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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verpowered Archmage Doesn’t Hide His Talent Chapter 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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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9

···시간이 느려진 듯했다·

플란·

그를 마주친 것은 저택 앞에서였다·

칠흑의 머리카락 밑에서 붉게 일렁이는 확신이 선 눈동자· 날렵한 턱선과 날카로운 눈매· 그의 생김새는 과거와 별반 다를 것 없었으나·

다만 표정만큼은 너무나도 달랐다·

그의 무표정에 일순간 주변의 온도가 내려간 것은 아닌가 하는 착각마저 느꼈다· 더 이상 과거에서 엿보았던 온화한 얼굴 따위는 없었다·

스칼렛은 의문을 품는다·

먼 훗날에는 저 냉랭함도 녹을 수 있을까·

자신이 하루하루 버티고 또 끝없이 인내한다면·

싹이 움트는 어느 해의 봄날을 맞이했을 때 기억의 편린에서 엿보았던 온화함을 다시 한번 보게 되는 날도 있을까·

스칼렛의 삶은 축복인 동시에 원죄였다·

저주를 떠안은 목숨을 부지한 것은 축복이겠으나 약혼자의 고유 능력을 앗아온 것은 원죄· 강제로 어깨 위에 모순을 짊어진 삶이었다·

문득 장면 하나가 머릿속을 스친다

별채에서 이미 한 번 보았던 장면이었다·

─저기 모르는 마법좀 물어봐도 될까?

이건 어린 플란의 목소리였다·

마법을 배우기 위해 그는 바쁘게 발품을 팔고 다녔다· 본인의 결점을 훤히 내보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매번 기꺼이 그리했다·

─안 되겠어· 너는 너무 소질이 없다·

금발의 머리카락을 지닌 여학생이 고개를 저었다· 플란을 바라보는 소녀의 눈빛에는 경멸이 잔뜩 어려있었다·

헤일리·

소녀의 명찰에 적혀있는 이름이었다·

─플란·

─응?

─하지도 못하면서 뭘 자꾸 알려달래· 다른 게 목적이야? 나한테 관심 있어서 이러는 거냐고·

스칼렛의 마음은 그 장면을 본 순간 조각났다·

플란은 그러한 모욕을 참을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그는 매번 웃어넘겼고 묵묵히 새로운 무언가를 증명하고자 했다·

그 증명이 한없이 초라한 자신을 위한 것임을 알게 되니 마음이 미어지는 듯했다·

“왜 사람을 그런 눈빛으로 바라보나·”

플란의 서늘한 음색이 귓전을 때렸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스칼렛은 단번에 상념으로부터 벗어났고 심장에는 욱신거리는 듯한 통증이 일었다·

“····”

잠시 정적이 내려앉았다·

“비켜라·”

사내는 조용히 자신을 지나쳤다·

스칼렛은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이전보다 넓어진 등을 보고 있노라니 수없이 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친다·

그러나 아직 말로 내뱉을 수 있는 건 없었다·

저택으로 복귀한 나는 업무부터 살폈다·

“벌써 이렇게나 모였나·”

의자에 앉아 마이에브로부터 건네받은 투자자 명단과 금액 추이를 먼저 살폈다·

이제 사실상 ‘재정’에 관한 문제는 전부 해결되었다고 보아도 좋을 듯하다·

설령 도중에 금화의 양이 부족해진다 하더라도 여전히 걱정은 없을 것이다· 둘째 황녀 오로라가 분명히 지원을 약속했었으니·

“이 정도면 충분하다·”

자원이 한정되어있는 상태에서 최선의 설계도와 타협을 보는 행위· 나는 대부분이 겪을 문제로부터 벗어나 자유로울 수 있게 되었다·

이제는 계획의 다음 단계를 밟을 차례다·

마이에브의 보고서를 덮어둔 뒤 책상 위에 놓인 종을 울렸다· 하녀장을 부르기 위함이었다·

한 10초 뒤 카타리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네 도련님· 부르셨습니까·”

카타리나는 고개를 숙여 정중하게 예의를 표했다· 지극히 하녀장다운 모습이었다·

그런데 그녀는 혼자가 아니었다·

“도련님 실례합니다·”

“실례합니다·”

다른 하녀들이 줄줄이 내 방 안으로 들어왔다· 디저트로 빼곡한 이동식 카트형의 쟁반을 방 한편에 조심스레 배치해둔다·

나는 미간을 좁히고서 하녀장에게 물었다·

“무엇이지·”

“혹여라도 업무를 보시던 도중 입이 심심하실까 하여···· 고급스러운 것으로만 준비했습니다·”

“네가 준비한 것인가·”

“예· 그렇습니다·”

그러나 카타리나의 목소리가 떨리고 눈동자가 잠시 문 쪽으로 향하는 걸 나는 놓치지 않았다·

살짝 열린 문틈 사이로 삐죽 튀어나온 검은 머리카락이 얼핏 보였다·

“····”

그러나 그것은 표현 그대로 찰나에 순간에 불과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문 쪽에서 느껴졌던 인기척이 완전히 지워진다·

나는 됐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필요 없다· 전부 치우도록·”

“아 알겠습니다·”

“그리고 저택에 도착한 것이 있었을 터·”

“챙겨두었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카타리나는 방을 비우더니 잠시 후 두루마리들을 한가득 끌어안은 모습으로 복귀했다· 그것들 전부가 마법의 ‘학파’에 관한 것이었다·

시간 낭비는 싫었기에 유시아를 시켜 유디트의 저택으로 이 세계에 존재하는 마법 학파의 종류와 간단한 특징들을 보내달라고 요구했었다·

그런데 도착이 상당히 빠르다· 이만하면 야광 퍼즐을 하며 상대해준 보람이 있었다·

“도련님· 다음 주 화요일 차기 가주들을 위한 모임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참석하십니까·”

“차기 가주들을 위한 모임?”

“‘계승’이라 불리는 모임입니다· 작년까지는 스칼렛 아가씨께서 참석하셨습니다·”

“그러면 왜 스칼렛에게 묻지 않고·”

허공에서 하녀장과 나의 시선이 맞닿는다· 카타리나는 어깨를 떨며 시선을 아래로 내리깔았다·

“이미 여쭤보았으나 아가씨께서는 더는 가주 자리에 뜻이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과연 기사답게 약속은 지키겠다는 것인지·

“차기 가주라면 누구나 참석하는 잡모임인가·”

“절대로 아닙니다· 검증을 끝마친 훌륭한 가문만이 겨우겨우 참석의 자격을 얻으니까요·”

“알았다· 고려하지·”

나는 짤막하게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차기 가주들의 모임은 꽤 매력적인 제안이었다·

유디트를 점점 나를 위한 가문으로 바꾸어 나갈 계획이기에 이 세계에서 나름대로 저명한 가문들과 길을 터놓는 것은 결코 나쁘지 않으리라·

또한 정체를 밝히기에도 최적의 장이었다·

“이만 나가보도록·”

“네 도련님·”

카타리나는 허리를 숙이고서 물러갔다·

유시아로부터 전해 받은 두루마리들을 스윽 훑어보니 과연 이 세계에 존재하는 마법 학파들에 관한 정보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참고로 나도 어느 정도는 이미 안다· 오가면서 종종 듣거나 본 바가 있었으니·

확인되는 것은 총 12가지의 학파·

이전 세계와 비교해보면 그 수가 한참이나 부족하다· 바꾸어 말해 으레 연구가 돼야 했을 마법도 아직 연구가 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우선 12개인가·”

이전 세계에 비해서 수가 적다고 하더라도 우선 이들부터 갈무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새로 지을 마탑이 진정 ‘마법의 요람’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그들 모두를 규합할 수 있어야 하고 진심 어린 인정도 받아야만 할 것이다·

이전 세계의 경우 학파 간의 전쟁이 드물지 않았다· 그리고 그것은 늘 마법의 발전을 약 20년 정도는 더디게 만들었다·

“그것만큼은 허용할 수 없다·”

머리를 맞대고 순수히 마법의 발전만 도모해도 시간이 아까울 판에 서로를 물어뜯고 싸우는 모습은 결코 용납할 수가 없었다·

“저 도련님·”

그러한 생각을 하던 중 카타리나가 다시 들어왔다· 손에는 금색 봉투가 들려있는 채였다·

“방금 막 황실로부터 전언이 도착했습니다·”

“그래·”

봉투에는 보란 듯이 내 이름이 적혀있었다·

둘째 황녀 오로라는 내가 유디트의 인물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나는 과하게 고풍스러운 그 봉투를 뜯었다· 내용은 지극히 단순했다· 오늘 황궁에 방문할 것을 재차 강조하는 문장뿐이었으니·

···아니 한 가지 내용이 추가로 있었다·

“토론?”

궁정 마법사들과 마법 토론을 펼친 후 오로라에게 전수하라는 내용이 있었는데 그걸 확인함과 동시에 머릿속에서 좋은 계획이 떠올랐다·

여러 학파를 마탑에서 규합시킬 계획이 마치 어두운 곳에서 전구가 켜지는 것처럼 말이다·

“장소를 황궁이 아닌 마탑으로 한다면····”

둘째 황녀 오로라 만일 그녀가 마탑에 직접 다니게 된다면 이의를 제기할 학파는 없을 터·

어떻게 다니게 할 것인가·

오로라를 어떻게 불러낼 것인가·

···그건 어렵지 않았다·

플란의 방문이 머지않았다·

오로라의 말은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달되었다· 호위 기사 반이 그녀의 곁을 지켰고 황녀는 그를 바라보았다·

“반· 너는 이 부분을 어떻게 생각하나·”

오로라가 한 손으로 종이를 들어 올리고 다른 손으로는 자신의 전언이 적힌 부분을 가리킨다· 마법 토론에 관한 부분이었다·

“···궁정 마법사들도 아주 훌륭합니다만· 굳이 플란이어야만 하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반은 최대한 솔직하게 대답했다· 오로라 역시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지· 그게 궁금하겠지· 예상했노라·”

“애초에 미래를 보시지 않습니까·”

“네 미래는 굳이 안 보아도 훤하리라·”

“기사는 우직한 법이라 그렇습니다·”

“너는 그냥 단순한 거다·”

“예·”

반은 덤덤하게 오로라의 말을 받았다· 몇 년이 되었으니 이제는 이러한 대화에도 상당히 익숙했다·

“플란이 쭉 아카데미에 있을 예정이라지·”

“그렇습니다·”

오로라는 자신이 얻은 정보 몇 가지를 떠올렸다·

플란의 전담반이 꾸려진다는 것 그것만으로는 모자라 아예 마탑까지도 새로 새운다는 것·

저돌적이고 무모한 마법사는 역사에 차고 넘쳤으나 근거를 갖추어가며 진취를 이루어내는 것은 플란이 거의 유일했다·

“나는 그놈을 황궁에서 길러야겠다·”

그렇기에 오로라의 일차적 목표는 플란을 황궁에 두고서 자신만의 것으로 길러내는 것이었다·

“····”

호위 기사가 대답을 돌려주지 않자 오로라는 슬그머니 자세를 낮추어 반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어이 왜 대답이 없느냐·”

“아 죄송합니다·”

반이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오로라는 문득 반의 미래가 읽히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했다·

무언가가 읽히지 않는다는 건 대상이 플란과 관련된 생각을 했다는 뜻일 터·

“반·”

“예· 황녀님·”

“플란에 관한 생각을 하였구나·”

“그렇습니다·”

오로라는 전부 털어놓으라는 듯한 눈빛으로 반을 응시했고 그는 하는 수 없이 입을 열었다·

“플란이 과연 길들여질 수 있는 인간인가· 저는 잠시 그것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한심하도다·”

그녀는 심기가 불편해졌다는 듯 한 손으로 턱을 괴었다· 둘째 황녀의 내실이 고요해졌다·

“내가 길들이지 못하는 것은 결코 없느니라· 처음에는 토론을 핑계로 붙잡아두었다가 점점 이곳에서 살도록 목줄을 채울 것이니라·”

그녀는 손에 넣어보지 못한 것이 없었고 설령 그게 타인의 손에 있다면 기어코 빼앗았다·

빼앗길 것 같다면 죽였다· 연약한 소녀에 불과했던 그녀가 지금까지 살아남 비결이었다·

반이 어려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

“굽힐지언정 차라리 부러지기를 선택하는 인간도 있습니다· 황녀님·”

“부러뜨려놓는 것도 길들이는 방법이니라·”

오로라가 입가를 비틀고 그를 흘겨보았다·

“또한 황궁에는 모든 것이 존재한다· 이만한 새장이면 결국 그놈도 만족하게 되겠지·”

그녀는 상대가 누구든 간에 길들일 자신이 있었다· 다름 아닌 스스로가 직접 채찍을 쥐었으니·

“놈이 방문할 시간이 되었나·”

“1분 후입니다·”

오로라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둥─

잠시 후 북이 울리며 만남의 시간을 알린다·

그러나·

다시 눈꺼풀을 열어도 풍경은 달라지지 않았다·

“····”

오로라가 입 안에서 천천히 혀를 굴렸다· 다시 한번 눈꺼풀을 천천히 내렸다가 들어 올린다·

“···?”

그러나 이번에도 보이는 풍경은 그대로였다·

5분·

10분·

그리고 30분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무엇이냐····”

오로라가 미간을 좁히고서 중얼거렸다·

그리고 마침내 밖이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누군가가 이제야 도착한 모양인데 둘째 황녀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무려 30분을 늦은 것을 어떻게 여겨야 할 것인가· 그녀를 만족시킬만한 이유가 없다면 필히 엄중한 처벌을 각오해야 할 터·

그러나·

─셋째 황녀님께서 오셨습니다!

내실 밖에서 울려 퍼지는 소리·

“····”

황궁을 방문한 건 이번에도 플란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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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verpowered Archmage Doesn’t Hide His Talent

Overpowered Archmage Doesn’t Hide His Talent

Score 8.4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Archmage Kaplan possessed the body of a boy who was betrayed by his childhood friend. In the boy’s diary, he found by chance that he wanted to become a great magician. “Shall we try one more time, then?” ‘Let’s do it.’ In the end, those who are good at magic should use it w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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