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37
“트릭시 아가씨···· 웬일로 저택에 돌아오신걸까요?”
쪽지시험 다음날 트릭시가 저택으로 돌아왔다·
다섯 명의 하녀가 부리나케 움직였다· 한 명은 옷을 챙기고 한 명은 따뜻한 수건 한 명은 화장품····
이 모든 것이 순전히 저택에서 발레를 마친 트릭시를 보좌하기 위한 움직임이었다·
“빨리 움직이기나 해· 또 혼나서 펑펑 울지 말고·”
“그건 안 우는게 이상한 거에요· 어후 상상만 해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하녀들은 빠르게 발레실을 방문했다· 이윽고 트릭시를 담은 발레실 문이 열리는 순간·
모든 하녀들은 숨을 참았다·
트릭시 폰 프리츠·
흠잡을 곳 없는 곡선으로 다져진 육체와 날카로운 눈빛· 그 두가지가 어우러진 분위기를 보면 누구라도 그럴 수밖에 없었다·
“······”
하녀들은 어떤 소리도 내지 않고 조용히 트릭시를 살폈다·
땀투성이인 몸을 닦아내고 옷을 갈아입히고 피부에 화장품을 발라주고····
이 모든 과정이 끝나기까지는 1분도 걸리지 않았다· 프리츠 가문의 하녀들이 잘 숙련되어있는 덕분이다·
일을 마친 하녀들이 우수수 빠져나가는 그 순간·
“서·”
트릭시가 한 글자를 내뱉었다·
하녀들이 빠르게 뒤돌았다· 트릭시를 향해 곧바로 달려가 일렬로 섰다·
흐음 트릭시가 팔짱을 끼고서 뜸을 들였다·
덕분에 하녀들은 죽을 맛이었다· 그녀들은 몸을 떨며 서로서로 시선을 교환했다·
화장품이 잘못됐나? 수건의 온도 조절이 좋지 못했나? 의상을 제대로 체크하지 못했나····
“진지하게 들어·”
그러자 누가 먼저랄 것 없이 하녀들은 무릎을 꿇었다· 오늘도 누가 펑펑 울기 전까지는 혼나야 할 것이다····
흐음·
트릭시가 턱을 붙잡고 고민한다· 동시에 하녀들의 몸이 벌벌 떨리기 시작했다·
흐으음·
고민이 길어진다· 가장 어린 하녀는 벌써부터 울상이었다· 그런 와중 마침내 트릭시가 입을 열었다·
“이성과 연락 해 본 사람·”
트릭시의 시선이 슬그머니 발레실 구석으로 향했다·
“······거수·”
내려앉는 정적· 시간이 멈춘듯 모든 하녀들의 행동이 멈추었다·
“······?”
그리고 다음 순간 하녀들의 고개가 나란히 옆으로 기울었다·
◈
“후우·”
모두가 잠들었을 늦은 밤 책상에 앉아있는 나는 손바닥으로 얼굴을 한 번 쓸어내렸다·
대자보에 담을 내용들을 지금 막 전부 작성해낸 참이다·
지금의 나는 한가하지 못하다· 학생으로서의 일정을 완벽히 소화하는 동시에 대자보까지 준비하려니 조금은 피로했다·
[ 메르헨 아카데미 마법학부 교수 일동에 고함 ]
대자보의 제목이다·
얼핏 보면 교수 일동만을 규탄하는 제목처럼 느껴지지만 내용은 사실상 모든 마법사들을 향해있다·
의식이 깨어있는 마법사라면 대자보에 적힌 의견에 반드시 동의할 것이라 자신한다· 지극히 옳은 말만 담았으니·
그러나 설득이라는 것은 쉽사리 동의하지 않는 녀석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 존재하는 법이다·
그래서 반발하는 이들을 설득할 수 있는 장치 역시 구비해두었다·
“반발할 수 없을 것이다·”
방금 막 완성해낸 환혹의 술식을 손으로 훑었다·
원래라면 아고라 보드에 올라갈 예정이었던 문제지만····
누구라도 풀 수 있도록 난이도를 줄였다· 누구라도 볼 수 있어야하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대자보에 함께 실림으로써 나의 글에 힘을 더해줄 것이다·
이 술식을 풀어낸 술자는 내가 설계한 환상을 육안으로 확인하게 된다·
확인하게 될 풍경이 그리 복잡하지는 않다·
이전 세계의 풍경을 기억나는대로 최대한 생생하게 담은 술식이다· 보면 느끼는 바가 있겠지·
비록 지금은 환상이지만 이 세계에서도 언젠가 현실이 될 것이다· 이 풍경을 보고 부디 많은 마법사가 감화될 수 있기를·
이로써 오늘 할 일은 전부 마친 것 같다· 눈을 감고서 혹시 잊은 것은 없는지 점검했다·
오늘도 역시 훈련을 했고 독서를 했고 강의를 들었다·
···아니 사실 강의는 출석만 했다· 시시한 내용이었기에 굳이 귀기울여 듣지는 않았다·
쪽지 시험 결과는 내일 발표된다· 바꾸어 말해 아직 평가에 관한 것은 염려하지 않아도 좋다는 이야기다·
슬슬 수면을 취해도 좋겠다는 판단이 섰다·
그렇게 침대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는데 별안간 헤라가 나를 불렀다·
[ 주인님! 주인님! ]
“왜·”
나는 누운채로 대답했다·
[ 그 그러니까· 저희 슬슬···· 계약 할 때 되지 않았나요? ]
“전혀·”
단칼에 거절했다· 계약을 서둘러서 내가 얻을 이익이 없었다·
영령 아티팩트와의 계약은 영구적이다· 한 번 맺어지는 순간 어느 한 쪽이 죽더라도 계약이 이어진다·
굳이 정겨운 표현을 사용해보자면 서로 ‘동반자’가 되는 셈인데 그 표현만큼 마법사와 영령 아티팩트의 관계가 동등하지만은 않다·
실제로 이 관계성은 각 마법사와 아티팩트의 경우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별 볼일 없는 마법사가 영령과 계약했다면 평생을 섬기며 힘을 빌려야하는 것이고 서로 비등비등하다면 친구정도의 느낌으로 지내겠지·
그러나 나의 경우 헤라를 친구나 동반자로 삼아줄 생각이 전혀 없다·
그러나 노예 정도라면···· 고려해줄만 하지·
그 결과가 바로 이것이다· 헤라가 나를 위해 봉사하겠다고 애걸복걸 매달릴 때까지 방치할 생각이다·
무엇이든 미리 길들여야 이후 차질이 없는 법이니까·
[ 주인님! 제발 저 좀 써주세요! 정말 열심히 할게요! ]
말하는 것을 보니 길들이는 것도 곧 끝날 것 같다·
막상 눕고나니 잠이 오지 않았다·
괜히 트리비아를 허공에 펼쳤다· 우선 세피아에게 명령을 하달했다·
[ ▷ 내일 아침 대자보가 붙는다· ]
[ ▷ 메르헨 일보는 그걸 호외로 돌려· ]
그 다음에는 염동을 활용해서 페이지를 뒤적거렸다· 그러던 도중 나는 엄청난 수의 알림을 마주할 수 있다·
[ ▶ 제발 연락 한 번만 봐주세용 ㅠㅅㅠ ]
[ ▶ 답장 한 번만 해주세요! 아앙···· ]
[ ▶ 답장 답장 답장 ]
[ ▶ 왜 답장을 안 하니 ]
놀랍게도 이 모든 것이 전부 트릭시로부터 받은 연락이다· 네 개의 말투가 각각 전부 달라서 조금 신경쓰인다·
프리츠 가문에 대해서는 나도 최근에야 자세히 알았다·
이들은 이름 높은 화염 가문이며 특유의 ‘푸른 화염’이야말로 그들의 상징이자 긍지다·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답장을 보냈다·
[ ▷ 가르칠 것이 있는데 배울 의향 있나· ]
[ ▶ 헉 좋아용! ]
[ ▶ 가르쳐주세용! ㅎㅅㅎ ]
이름 높은 가문의 생각이 먼저 변해야 다른 이들의 생각도 따라 변하기 쉽지 않겠는가·
내 생각을 강요할 생각은 없다· 다만 이 녀석도 느끼는 바가 있다면 어련히 알아서 쫓아오겠지·
[ ▷ 좋다· ]
[ ▷ 오늘 가르칠 것은 마음가짐이다· ]
나는 활자를 입력하기 시작했다·
◈
다음날·
바이올렛은 이른 아침부터 메르헨일보 편집부를 찾았다· 반드시 방문하라는 세피아의 성화를 이기지 못해서였다·
바이올렛이 피곤에 찌든 얼굴로 세피아를 향해 물었다·
“그래서 아침부터 무슨 일인데·”
“같이 좀 볼게 있어서 그렇지· 언니 이거 봐볼래?”
세피아는 차분하게 거대한 종이를 펼쳤다·
[ 메르헨 아카데미 마법학부 교수 일동에 고함 ]
바이올렛이 제목을 읽더니 미간을 좁혔다·
“뭐야 이건 웬 대자보야?”
“오늘 아침에 붙은 대자보인데 우리도 호외 형식으로 돌릴까 해· 언니도 한 번 봐봐·”
날카로운 눈으로 바이올렛은 대자보를 훑는다·
[ 마법사들을 향한 무시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기사들의 억압 그리고 마법사 본인들의 경미한 노력이 합해져 이러한 상황에 어떠한 해결책도 나오지 않은 지난 날이었다·
마법사들의 사고방식부터 바꾸지 않는다면 마법사를 향한 무시가 쏟아질 수 밖에 없는 이 구조를 바꾸지 않는다면 근본적인 해결은 불가하다··· ]
“학생이 쓴거라고?”
바이올렛이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 메르헨 아카데미 마법 학부의 마법사 전원은 근본적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라·
철저한 기준을 마련하여 대표를 선정하고 제대로 된 커리큘럼을 마련해 마법사들을 성장시키라·
나는 너희에게 끊임없이 노력하고 죽도록 실천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그 누구에게도 굽히지 않는 것이 마법사다·
저항하라 창조하라 그리고 희망하라·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을 거부하라·
지금 이대로의 세계를 통째로 부정하라·
마법사의 현주소를 바꾸고자 하는 이들은 모두 옳다·
그러니 너희는 염려말고 그저 전진하라·
ㅡ 메르헨 등위 마법사 ‘카플란’ ㅡ ]
“···아니네· 학생이 쓴 건 아니야·”
바이올렛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제목과 내용이 심히 도발적이지만 딱히 틀렸다고 할 만한 부분이 발견되지 않는다·
게다가 마법과 마법사에 관한 고찰이 수준급이다· 학생들 수준이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가 없었다·
옆에서 세피아가 넌지시 물었다·
“언니 어때?”
“조용· 잠깐만 조용히해봐·”
퉁명스러운 대답이 돌아왔지만 세피아는 도리어 기뻐했다· 제 언니가 대자보에 관심을 보이는 것이 흐뭇했기 때문이다·
‘그럼 그렇지!’
세피아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한편 바이올렛의 시선이 대자보 아래쪽의 문제를 향했다· 환혹의 술식인 것은 곧바로 알겠다·
그러나 회로가 어지러이 얽혀있었고 보여주려는 환혹에 공을 꽤 많이 들였는지 보조 술식이 굉장히 많이 덧붙여져 있었다·
“······술식을 수정한 흔적도 전혀 없네·”
바이올렛이 어이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맞아· 이걸 단 한 번의 수정도 없이 만들어냈다는 소리야· 대단하지?”
“누구인지는 몰라도 공을 엄청 들였어· 본문 내용도 그렇고 밑에 덧붙인 술식도 그렇고·”
그 말에 세피아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거 알아? 언니 지금 잠 다 깬 표정이야·”
“지금 잠이 문제겠냐· 도대체 누가 쓴거지? 나랑 추구하는게 비슷해·”
“응· 언니랑 좀 닮은 것 같더라·”
바이올렛이 고개를 휙 돌려 세피아를 바라보았다·
“맨 밑에 메르헨 등위라는 말은 또 뭐야· 마법 등위는 숫자로만 구분하잖아·”
“맞아· 숫자로 구분하지·”
“누가 쓴 거야? 당장 알려줘· 카플란이 학생 개인 이름이야? 아니면 단체 이름?”
“글쎄요 그런 이름을 가진 단체도 개인도 전혀 없던데 말이죠· 이쪽도 아침에 막 대자보를 발견하고 급하게 호외로 작성하는 중이랍니다?”
세피아가 능청을 떨자 바이올렛 한숨을 푹 내쉬면서 고개를 돌렸다·
‘카플란···· 카플란····’
바이올렛은 그 이름을 되뇌다가 문득 이름이 비슷한 학생 하나가 자연스레 떠올랐다·
‘플란?’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 이건 말도 안 되는 연결이다·
어쨌든 바이올렛의 태도가 변화했다는 점 하나는 확실했다·
세피아의 용건을 대충 듣고서 곧바로 강의를 준비하러 갈 계획이었던 바이올렛은 이제 대자보에 제법 큰 흥미를 느끼고 있었다·
바이올렛이 술식의 윗부분을 검지로 짚으며 말했다·
“이 환혹 술식 당장 확인해보자· 내가 위쪽을 계산할 테니까 넌 아래쪽을 계산해·”
“좋아· 마침 나도 확인해보고 싶었어·”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둘은 동시에 맡은 바를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계산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쉽다’보다는 ‘친절하다’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마법을 사용할 줄 아는 이라면 누구라도 볼 수 있을 정도로 친절한 술식이었다·
두 여인이 동시에 마나를 흘려넣자 환혹은 서서히 펼쳐진다·
언뜻 보이는 것은 평범한 세계· 건물이 있고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있다·
그 광경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별안간 바이올렛과 세피아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알 수 없는 위화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위화감의 이유를 찾아냈다·
겉보기에는 평범한 세계의 구성을 갖추고 있지만 이 세계는 결코 바이올렛과 세피아가 경험해본 세계가 아니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말도 안 되게 거대한 탑이었다· 그리고 그게 마탑이라는 것을 이해하기까지는 그다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저도 모르게 입이 벌어진다·
마탑이 어떻게 저리 거대할 수 있지? 현실의 마탑이 이쑤시개처럼 느껴질 정도다·
그 뿐만이 아니다· 정장 차림의 마법사들이 지나가자 기사들은 목례를 했다· 마법사들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다·
기사들을 바라보는 마법사들의 눈빛에 두려움 따위는 조금도 섞여있지 않다· 확신이 넘치는 그 얼굴들에는 자신감이 만연해있었다·
그러나 상대방을 멸시하는 듯한 태도 역시 없다· 그냥 이 모든 것이 쉬운 진리처럼 당연하다는 듯한 느낌·
분명 환각을 보는 것인데 둘은 동시에 중얼거렸다·
“······생생해·”
말 그대로다· 마치 실제로 있는 세계인 듯 그 풍경이 생생하다·
보통 환혹 속의 세계는 겉으로만 그럴 듯하다·
강아지가 짖지는 않는다든지 지나가는 행인이 옷에 음료를 쏟아도 반응이 없다든지····
이런 세세한 디테일들이 죽어있는 경우가 다반사다· 환각에 불과한 세계니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너무 너무 생생하다고·”
이건 너무나도 생생했다·
술식의 작성자는 이러한 세계를 도대체 얼마나 간절하게 꿈꾼 것인가?
어느 정도로 크게 염원했길래 이 환술 속에서 도무지 빈틈을 찾을 수가 없단 말인가·
도무지 환상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마법 논문을 함께 살피며 한숨을 내쉬는 마법사들 그걸 신기하게 쳐다보는 기사 몇 명 기사 부부의 아이에게 반갑게 인사하며 지나치는 마법사····
이 모든 것이 실제로 있는 세계를 보여주듯 자연스럽다·
바이올렛은 저도 모르게 손을 들었다· 지나다니는 마법사 중 한 명의 어깨를 툭 건드려는 순간····
환혹은 끝났다· 세피아와 바이올렛 앞에 다시 메르헨 일보 편집부의 풍경이 펼쳐진다·
세피아는 눈동자를 굴려 자신의 언니를 쳐다보았다·
바이올렛은 손으로 방금 그 술식만 더듬고 있었다· 착각일까 다크서클이 짙게 깔린 눈에 생기가 돌고 있었다·
“지금부터 이거 호외로 돌릴건데~ 다들 반응이 어떠려나?”
세피아가 떠보듯 은근슬쩍 물었다·
대답이 돌아오지 않는다· 세피아가 바이올렛의 어깨를 붙잡고 흔들었다·
“저기요~ 언니! 언니 의견이 궁금하다니까!”
몸을 붙잡힌 채로 흔들리던 바이올렛이 어렵사리 입을 열었다·
“어떻긴·”
바이올렛이 중얼거렸다·
세피아는 자신의 언니를 바라보았다·
피로에 찌들어있던 바이올렛의 얼굴에 알 수 없는 것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부정적인 무언가가 아니라 생기를 불러일으키는 무언가가·
“뭐 그렇게 뻔한 걸 묻고 있어·”
바이올렛이 다시 입을 열었다·
세피아뿐만 아니라 바이올렛 역시 세피아의 눈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바이올렛은 세피아의 투명한 눈동자에 담기어있는 자기 자신의 모습을 본다·
힘없이 눈을 뜨고 피로에 찌든 본인의 모습은 없다· 알 수 없는 감정에 휩싸여있는 자신이 있을 뿐이다·
바이올렛이 폐부를 쥐어짜내듯 읊조렸다·
“······아주 난리가 날거야·”
그 알 수 없는 것의 정체가 ‘열정’이라는 것을 마침내 스스로가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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