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04
토벌제 이틀 차·
하루도 빠짐없이 바쁘게 돌아가던 황실이 오늘따라 고요했다·
존재만으로도 위압적인 둘째 황녀의 내실·
이곳은 황궁의 대전(大殿)을 똑 닮은 공간으로 오직 귀한 존재만이 밟을 수 있는 융단을 사이에 둔 채 각종 관료가 도열해있었다·
둘째 황녀 오로라는 본인의 권좌에 앉은 채다·
오늘 이곳에 모인 이유는 단순했다· 토벌제를 함께 보자는 둘째 황녀의 바람 때문이다·
하지만 단순한 바람도 오로라가 품는 순간 명령이 된다· 기록지를 살펴보는 내실은 고요했다· 가끔 둘째 황녀만이 소리를 내면서 즐길 뿐·
물론 관료들이라고 해서 재미가 없는 건 아니었지만 감히 오로라 앞에서 소리를 낼 수 있는 이는 존재하지 않았다·
현재 둘째 황녀의 망막에는 베르켈을 험하게 구르는 기사들의 모습이 맺히고 있었다·
“꼴이 우습구나·”
오로라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나름 귀한 것들이 저렇게까지 구르고 있는 것을 보니 즐겁다· 즐거워· 이 몸이 나쁜 것이냐?”
“훗날 영웅이라 칭해질 이들이 아낌없이 무위를 선보이고 있으니 어찌 즐겁지 않겠습니까·”
오로라의 기사 ‘반’이 대답했다·
“포장하긴 식량조차 없어서 쩔쩔매는 것이 재미있다는 것이다· 나는·”
“토벌제의 식량은 유통기한이 짧습니다· 또 베르켈의 지역 특성상 육체가 빠르게 지쳐서····”
상점에서 구매가능한 전투 식량에는 소멸 시효가 정해져 있다는 점 기운을 흡수하는 베르켈의 지역 특성 때문에 육체가 빠르게 지친다는 점·
전부 오로라가 이미 알고있는 것이었다·
“안다· 전부 안다· 아는데 그냥 재미있다니까·”
반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황녀님·”
그리고 이번에는 조그만 나무판 같은 것을 내밀었다· 오로라는 줄곧 기록지에 고정해두었던 시선을 천천히 돌렸다·
“이건 점수 현황입니다·”
“두어라·”
“함께 보시면 좋을 듯합니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겠느냐· 마법 학부의 점수만 말해보거라· 일단 그것으로 충분하니까·”
토벌제에서 오로라의 최대 관심사는 마법 학부였다· 아니 정확히는 플란이었다·
안개 절벽의 예외 조항을 이용해 점수를 벌어들였다는 점 환상 지도를 모두에게 공개했다는 점·
예상을 벗어나는 이러한 행위들은 둘째 황녀의 이목을 끌기에 아주 충분했다·
“현재 1위는 천축입니다· 마법 학부는 첫날에 점수를 거의 벌지 않다시피 했습니다·”
“그래· 그렇단 말이지·”
오로라가 한 번 눈을 깜빡였다·
“흥미가 커지는구나· 여유를 부리면 결국 남 좋은 일만 해준 셈일 터인데 이놈의 생각이 쉬이 가늠되질 않느니라·”
“아마 본인을 제외하면 누구도 모를 것입니다·”
둘째 황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옳다· 바로 그 점이 흥미로운 것이다·”
오로라는 ‘신기(神奇)’를 지녔다고 칭해진다·
검을 잘 휘두르고 마법을 쉽게 익히는 것은 그녀에게 있어 당연한 일이다· 다만 그녀에게 ‘재능이 훌륭하다’가 아니라 ‘신기를 지녔다’가 따라붙는 이유란·
“···이놈의 미래가 왜 보이질 않지? 머릿속에 품고 있을 뾰족한 수가 궁금한데 말이다·”
그녀는 특정 인물의 아주 가까운 미래를 보는 것이 가능하다· 일반적인 설명으로는 표현이 불가능한 힘이다·
한데 그 힘이 플란에게는 보란 듯이 가로막혔다·
타인의 것을 보아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몇 분 후에 겪는 미래가 띄엄띄엄 보이긴 하지만 플란과 관련된 미래는 전부 검게 칠해져 보이지 않는다·
그런 생각을 하는 와중 각각 색이 다른 종이를 쥐고 있는 관료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황녀의 시선을 쫓은 반이 알아서 입을 열었다·
“예측지입니다·”
“흠·”
“무언가를 걸고 경기 결과를 예측하는 것으로 토벌제를 한층 더 재미있게 즐기는 방식입니다·”
“흠·”
“서민들도 이러한 방식을 꽤 즐긴다고 합니다·”
“흠·”
“···둘째 황녀님도 한 번 해보시겠습니까?”
“흐음·”
“····”
과묵한 기사 반을 놀리는 것은 오로라의 여흥 중 하나다· 즐거운 미소를 지으며 그녀가 손을 휘이 저었다·
“너희들이나 재미있겠지· 나는 유치해서 싫다· 그런 건 셋째가 좋아하느니라·”
“유시아 황녀님께서는 이미 1만 96배의 성과를 거두셨습니다·”
“···뭐라?”
권태에 젖어있던 오로라의 눈동자에 조금 힘이 실렸다· 둘째 황녀가 고개를 살짝 꺾었다·
그리고 손 하나를 내민다·
“내놓아라·”
“····”
반은 가만히 오로라를 올려다보았다·
황금빛 눈동자는 유시아의 것을 꼭 닮은 듯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담긴 것이 전혀 다르다·
무시무시한 경쟁심·
눈동자에 가득 채워진 연료의 이름이었다·
◈
베르켈의 숲·
“도망 도망쳐!”
기사 바네사가 있는 힘껏 외쳤다· 곁에서는 조원 한 명이 함께 있는 힘껏 달리는 중이었다·
“끄아악!”
“안 돼!”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조원의 어깨가 관통당하는 것을 똑똑히 보게 되었다· 바네사는 질겁하며 검을 마구잡이로 휘둘렀다·
촤악─!
결과는 드디어 성공이었다·
악명 높은 고난이도 마수· 마녀의 혼령을 어떻게든 쓰러트리긴 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네사는 전혀 기쁘지 않았다·
착잡한 마음으로 현재 상태를 바라보았다·
중상을 입은 조원들을 어디선가 나타난 정규 기사들이 수습해간다· 다들 토벌제에서 탈락이지만 괜히 강행했다가 목숨을 잃는 것보단 백배 나을 터다·
“잘 부탁드립니다····”
정규 기사들은 이미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그들이 방금까지 있었던 장소에 바네사는 고개를 꾸벅 숙였다·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거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살아남았다는 기쁨은 그리 크지 않았다· 어차피 그녀도 만신창이였으니까·
“····”
설상가상으로 꼬르륵 하며 배꼽시계까지 울었다· 바네사는 거의 다 무너진 임시 거처를 뒤적거려 전투 식량 하나를 꺼냈다·
우울함에 잠겨있을 틈이 없다· 식사 시간은 최소한으로 줄인다· 방법을 어떻게든 찾는다···· 그러한 생각으로 전투 식량을 살피던 도중·
“응?”
바네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무언가가 마땅히 들어있어야 할 전투 식량은 비어있었다· 그녀는 헛것을 본 건 아닌가 싶어져서 거꾸로 뒤집어 탈탈 털어보기까지 했다·
하지만 결과는 같았다· 비어있었다·
“아····”
그제야 떠오른 토벌제의 조항 하나·
─토벌제의 전투 식량은 30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소멸합니다·
“미치겠네!”
바네사는 손바닥으로 얼굴을 감싸 쥐었다· 아무리 대표들의 생존 능력을 공평하게 평가한다지만 30시간은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수의 강함 다른 기사들의 강함 식량난 육체가 빠르게 지치는 베르켈의 특성·
턱걸이로 예선을 통과한 바네사에게는 너무나도 감당하기 힘든 악재였다·
“으으·”
그래도 바네사는 마음을 다잡았다· 조원들을 위해서라도· 또 앞으로의 자기 자신을 위해서라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필요는 있었다·
그렇게 여기사는 걷기 시작했다· 머릿속에 기억해둔 환상 지도의 모습이 벌써 희미했지만 자기가 가는 길이 옳다고 믿으며 견뎌냈다·
“···!”
꿋꿋하게 걷던 그녀는 어느 순간 멈추어 섰다· 동시에 눈을 부릅뜨고 앞을 살폈다·
“어···!”
있었다·
전방에 리본으로 잘 포장되어있는 상자 하나가 있었다· 누가 봐도 정규 기사들이 베르켈 곳곳에 무작위로 배치하는 보급품이었다·
하지만 그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지금부터는 어디로 가볼까?”
“일단 여긴 위험해· 마녀의 혼령이 있으니·”
보급품은 이미 다른 기사들이 차지한 상태였다·
바네사는 그들의 얼굴을 살폈다· 익숙한 얼굴 키안이 이끄는 조 청운이었다·
“뭐야 바네사 아니에요?”
그때 키안이 바네사를 발견했다·
“왜 혼자서 돌아다녀요? 위험하게·”
청운 조원들의 얼굴에는 보급품을 차지했다는 기쁨과 경쟁에서 앞서나가고 있다는 우월감이 가득했다·
“혹시 식량···· 식량 있으신가요·”
“식량? 당연히 있죠· 필요하신가?”
바네사가 다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점수를 드릴게요· 식량이랑 교환해주시면····”
“아 점수는 필요 없어요·”
“꽤 많은 점수에요· 마녀의 혼령을 잡았으니····”
그때· 키안 옆에 있던 기사 한 명이 끼어들었다·
“됐고 마법 학부는 본 적 없어?”
“마법 학부···?”
“천축이 마법 학부를 찾고 있잖아· 위치만 공유해주면 점수를 엄청나게 주겠다고 했는데·”
“본 적 없어요·”
그렇게 대답함과 동시에 청운의 얼굴에서는 흥미가 전부 사라졌다· 기사가 싸늘하게 일갈했다·
“3분 안에 여기를 떠나· 그 뒤부터는 오로지 검으로만 안부를 물을 테니까 그리 알아·”
“····”
분하지만 바네사는 그 말에 따르는 수밖에 없었다· 지금의 자신은 네 명을 상대할 수 없으니까·
그렇게 걷고 또 걸었다·
“목···· 말라····”
비틀거리며 그저 기적을 바라고 걸었다·
◈
토벌제 이틀 차 아침·
이른 시각부터 우리는 부지런히 움직였다·
루이스는 의외로 능숙한 솜씨로 식자재를 다듬고 베키는 아직도 의자에 앉아 조는 중이다·
트릭시는 주변을 청소하겠다고 나섰다·
범위를 정해주었더니 나름대로 마법을 활용해서 작업에 착수했다· 아직 어설프지만 근처 공간이 마치 야영을 위한 공간처럼 변해간다
“이제 좀 낫네·”
베키의 거처였던 무언가도 통째로 치워버린 후 트릭시가 나름 뿌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나는 기다란 목제 식탁을 만들어주었다· 세 명은 이곳에서 식사하면 될 것이다·
트릭시가 내게 물었다·
“오늘은 뭔가 하는 거겠지? 어제는 무명 몇 마리를 잡은 걸 제외하면 아무것도 안 했잖아·”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은 위험 지역에 가는 게 목표다·
위험 지역에서 벌어들일 수 있는 점수는 일반 지역과 비교했을 때 훨씬 크고 지금까지는 순간 이동의 마법진이 완성되기를 기다렸을 뿐이다·
‘다만····’
나는 이 마법진을 문제 형식으로 설계했다· 대표 세 명이 풀어내면 효과가 발동되는 형식이다·
그리고 이 전부를 설명하는 건 시간낭비였다·
“우선 얌전히 아침이나 먹어라·”
“한 번도 쉽게 쉽게 말해주는 법이 없어·”
“곧 알게 될 거다·”
“아니 무슨····”
그녀가 무언가를 따져 물으려는 찰나·
“가르침 씨가 원했던 방식이다·”
“···!”
트릭시의 눈썹이 한 차례 크게 꿈틀거렸다·
잠시 정적이 흐르고 트릭시는 가만히 서서 눈동자만 굴리다 헛기침을 몇 번 내뱉었다·
“흐음· 그래? 그럼 그렇게 말을 했어야지·”
흥흥 콧노래까지 부르면서 재빠르게 미련을 버리는 트릭시를 보고 있자니 딱히 할 말이 없었다·
“다들~ 무슨 이야기 하고 있어?”
이 목소리는 루이스의 것이다· 그는 다듬어진 식자재를 바구니에 한가득 담고서 다가왔다·
트릭시의 관심이 바구니로 옮겨진다·
“벌써 다듬었어?”
“응· 메뉴를 정하는 게 가장 힘든 일이었어· 처음에 얻어둔 점수 덕에 식자재가 하도 다양해서·”
“하긴 그랬겠네·”
‘식량을 확보하기 위한 처절한 사투’라는 건 우리에게는 아직 전혀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다·
애당초 상점에서 확보해둔 식자재가 많았고 식수는 내가 강물을 정화하는 방식으로 직접 확보했으니 말이다·
지글지글─
루이스가 야채와 고기를 함께 굽기 시작했다· 그는 새벽부터 부지런히 움직여서 ‘강철 멧돼지’를 사냥해왔다·
“와아아아····”
마치 자연 생성 된 것처럼 베키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얼굴로 먹을 것들을 하나하나 꼼꼼히 살핀다·
그리고 정확히 이십 분 뒤·
내가 제작한 식탁에 세 명이 도란도란 모여앉았다· 고기와 야채· 흔한 조합이지만 베르켈에서 먹는 것이기에 또 의미가 남다를 터다·
···또 어떻게 보면 마지막 만찬이 되겠지·
“잘 먹겠습니다아!”
베키가 기세 좋게 포크로 고기 한 점을 찌른다· 그것이 눈 깜짝할 새에 소녀의 입으로 들어갔다·
오물오물·
턱을 한 번 움직일 때마다 베키의 눈이 점점 휘둥그레진다· 꽉 쥐어진 그녀의 주먹이 떨린다·
“너무···· 너어무 맛있어어····”
“어? 그거 탄 것만 내가 따로 빼놓은 건데·”
“···?”
베키가 얼빠진 표정으로 씹던 것을 꿀꺽 삼켰다·
얼이 빠진 베키를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며 트릭시는 씻어진 채소 몇 개만 집어 들었다·
현재 그녀의 손에 쥐어진 것은 직사각형으로 썰어진 당근· 오독오독 씹는 것이 꼭 토끼 같다·
“···엥·”
그런데 당근을 몇 번 씹은 후 트릭시는 조금 놀란 표정이 되어 루이스에게 물었다·
“이거 설마 양념했어? 그럼 안 되는데·”
루이스는 작게 웃으며 대답했다·
“안 했어· 그냥 플란이 조금 손본 것 같던데·”
“···?”
“정말이야· 플란이 몇 번 손댄 게 전부고 그렇게 하니까 채소가 조금 더 신선해졌어·”
청결도와 신선도를 올려주는 일은 딱히 어렵지 않았다· 배탈이라도 나면 괜히 귀찮아지니까 하는 수 없이 손을 봐주었다·
“가르침 씨한테 배웠나 보네·”
트릭시는 다시 당근을 씹기 시작했다· 아까보다 훨씬 빠르게 턱을 움직이면서·
그렇게 식사가 이어지기를 한참 바닥의 마법진을 살피던 와중 갑자기 베키가 나를 불렀다·
“어 플란· 근데 너는 안 먹어?”
나는 조용히 고개만 끄덕였다·
남이랑 같이하는 식사는 애초에 성미에 맞질 않고 지금은 마법진을 검수하는 게 최우선이었다·
“하하하···· 그런 건 뭐라도 남겨놓고 물어야지·”
루이스가 웃으면서 베키를 지적했다·
식탁 위에서 음식이라고 부를만한 것들은 베키가 이미 전부 먹어 치운 채였다·
“아·”
베키가 머쓱해 하며 머리를 긁었다· 트릭시가 당근을 오독오독 씹으며 한마디 했다·
“이러니까 살이 찌지·”
“····”
“루이스도 대단하네· 베키랑 강철 멧돼지를 안 헷갈리고 사냥했다는 게· 또 구웠다는 게·”
“나한테 왜 그래·”
그런데 그때·
나는 불현듯 어떠한 기운을 감지했다· 힘없이 비실거리는 기사의 것이었다·
“어?”
그리고 다음 순간·
세 명도 동시에 의문사를 토해냈다· 무언가가 풀숲을 헤치고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뭐 뭐 뭐야 저거? 구울?”
“구울 맞아? 나름 기사인 것 같은데·”
“구울 맞지 않아? 시체 같은데····”
베키와 루이스가 떠드는 와중 나는 그것의 모습을 살폈다· 갈색 머리카락의 기사였다·
척 보기에도 만신창이인 그녀는 비틀거리면서 다가왔다· 몽유병 환자를 보는 듯했다·
“너는 누구지·”
내 질문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녀가 주저앉았다·
“물· 물· 제발 물 한 모금만····”
나는 손가락질을 한 번 튕겼다· 그녀의 앞으로 식수가 담긴 물통이 자리했다·
“물?”
여기사는 눈을 부릅뜨더니 그것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그 모습이 워낙 안쓰러워서 나는 남은 전투 식량도 하나 던져주었다· 어차피 시간이 지나기 전에 전부 처리해야 하는 것들이니·
“···!”
전투식량을 보더니 입이 찢어지도록 놀란다·
주저앉은 채로 그녀가 나와 전투 식량을 열 번 넘게 번갈아 가며 보았다·
가보라도 되는 것처럼 그것을 들더니 묻는다·
“이 귀한 걸 나한테?”
“적선이라고 생각해라· 네 꼴이 참 안쓰러우니·”
“그래도···· 이렇게나 귀한걸····”
나는 턱으로 뒤편을 한 번 가리켰다·
기다란 목제 식탁에 도란도란 둘러앉아 만찬을 즐기는 세 명의 모습을 기사는 마침내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했다·
“···?”
이윽고 그녀가 석상처럼 굳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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