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40
“····”
마법 학부의 총장 코네트는 몸에 흐르는 흐름을 느꼈다· 이건 분명 마나의 흐름이 아니었으니 ‘전율’이라 부를만한 것이었다·
그녀는 눈을 깜빡이는 것조차도 잊은 채 자신의 눈앞에서 펼쳐지는 광경을 관찰했다·
‘저건····’
플란이 현재 경기장에서 선보이는 기예· 마법사의 태생을 지녔다면 감탄할 수밖에 없는 무언가·
“아하····”
결국 입술 사이로 감탄사가 터진다·
플란의 마법을 지금 처음으로 관찰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를 향한 관심이 많기에 지겨울 만큼 관찰했다고 표현해도 무방할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이번에도 코네트의 예상을 가볍게 뛰어넘었다· 무려 수도 기사인 비올라를 상대로 이 정도의 마법을 펼치는 건 예상조차 하지 못했다·
‘진정한 마법사?’
문득 그러한 단어가 떠올랐다·
눈에 보이는 건 어쩌면 마법과 마법사라는 표현으로도 조금 부족할 수 있는 다른 어떠한 단어를 떠올려서 표현해야만 할 것 같은 무언가였다·
관중석은 탄성이 터지지 않고 도리어 조용해졌다·
당연한 수순이었다· 총장인 코네트조차도 이 정도의 충격을 받았는데 다른 이들이 받은 놀람의 크기는 그것보다도 훨씬 거대하리라·
사실 플란이 대단하다는 것 정도는 여기있는 모두가 원래부터 알고 있었다· 모른다 하더라도 이야기 정도는 들어보았다·
하지만 그들로 하여금 충격을 받게 만든 것은 단순히 플란의 대단함이 아니다· 그 짧은 시간 사이에 상대방의 공격을 이해한 놀라움이었다·
상대방의 고유함을 마침내 이해한다· 또한 이해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
이론적으로나 가능하고 실현하기는 너무나도 어려운 일· 만일 그 일을 실현해낸다면 어떤 것들이 벌어지는지 코네트는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창조를 저렇게 손쉽게 하는 것이 가능하다니·’
코네트는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단순히 마법을 열심히 학습하는 것도 훌륭한 일이지만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낸다는 것은 얼마나 더 위대한 일인지 말이다·
현재 코네트의 머릿속에는 플란을 상대로 승리를 거머쥘만한 누군가의 모습이 떠오르지 않았다·
아무리 훌륭한 기예를 지니고 있는 누군가라고 하더라도 플란이 그것을 이해하고 응용해버리면 그만이지 않은가·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코네트는 또 한 번 몸에 전율이 돋았다·
“···플란·”
코네트가 어느순간 플란의 이름을 다시 중얼거렸을때· 공간에 존재하는 모든 시선이 경기장 위에 서있는 플란에게로 향했다·
◈
지끈─ 지끈─
비올라는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두통을 느꼈다· 하지만 상태를 자세히 살필 겨를조차도 없었다·
지금 제대로 맞서지 않는다면 다음 순간에는 더한 고통이 자신을 찾아올 테니까· 아니 어쩌면 목숨을 잃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마법이라는 매개를 통해 선율을 다루는 모습· 비올라는 자신의 고유 능력이 더이상 고유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을 실감했다·
그녀는 문득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손잡이를 쥔 손은 땀으로 가득 젖어 미끌거렸고 또 떨리기까지 했다·
‘어느 쪽이 약자지?’
그녀는 속으로 저울질해보았다·
‘과연 어느쪽이 약자냔 말이야·’
냉철하게 판단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무겁게 기우는 저울은 플란이었다·
‘내가 내가···· 내가 약자인가?’
수도 기사중 최강이라 불리는 이 내가?
영웅 후보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었던 내가?
자존심이 갉아먹히다 못해 찢어지는 순간이었다·
마음 속 깊은곳으로부터 끓어오르는 분노가 두통을 배가시킨다·
차라리 전투중 부상을 입은 것이라면 괜찮다· 그녀는 부상을 당한 상태에서도 선율을 자아내는 방법을 알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언제부턴가 시작된 몸의 떨림이 가장 문제였다· 비올라의 본능이 그녀에게 약자로서의 입장을 경종하는 것이다·
─
─
─
플란의 1악장이 천천히 이어진다·
비올라도 재빠르게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지만 이미 지휘 주도권을 빼앗긴 기분이다· 플란이 연주하는 선율이 오케스트라라면 자신의 것은 길거리에서 공연하는 듯 초라했으니까·
“지휘권을 포기해· 너는 그저 감상만 하면 된다·”
“····”
플란이 노골적인 발언을 뱉었지만 지금의 비올라는 이를 악무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자신은 이미 고유 능력을 사용했다· 상대방의 숨통을 끊어놓을 각오로 전투에 임했다는 것인데 플란은 정말 공연을 하듯 편안해보였다·
서로가 지닌 기색의 차이·
비올라를 가장 수치스럽게 만드는 것은 그것이었다· 선율을 연주하는 자는 자고로 늘 여유가 있을 수 있어야한다· 그러나 자신은 어느덧 여유마저도 잃은 상태이지 않나?
카가가가가각─!
입술을 짓씹은 비올라가 플란의 악보에 검을 꽂아넣었다· 어떻게든 주도권을 찾을 셈이었다·
플란은 핏발이 선 비올라의 눈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녀의 표정을 보고있노라니 속으로 어떤 생각을 하고있는지는 추론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플란은 조용히 생각했다·
‘확실히 강하긴 하다·’
상대를 꺾어놓아야한다고 해서 억지로 폄하할 생각은 없다· 비올라는 정말 훌륭한 검수였고 많은 기사들의 귀감이자 교본이 될 만 했다·
하지만 그래서 자신을 이길 수 있는가? 아니 플란은 그렇더라도 자신이 비올라에게 패배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1인 악단의 한계지·”
비올라가 자신의 선율을 수도 없이 갈고닦은 것은 많다· 그 종류가 말도 안 되게 다양하며 하나하나 뜯어보더라도 완성도가 훌륭하다는 말이다·
하지만 그 음악들은 결코 경쟁한 적 없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말이지만 비올라는 자신이 자아낸 선율 말고 타인의 선율을 접해본 적이 없을 것이다·
자신의 선율을 들으며 감탄하고 또 승리를 거둔 적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타인과 합주를 한다는 건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을 터다·
그런 비올라인데 하물며 두 개의 선율 속에서 주도권을 잡아야한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나 있을까·
없겠지· 그 결과가 바로 이것이다·
고독한 천재라는 것이 꼭 좋지만도 않다·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했다는 건 대단한 일이지만 그건 동시에 더 뛰어난 천재를 만나면 우물안 개구리가 될 수 있다는 위험성도 내포하고 있다·
그리고 우물안 개구리는 어떤 결과를 맞이하게 되는가· 플란이 지금 그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캉─! 캉─!
쿵쿵쿵쿵─!
─·
지금도 허공에서는 서로의 선율이 격렬하게 부딪치고 있었다·
“잡음은 사양이다·”
작게 중얼거린 플란은 지휘봉을 마치 마법봉처럼 잡으며 끝에 마나의 기운을 응축시켰다·
이윽고 오선지의 형태를 띤 악장들이 그 수를 무수히 많이 불린다·
“···사양이라는데도 자꾸 하면 지우는 수밖에·”
플란의 지휘봉 끝에 응축되었던 마나가 마침내 폭죽처럼 터뜨려졌다·
콰아아앙─!
음표들이 꽃봉오리 처럼 개화하며 상당히 큰 소리를 냈다· 가공할만한 충격파로 인해서 플란과 비올라의 몸이 둘 다 허공 높이 떠오른다·
비올라는 그렇지 않아도 큰 눈을 더 크게 떴다·
‘내 음표 내 악장 내 선율 내 규칙···’
요소들을 하나하나 떠올리며 비올라는 이를 악물었다· 어떻게든 승기를 잡아볼 심산이었지만 플란 또한 계속해서 악보를 새겨나갔다·
다행히 악보들의 난이도는 그렇게 높지 않았다· 비올라는 그것들을 뒤바꾸기 위해 허공에 붕 뜬채로 검을 들어올렸다·
하지만·
파아아아앙!
“아윽!”
평범하기 그지없었던 악보를 플란이 단 한순간에 변형시킨다· 이제는 단순히 음표의 나열뿐만 아니라 포르테 포르티시모 같은 지휘자의 기예마저도 발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비올라의 얼굴 위로 엄청난 당황감이 어렸다·
‘변주를 했다고?’
어처구니가 없는 것이 비올라가 보기에는 변주가 들어갈만하다고 느껴지는 공간조차도 없었다·
바꾸어말해 변주라고 칭하기에도 애매했다· 그냥 아예 새로운 선율을 순간 작곡했다고 보아야 옳을 정도다· 머릿속의 두통은 심해지고 몸이 받는 충격은 더 커진 것만 같다·
그리고 이번에도 그런 걸 생각할 겨를은 없었다·
스스스스─!
비올라의 악보들이 하나 둘 지워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더 큰 소리에 묻히는 수준이 아니다· 표현 그대로 지워져 자취를 감추고 있었다·
쾅!
그리고 또 한 번의 음표 폭발·
비올라가 급하게 악보 한 면을 펼쳐 방어하려했지만 충격파로 인해 왼쪽 어깨가 탈구되었다·
“왔군·”
플란의 중얼거림·
그리고 대망의 하이라이트·
─♬
황홀경에 젖을만한 소리와 함께·
파아아아앙─!
비올라의 몸이 포탄처럼 쏘아져 밀려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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