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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verpowered Archmage Doesn’t Hide His Talent Chapter 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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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07

풀벌레들조차 잠들어버린 새벽·

대부분이 잠든 시각이었다· 고서관 역시 문을 굳건히 걸어 잠그고 소등했으나 어디에든 예외는 있는 법· 은밀하게 움직이는 누군가가 있었다·

“하아·”

187번 보좌관· 다름 아닌 그녀였다·

그녀는 팔을 일일이 움직여서 서재에 책을 꽂아 넣었다· 고서관 내부의 경보 장치는 마법을 사용하는 즉시 반응하기에 이렇게 하는 수밖에 없었다·

무릎을 굽혔다 펴며 한 권씩 주워 들고·

치울 책 빼고 넣을 책 넣고·

사실 일의 난이도 같은 건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진정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자기 삶을 통틀어서 이따위 경험을 한 번도 해보지 않았다는 점이다·

무슨 감상을 느끼냐고 누군가가 묻는다면···· 힘들다기보단 수치스럽다고 표현해야 하지 않을까· 살면서 이런 치욕이 없었고 이런 오욕이 없었다·

“후우·”

보좌관은 한숨을 푹 내쉬며 맡은 일을 해나갔다· 사실 한숨을 내쉬는 일조차도 눈치를 봐가면서 해야 했다· 누군가가 기척을 느낀다면 곤란하니까·

생각해보면 인간들 사이에서는 그런 말이 있었다·

“오래 살고 볼 일이라 했든가····”

그래 정말 오래 살고 볼 일이었다·

공허에서 인간들의 서적을 쥐락펴락하던 당시 이런 일은 상상조차 하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누구였더라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어쨌든 시작이 있는 일은 끝 또한 존재하는 법·

“후·”

보좌관이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을 소매로 훔쳐내며 서재들을 바라보았다· 이 빌어 처먹을 공간의 서적들을 전부 교체하는 일도 이제야 끝이었다·

아니 정확히는 아직 하나가 남았다·

사소한 차이가 가장 중요한 법 아니겠는가·

마이에브가 교체한 서적들에는 아직 ‘옛 것’ 특유의 향과 먼지가 들러붙지 않은 채였다· 도서관에서 새 종이 냄새가 진동한다면 너무나 이상할 터·

서재 위로 아주 조심스레 손을 얹었다·

경보를 울리지 않으면서 마법을 발동하는 것은 꽤 까다롭다· 쉽게 말해 초급 마법을 발현하는 데에도 최상위 마법을 발현할 여력이 필요한 것이다·

다행히 책은 무생물에 속했기에 종이를 오래된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은 초급 마법에 속한다· 시도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소리다·

“흐읍····”

한 손으로는 불안해서 양손을 서재에 꼭 붙이고 집중했다· 작업 자체는 오랜 시간을 요구하지 않았다·

삐─ 삐─ 삐─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무사히 완료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

보좌관이 흔치 않게 당황스러워하며 마른침을 삼켰다· 고서관의 경보 결계는 예상보다 삼엄했고 자신은 스스로가 생각했던 것보다도 지쳐있었던 듯했다·

“반드시 찾아!”

“각자의 위치만 지키면 문제없어요· 포위망이 촘촘하니까 어차피 도망치지 못할 겁니다·”

경보에 이어 여기저기서 소란스러워진다· 보좌관은 손바닥으로 이마를 탁 소리가 나게 짚었다· 잠시 눈을 감은 채로 있으니 눌러둔 피로함이 느껴졌다·

‘어차피 경보는 발동됐어·’

상황이 이렇게 되었다면 마법 사용을 저어할 필요는 없겠지·

보좌관은 검지 끝으로 선을 네 번 그어 직사각형을 만들어냈다· 그러자 보라색의 차원문이 열리며 그녀를 빨아들였다·

도착한 곳은 아카데미 바깥에 위치한 숲· 보좌관은 이제 공허로 떠나기 위한 차원문을 준비했다·

그런데 그때·

“잠깐·”

누군가가 불러세우는 목소리에 보좌관의 고개가 반사적으로 뒤를 향했다· 인간 주제에 자신의 흑마법 차원 문을 뒤쫓을 이가 있단 말인가?

하지만 이내 그 생각을 철회하게 되었다·

‘혈귀?’

자신을 뒤쫓아온 것은 인간이 아닌 혈귀였다· 심지어 굉장히 익숙한 얼굴인 마이에브였다·

“···어이가 없네·”

본인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어이가 없다는 말로 표현하는 수밖에 없었다· 인간을 위해 고서관의 책을 교체한 자신 또 인간을 돕기 위해서 자신을 뒤쫓아온 마이에브·

···도대체 이게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

“후우·”

마이에브는 호흡과 생명력을 동시에 가다듬었다· 

구름이 달을 가린 채였다· 어둑어둑해서 상대방의 상반신은 보이지 않고 다리만 덩그러니 보이는 상태· 혈귀라는 그것 정도만 인지할 수 있었다·

먼저 침묵을 깬 것은 마이에브였다·

“멈춰· 쉽게 보내줄 것 같았어?”

“가까이 다가오지 마라·”

“····”

돌아오는 음성을 들은 마이에브가 눈을 가늘게 떴다· 돌아오는 대답이 문제가 아니라 묘하게 익숙한 음색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아네 털어버렸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도망칠 생각은 버려·”

혈귀는 또 혈귀가 잘 잡는 법· 마이에브가 곧바로 화중세계를 펼치기 시작했다·

먹으로 붓질하듯 허공에 선이 그어지기 시작했다· 거미가 고치를 만들어내듯 상대방을 둥그렇게 에워싼 다음 촘촘히 덮어버린다·

마이에브가 생포를 확신한 순간·

파앙─!

“···!”

자신의 마법이 한순간에 해체되어버린다· 건너편으로부터 끼쳐온 생명력이 누구의 것인지를 인지한 순간 마이에브는 의문을 토할 수밖에 없었다·

“음?”

때마침 달을 가리고 있었던 구름이 지나간다· 은빛을 받은 상대방의 정체가 서서히 드러난다·

“···?”

마이에브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한동안 할 말을 잃은 채로 눈을 깜빡이기만 했다·

“아니 그쪽은····”

마이에브는 말을 하던 도중 그냥 입을 다물었다· 이런 상황에서 말 같은 건 별로 의미가 없었으니까·

“····”

둘은 서로를 말없이 바라보았다·

서로는 서로를 알아볼 수밖에 없었다· 어떠한 말도 오가지 않고 황당한 눈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서로의 심정을 여실히 대변하고 있었다·

‘보좌관이 여기엔 왜 있는 거야·’

마이에브는 잠시 생각하려 애썼다·

마주 보고 서 있는 것은 보좌관이 확실한데 이해가 되지 않으면서 한 편으로는 궁금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길래 그녀가 고서관을 쥐새끼처럼 벗어나고 있단 말인가?

“여기에는 무슨 일로····”

“인간에게 유해한 짓은 하지 않았다·”

모호하기 짝이 없는 답변이었다· 와중에 보좌관이 거짓을 내뱉는 것 같지는 않아서 또 헷갈렸다·

마이에브가 재차 물었다·

“그러니까 무슨 볼일로·”

“마이에브 말이 상당히 많이 짧아졌구나·”

“더 이상 공허 소속이 아니니까·”

“마이에브 배신자가 영웅이라도 된 양 당당한 어투를 사용하다니···· 내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보좌관이 가소롭다는 듯이 픽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마이에브도 물러서는 법이 없었다·

“배신자가 존댓말을 하면 더 이상하잖아·”

“마이에브 그것과는 별개의 문제다· 서로 간의 격차를 모르나? 내 심기를 거스르면 네 존재 같은 건 단 한 순간에 지워질 수도 있다는 말이야·”

“설령 그렇다 해도 이제는 겁먹진 않아·”

“아하 네가 왜 공허를 배신했는지 알겠다·”

보좌관이 입꼬리를 올리며 말을 이었다·

“마이에브 네가 제정신이 아니라서 그렇고 겁을 상실해서 그렇다· 이것 외에는 설명이 안 되는구나·”

“이제 그쪽이 신경 쓸 바도 아니잖아·”

“호감 사랑···· 감정은 지능을 낮게 만드는 법이다· 명해라 마이에브 플란의 존재는 네게 독이야· 축복과 저주는 원래 잘 구분되지 않는 법이거든·”

그러자 마이에브가 씨익 웃었다·

“그래? 그래도 알아· 이건 축복이야·”

“우스운 소리 그만둬라· 애완견도 아니고·”

“애완견? 당신도 마찬가지잖아·”

“그래 하지만 주인을 바꾸진 않지·”

바로 그때였다·

“저쪽이다!”

“저쪽에서 소리가 났어!”

숲의 저편이 소란스러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발소리만 들어도 적은 수의 인원은 아니었다· 

보좌관이 혀를 쯧 찼다·

“하늘이 너를 돕는구나· 내 임무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포함되어있음을 감사히 여기도록· 다음에 마주치면 사지를 찢어놓을 줄 알아라·”

그녀가 자기 팔찌를 허공으로 휙 던졌다·

그것이 다시 바닥에 떨어졌을 때쯤 보좌관은 이미 온데간데없이 자취를 감춘 채였다·

“····”

확실히 눈치챌 수조차 없었다· 둘 사이의 기량 차이가 그만큼이나 역력했다는 것이리라· 마이에브는 다리에 힘이 살짝 풀리는 것을 느꼈다·

“나도 더 강해져야겠어·”

마이에브는 그리 다짐하며 자리를 떴다·

“···하아·”

공허로 복귀한 뒤 보좌관은 자신이 마이에브를 향해 내뱉었던 말을 천천히 되짚었다·

─플란의 존재는 네게 독이다·

그 말이 자꾸만 신경 쓰였다·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하고 또 생각하게 되었고 이내 그 답을 찾았다·

“공주님?”

플란의 존재는 독이며 서서히 너를 갉아먹을 것이라는 말· 그러고 보니 공주가 자신에게 똑같은 말을 했었다·

“나는 다르지· 달라·”

187번 보좌관은 어이가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그런데 그때였다·

노트에서 푸른 빛이 반짝였다· 언젠가 플란이 연락 용도로 사용하겠다면서 건네준 ‘트리비아’라 불리는 물건이었다·

[▶ 오전까지 집무실로 출근하도록·]

“···?”

보좌관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이런 망할····”

보좌관이 트리비아를 쓰레기통에 던져넣었다·

─플란의 존재는 너에게 독이다·

그래 플란은 분명 독이다·

···화나서 미치게 만들어버리는 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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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verpowered Archmage Doesn’t Hide His Talent

Overpowered Archmage Doesn’t Hide His Talent

Score 8.4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Archmage Kaplan possessed the body of a boy who was betrayed by his childhood friend. In the boy’s diary, he found by chance that he wanted to become a great magician. “Shall we try one more time, then?” ‘Let’s do it.’ In the end, those who are good at magic should use it w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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