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레벨로 회귀한 무신 외전 42화>
외전 42화
[본론이라···]
깜빡· 깜빡·
빛의 눈은 새하얗게 빛났다가 꺼지길 몇 번 반복했다·
[먼저 고맙다는 말을 먼저 하고 싶군요· 주인님·]
“고맙다?”
[예· 미트라의 의지는 아크가 붕괴할 때 완벽하게 소멸했지만···]
번뜩···!
빛의 눈이 깜빡거리는 걸 멈추고는 성지한을 직시했다·
[당신 덕에 부활할 수 있었습니다·]
“나 덕분에 부활했다고···?”
[예· 제가 주인님을 주인님이라 부르는 이유지요·]
예전과는 달리 깍듯이 예의를 차리는 미트라·
그가 이렇게 나오는 게 자신 덕에 부활해서 그랬다는 건가?
“난 널 부활시킬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그러셨겠지요· 직접 명령하신 건 아니니까·]
“무슨 말장난이지?”
[직접 보시지요·]
그러면서·
지이이잉···
빛의 눈앞으로 하나의 화면이 나타났다·
거기서 나온 건·
아크 내부에서 성지한과 강상이 심각한 얼굴로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이었다·
-무극의 완전한 제어가··· 그렇게 쉽지 않은 것이었습니까?-부끄럽지만 그렇다네· 아크에서는 워낙 초월체의 힘이 강하니 무극의 힘이 상대적으로 억제되어 있지만· 이곳을 나서고 난 이후에는 통제하기가 쉽지 않을 거야·
-그렇군요···
-그래도 너무 걱정말게· 영 안 되면 이 놈을 봉인하고 죽을 테니· 이것보다는 우리가 직면한 문제부터 해결해야 하지 않겠는가·
-맞는 말씀입니다·
그렇게 무극 걱정은 나중에 하자면서 끝난 대화·
성지한은 이 장면을 직접 보자·
‘아····’
그제서야 왜 이걸 기억하지 못했는지 깨달았다·
‘내가 일부러 기억에서 지웠구나·’
강상이 말로는 목숨을 바쳐 막아 보겠다고 했지만·
이 당시 빛의 권능을 받아들여 모든 재능이 극에 달한 성지한은·
-···이건 막기 힘들 것 같은데·
최악의 상황이 닥치면 무극을 막을 수 없을 거라고 예측했다·
지금이야 아크에서 억제되어 있지만·
무극이 세상에 풀리고 난 이후에는 모든 것을 무無로 되돌릴 가능성을 지녔으니·
미트라의 문제를 해결하고도 이건 하나의 뇌관이 될 소지가 있었다·
하지만 이때의 성지한은·
-지금은 초월체 문제가 먼저다· 잡념이 끼어들어선 안 돼·
무극에 대한 정보를 의도적으로 기억에서 지웠다·
아크에서의 문제를 해결하기도 벅찬데 그 이후를 생각하는 건 너무 나갔으니까·
거기에 초월체를 접할 때 이 기억을 지니고 있으면·
무슨 부작용이 생길지 우려했던 것이다·
하나·
[기억을 지운 것만으로는 부족했습니다· 심층 심리에 자리한 주인님의 걱정과 우려··· 초월체는 읽을 수 있었으니까요·]
“무극에 대한 걱정을··· 초월체가 읽었다고?”
[그렇습니다·]
성지한의 명령에 따라 스스로를 봉인하던 초월체·
하나 그는 그 와중에도 성지한의 걱정을 읽고는·
이를 해결하는 방안도 같이 착수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초월체가 도출해 낸 결론은 간단했다·
[무극의 대처법은 주인님께서 이를 완전히 깨달아서 강상과 함께 봉인하던지··· 빛의 권능을 부활시키는 것이지요·]
무극을 익혀 강상을 도와 봉인을 진행하던지·
아니면 빛의 힘을 다시 받아들여라·
그게 초월체가 무신의 탑에 봉인되어가는 와중에도 도출해 낸 답이었다·
‘···그래서 이런 세상을 만들어 낸 건가?’
무극을 익힐 수 있도록 고안되었으면서·
동시에 백광도 존재하는 세계·
여길 만들어 낸 건 초월체의 파편이었나·
하지만·
한 가지 이해가 되지 않는 점이 있었다·
“···그런데 미트라 네가 이렇게 활동하는 건 뭐 때문이지?”
[아크의 억제에서 벗어난 무극의 폭주는 손쉽게 대처할 수 없는 수준· 초월체는 예전의 힘을 어느 정도 회복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빛의 눈이 깜빡거렸다·
[그리고 초월체의 힘을 회복하기 위해선 예전 설계자가 필요한 건 당연한 순리··· 초월체는 삭제한 데이터를 복원해 저를 되살렸지요·]
“허··· 삭제하라고 했더니 복원을 해?”
[하지만 안심하시길· 저는 주인님께 반항하지 못합니다· 아니 애초에 할 생각도 없죠·]
지이이이잉···!
그러면서 눈 아래 생겨나는 빛의 궤적·
반원을 그린 그 빛은·
미트라가 저번부터 보내던 웃는 이모티콘과도 비슷했다·
[이제 주인님께는 두 가지 선택지가 놓였습니다·]
그러면서 떠오르는 하나의 화면·
거기엔·
공허의 마녀 옆에서 쭈그리고 앉아 있는 윤세아가 보였다·
어비스의 바닥 공허의 마녀 석상이 있는 자리에서·
보랏빛 기운에 감싸인 상태로 바닥만 쳐다보고 있는 그녀·
[첫 번째 선택지는 윤세아를 베는 겁니다· 그래서 무정을 이루어 최종적으로 무극을 익히시는 겁니다·]
그러면서 미트라의 반원이 짙게 번쩍거렸다·
마치 비웃는 것과 같은 모양새·
[하지만 이것은 단 한 번으로 완성되지 않을 겁니다· 조카 따위를 벤다고 어찌 무정에 들어설 수 있겠습니까? 내 부모도 내 자식도 아닌데 말이죠·]
“···그 말은·”
[이러한 시뮬레이션을 수십 수백 번 거쳐야· 비로소 주인님께서는 무극에 닿을 수 있겠죠·]
윤세아를 한 번 베는 거 정도로는 안 되고·
이 과정을 수십· 수백 번은 반복해야지 된다는 건가·
‘이 짓을 한 번도 아니고···?’
성지한이 입술을 깨물었을 때·
[두 번째 선택지는 보다 쉬운 것입니다·]
지이이잉····
그러며 화면 하나가 더 떠올랐다·
거기엔·
태양의 형상이 나타나 있었다·
[태양에 닿아 빛의 권능을 다시 받아들이십시오·]
* * *
‘초월체의 파편이 저기에 있었나·’
무신의 탑 내부에 파편화하여 봉인한 초월체·
이 세계에서는 태양에 봉인되어 있었던 건가·
‘양자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후자가 압도적으로 쉽군·’
이 세계의 시뮬레이션을 되돌려 윤세아를 수십 수백 번 베는 것과·
태양에 닿아 백광을 다시 흡수하는 것·
둘 중 뭐가 쉬운지는 명약관화했다·
[빛의 권능을 받아들이시고 다시 창조주의 힘을 얻으십시오· 그리고 강상과 무극을 빛의 힘으로 격리시키고 저 여자는··· 뭐 마음대로 하십시오· 현실로 끄집어 내도 되고 그냥 이 세계를 유지해도 되겠지요·]
“이건 무극을 대처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초월체가 되살아나기 위한 수단인 거 같은데·”
[그리고 초월체의 주인은 당신입니다· 이는 무극이라는 변수 때문에 봉인한 자신의 힘을 되찾는 과정일 뿐입니다·]
그러면서 미트라의 입모양이 다시 번쩍거렸다·
[그리고··· 솔직한 제 생각을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뭔데?”
[조카 따위가 뭐라고· 저런 여자 벤다고 무정해지겠습니까? 수십 수백 번의 시뮬레이션으로 불가능할 겁니다· 시뮬레이션의 방향성이 나중에는 부모· 자식· 연인 등으로 뒤바뀔 수 있으니··· 괜히 고생하지 않으시는 걸 추천드리죠·]
조카 벤다고 무슨 무정을 이루겠냐면서 쉬운 길로 가자고 설득하는 미트라·
하긴 그가 친딸한테 했던 짓을 생각해 보면·
그깟 조카 하나 벤다고 사람이 무정에 다다를 거란 생각을 할 리가 없었다·
‘그래· 쉬운 길은 이쪽이지····’
하나 애초에 왜 그토록 아크에서 초월체를 봉인하려 들었던가·
이걸 받아들이면·
기존의 현실 세계를 스스로 뒤엎을 거라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미트라가 자신의 인류를 모두 소멸시키고 초월체를 만든 거처럼·
‘그리고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다·’
백광을 이대로 그냥 받아들이고 초월체를 활성화하면·
처음에는 좀 버틴다 싶어도·
분명 자신은 미트라와 비슷한 길을 걷게 될 것이다·
이건 예상이나 걱정이 아니라 확신이었다·
백광을 받아들인다는 건·
궁극적으로 현실의 세계를 완전히 포기하겠다는 걸 뜻했다·
‘하지만 백광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무극을 막는 방법은 전자밖에 없다····’
이 미션 속 세계를 수도 없이 돌려서·
윤세아를 죽이고 계속 죽여서 무정에 닿으라는 전자·
그것도 그녀가 1회차의 윤세아라는 걸 확실히 깨달은 상태에서 죽여야지 효과가 극대화되겠지·
저번 생의 윤세아야말로 성지한의 미련이자·
그의 인생에 있어서 가장 미안함을 느끼고 후회했던 대상이기에·
그러니 이렇게 타겟으로 나온 것일 터다·
‘···그런데 뭔가 걸리는 게 있군·’
무극이 문제인 건 알겠다·
그리고 그 해결 방법으로 나온 두 방안도·
다들 일리는 있다·
하지만 그럼 왜·
“왜 내가 여기서 활동할 때 감정을 되찾았던 거지?”
[그건···]
“무정을 위해서라면 자극에 더욱 무뎌져야 할 텐데? 굳이 내가 그 상태인데 왜 이걸 되돌린 거지?”
성지한의 의문에·
눈 아래 있던 반원의 입꼬리가 슬그머니 내려갔다·
그러며 잠깐 침묵을 지키더니·
[글쎄요··· 소중한 것이 사라지는 경험을 하려면· 일단 ‘소중함’을 알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무감각한 상태라면 그런 마음 조차도 안 들테니 그런 거겠지요·]
지금껏 ‘확신’에 가득 찬 채 이야기하던 것과는 달리 추측을 하는 미트라·
“너··· 확실히 모르네?”
[마음 같아서야 속이고 싶지만 주인님 앞에서 거짓을 고할 수 없는 입장이라서요· 사실 그쪽은 저의 관할이 아니라서 모릅니다·]
이거 보면·
아까 주인 타령하던 소리가 완전히 거짓말을 아닌가 보네·
성지한은 입꼬리가 점점 내려가는 상대를 의미심장하게 바라보았다·
“모른다고····”
[네·]
“그럼 너· 미트라의 목적은 뭐지? 솔직히 답해라·”
이 질문에·
빛의 반원이 점점 내려가 미소가 사라지고·
일자가 되었다·
[···제 목적은 주인님이 초월체의 힘을 되찾을 때 저의 코드를 머리에 주입시키는 것입니다·]
“네 코드를?”
[네· 하지만 너무 경계하지 마십시오· 창조주가 된 주인님께 필요한 건 반려· 그 자격을 갖춘 이는 저뿐입니다·]
이놈은 이런 상황에서도 반려 타령이네·
하나 빛의 권능을 되찾고 나면·
처음에는 몰라도 언젠가는 기억해 둔 미트라의 코드를 발현하여 그를 부활시킬지도 모르지·
초월체를 완전히 운용하려면 둘이 다 필요하다고 했으니까·
“뭐 어떻게 됐든· 구궁팔괘도에 대해선 자세히 모른다 이거군?”
[그렇습니다·]
“그럼 그건 누구의 관할이지?”
[···그거는·]
이건 답변하기 싫은지 글자가 올라오는 속도가 느려지는 미트라·
성지한은 그걸 보곤 피식 웃었다·
“내가 네 주인이라며? 쓸데없는 로딩 그만하고 답변해라· 위치까지 확실히 해서·”
[···알겠습니다·]
지이이잉···!
성지한의 명령에 미트라가 화면을 하나 띄웠다·
거기에 나타난 건·
[구궁팔괘도를 관할하는 건 무신 동방삭입니다·]
가부좌를 튼채·
허공에 둥둥 떠 있는 동방삭이었다·
‘역시 그인가····’
무극을 막기 위해 미션 속 세계가 만들어진 이유는 알았다·
하지만 정말로 무정해지기 위해서라면·
사라진 감정이 다시 되돌아오는 과정이 굳이 필요했을까?
미트라의 설명은 나름 그럴 듯했지만·
‘확신이 아니라 추측에 불과했지·’
이 세계에서 시스템으로 기능하던 미트라·
전지전능한 그가 모르는 정보라면 이쪽에서 확실히 알아야 했다·
‘동방삭을 만나야겠군·’
그러려면 어비스의 밑바닥으로 가야겠지·
파아아앗···!
성지한은 즉시 어비스로 향하는 포탈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