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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verpowered Archmage Doesn’t Hide His Talent Chapter 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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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77

“뭐···?”

오로라가 중심을 잃고 휘청인다· 검붉은 결계를 손으로 짚고 겨우겨우 서는 모습을 더스크는 여유롭게 음미했다·

반응이 이토록 생생했으니 하나하나 이야기해주는 재미가 쏠쏠했다· 하지만 곧바로 망가져버리면 곤란하니 더스크는 강제로 잠시 뜸을 들였다·

아니 생각해보니 망가져도 상관없을 것 같았다· 이미 원했던 목표는 달성이 코앞이었으니까·

결국 더스크가 다시 입을 열었다·

“생각해보면 단순하고도 쉬운 사실이죠· 혈귀가 혈귀를 공격할 리 없지요· 또한 인간이 미래를 예지하는 능력을 지녔을 리 없지요· 그렇지 않습니까?”

강한 혼란으로 의식이 끊어질 것 같았지만 더스크가 내뱉는 말을 한 글자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서 오로라는 필사적으로 정신을 집중했다·

혈귀·

핵심은 그 단어였다· 더스크는 결국 오로라의 태생이 혈귀라고 말하고 있는 것 아닌가·

“당신은 불신이 생겨 누구보다도 인간을 꼼꼼히 선별하게 되었고 강하고 흔치 않은 이에게 흥미를 느끼게 되었는데···· 스스로가 이렇게 빚어진 것이 과연 우연일까요? 정말 자신의 깨달음으로 그렇게 된 걸까?”

더스크가 픽 소리가 나게 웃음을 터뜨렸다·

“아니요· 당신은 그렇게 만들어졌을 뿐입니다· 그 설계를 위해서 정말로 많은 공을 들였다고요·”

“도대체 왜· 어째서····”

“이유를 묻는 건가요? 단순하죠·”

당연한 걸 왜 묻냐는 듯 더스크는 어깨를 으쓱인다·

“공주님께서 그리되길 바랐으니까요· 공주님께서 그리되길 명하셨으니까요· 또한 명하셨으니까요·”

그는 말을 이어가며 검지 끝으로 오로라의 관자놀이를 툭툭 건드렸다·

“애초에 장치도 심어두었을 텐데요? 느낀 적 없었나요? 강하고 흥미로운 인간을 마주치게 되면 공주님의 기호에 맞는 인간을 발견하게 되면 당신은 반응이 올 수밖에 없거든요·”

더스크는 거기까지만 말한 뒤 입을 꾹 다물었다· 이후의 내용은 유추해보라는 듯 딴청을 피우며 콧노래를 흥얼거릴 뿐이었다·

오로라는 팽팽하게 당겨진 머리를 최대한 열심히 굴리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입술 사이로 멍한 반응이 흘러나왔다·

“···플란?”

생각나는 것은 오로지 그 사내뿐이었다·

그래 확실히 느낄 수 있는 장치가 있다면 오직 그것뿐이다· 오로라의 삶에 유일하게 이물감을 안겨준 사내는 플란이 유일했으니까·

더스크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머릿속을 부유하던 생각의 파편들이 하나둘 아귀를 맞추어 가기 시작했다· 등허리에는 소름이 오른다·

황녀의 반응을 본 것만으로도 더스크는 오로라가 무엇을 깨달았는지 이해했다· 이내 흐뭇하다는 듯 미소를 짓는다·

“반응을 보아하니 비로소 이해하신 모양입니다· 그래요· 플란이에요· 그의 미래가 전혀 보이지 않았죠?”

더스크는 이해한다는 듯 오로라의 어깨를 두어번 두드렸다· 황녀의 얼굴은 실시간으로 굳어갔지만 그럴수록 더스크는 얼굴에 미소를 더했다·

“플란 유디트· 당신은 그런 인간을 찾아내고 불러들이기 위해 설계된 인형이었어요· 이해했나요?”

더스크는 여전히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걸 멈추지 않았다· 그는 행복한 고민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어떤 식으로 진행해야 다음 그림이 예쁠까···· 그게 고민이네요· 모든 인형에게는 끝이 있는 법이고 현재는 당신의 유통기한을 가늠하는 중입니다·”

오로라는 항변이라도 하고 싶었으나 지금은 그럴 틈이 전혀 없었다· 머릿속의 쳇바퀴를 빠르게 굴리며 무수히 많은 물음표와 사투할 뿐이었다·

오로라가 천천히 자기 얼굴을 매만졌다·

혈귀라고 이 내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혈귀를 멸시하고 인간의 정점에 군림하기 위해 살았던 자신의 행적은 무엇이 된단 말인가· 본인이 그간 느껴왔던 깨달음과 굳건하게 세웠던 신념은 뭐란 말인가·

“그럴 리가 없다·”

오로라가 자기 얼굴을 감싸 쥐었다·

“나는 인간 인간이야····”

더스크의 말은 현혹의 일부이리라·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은 인간이고 버젓이 부모가 있었다· 애당초 고귀한 황실의 핏줄에 혈귀가 무언가를 심어둘 수 있을 리 없었다·

“···황실에 혈귀 따위가 숨어들 수 있을 리 없다·”

“불가능한 일처럼 느껴지나요?”

더스크가 오로라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혈귀들이 그간 왜 가만히 있었을까요· 왜 결계를 치도록 놔두었을까 왜 결계에 굳이 부딪히려 들지 않았을까···· 단서는 너무나도 많지 않았어요?”

“다물어· 그 입 다물어라!”

“이미 인간의 중심부에 혈귀를 심어두었으니까요· 굳이 움직일 필요가 없었던 거예요·”

더스크가 오로라의 귀를 살짝 깨물었다·

“···당신이 왜 레헬른 언덕의 결계를 해제하게 되었을까· 그것조차도 이미 정해져 있었던 겁니다·”

“윽···!” 

오로라가 자기 머리를 붙잡았다· 도무지 견딜 수 없는 통증이 엄습했다· 생각들이 떠오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아예 그녀의 머리를 갉아 먹고 있었다·

물론 그러한 반응들 하나하나가 더스크 입장에서는 음미할 수 있는 여흥에 지나지 않았다·

“공주님은 그런 분이에요· 불가능을 실현하는 분·”

“아니다· 아니야····”

오로라가 양손으로 제 머리를 감싸 쥐었다· 더스크는 그런 황녀를 상냥하게 토닥여주었다·

“고장이 나버렸나요? 괜찮습니다· 당신의 역할은 당분간 제가 대신하지요· 아마 당신보다도 훌륭한 황녀를 연기할 수 있을 겁니다· 미련은 갖지 마시길·”

그런데 그때·

짜악─!

더스크의 고개가 모로 돌아갔다· 그는 잠시 상황을 이해할 수 없어서 두어번 눈을 깜빡였다· 돌아가 버린 고개가 제자리를 되찾은 것은 한참 뒤의 일이었다·

씩씩거리는 오로라 부릅떠진 눈 거친 호흡 뻗어져 있는 손···· 단서들을 조합해보니 어떤 일이 발생했는지는 너무나도 명백했다·

“····”

더스크는 손바닥으로 자기 얼굴을 문질렀다· 그런 혈귀를 향해 오로라가 버럭버럭 소리쳤다·

“나는─!”

황녀의 이마에 힘줄이 세로로 새겨졌다·

“황녀이며 이 대륙의 주인이다· 네놈 따위가 쉽게 운운할 수 있는 혈통이 아니란 말이다!”

“····”

더스크는 여전히 자기 얼굴을 손바닥으로 문지를 뿐이었다· 눈을 감았다 뜨는 시차가 점점 좁아지더니 이내 미친 듯이 눈을 깜빡인다·

그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내 가면에 손을 대····”

다음 순간·

“커헉···!”

채 인지하기도 전에 더스크의 주먹이 오로라의 명치로 직격했다· 황녀는 힘없이 풀썩 주저앉았다· 도무지 버티고 서서 견딜 강도가 아니었다·

쓰러진 오로라의 머리채를 더스크가 꽉 쥐었다· 그것을 강제로 집어 올려 눈높이를 맞추며 중얼거린다·

“얼굴 가죽을 벗겨드리죠· 그리고 다른 얼굴을 덮어드릴게요· 세상에서 가장 추한 얼굴로·”

더스크가 손바닥을 최대한 넓게 펼쳐 오로라의 얼굴 위에 손톱을 얹는다· 체온이라는 것이 없어 인간의 손이 닿은 것과는 차원이 다른 감각이었다·

마치 수술대의 날이 얹어진 듯한 감각· 그 서늘함에 오로라는 몸을 떨었다· 죽음의 공포에 직면하니 눈을 깜박이는 것조차 가능하지 않았다·

오로라는 눈가에 눈물을 맺은 채로 같은 말을 중얼거릴 뿐이었다·

“나는 혈귀가 아니다···· 나는 나는····”

눈물 한 방울이 흘러내렸다·

전부 부정하고 싶었다·

자신이 소신껏 밟아왔던 궤적들이 전부 남의 농간에 불과했다고 생각하니 허탈하고도 허무했다·

내가 어릴 적에 느꼈던 절망감은 내가 지하에서 보낸 8년은 내가 지상에서 해왔던 것들은····

꽈악─·

손톱이 살짝 파고든다· 이마로부터 흘러내린 선혈에 오로라의 얼굴이 피범벅이 되어가던 그때·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더스크의 머리통이 터졌다·

무언가가 날아오는 듯한 기척도 없었다· 그냥 한순간에 저절로 일었다고 착각되는 폭발이었다·

쾅─! 콰앙─!

더스크의 신체에서 연이어 폭발이 발생한다· 상체 팔 다리···· 육신이 한낱 조각 덩어리가 될 때까지 그 폭발은 멈추지 않는다·

“···!”

오로라는 그제야 소매로 자기 얼굴 위로 흥건한 핏물을 닦았다· 지금까지는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조금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상황은 오로라에게 많은 여유를 주지 않았다· 이내 더스크의 신체들이 덕지덕지 뭉치며 빠르게 원래의 형상을 되찾기 시작한 것이다·

“안 돼····”

오로라가 그리 중얼거린 순간·

“재생하지 않는 편이 나을 거다·”

낮은 음색이 결계 안을 울렸다·

순간 세상이 조금 밝아지는 듯한 착각이 일었다· 아니 착각이 아닐지도 몰랐다· 실제로 등장한 사내의 몸을 필두로 하여 밝은 마나가 찬연했으니·

그가 저벅저벅 걸어오기 시작했다· 오로라의 허리는 굽어있었지만 그는 여전히 고개를 뻣뻣하게 들고 있는 채였다·

“죽지 않았더라도 죽은 척을 하며 비켜있어라·”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궁중 마법사들조차 아직 해석을 끝마치지 못한 결계였는데 사내의 뒤편에 있는 검붉은 결계에는 문 모양으로 틈이 생겨나 있었다·

사내는 옷깃을 한 번 세운 후 살덩어리에 불과한 더스크에게 시선을 내던졌다·

“잠시 나비 이야기를 좀 해야겠으니·”

플란·

오로라의 미래를 검게 가렸던 그는·

마침내 ‘현재’가 되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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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verpowered Archmage Doesn’t Hide His Talent

Overpowered Archmage Doesn’t Hide His Talent

Score 8.4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Archmage Kaplan possessed the body of a boy who was betrayed by his childhood friend. In the boy’s diary, he found by chance that he wanted to become a great magician. “Shall we try one more time, then?” ‘Let’s do it.’ In the end, those who are good at magic should use it w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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