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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verpowered Archmage Doesn’t Hide His Talent Chapter 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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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76

가면 혈귀가 다가오는 모습에 오로라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언성을 높였다·

“무엄하다!”

황녀는 바닥의 검 한 자루를 주워들었다·

고귀한 핏줄을 지녔으나 마법과 검술에 특출난 재능이 있었다· 따라서 높은 수준의 검술은 비상 상황에서 그녀의 몸을 지켜줄 터였다·

그러나 가면 혈귀는 그게 우습다는 듯 조소할 뿐이었다· 가면 너머에서 기괴한 목소리가 건너왔다·

“어떤 모습이 좋을까····”

기이하다·

가면 혈귀가 내뱉는 한 글자 한 글자 목소리의 주인이 달랐다· 노인 소녀 남성····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상식으로 이해할 궤도를 이미 벗어난 채였다·

“이게 좋을까? 이게? 아니 아니야····”

가면 혈귀가 가면을 벗었다· 얼굴이 드러나면 얼굴을 잡아 뜯는다· 그럴 때마다 피와 살덩어리가 튀었지만 그는 그 행동을 미친 듯이 반복했다·

꽈드드득─

얼굴이 살이 통째로 뜯겨나가는 광경을 오로라는 멍하니 바라보았다· 어렸을 때부터 잔혹한 장면을 수없이 봐왔지만 이건 다른 의미로 기괴했다·

“····”

어느샌가 오로라의 손이 살짝 떨렸다·

단순히 잔혹한 장면이었다면 괜찮을 것이다· 그러나 뜯기는 얼굴 하나하나가 오로라가 익히 아는 얼굴들이었기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아 그래· 이게 좋겠어····”

가면 혈귀가 마지막으로 얼굴을 한 번 쥐어뜯었다· 이후에는 체내의 뼈가 통째로 움직이며 재조립된다· 우드득 하는 소리가 더없이 불쾌하고 소름 끼쳤다·

재생성이라고 표현해야만 옳을 것 같던 그 신체는 이내 고요함을 되찾았다· 

가면 혈귀가 택한 것은 나태와 오만함이 공존하는 한 여인의 모습· 혈귀가 자신감에 가득 차 턱을 들어 올리며 비릿한 미소를 입가에 머금었다·

“일단은 이 정도 모습으로만 할까요·”

그건 오로라 자기 모습이었다·

분명 자기 모습이지만 자신이 아니다· 괴상한 거울을 보는 듯한 착각에 오로라는 몇 번 정도 심호흡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

황녀가 최대한 침착하게 물었다·

“반 반은 어디에 있느냐·”

“제가 반입니다·”

“너는 내 호위 기사가 아니다·”

황녀의 단호한 목소리를 듣고도 혈귀는 여유로울 뿐이었다· 눈꼬리는 우스운 무언가를 상대하는 듯했다·

“아뇨· 맞습니다· 다만····”

혈귀가 매초 모습을 바꾸었다· 그 모습에는 방금 사망했던 병사들의 모습도 궁중 마법사들의 모습도 그리고 반의 모습도 있었다·

“···반이 제 외형 중 하나였을 뿐이죠·”

이것 좀 보라는 듯 혈귀는 기사의 예를 취했다· 한쪽 무릎을 꿇으며 한 손을 자신의 어깨 위에 얹는 그런 인사말이다·

그것을 마주하는 오로라의 얼굴에 당혹감이 더해졌다· 확실히 동작의 미세한 부분 하나하나가 반이 보여주었던 것과 동일하게 느껴졌다·

혈귀가 흡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늘 견고하던 태도가 흔들리는 것을 보니 제법 뿌듯합니다· 이런 순간이 중독적이라서 제가 가면을 놓질 못해요···· 그렇지 않겠습니까?”

혈귀가 자신의 얼굴 쪽으로 손을 가져갔다·

“헛소리하지 마라· 반은 어디에 있느냐!”

그때 얼굴 쪽으로 옮겨지던 혈귀의 손이 기이하게 휘었다· 짜악 하는 파열음과 함께 오로라의 고개가 옆으로 돌아갔다·

뺨을 얻어맞은 것이었다·

“윽!”

강도가 어찌나 강한지 오로라가 잠시 중심을 잃고 비틀거릴 정도였다· 검붉은 결계를 등에 기대고 있지 않았더라면 아예 주저앉아버렸으리라·

“···!”

오로라의 눈이 한 박자 늦게 휘둥그레졌다· 신체가 타인의 손에 다루어진다는 것은 실로 오랜만에 경험하는 것이었다· 그게 얻어맞는 것이라면 더더욱·

“현실을 받아들이는 능력이 전무하십니다· 뭐 당연한 일이죠···· 하나 묻겠습니다· 늘 답안지만 바라보며 살았던 삶은 제법 편하셨습니까?”

그 말을 들은 오로라가 이를 악물었다·

카각 하는 소리가 날 정도로 오로라가 검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그녀는 흔치 않게 큰 목소리로 호통을 쳤다·

“능력만 멀쩡했더라면! 너 따위는···!”

“의미가 없는 가정입니다·”

오로라의 말은 허물없이 토막 나버리고야 말았다· 정답을 말하는 듯 단호한 목소리가 자신의 음색으로 들려왔기 때문이다·

“제 눈을 똑바로 마주 보십시오· 미래가 좀 보이십니까? 시간이라면 얼마든지 드리겠습니다·”

혈귀는 입맞춤이라도 기꺼이 하겠다는 듯 자기 얼굴을 죽 내밀었다· 정말 얼마든지 관측해도 좋다는 듯한 도발이었다·

오로라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당연한 수순이었다· 이유는 알 수 없어도 미래가 전혀 관측되지 않는다는 결과 하나만큼은 명확했으니까·

“보일 리가 없죠· 보일 리가 없어···· 우선 통성명부터 하면 어떻겠습니까· 여기저기 피를 튀기긴 했지만 저는 당신을 만나서 굉장히 반가운 상태거든요·”

초조해지는 오로라와 다르게 혈귀의 얼굴에는 갈수록 여유가 번졌다· 하기야 생각해보면 이 검붉은 결계 안에 남은 것이 둘 뿐이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혈귀는 모습을 위장하는 것에만 특출난 것이 아니었다· 궁중 마법사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베어버린 것을 보면 실력 역시 출중했다·

바꾸어 말해 근거 있는 여유였다·

“더스크· 그게 제 이름입니다·”

더스크는 그리 말하며 무릎을 꿇었다· 양손을 모은 뒤 경건한 표정으로 저 하늘을 바라보았다· 

일부러 황녀인 오로라의 외형을 입은 채로 이리 행동하는 것이었다· 도발의 의도를 섞기 위해서 말이다·

“대륙의 어느 종이나 우두머리가 있습니다만 저는 그중에서도 정점의 손발이 되어 움직입니다· 여기서 정점이란····”

더스크가 이를 드러내며 씩 웃어 보였다· 오로라와 동일한 외형이었지만 혈귀 특유의 송곳니가 여실히 모습을 드러내 번뜩인다·

“···역시 혈귀겠죠· 공주님에 대해서 들어보셨습니까? 혹은 아시는 것이 있습니까?”

혈귀들이 섬기는 공주· 

오로라도 그 존재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다· 

흑마법과 생명력을 사랑하며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족속들·

눈앞에 있는 녀석은 본인을 ‘손발’이라고 표현했으니 최소한 간부급은 된다는 의미일 터· 혈귀를 저지하던 결계가 해제되었으니 이런 녀석들을 마주쳐도 이상한 것은 없었다·

다만 오로라의 의문은····

‘어째서 예지하지 못했지?’

궁금한 것은 오직 그것뿐이었다· 이럴 줄 알았더라면 수도 기사들을 결코 레헬른 밖으로 내보내지 않았을 터인데 모든 것이 자신을 속이는 느낌이었다·

“도대체 왜 왜 보이지 않았던 것이지···· 반은 어떻게 된 것이고···· 머리가····”

그렇게 중얼거리던 오로라의 시선이 결국 더스크에게로 향했다· 더스크라면 이 상황의 답을 알고 있었을 것 같기에 본능적인 움직임이었다· 

더스크는 두어번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도 이해가 어려우신 모양입니다·”

그가 자신의 외형을 반으로 바꾸었다· 이 육신이 그 정도의 수준이냐는 듯 더스크는 자기 몸 구석구석을 꼼꼼히 살펴보았다·

그리고 이내 비웃었다·

“이 가면이 꽤 마음에 드셨던 모양이군요· 그렇게 공들인 배역은 아니었는데···· 역시 저조차도 인간의 심리를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한 모양입니다·”

오로라의 눈이 휘둥그레진 것은 그때였다·

이번에는 순수하게 충격을 받아서였다· 

“어린 시절부터 함께했으니 그럴 만도 한가? 확실히 연기했던 배역 중에서는 이게 기간이 가장 길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호위 기사 반은 혈귀가 연기했던 배역에 지나지 않았다고 더스크는 지금 그리 내뱉고 있었다·

믿을 수가 없는 이야기였다·

그러나 동시에 눈앞에서 펼쳐지는 것들은 그러한 광경들을 뒷받침하고 있었으니 머리가 터질 것만 같았다· 관자놀이가 팽팽하게 당겨지기 시작했다·

오로라가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말에 현혹되고 싶지 않았다· 그녀가 일평생 의존했던 것은 미래 예지였으니 그것만을 믿을 셈이었다·

“거짓말 거짓말하지 마라·”

“그런데 황녀님· 다른 의문은 없으십니까? 예를 들면 제가 가장 공들인 걸작은 무엇일까 같은····”

더스크가 그리 중얼거리며 야릇한 미소를 지었다·

“걸작?”

그 미소가 너무나도 불길해서 오로라가 저도 모르게 되물었다· 더스크는 여전히 웃음으로 응수했다·

“예· 제 걸작 말입니다· 이렇게 되면 또 한 가지를 물어야겠습니다·”

어느샌가 오로라의 외형으로 둔갑한 더스크가 황녀에게 한 걸음 다가섰다·

“이번 전투에서 유난히 안전하지 않으셨습니까? 황실의 인물들이 훌륭하게 충성했기 때문에 안전했다· 고작 그 정도로만 생각하신 것은 아니죠?”

고작 그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오로라가 망하니 더스크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특출난 능력을 지니고 태어났는데 당신의 태생을 의심해본 적은 없었습니까? 지하에 처박혀있는 동안 본인의 비범함이 어디에서 나왔는지 탐구해본 순간이 전혀 없었어요?”

“····”

오로라의 침묵이 길어지자 더스크는 즐겁다는 듯 웃기 시작했다·

“하하하!”

그것이 이내 광소로 번지고 눈가에 눈물이 찔끔 맺힐 때까지 그는 웃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제가 처음에 물었죠? 아직도 본인이 황녀라고 생각하냐고 아무래도 다시 한번 인사를 올려야겠군요·”

더스크가 다시 한번 예의 바르게 인사를 올렸다·

“저는 더스크·”

그의 은밀한 시선이 오로라에게 닿는다·

“오로라라는 걸작을 빚은 장본인입니다· 인간들 사이에서는 부모라고 부른다지요·”

탱그랑─·

오로라가 쥐고 있던 검이 바닥에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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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verpowered Archmage Doesn’t Hide His Talent

Overpowered Archmage Doesn’t Hide His Talent

Score 8.4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Archmage Kaplan possessed the body of a boy who was betrayed by his childhood friend. In the boy’s diary, he found by chance that he wanted to become a great magician. “Shall we try one more time, then?” ‘Let’s do it.’ In the end, those who are good at magic should use it w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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