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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verpowered Archmage Doesn’t Hide His Talent Chapter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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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31

이튿날 밤 11시 50분·

자정까지 고작 10분을 앞둔 시각· 나는 훈련장에서 자신을 한계까지 몰아붙이는 중이다·

평가가 보류되며 교수는 학생들에게 일주일의 자유시간을 주었다· 덕분에 훈련에만 매진할 수 있게 된 참이다·

“후우·”

마나와 호흡을 동시에 갈무리하며 눈을 떴다· 유달리 몸이 가볍다· 땀에 젖은 상의는 아예 탈의해 버렸다· 

이 세계의 훈련 방식에도 익숙해진 덕분일까 체내를 순환하는 마나가 하루하루 정순해지는 것을 나는 체감했다· 

더디긴 하지만 마나의 총량 역시 늘어가고 있다· 척 보기에 비루하지는 않다고 자신할 수 있을 정도다·

그때 시체 하나가 훈련장 안으로 들어왔다·

“······야 플란·”

자세히 보니 시체가 아니라 붉은 머리카락의 소녀였다· 더더욱 심혈을 기울여서 보니 베키였다·

고작 하루 안 봤을 뿐인데 그녀의 몰골은 어제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초췌했다·

‘요약본이 제법 쓸 만하겠군·’

원래 과제의 성과와 작성자의 건강은 반비례하는 법이다· 나는 베키가 내미는 종이 뭉치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8권 전부 요약한 건가·”

“···8권 전부 살피긴 했어· 그런데 내용은 보장 못해·”

내심 흡족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베키에게는 ‘노예’로서의 훌륭한 재능이 있었다·

“아무튼 하긴 한 거다···? 이 이제 트리비아 연락해도 되는 거지? 으 으엣?”

손으로 이마를 짚고서 비틀거리던 베키가 어느 순간 눈을 휘둥그레 떴다·

“프 플란···· 너 몸이····”

검지로 대뜸 내 몸을 가리키더니 커다랗게 뜬눈으로 이모저모를 살핀다·

굳이 따지자면 이쪽이 수치를 느껴야 할 쪽 같은데 붉어져가는 것은 도리어 베키의 얼굴이었다·

“원래···· 원래 몸이 이렇게 좋았었나?”

당연하게도 정순하고 쾌활한 마나의 흐름은 마법사의 신체에도 영향을 미친다·

비루하고 미천했던 이 신체에도 마침내 맨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만큼의 변화가 찾아오기 시작했다·

어깨와 이두가 살아나고 광배와 복근은 조금씩 윤곽을 잡기 시작했다· 

이제야 막 성장을 시작한 수준이긴 하다만 그래도 전과 비교하면 차이가 뚜렷하다·

“그러니까 요약하자면·”

나는 베키를 향해서 말을 이었다·

“저번에도 이번에도· 너는 내 몸을 관찰했다는 건가·”

“뭐 뭐 뭐?”

베키의 얼굴이 더더욱 붉어진다· 

“뭐 뭐라는 거야· 그렇게 대놓고 벗고 있으면 당연히 보이지! 내가 무슨 변태인 줄 알아?”

손을 미친 듯이 휘젓는 그녀의 머리 위로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듯했다· 

그 기행을 이해해줄 만한 여유는 내게 없다· 나는 염동을 활용하여 베키로부터 받은 요약본을 허공에 걸기 시작했다·

손으로는『치유 마법은 어떻게 논란의 중심에 섰는가』를 펼쳤다·

트릭시는 오늘 새벽 이 도서를 내 요구대로 지정된 위치에 놓아두었다· 

다만 놓아두기만 하지는 않았다· 위치를 추적할 수 있는 마법을 걸려 있다는 점이 확인되어 곧바로 해제했다·

‘위치 추적이라····’

어떻게 보면 귀엽고 어떻게 보면 건방지다· 처음이니 애교로 생각하고 넘어가 주기로 했다·

트릭시 덕분에 ‘위치 추적’을 향한 내 생각은 조금 더 길게 이어졌다·

‘굳이 그렇게 할 필요가 있는가·’

자기 소환물을 트리비아에 굳이 끼워 넣을 필요도 없을 듯하다·

잘만 개조하면 트리비아 자체가 하나의 위치추적기 역할하게 될 것 같은데·

고개를 끄덕이고 우선 머리한 켠에 그 생각을 넣어 두었다·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 트리비아를 내 입맛에 맞게 개조할 것이다·

우선은 치유에 관한 내용비교부터·

염동으로 펼친 요약본과 손으로 펼친 도서의 내용을 비교해나간다·

어느 세계든 온갖 변수를 품고 있다· 당장 이번 탐험 평가 때의 일만 살펴보더라도 그러하다·

정수의 샘이 없었더라면 허공에서 아무리 잘 버텼다고 한들 결국 땅에 처박혔을 것이다·

최소 골절· 최대 사망·

아무리 육체를 단련한다고 한들 마법사의 몸은 기사의 것만큼 튼튼하지는 못하다·

변수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해 신체에 결함이 생겼다면 회복을 통해 전력을 가다듬는 것이 두말할 것 없는 최선이다·

그렇기에 치유 마법은 꼭 필요하다· 아직 알려지지 않은 바가 많지 못한 이 세계에서 내게 훌륭한 보험이 되어 줄 것이다·

“······별거 없군·”

이 세계의 치유는 고작 두 가지 등위로 나뉜다·

표면적 치료· 그리고 근원성 치료·

표면적 치료는 기운을 북돋아주고 얕은 상처를 회복시키는 수준에서 그치는 치료다·

그러나 근원성 치료는 말 그대로 대상의 ‘근원’을 치유하는 마법이다· 정신력 기억 결손된 신체 부위···· 아니나 다를까 금기로 규정되어 있다·

“흐음·”

술식을 살펴보니 표면적 치료의 난도는 높지 않다· 지금 당장에라도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베키·”

“응? 흐 흐얏?!”

베키의 목덜미에 허락도 구하지 않고 멋대로 손을 얹었다·

그녀가 몸을 파르르 떠는 것이 살짝 거슬린다·

나는 뇌리에 각인한 표면적 치료 술식을 떠올렸다· 머지 않아 갈무리된 마나가 부드럽게 베키의 몸속으로 흘러 들어간다·

“어···· 어라?”

베키의 몸에 잔뜩 들어간 긴장이 서서히 풀리고 맨눈으로도 살필 수 있을 정도로 베키의 혈색이 좋아졌다·

그녀 역시 그것을 느꼈는지 제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해 본다·

“뭐지? 갑자기 졸음이 확 깨네·”

아니나 다를까 성공이다·

졸음이 깬김에 몇 권 더 요약해 오라고 하고 싶지만 이런 식으로 악용해서 논란이 되는 게 치유 마법이니 참았다·

어떤 방향으로 연구하고 어떤 식으로 활용해야 이 세계에 큰 파장이 일어날 것인가· 앞으로 조금 더 고민해야 할 주제다·

······그런 것들을 고민하는데 문득 부담스러운 시선이 느껴졌다·

베키가 여전히 나를 바라보고 있는 채였다· 그것도 뚫어져라·

“뭐지·”

“아니 뭐지라고 말할게 아니잖아· 야 그···· 플란·”

볼을 긁적거리면서 베키가 말을 이었다·

“향수···· 같이 사러 안 가?”

“바쁘다·”

“뭐?!”

베키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같이 사러 가기로 했잖아! 오늘 살 줄 알고 향수도 안 뿌리고 나왔는데····”

“금화를 줄 테니 알아서 사라·”

“야···· 너무하잖아····”

사슴 같은 베키의 눈망울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기 시작했다·

“울지 마라· 마나 소모 효율이 나빠진다·”

“아 아니···· 너 미쳤어···?”

잠시 오늘 하루를 되짚었다·

우선 오늘 할 수 있는 훈련은 전부 마쳤다·

치유 마법에 관한 연구는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어렵지 않을 것 같고 조수를 오로지 채찍으로만 다루는 것은 하책이었다·

그녀에게 당근을 줄 만한 시간이 있는지 체크했다· 식사에 많은 시간을 들이는 편은 아니기에 삼십 분 정도의 여유는 있다·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베키·”

나지막이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뭐· 왜· 됐어···· 그냥 혼자 향수 살 테니까···· 됐다고·”

베키는 이미 씩씩거리고 있었다· 참고로 이것도 마나 소모 효율에 안 좋다· 

“출발하지·”

“됐어· 기숙사로 혼자 돌아갈 거야····”

“향수를 사러 가자는 말이다·”

다만 그렇게 말했을 뿐인데·

“으으응······?”

순식간에 베키의 얼굴이 물을 잔뜩 머금은 해바라기처럼 환해지기 시작했다·

이튿날 바이올렛은 그 어느 때보다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우선 보류된 탐험 평가를 대체할 만한 시험을 생각해야 했고 학생들의 향후 일정을 조정해야 했다·

기한은 일주일 남짓· 그뿐만이 아니다·

미궁에서 발생한 이상 현상을 보고하기 위해 현재는 기사 학부와의 회의에 객원으로 참석한 참이다·

‘···몸이 열 개라도 모자라·’

바이올렛이 푹 한숨을 내쉬었다· 지끈거리는 머리를 손으로 받치고 겨우겨우 버티고 있을 때 옆자리로 세피아가 휙 다가와 앉았다·

“언니~·”

에구구 하는 소리를 내며 세피아는 곧장 책상 위에 엎드렸다·

“나 이러다 죽겠어 정말! 길드들 활동하는 시기라 숨 쉴 틈이 없다니까···· 이 학생 정보 가져다주고 저 학생 정보 가져다주고·”

바이올렛은 현재 세피아의 사담에 어울려 줄 만한 여유가 없었다· 세피아가 언니의 옆구리를 쿡 찌르며 응큼한 목소리를 흘렸다·

“맞다 언니~·”

“왜·”

“괜찮아? 마법 미궁·”

바이올렛이 찌릿 노려보자 세피아가 웃음을 터트렸다·

“아하하 미안 미안· 안 괜찮은 거 당연히 알지· 재밌는 걸 알아내서 그랬어· 이거 봐 미궁 건설 관계자한테 받은 건데·”

테이블 위에 종이 몇 장이 슬그머니 올라왔다· 마법 미궁 내부에 있었던 변화를 상세하게 기록한 서류였다·

“언니 마지막 남은 세 명을 송환한 거 말이야· 평가 시작하고 1시간 31분이 경과한 시점이라고 하지 않았어?”

“그랬지 그건 왜·”

“여기 보면··· 미궁 내부 지반이 전부 무너진 게 1시간 28분이 경과한 시점이래· 그럼 학생 세 명이서 3분을 버텼다는 말 아냐?”

바이올렛은 손과 고개를 동시에 내저었다·

“내가 시간을 잘못 계측했나보다 그래·”

“응?”

“내가 잘못 계산했다고· 정신이 워낙 없어야지· 거기 지층이 얼마나 깊은 줄은 알아? 3분?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고 조용히 해·”

바이올렛은 제 말에 본인이 납득한 듯 주억거렸다· 하지만 세피아의 미소는 그칠 줄을 몰랐다·

“에이 언니가 시간 계산을 잘못할 리가 있나? 분명 뭔가가 있다는 거지 이거는!”

“전혀 아무것도 없어· 나 지금 신경 쓸 거 엄청 많거든? 그러니까 너까지 정신 사납게 굴지 마·”

“아 언니이····”

세피아는 바이올렛에게 어깨를 바싹 붙이며 얼굴을 디밀었다·

“그럼 내가 이 학생들 좀 알아봐도 되지?”

“알아본다니·”

“진짜 대단한 녀석들일 수도 있잖아· 안 그래도 요새 길드에서 괜찮은 학생 없냐면서 자꾸 눈치 준다구·”

“목적이 그것만 있는 건 아닌 것 같은데? 내가 널 몰라?”

“어머 티 났어? 겸사겸사 조사도 하고 말이지· 요즘 악인이랑 결탁하는 인간이 제법 있다고 들었거든·”

온도 차 큰 대화가 한창 이어지고 있던 그때였다· 앉아 있던 마법사들이 하나둘 일어서기 시작했다·

바이올렛과 세피아도 우선 엉덩이를 뗐다· 분위기상 기사 학부 측 인물이 드디어 도착한 모양이었다·

“저쪽은 항상 늦지 항상·”

“새삼스럽게 왜 그래 언니· 기사들 뻗대는 거 한두 번이야?”

쯧 바이올렛이 혀를 차며 도끼눈을 떴다·

“회의 시작합시다· 의제는 최근 들어 빈번하게 발생하는 이상 현상에 관한 내용입니다·”

상석 부근에 있던 누군가가 회의의 시작을 알렸다·

그와 동시에 바이올렛은 시선을 빼앗기고 말았다·

맹수(猛獸)·

당당하고 도도한 걸음걸이는 사나운 짐승의 그것과 닮아 있었다·

빛조차 닿기를 꺼리는 것처럼 새카만 머리카락과 잔불이 일렁이듯 꽃불이 서린 눈동자·

넓은 회의장에서 홀로 경갑 차림을 한 여기사는 이곳이 제 집이라도 되는 양 여유로운 분위기를 풍겼다·

그 빌어먹을 느긋함이 바이올렛의 머릿속을 파고들어 마구잡이로 신경을 긁어 댔다·

마법학부 총장 또한 8개의 마법 등위 가운데 유일하게 6등위를 달성한 마법사 코네트가 먼저 입을 열었다·

“늦으셨군요 스칼렛·”

“수련을 좀 하느라·”

“저희 마법사도 시간이 남아 돌아 일찍 도착한 것은 아닙니다·”

“주문쟁이가 영예로운 기사의 발끝에라도 닿으려면 시간이 남아 돌아선 안 될 일이지·”

“검술은 배워도 예의는 배우지 않는 모양입니다 기사라는 족속은·”

스칼렛이라는 이름의 여기사와 코네트가 짧게 눈빛을 교환했다·

잠깐의 실랑이였지만 회의장 내부 공기를 서리 내린 듯 얼어붙게 만들기는 충분했다·

스칼렛· 그 잔불의 기사가 저 여자였구나· 기사라는 것들에 흥미가 있을 리 없는 바이올렛조차 그 별호는 들어 본 바가 있었다·

장내를 여유롭게 훑은 여기사가 코네트를 향해 시선을 둔 채 입을 열었다·

“나는 그 어떤 이보다 예를 중시하는 사람이지· 하나·······”

그녀의 입꼬리가 의미심장하게 올라갔다·

“그건 기사를 상대할 때에 한하지· 글공부나 하는 백면서생에게 차릴 예의 따윈 없다·”

사냥감을 노리는 포식자의 눈동자가 반짝였다· 그 안광에 살짝 스쳤을 뿐일진대 오드리 교수는 고개를 푹 숙이고 말았다·

바이올렛은 지금 상황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회의의 의제 본인이 조물주라도 된 양 주변 모든 인간에게 업신여김을 내뿜는 여기사 저도 모르게 굽실거리고 있는 마법사들·

그러나 주변 이들을 탓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상대가 잔불의 기사라면··· 누구나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쯧·”

코네트가 못마땅한 얼굴로 혀를 차며 스칼렛을 바라봤다·

“늘 언행을 조심하십시오· 기사 학부를 송두리째 소멸하는 데에는 고작 ‘주문’ 한 번이면 충분합니다·”

“당장 시험해 봐도 재미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그 ‘주문’ 한 번 씨불여 보겠나?”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여기사와 총장은 서로를 마주 보며 웃음 지었다·

양측 모두에겐 엷은 미소가 만연했지만 그 모습을 지켜보는 마법사들은 숨통을 조여 오는 중압감에 감히 숨소리조차 쉬이 내뱉지 못했다·

머잖아 재차 입술을 뗀 것은 코네트였다·

“회의나 하시지요· 이상 현상에 대한 보고서는 읽어 보셨습니까·”

“어리광 수준이더군·”

“어리광?”

총장의 눈이 초승달처럼 휘었다·

마법 학부 교수들은 유해성이라곤 한 톨도 담기지 않은 코네트의 얼굴에 꿀꺽 침을 삼켰다·

저 미소는 총장이 상당히 분노하였음을 알리는 신호임을 잘 알고 있었다·

“어리광··· 이런 어리광이라뇨· 심각한 사안이라고 사료됩니다·”

“심각하겠지 나약한 그네들에게는·”

코네트의 고개가 삐딱하게 돌아갔다·

“잔불의 기사 스칼렛· 어린아이처럼 무례하다는 소문이야 익히 들어왔으나··· 말이라는 건 주워 담을 수가 없습니다·”

날카로운 비수가 담긴 말에도 스칼렛은 태연했다·

“그동안 세상이 너무 평화로웠나 보군· 아아 그렇지· 모든 요식행위를 주둥이 하나로 해결하려는 것들이 설치는 꼴을 보아하니 실로 그런 것 같아·”

스칼렛은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

“평화로운 세상에 편승해 마법사는 제대로 된 적수를 상대하지도 않은 채 유능한 ‘척’을 했을 뿐이다·”

“흐음·”

“고작 이 정도로 회의라니 웃기지도 않는 일이지·”

“스칼렛 경·”

코네트는 기다랗고 우아한 섬섬옥수로 마른세수를 하였다· 쓸어내린 직후의 얼굴에선 상냥한 미소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무능한 주문쟁이들과 얼굴을 맞대는 이 상황이 얼마나 고통스러우십니까· 실례했습니다 회의는 저희들끼리 하겠습니다·”

싸늘하게 굳은 얼굴로 총장이 말을 이었다·

“그대는 수련장으로 가서 허수아비나 마저 베시지요·”

빙하기라도 찾아온 듯 매섭고 날카로운 기류가 이곳에 흘렀다· 모두가 식은땀을 훔치고 옷깃을 매만지고 있던 그때였다·

“재잘재잘 주문은 그렇게 영창하면 되는 건가?”

콰득 스칼렛이 자기 검을 검집째 지면에 쑤셔 박았다·

스칼렛과 코네트의 시선이 허공에서 맞부딪혔다·

“마침 이곳에 허수아비는 꽤 많은 것 같은데 말이지·”

둘의 대치에 다른 교수들만 죽을 맛이었다· 모두가 커다란 압박감에 신음할 뿐이었다·

“하아 이것 참·”

코네트가 얕게 한숨을 흘렸다·

이 세계에서 축복받은 무언가를 지니고 태어나는 것은 비단 마법사뿐만이 아니다·

‘마나’를 몸에 담고 태어난 이에겐 마법을 다룰 기회가 주어지지만 ‘고유 능력’을 지니고 태어나면 그 자체로 괴력을 발휘하는 기사가 될 수 있다·

그 예시가 바이올렛의 눈앞에 있었다·

잔불·

스칼렛 유디트의 고유 능력 꺼져 가는 불길·

마법사의 메테오처럼 폭발적인 화염을 부르진 못하지만 그녀의 잔불은 영원히 타오른다·

불씨가 완전히 꺼지는 순간 따위는 도래하지 않는다·

바꾸어 말해 죽어서도 타오르는 영원한 불꽃을 스칼렛은 지니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렇듯 마법사들이 사력을 다하여 얻어 내는 마법의 성과를 기사들은 그저 ‘고유 능력’이라는 이름으로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 발휘한다·

“회의나 하시지요·”

“그러지·”

마침내 스칼렛과 코네트가 착석했다· 그제야 얼어 붙었던 공기가 살며시 녹아내렸다·

이 모든 광경을 지켜보던 바이올렛은 주먹을 꽉 쥐는 것만이 최선의 저항이었다·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어 핏방울이 맺혔지만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다·

‘······빌어처먹을·’

기사가 싫다·

아니 혐오스럽다·

마나 감응 그 이상의 천부적인 능력에 편승하여 약자를 멸시하는 기사란 족속이 가증스러워 바이올렛은 참을 수 없었다·

기사가 강자로 군림하는 이 구조가 역겨웠다· 힘의 불균형이 뒤엎어지는 것을 언젠가 보고 말 것이다·

‘······젠장 젠장 젠장·’

하지만 그것은 언제나 공염불일 뿐이었다· 말뿐인 바람은 공기를 타고 날아가 영영 실현되지 않을 성싶었다·

바이올렛의 힘으로는 역부족이다·

애초에 마법 학부 모든 마법사들의 힘을 합쳐도 세력의 천칭엔 생채기조차 안 나는 이 현실이 개탄스러웠다·

‘언젠가······ 누군가 반드시·······’

바이올렛은 그렇게 속으로 씹어뱉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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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verpowered Archmage Doesn’t Hide His Talent

Overpowered Archmage Doesn’t Hide His Talent

Score 8.4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Archmage Kaplan possessed the body of a boy who was betrayed by his childhood friend. In the boy’s diary, he found by chance that he wanted to become a great magician. “Shall we try one more time, then?” ‘Let’s do it.’ In the end, those who are good at magic should use it w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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