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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verpowered Archmage Doesn’t Hide His Talent Chapter 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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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27

“아····”

스칼렛은 강한 현기증을 느끼며 눈을 떴다· 정신을 차려보니 자신은 어둡고 기다란 복도의 한복판에 서 있었다·

주변에 존재하는 빛이라고는 벽에 일정한 간격으로 걸려있는 양초뿐· 주황빛 불꽃은 현기증과 합쳐져서 자꾸만 시야를 뿌옇게 만들었다·

그녀는 천천히 발걸음을 떼었다·

복도는 오로지 일자로 뻗어있었기에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고민하는 과정은 없었다·

그렇게 걷고 또 걸었다·

그리고 마침내 어느 순간·

“····”

복도의 끝에 다다른 스칼렛은 가만히 서서 멍하니 눈 앞에 펼쳐진 풍경을 바라보았다·

전시회장을 연상케 하는 넓은 공간이 있었다· 벽면에는 온통 커다란 초상화가 걸려있는 채였다·

“익숙한 얼굴·”

초상화의 얼굴은 하나같이 익숙했다· 그것들 전부가 유디트의 인물을 담은 초상화였고 어머니와 아버지의 초상화 아래에는 자신과 플란의 모습이 나란히 걸려있었다·

스칼렛은 홀린 듯 그것을 향해 다가갔다·

“···!”

그리고 어느 정도 다가섰을 때 그녀는 자연스레 발걸음을 멈추게 되었다·

어느 순간 불현듯 나타난 인간의 형체가 자신의 곁에서 나란히 걷고 있었기 때문이다·

스칼렛은 그것을 알아보았다·

“리브라?”

기억을 베는 자· 리브라·

틀림없이 그녀였다· 리브라는 머리에 삿갓을 쓰고 입에는 강아지풀을 문 채로 스칼렛을 바라보았다·

“오셨소이까· 스칼렛·”

“···이곳에는 언제부터 계셨던 겁니까·”

“나는 한 번도 이곳을 벗어난 적이 없소이다·”

스칼렛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대답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플란과 결투하던 당시에도 평원에서 리브라를 보았었으니까·

···여전히 두통이 심하다·

스칼렛은 이마를 한 손으로 짚은 채 미간을 좁힌 채로 고개를 저었다·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애초에 나는 기억의 편린일 뿐이외다·”

리브라의 편린은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나의 본체는 「보관」을 이용하여 기억의 일부를 떼어냈고 그것을 별채에 남겼소· 그게 나라는 존재라고 하더이다·”

이내 납득이 되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리브라라면 가능한 일이다·

「보관」「제거」「주입」···· 그녀가 다루는 검만 수자루가 넘으니 기억의 편린을 별채에 남겨두는 것 정도는 어렵지 않았을 터·

스칼렛이 입술을 떼었다·

“제가 모르는 과거를 알고 싶습니다·”

“어려운 일은 아니지·”

리브라의 편린이 검 한 자루를 내밀었다· 스칼렛은 그것을 조용히 건네받는다·

“이 검은····”

스칼렛도 정체를 알고 있는 검이었다· 리브라가 다루는 수자루의 검 중 하나· 「열람」이었다·

“이것으로 모든 과거를 열람하면 되겠습니까·”

“그것은 불가하더이다·”

리브라의 편린이 고개를 저었다·

“열람은 정신력을 매우 크게 소모해서 고작 한 명의 과거를 살피는 것이 최선일 것이오·”

“한 명이라····”

스칼렛은 우선 어머니의 초상화 앞에 섰다· 그저 물감으로 그려진 그림일 뿐일진대 그런데도 익숙한 열기가 느껴지는 듯했다·

“이 검을 꽂아 넣으면 되겠습니까·”

“날 끝으로 겨누기만 해도 열람하는 것이 가능하나 그것은 일부· 아무래도 꽂는 편이 확실하다 하더이다·”

스칼렛은 우선 날 끝을 조심스레 겨눠보았다·

그 순간 액자 안에 담겨있던 초상화가 물결처럼 찰랑이며 모습을 달리한다·

─정말로 후회하지 않겠니·

동시에 익숙한 목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

스칼렛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고개가 저절로 돌아간다· 그토록 보고 싶었던 모습 그토록 듣고 싶었던 목소리· 작열의 기사 에블린이 플란의 방에 서 있었다·

─앞으로는 고유 능력을 쓸 수 없을 거란다·

에블린은 침대에 누워있는 플란에게 말했고 플란은 파리한 안색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후에라도 이 일을 후회할 것 같다면 철회할 수 있어· 아직은 회수가 가능한 시점이니까·

─아뇨·

창백하기만 하던 플란의 얼굴이 단호해졌다· 그가 단호하게 고개를 젓는다·

─제 선택을 후회하지 않습니다· 증명은 다른 분야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럼 그리하겠니·

에블린은 아마 미소를 지은 것 같다·

“나는 전혀 모르는 기억이다····”

볼 수 있는 건 여기까지였다· 날 끝을 겨누는 정도로는 고작 이 정도가 한계인 모양이었다·

스칼렛은 날 끝을 움직여 이번에는 아버지의 초상화를 가리켰다·

또 한 번 액자 안의 풍경이 찰랑인다·

이번에는 유디트 저택의 어느 방· 아버지 테오도르가 무언가를 유심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의 시선이 향해있는 곳은 침상 눈을 곤히 감고 있는 것은 칠흑 같은 머리카락의 여자아이·

자기 자신이었다·

─행운이라 해야 할지 불운이라 해야 할지·

그때 리브라가 방에 들어오며 말했다· 스칼렛도 고개를 돌려 그녀의 말에 귀를 집중했다·

─작열은 어찌어찌 전승이 되었다고 하더이다· 허나 이 육체는 결코····

─됐다· 이미 이렇게 되어버렸으니·

열람할 수 있는 것은 거기까지였다· 동시에 심각한 두통이 머릿속을 헤집어 놓았다·

이것 역시 그녀가 전혀 모르는 기억이었다·

“욱····”

또 한 번 치밀어오르는 구토감· 열람의 정신력 소모는 실로 어마어마했다·

그러나 스칼렛은 결단을 내렸다·

본인이 모르는 과거들을 마주하자 진실을 향한 열망이 솟구쳤다· 재빠르게 움직인 손이 검을 자연스레 역수로 쥔다·

콰득─!

자신이 그려진 초상화의 심장에 온 힘을 다해서 검신을 박아넣는다·

쿠웅─!

동시에 자기 심장이 크게 뛰었다·

육체에서 혼이 빠져나가는 듯한 탈력감· 시야가 온통 뒤흔들리고 몸의 감각이 일시에 멎는다·

“윽···!”

이성이 몇 번이고 끊어졌다 다시 이어진다·

“하아 하아····”

마침내 호흡을 할 수 있게 되었을 때· 스칼렛은 숨을 헐떡이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유디트의 검술 훈련장이었다·

하늘에는 화사한 태양이 걸려있었고 어디에서는 새가 감미롭게 지저귄다· 근처에는 목재 허수아비들이 널려 있었다·

“···!”

그리고 다음 순간· 그녀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녀의 정면에는·

“누구십니까?”

고개를 갸웃거리는 어린 플란이 있었다·

“제게 볼일이 있으십니까?”

조그만 플란이 스칼렛을 올려다보았다· 스칼렛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미간을 좁혔다·

체험 형식의 열람이었나· 몰랐다·

“저기요?”

“아 그래·”

플란의 재촉에 스칼렛은 어색하게 대답했다·

상황도 상황이지만 진정으로 어색하게 다가오는 것은 정면에 있는 플란의 모습이었다·

건강하게 땀을 흘린 모습 생기가 가득한 두 눈 경갑 차림 손에 쥐어져 있는 목검·

그 모든 것이 너무나도 생소하다·

“···이상하다·”

스칼렛은 제 이마를 손으로 짚었다· 이 정도 시기의 기억이라면 머릿속에 있을 법 한데 그녀는 왜 어린 플란의 모습이 이토록 생소한가·

‘시간이 흘러 잊고 있었다’와는 명백히 다른 감각이었기에 스칼렛은 그것이 오묘했다·

스칼렛의 배에 겨우 닿을 키· 플란이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저택의 응접실로 안내해드릴까요?”

“됐다· 잠시 들렀을 뿐이니까·”

“아하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플란은 가벼운 인사를 끝으로 스칼렛을 지나쳤다· 목재 허수아비의 정면에 서더니 있는 힘껏 목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소년의 검로는 제법 깔끔하다· 척 보기에도 범재의 수준은 되어 보이는 듯했으니·

‘기억과는 다르다·’

녀석이 이만할 때 검을 이토록 잘 휘둘렀던가?

키가 스칼렛의 가슴 정도까지 오게 되었을 때 그때쯤 한창 스칼렛에게 구박을 받았던 것 같은데· 머릿속의 조각이 영 맞아떨어지질 않았다· 

“····”

어쨌든 검을 휘두르고 있는 플란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기분이 너무나도 오묘해서·

“그렇게 휘두르는 게 아니지·”

스칼렛은 플란의 검을 낚아챘다· 손에 쥐어진 것이 목검인데도 불구하고 허수아비는 마치 강철에 잘린 것처럼 반으로 절삭되었다·

“와····”

플란이 감탄한다· 목검을 되돌려받으며 묻는다·

“몰라뵈었습니다· 기사분이셨군요?”

“그래·”

스칼렛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기사님의 동료분들은 부럽습니다· 늘 이런 검술을 견식 할 수 있겠군요· 저도 언젠가 다시 한번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너도 검을 독학하는 것은 아니잖냐·”

“예· 어머님께서 종종 봐주십니다· 어?”

문득 플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러고 보니 기사님의 검술은 어머님의 것과 굉장히 비슷하네요·”

“흐음·”

또 한 번 머릿속이 퍼즐이 어긋난다·

보통 이러한 상황에서는 ‘누나의 검술과 비슷하다’라고 언급하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은가·

“뭐 됐다·”

하지만 이내 고민을 털어냈다· 기억 속에 성공적으로 진입했으니 궁금한 것이 있다면 지금부터 두 눈으로 직접 살펴도 될 것이다·

후웅─!

플란은 또다시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멍하니 그것을 바라보았다·

열정 넘치는 플란의 모습이 그 자체로 불꽃 같은 소년의 당찬 모습이 스칼렛의 마음을 오묘하게 만든다· 마치 본능처럼 몸이 자꾸만 이상하게 반응한다·

플란은 하염없이 검을 휘두른다·

스칼렛은 그것을 멍하니 바라본다·

그리고 어느 순간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뭘 그리 열심히 하는 거냐· 어차피 검을 놓을 녀석이····”

“절대·”

스칼렛은 내심 놀랐다· 검을 휘두르던 플란이 어느샌가 무척이나 진지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에·

“절대로 검을 놓는 일은 없을 겁니다·”

결국 검을 놓았다는 결과를 알기에 플란의 대답이 조금은 뻔뻔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동시에 그의 얼굴에서 거짓이 읽히지도 않았다·

“잠깐·”

없다·

기억이 없다·

‘왜 검을 놓게 되었더라···?’

그러고 보니 스칼렛의 머릿속에는 플란이 검을 놓았다는 결과만이 있을 뿐이다· 정확한 연유가 조금도 기억나질 않았다·

“···너는 무엇을 위해 검을 휘둘렀지?”

“그야 당연히·”

플란이 웃음을 터뜨렸다· 너무나도 쉬운 질문을 들었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소중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소중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서?”

“예· 마지막 순간까지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서 검을 휘두를 것입니다·”

잠시 정적이 내려앉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진심이 오롯이 담긴 플란의 눈빛을 마주하지 할 말이 없어졌으니까·

쏴아아아─

시원한 바람이 그들의 몸을 한 차례 훑었다· 칠흑 같은 머리카락을 휘날리게 만든다·

“그런 네가····”

스칼렛이 다시 입을 열었다· 옅어진 목소리로·

“그런 네가 왜 검을 놓았을까· 보란 듯이·”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플란은 스칼렛과 자신의 손에 쥐어져 있는 목검을 번갈아 가며 쳐다본다·

그가 어떠한 답변도 돌려줄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기억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스칼렛은 가느다란 목소리로 물었다·

“너에게는 가족이 소중하지 않았던 거냐·”

“소중합니다· 그것도 무척이나·”

“그럼 어째서 배신했지·”

스칼렛의 목소리는 갈수록 흔들려만 간다·

“가족· 특히 누나의 기대를 저버리면서까지 기어코 검을 놓은 이유가 뭐냔 말이다·”

“····”

플란은 어떠한 대답도 하지 않았다·

애초에 대답을 기대하고 내뱉은 질문은 아니었다· 눈앞에 있는 건 기억의 조각에 불과하니까·

그러나 그때·

“저는····”

플란이 내뱉은 말은 너무나도 충격적이었다·

“저에게는 누나가 없습니다·”

“···!”

스칼렛이 눈을 치떴다· 플란은 방금 분명 자신에게는 누나가 없다고 내뱉었다·

그녀는 떨리는 손을 자기 가슴 위로 얹었다· 심장이 미친 듯이 쿵쾅대고 있었다·

빠직 하고 머리의 어딘가가 유리처럼 부서져 내리는 듯한 감각이 들었다· 

그녀가 입술을 겨우 달싹여서 되물으려는 순간·

“아 플란!”

해맑은 목소리가 저편에서 들려왔다·

“플란! 보고 싶었어!”

조그만 소녀가 도도도 달려와서 플란의 품에 안긴다· 소녀는 스칼렛이 익히 아는 인물이었다·

헛숨을 들이켰다·

얼굴에 반가움을 한가득 담아 플란에게 안긴 소녀 그림자처럼 검은 머리칼을 지닌 그 소녀는·

“···나잖아·”

스칼렛 유디트·

본인이었다·

하나 둘· 마침내·

잠들어있었던 기억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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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verpowered Archmage Doesn’t Hide His Talent

Overpowered Archmage Doesn’t Hide His Talent

Score 8.4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Archmage Kaplan possessed the body of a boy who was betrayed by his childhood friend. In the boy’s diary, he found by chance that he wanted to become a great magician. “Shall we try one more time, then?” ‘Let’s do it.’ In the end, those who are good at magic should use it w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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