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24
“저건···!”
“루이스!”
주변의 거대한 탄성이 여기까지 적나라하게 들린다·
황금빛 기운에 둘러쌓인 채 루이스는 자신의 현재 몸 상태를 한 번 점검했다·
‘가벼워·’
몸의 상태가 그 어느때보다도 가볍다· 어디 그뿐인가 운용하는 마나에 실려있는 기운이 더없이 정순했다·
단순히 다룰 수 있는 마나의 양이 늘어난 것과는 느낌이 다르다· 마법을 사용하는 효율이 좋아졌고 이 순간 모든 것을 온전히 지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각성·
그것이 비로소 루이스의 삶에도 찾아온 것이다·
후웅─!
물론 지금도 클로트는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평범한 기사들의 검로는 단발성이기에 한 번 피하면 끝이지만 클로트의 검로가 지나간 곳은 시간이 정지하기에 그 뒤로도 방심할 수가 없었다·
이러니 수도기사겠지· 상대할 엄두조차 나지 않는다·
아니 정확히는 나지 않았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콰아앙─!
루이스가 클로트의 초침 검날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찰나의 순간 펼쳤다· 거기 담겨있는 자신의 얼굴에는 의심이랄 것이 없었다·
자신의 생각이 결코 틀리지 않았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오히려 미소짓고 있었다· 그것을 확인한 루이스가 미소를 배로 키웠다·
“···이런 날이 올 줄 알았지·”
자신을 하나의 섬광처럼 쏘아내는 날· 무엇보다도 밝게 빛나며 한계를 극복할 것이라 기대하고 있었다· 그리고 확신할 수 있었다· 그게 바로 지금이라고·
“이봐요· 수도기사씨·”
잠시 후 루이스의 주변에서 황금빛 기운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클로트가 그곳을 정지시켜두었더라도 예외는 없었다·
계속해서 피어나고 물속에 물감이 퍼지듯 경기장 이곳저곳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갈대밭이 바람에 흔들리듯 부드러운 움직임이었다·
“이런 것도 경험해본 적 있으시려나?”
화악!
루이스의 몸이 노란 빛을 머금었다·
아무리 어두운 곳이라도 한 줄기의 빛이라면 길을 잡기엔 충분하다·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자신 스스로를 빛으로 만들어낸다면 도대체 무엇이 두렵겠는가·
‘나의 빛은 얼마나 밝을까?’
하나 둘 그 자신이 섬광이 된 것처럼 주변으로 황금빛이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일개 한 소년이 뿜어내는 것이라고는 믿을 수가 없는 밝기였다·
“···?”
클로트의 눈에 아주 살짝 의문이 번졌다·
그 의문이 서서히 커진다·
‘뭐?’
어떻게 생각해도 소년 마법사의 기량은 아니었다·
기사들이 고유 능력을 얻어내는 시기가 있는 것처럼 마법사에게도 각성의 시기가 있다는 것 정도는 이해하고 있었다·
그것을 두 눈으로 확인하는 것은 처음이다만····
‘빛난다·’
짧은 클로트의 감상· 단순히 눈이 부시다거나 빛 원소가 빛난다는 뜻으로 머금은 생각이 아니었다·
마치 알을 이제야 깨고 나온 조류처럼 저건 자기 자신의 한계를 한 번 부수어야만 나올 수 있는····
세상이 황금빛 파도에 물들기 시작했다·
허공에 붙박이는 시간과 다르게 소년의 성장은 멈추지 않는다· 수없이 갈고닦아온 루이스의 결실이 광선이라는 형태로 클로트를 향해 뻗어나간다·
콰아아아앙─!
폭격이라 칭할만한 것이었다·
◈
“저건···!”
관중석에 앉아있던 바이올렛 교수가 벌떡 일어났다·
섬광처럼 뻗어나가는 광선들이 자신만의 영역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상대하는 이의 시야를 현혹시키며 은밀하게 날카로운 창을 벼려낸다·
저 기예가 얼마나 훌륭한 것인지 자연스레 알아챘다·
루이스에게 무슨 일이 벌어진건지 모를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각성···!”
“지금 각성이라니!”
“말도 안 돼!”
단순히 대단하다고만 표현할 수가 없었다·
기사에게서 고유 능력이 발현되듯 마법사에게도 각성의 순간이 있다· 또한 각성이라는 것은 결코 흔하지 않다· 한계를 뛰어넘는 이가 얼마나 되겠는가·
“····”
하지만 감탄을 입 밖으로 꺼내는 것은 나중으로 미뤄둘 수밖에 없었다· 눈 앞에서 보이는 풍경이 너무나도 아름다워 시선을 빼앗겼기 때문이다·
쿠구구구구─!
세찬 장마비처럼 폭격처럼 빛줄기들이 날아들기 시작했다· 경기장을 지배하고 있었던 클로트의 급소를 하나도 빠짐없이 노린다·
콰앙─!
무엇에도 가로막히지 않을 것 같던 일격이 클로트의 검에 가로막힌다·
쾅─! 콰앙─!
검에 튕겨져나간 광선들이 경기장 여기저기서 폭발을 일으켰다·
그러한 장면을 바라보며 클로트는 눈을 크게떴다·
‘멈추질 않아?’
클로트는 공격을 막아냈음에도 불구하고 충격에 빠져있을 수밖에 없었다· 원래라면 루이스의 광선이 허공에 붙박여 멈추어야만 정상이었기 때문이다·
‘···괜찮아·’
하지만 깊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루이스가 생각 이상의 기량을 발휘해준 것은 예상 외의 것이었으나 마법사의 각성이라는 것이 기대 이상이라는 것도 가히 충격적이었으나·
···여전히 자신이 더 강하다· 그러니 괜찮다·
‘지금 당장 일격으로 제압한다면····’
일격을 준비하여 손을 위로 짓쳐든 그 때·
“?”
그의 얼굴로 의문이 떠올랐다·
손을 내려치면 힘없이 토막나버릴 루이스가 오히려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고 있었기 때문이다·
‘뭐야?’
둘의 시선이 보란듯이 마주쳤다· 그러니까 이 검이 내리쳐지면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를 루이스 역시도 이해하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그러나·
그건 어떻게 보아도 승자가 지을 미소였다·
팡─!
그때 무언가가 클로트의 옆구리를 가격했다·
놀란 마음에 고개를 돌려 확인해보니 이미 뻗어나갔던 광선이 휘어서 자신에게 돌아온 채였다·
‘휘어?’
이미 뻗어나간 광선이 휘어진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현실이 되어있는 것이다·
‘무슨 말도 안 되는 기예를···!’
일격 자체의 위력이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것은 아니었지만 지금까지 뻗어나간 모든 광선들이 돌아온다고 생각하면 계산이 복잡할 수밖에 없었다·
퍼버버벅─!
한 방 한 방이 강하지 않더라도 그것이 말도 안 되는 양으로 누적된다면 당연히 무시할 수 없었다·
“하앗!”
클로트는 큰 궤적으로 검을 휘두르며 광선들을 일시에 정지시키려 애썼다· 그러나 그것들은 멈추는 법이 없어서 쳐내는 것이 최선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쳐내도 끝이 없었다· 와중에 루이스의 공격 또한 계속되었기 때문이다·
“망할···!”
쳐내는 것만으로는 주도권이 뒤집히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클로트가 지면에 검을 꽂아넣었다· 고유 능력을 활용하여 주변의 공간 전체를 붙잡을 셈이었다·
아니 정확히는 박아넣으려했다· 그러나 그때·
퍽─!
루이스가 클로트를 껴안듯 가까이 파고들어 그 손이 내리쳐지지 못하도록 막았다·
“말도 안 돼!”
클로트가 저도 모르게 소리쳤다·
클로트의 일격을 막아내기 위한 최선의 판단이었다고는 하더라도 이걸 실제로 실행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속도와 힘· 어느 한 요소에서만 밀리더라도 몸이 세로로 갈라지며 두 동강이 났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목숨을 잃어도 좋다는 서약을 했다고는 해도 정말 이런걸 판단에 옮기는 이가 몇이나 있겠는가?
“마법사가 감히···· 근력으로···!”
“엄밀히 말하자면 근력은 아니죠·”
클로트를 올려다보면서 루이스가 말했다·
“이것도 다 마법이에요· 마법·”
“뭐···!”
클로트는 루이스의 팔뚝을 타고 황금빛 기운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것을 보았다· 동시에 느꼈다· 자신의 팔이 도리어 서서히 들리는 것을 말이다·
쿠구구구─!
동시에 아래로부터 짓쳐오른 광선이 턱을 가격했다·
빠득!
클로트의 몸이 보란듯이 위로 치솟기 시작했고 강하게 맞부딪친 이빨 몇개가 깨져나갔다·
“컥!”
턱끝을 정통으로 얻어맞은 클로트의 눈이 순간 뒤집혔다· 충격에 익숙해지는 단련을 어렸을 때부터 수없이 했더라도 급소를 맞으면 어쩔 수 없었다·
아주 높이까지 솟아오른 후 클로트는 이해했다·
‘저 빛이···· 나보다 빨랐다고?’
시간을 정지하는 힘이 클로트에게 있었으나 루이스는 그것을 정지할 틈조차 허용하지 않았다·
상상으로나 가능한 일이었지만 루이스의 간절함이 그것을 각성을 통해 현실로 일구어냈다·
빡!
허공에서 추가타와 함께 클로트의 의식이 끊어졌다·
탁·
루이스는 다시 바닥으로 떨어지는 클로트의 몸을 조심스레 받아냈다· 그리고 숨을 골랐다· 마법을 무리하게 사용한 자신의 몸 상태도 이미 정상은 아니었다·
그리고 관중석을 스윽 둘러본 뒤 확신할 수 있었다·
입조차 뻥긋거리지 못하는 관중들이 시간이 정지한듯 굳어버린 기사들이 그에게 아주 적나라한 사실을 알려주고 있었다·
루이스가 승리했다는 사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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