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레벨로 회귀한 무신 외전 32화>
외전 32화
성지한은 퀘스트 클리어 조건을 보자마자 눈살을 찌푸렸다·
‘검왕을 이기라고?’
퀘스트 이름이 ‘진정한 극복’이라고 하기에 뭔가 했더니 조건이 너무 터무니 없는데·
윤세아가 강해진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검왕과 싸워 볼 정도는 아니었다·
‘일본 가서 팔다리라도 자를까·’
성지한은 현실에서 테러를 가할까 잠시 생각해 봤지만 곧 그 마음을 접었다·
퀘스트 이름이 ‘진정한 극복’인데·
싸울 수 없는 상태가 된 윤세진을 이겨 봤자 퀘스트를 깼다고 할 수 없겠지·
그럼 윤세아가 결국 실력으로 윤세진을 이겨야 한다는 건데····
‘팀적인 변수는 좀 있을 수 있겠군·’
퀘스트 클리어 조건에서 한국 대표팀 소속으로 이기라는 이야기는 없었으니까·
마침 윤세아가 지금 한국 국가대표팀에 미련을 보이지 않는 이상·
한국보다 강팀으로 간 다음 대표팀으로 나와 윤세진과 싸우면·
승리 확률이 더 올라갈 수 있었다·
‘일본보다 확실히 체급이 좋은 나라라고 한다면····’
역시 미국 아니면 중국밖에 없겠지·
그쪽 대표팀에서 일본과의 전투 때 윤세진을 꺾으면 되겠네·
만약 미 중에서 하나를 택하라면·
‘아무래도 미국이 낫지·’
완전체나 다름없는 미국 대표팀이었지만 전사진은 조금 약했다·
그에 반해 중국은 이미 천마 왕린도 활약하고 있었으니 윤세아가 활약할 만한 자리는 좀 더 적은 상태·
거기에·
‘진유화를 생각하면 굳이 더 중국으로 갈 필요는 없어·’
윤세아의 죽음을 사주했던 진유화·
그녀가 바로 삼합회 소속 아니었던가·
중국 정부와는 관련이 없었지만 괜히 가서 엮일 일 만들 필요는 없겠지·
물론·
‘중국 쪽으로 가면 일본과 더 자주 맞부딪치기는 하겠다만·’
아무래도 전투 기회는 같은 동북아 리그에 속한 중국 대표팀이 많을 것이다·
그럼 윤세진과의 전투 기회도 중국 대표팀이 많겠지·
다만·
‘올해는··· 그래· 월드 챔피언스 리그에서 미국과 일본이 같은 조별 리그에 배치되었던 거 같은데·’
원래대로라면 올해는 윤세아가 세상을 떠난 해·
이 시기에 월드 챔피언스 리그의 흐름이 기억났던 건·
미국과 일본이 월드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에서 맞붙었기 때문이었다·
윤세아는 죽었는데 윤세진은 결승전에서 대활약을 하고 있었으니·
그걸 보며 얼마나 이를 갈았던가·
‘그때 분명 조별 리그에서 맞붙은 국가가 결승전에서 또 만났다고 했었지·’
미국과 일본은·
16강 전 조별 리그 때도 같은 리그에 소속되어 경기했던 전력이 있어서·
언론에서 조별 리그의 1 2위가 다시 맞붙는다고 대서특필했지·
성지한은 윤세아의 리플레이를 멍하니 지켜보던 박윤식 과장에게 질문했다·
“월드 챔피언스 리그의 조별 리그는 언제부터지?”
“조별 리그는··· 한 달 반 정도 남았습니다·”
“한 달 반이라·”
그 시간 동안 성장하면 검왕을 이길 수 있을까?
‘쉽진 않을 거 같은데·’
역시 일본의 검왕한테 테러라도 가야 하나?
겉으로 보이는 곳만 멀쩡하면 그만이잖아·
성지한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무렵·
드르륵·
“무신님! 저 승급했어요!”
윤세아가 밝은 얼굴로 들어왔다·
“축하드립니다! 윤세아 님!”
“아··· 과장님 아직도 계셨어요?”
박윤식 과장의 환대에 윤세아가 고개를 갸웃하자·
그는 얼른 대답했다·
“아· 하하· 네· 무신님께서 승급전 배틀튜브를 보고 싶다고 하셔서····”
“아아· 그렇구나~ 그럼 이제 끝난 거네요?”
“그렇··· 죠?”
그러자 윤세아가 싱긋 미소를 지으며 살짝 문 쪽을 쳐다보았다·
은근하게 나가 달라는 제스처·
박윤식은 이를 포착하곤 벌떡 일어나 성지한과 윤세아에게 90도를 굽혀 인사했다·
“오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윤세아 님· 다이아 승급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네· 축하해 주셔서 고마워요~”
그렇게 손을 흔들어 박윤식을 보낸 윤세아·
“무신님· 저 다이아가 되었으니 이제 구궁팔괘도에 진입하는 걸까요?”
그가 떠나자마자 바로 구궁팔괘도 이야기를 꺼냈다· 이하연이나 임가영이 필요한 커다란 크기의 구궁팔괘도·
이하연은 섭외해 둔 상태였지만·
스탯 청을 최대한 모으기 위해·
윤세아가 다이아가 되기 전까지는 진입을 미루고 있었다·
이제는 다이아가 되었으니 가야지·
“그래· 진입할 거다·”
“네· 그럼 바로 가죠!”
“안 쉬어도 되겠나?”
“승급전이 너무 쉬워서 아직도 힘이 넘치는걸요·”
성지한은 고개를 끄덕이곤 이하연에게 연락을 취했다·
[오 오늘 당장 어비스를요···?]
“그래· 동행할 사람과 같이 센터로 와·”
[그 그러니까 지금 당장 가신다는 말씀이시죠?]
연락도 없다가 당일에 바로 가자고 하니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이하연·
“어렵나?”
[···아니에요· 준비되는 대로 바로 가겠습니다·]
하지만 성지한에게 이미 받은 게 많아서 그런가·
그녀는 금방 순응한 채 센터로 출동하겠다고 대답했다·
“조금 기다려야겠군· 그동안이라도 쉬고 있어·”
“전 정말 괜찮아요·”
윤세아는 괜찮다면서 오히려 질문을 해 왔다·
“저··· 그것보다 무신님· 이제 제가 뭘 목표로 하면 될까요?”
“목표라··· 검왕에게 승리하는 건 어떻겠나·”
“검왕에게 승리요?”
다이아 올라오자마자 다음 목표로 검왕을 이겨야 한다고 제시하다니·
다른 사람들이 들으면 몇 단계 건너뛴 거 아니냐고 할 목표치였지만·
“그러면 세계 랭킹 1위도 될 수 있을까요?”
“1위?”
“네· 저 1위 꼭 하고 싶어서요·”
윤세아는 더 나아가 세계 랭킹 1위까지 바라보고 있었다·
‘···저번부터 야망이 넘치네·’
구궁팔괘도에 뭔 문제가 있나?
잠깐 방에서 이불 뒤집어쓰다 나온 이후로 미친 듯이 달리는 윤세아를 보니 그런 생각이 안 들 수는 없었다·
그래도·
“대기만성을 발전시키다 보면 충분히 가능할 거다·”
현실의 윤세아도 랭킹 1위를 굳건히 사수하는 걸 보면·
‘대기만성’이야말로 시간이 지날수록 최고의 성장 기프트였다·
성지한이 그렇게 확답을 주자·
“아· 대기만성··· 조건을 확실히 충족시켜야겠네요·”
윤세아는 기프트 대기만성에 더 신경을 쓰겠다고 말했다·
아무래도 지금까지는 구궁팔괘도로 레벨 업 한 게 크다 보니·
상대적으로 ‘대기만성’에 대해서는 관심이 떨어진 상태 같았다·
“아· 등급을 올리려면····”
그렇게 그녀가 대기만성에 새삼 신경을 쓰며 연구할 때·
똑똑·
그들이 머무는 VIP룸 정문에 노크 소리가 들렸다·
성지한이 문을 열자·
“무신님· 준비 끝났습니다·”
이하연이 임가영과 함께 밖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 * *
“빠른데?”
그러면서 성지한이 이하연 뒤의 임가영을 바라보자·
“임가영입니다·”
그녀가 그를 향해 가볍게 목례를 했다·
“그녀가 네 동행인가?”
“네· 물론 저도 무신님을 전적으로 신뢰하긴 하지만 이 친구가 어떻게든 따라오겠다고 해서요····”
“그래?”
성지한은 그 말에 피식 웃고는 둘에게 주의를 주었다·
“포탈을 10분 정도 열어 둘 테니까· 혹시나 홀로 남아 있게 되면 얼른 들어가라·”
“포탈을요···?”
“그래· 둘 중 한 명이 잠깐 자리를 비울 수 있거든·”
성지한이 그러며 손을 뻗자·
지이이잉···!
허공에 곧바로 커다란 푸른색 포탈이 형성되었다·
“그럼 가지·”
스으윽·
그러며 성지한이 먼저 발걸음을 내딛자·
“네·”
윤세아가 얼른 그의 뒤를 따라나섰다·
“어· 윤세아 님도 가시나···?”
“위험하지는 않겠군요·”
“그러게·”
그 모습을 보고 한층 안심한 이하연은·
임가영과 같이 포탈 안으로 들어섰다·
그러자·
스스스스····
보랏빛 운무가 자욱한 어비스의 바닥이 나타나고·
“으· 뿌옇네····”
이하연은 이를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배틀튜브에서 볼 때랑 안에 들어올 때랑 확실히 다르네·
다행히 무신이 무슨 조치를 취한 건지·
한눈에 봐도 불길한 보랏빛 운무는 일정 영역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는 상태였다·
그래도 던전 포탈의 가장 발전된 형태인 어비스라 그런지·
“아가씨· 제가 먼저 가겠습니다·”
“응·”
항상 이하연 뒤에 있던 임가영이 선두에 섰다·
그러자·
번쩍···!
운무의 너머·
어비스의 벽면에서 빛이 터져 나오더니·
“어··· 태극?”
스스스스····
태극 문양이 떠올랐다·
‘소피아가 빨려 들어갔을 때랑 왠지 비슷한 거 같은데····’
이하연이 크리스토프가 생중계했던 배틀튜브 영상을 떠올릴 즈음·
“이하연· 포탈에 들어가!”
먼저 앞서나갔던 무신이 다급히 소리치는 게 들렸다·
아니·
왜 들어오자마자 다시 탈출하래?
이하연은 처음엔 그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아가씨···! 빨리!”
그녀보다 앞서 있던 임가영의 몸이 태극으로 빨려 들어가자·
그제야 진입 전 성지한이 했던 말이 무슨 의미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벼 별일 없는 거죠?!”
“혼자 남아 있는 사람이 더 위험해· 빨리 들어가!”
성지한의 외침에 이하연은 이를 악물고는 포탈에 들어섰다·
그녀가 들어서자·
지이이잉····
다시 되돌아온 VIP룸·
그리고 방 안에서 10분간 열려 있던 포탈은·
피시시····
성지한이 말한 시간이 끝나자마자 금방 소멸했다·
“그 그래··· 소피아 님 때랑 비슷할 거야·”
이하연은 사라진 포탈 자리를 떨리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괜히 임가영을 데리고 왔나?
어째 자기 대신 태극에 희생당한 느낌이 들어·
죄책감마저 생겨나고 있었다·
‘내가 왜 하필 가자고 해서···! 가영아· 제발 무사해야 해····’
한편·
‘여긴···?’
태극에 빨려 들어갔던 임가영은 지하의 어비스완 전혀 다른 공간에 떨어져 있었다·
* * *
‘엘리베이터···같은데·’
그것도 어디서 많이 본 엘리베이터의 모습·
임가영은 금방 엘리베이터가 이성 길드 빌딩에서 쓰는 것과 똑같음을 느꼈다·
아니 태극에 빨려 들어갔는데 왜 여기 있지?
그녀가 어리둥절해할 무렵·
띵!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했다·
내려야 하나?
그녀가 현실 파악이 다 안 되어서 혼란스러워할 즈음·
“가영 누나· 뭐 해? 안 가?”
“···응?”
그녀의 오른편에서·
커다란 사탕을 물고 있는 남자아이가 손을 잡아 왔다·
“엄마가 아빠랑 동생 만든다고· 데이트하고 오랬잖아·”
“엄마···?”
“응· 근데 동생은 어떻게 생기는 거야? 왜 집에서 나가야 돼?”
7~8살쯤 되었을까·
천진난만한 눈으로 임가영을 올려다보는 아이·
임가영은 남자애의 얼굴을 보곤 왠지 모를 위화감에 휩싸였다·
이 아이·
처음 봤는데 왠지 생긴 게·
‘아가씨랑 닮았어···?’
아니·
다시 보니까 무신을 좀 닮은 거 같기도 하고·
임가영은 혹시나 해서 아이한테 물어보았다·
“엄마 아빠 이름이 뭐니?”
“와아··· 누난 내가 애긴 줄 알아?”
사탕을 쪽쪽 빨던 아이는 임가영의 질문에 어이없단 얼굴로·
“엄마는 이하연· 아빠는 성지한이잖아!”
그녀의 추측에 쐐기를 박았다·
“아 아가씨가 엄마라고? 너··· 집이 어디니?”
“집? 지금 내려왔잖아?”
그러면서 아이가 손가락으로 위를 가리키자·
그녀는 계속해서 질문했다·
“집은 몇 층이야?”
“응···? 꼭대기잖아· 누나 오늘 이상해·”
“두 두고 온 물건이 있어서· 다시 가자·”
“엄마가 동생 만든댔는데··· 저녁 먹고 늦게 오랬는데····”
“그전에 가야 돼!”
동생 만든다는 이야기는 뻔한 거 아니겠는가·
임가영은 급한 마음에 얼른 꼭대기 층으로 올라가는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다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드 들어가자·”
“누나가 찍어도 되잖아·”
“얼른!”
삑·
기나긴 현관을 지나고 들어선 거실에선·
둥둥····
이하연이 이불에 둘둘 감긴 채로 허공에 떠 있었다·
“아 아가씨···?”
“자기야! 장난 그만하고 빨리 풀어··· 어 가영아!”
임가영과 아이가 들어온 걸 보자·
이하연은 마침 잘됐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남편이 이상해졌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