했으니 웬만하면 데려가는 게 좋을 것 같다만····’
소피아와 결혼해서 애까지 있는 걸 봐서 그런지·
이하연은 이번 구궁팔괘도엔 꼭 자기를 데려다 달라고 의욕을 불태우고 있었다·
임가영도 옆에서 몇 번 깐죽댈 뿐·
-어쩔 수 없군요· 제가 성지한 님과 어떤 관계가 되었는지 궁금하긴 하지만··· 아가씨를 위해 이번엔 참겠습니다·
결국엔 이하연의 뜻을 밀어주었지·
그래서 성지한도 웬만하면 그녀의 뜻을 따라줄까 해서 여기의 이하연을 불렀지만·
“네···? 어 어비스요?”
막상 VIP룸으로 온 이하연은 크게 난색을 표하고 있었다·
“전 소피아 님처럼 뛰어난 능력을 지닌 플레이어도 아니고··· 일반인이나 다름없는데요?”
“거기서 별일은 없을 거다·”
“그 그렇지만··· 그래도 어비스라니····”
아무리 무신의 제안이라고 해도·
갑자기 던전 포탈의 최종 진화본인 어비스에 같이 가자는 이야기를 선뜻 OK하기엔·
이하연의 스펙이 너무 일반인이었다·
-아 좀 그만 따지고 따라가!!! 부탁대로 던전 포탈도 없애 줬는데 애가 은혜도 모르고 진짜!!!
-오너님 그냥 납치하죠! 강제로 끌고 가면 어쩌겠어요 일반인인데!
막상 채팅창에서는 현실의 이하연이 자길 납치해 달라고 강하게 푸시하고 있었지만·
‘그럴 순 없지·’
윤세아의 성장 버프를 위해선 원활한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데·
어비스까지 강제로 데려갈 수야 없었다·
그래도·
“그··· 정말로 꼭 제가 필요한 건가요···?”
“이번 건만 좀 그렇다· 다음엔 이럴 일이 없을 거라 약속하지·”
성지한에게 받은 ‘월급’이 있어서 그런가·
이하연은 혼란스러워하는 와중에도 거절하진 않고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보려 애썼다·
그리고 곧·
“저· 그럼 혹시··· 한 명만 더 데려가도 될까요?”
자기 나름의 해결책을 찾아냈다·
물론·
-아 그거 아니라고ㅠㅠ 니가 데려갈 사람이 어딨어 임가영밖에 없잖아 진짜 ㅠㅠㅠㅠ-납치하죠!!! 쟤도 들어가면 저한테 고마워할 거예요!!!
현실의 이하연에겐 원치 않는 답안지였지만·
그렇다고 진짜 납치할 수는 없었기에·
“···알았어· 같이 가지·”
성지한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