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49
메르헨 아카데미의 명물을 꼽으라면 마검태제는 결코 빠질 수 없으리라·
경기장을 이미 발 디딜 틈이 없다· 올해 개막전 전투 종목의 흥행은 대성공이었다·
“이야···· 1학년 경기인데 벌써 이 정도야·”
신비의 협곡 소속 스카우터 에릭이 음료를 한 모금 하면서 중얼거렸다·
“당연히 이 정도는 되어야지· 전투 종목인데·”
오른쪽에는 콜린이 나란히 앉으며 입을 열었다· 물론 그녀도 스카우터다·
“하긴 규칙도 단순해 관전도 편해···· 인기가 많을 수밖에 없는 종목인 것 같아요·”
전투는 여러 관중에게 메리트를 주는 종목이다·
일 대 일이라는 단순한 방식 덕분에 선수 개인의 역량을 살피기 편하며 또한 경기장 내부에서 전력으로 맞부딪히는 그들의 힘은 보는 이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어쨌든···· 일은 해야지· 준비하자·”
콜린이 시선을 던지자 에릭이 곧바로 환혹 계열의 마법을 펼치기 시작했다·
오늘 이들은 경기 장면을 생생하게 담아서 시각적 자료로 만들어낼 것이다·
“일에 집중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넋 놓고 아이반만 구경하다가 끝나는 거 아닌지 몰라·”
“좋을 때네· 십 년 넘게 이 짓거리 해봐· 학생이 학생으로 안 보이고 그냥 매물로 보여·”
“어휴···· 막 징그러운 소리를 하고 그러세요·”
생각만으로도 끔찍하다는 듯 에릭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우리는 오늘 아이반 구경 안 한다·”
콜린의 갑작스러운 한 마디에 에릭의 고개가 비스듬히 기울어진다·
“예? 저희가 할 일이 그럼 뭐가 있어요···?”
“플란· 저 녀석한테 초점 맞춰서 기록해·”
“예에···? 지금 그게 무슨····”
“엘리시스 단장이 그렇게 하래·”
“아·”
엘리시스· 그 네 글자에 에릭은 곧바로 납득했다· 까라면 까는 것이 신비의 협곡 방식이니까·
“···어라·”
본격적인 관찰에 들어가려던 에릭은 문득 불길한 기운을 느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콜린 쪽을 바라보자 그녀도 비슷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둘의 시선이 동시에 관객석 오른쪽을 향했다·
“저쪽인 것 같은데요·”
“그러게 혈귀(血鬼)인가?”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 미미한 기운이 자취를 감추었다·
에릭이 아직 그쪽에서 시선을 떼지 못한 채로 중얼거렸다·
“어떡할까요· 좀 알아봐야 하나·”
“관심 꺼· 혈귀는 신입이 알아본다고 알아볼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일단 하달받은 일부터 똑바로 해·”
ㅡ기사 학부 아이반 로즈와 마법 학부 플란의 대결입니다!
사회자가 본격적인 해설을 시작하고 플란과 아이반이 경기장 내부에 모습을 드러냈다·
콜린이 재차 확인했다·
“알아들었지? 플란의 동작 하나하나 놓치지 마· 단장이 몇 번이나 강조했으니까·”
“네네···· 알겠어요····”
에릭은 아이반의 맞은편에 선 플란을 바라보았다·
조금의 빈틈도 없이 오로지 확신으로만 가득 찬 얼굴· 그것은 그 자체로 그가 범상치 않은 인물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아이반을 눈앞에 두고도 기죽지 않는 강렬한 기개 자신을 의심하는 수많은 관중 앞에서도 숙이지 않는 고개·
본인을 향한 무시를 되레 무시하는 태도·
엘리시스가 왜 주의 깊게 살피라고 했는지 얼추 이해가 가면서도····
‘아이반을 놔두고 굳이 쟤를?’
여전히 이해가 가지 않는 에릭이었다·
◈
기사가 보유한 고유 능력·
그들의 신분을 일개 기사가 아닌 초인수준까지 격상시키는 강렬한 힘· 나는 그것에 흥미가 있다·
마법과는 어떠한 공통점을 지녔는가 차이점은 또 무엇을 가지고 있는가·
나는 오늘 그에 관 의문을 기필코 해결할 것이다·
“혹시 쑥스러워서 그러는 거요?”
씩씩한 음색에 상념이 깨어진다·
다시 한 번 나를 향해 내밀어진 아이반의 손· 나는 그것을 물끄러미 내려다본다·
이내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고 무심하게 돌아섰다·
“플란!”
그러나 그녀가 빠른 걸음으로 내 앞을 가로막는다·
“내가 말하지 않았소· 잘해보자고·”
“그럼 잘 하면 될 일이다·”
“그런 문제가 아니오·”
그녀의 표정이 사뭇 진지해졌다·
“송환 마법이 걸려있으니 서로 안심하고 최선의 기량을 보일 수 있을 터· 그러니 결투에 예의와 존중을 다해서 임할 것· 그 약속을 악수로써 하자는 거요·”
“구두 계약도 효력은 동일할 텐데·”
“그러지 마시고!”
아이반이 자기 오른손을 열심히 위아래로 흔들어 보인다·
이대로는 도무지 끝이 안 날 것 같아서 나는 마지못해 악수에 응해주었다·
ㅡ경기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셋!
악수를 마친 후 각자 거리를 벌리자 사회자가 카운트 다운을 세기 시작했다·
아이반이 지면에 꽂아놓은 검을 뽑아 든다·
ㅡ둘!
그녀가 새하얀 기운을 발산했다· 날카로운 기운이 육체뿐만 아니라 검날까지 휘감는다·
고유능력이겠지·
처음 보는 것이지만 문제가 될만한 요소는 전혀 없다· 관측과 이해를 동시에 병행할 테니·
우선 관측·
세상의 모든 사물을 ‘마법적’으로 바라볼 것이다·
눈에 마나를 덮어씌우자 온갖 피사체가 곧 선과 원으로 치환되기 시작했다· 동시에 모든 것을 마법사로서 이해한다·
아이반의 몸 여기저기 그어지기 시작한 선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저것은 혈관이 아니며 하나하나가 마법 회로다·
회로가 보였다는 건 결국 고유 능력도 마나를 운용하는 방법의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는 거지·
마법과 별로 다를 바 없다·
마법과 별로 다를 바 없다는 말인즉····
‘···흥미롭군·’
다만 고유 능력은 그것을 발현하기 위한 ‘이해’나 ‘적용’이 요구되지 않는 듯하다·
그저 사용하겠다고 마음만 먹으면 되니 검에 전념할 수 있는 여유까지도 생기는 것이겠지·
쉽게 말해 고유 능력은 기사가 체내에 지닌 마법 스크롤로 이해하면 될 듯하다·
여기까지가 단 1초·
ㅡ하나!
아이반의 무게 중심이 앞으로 쏠린다·
겨우 준비동작이지만 위력 상당하다· 그녀의 발끝이 이미 지면에 파고들어 있을 정도니·
나 역시 서서히 마나를 개방했다·
직접 쓰고 붙였던 대자보의 내용 당당하게 내뱉었던 ‘압도적인 승리’를 거머쥐기 위해····
집중력을 더없이 끌어올린다·
ㅡ시작!
그 즉시 아이반이 빛살처럼 쇄도했다·
아니 정확히는 쇄도하려 했다·
“그게 아니지·”
빠악ㅡ!
아이반의 고개가 뒤로 확 꺾인다·
그녀는 계획대로 지면을 박차지 못했다· 내 염동이 그녀의 이마를 가격하는 속도가 더 빨랐기 때문에·
“다시 출력해라·”
“···?”
뒤로 꺾여있던 아이반의 고개가 서서히 제자리를 찾는다·
그녀의 얼굴 위로 잠시 당혹감이 스쳐 갔으나 그건 말 그대로 잠시에 불과했다·
진중한 표정을 금세 되찾은 아이반이 자세를 고쳐잡으며 표정으로 물었다·
“다시·”
나는 짧게 대답했다· 취향과 기호를 떠나서 절대적으로 좋은 수는 존재한다·
당연한 일이다·
마법은 감성의 영역이 아닌 이성과 계산의 영역이니까· 방금은 출력에 꼬임이 있었다·
“후우·”
아이반이 호흡을 가다듬더니 곧바로 지면을 박찼다·
동시에 섬광같은 검이 허공을 몇 번이고 갈랐다· 단순한 휘두름이 소리를 아득히 앞서간다·
쐐애액ㅡ!
뒤늦게 발생한 파공음이 귓가를 덮친다·
최소한의 동작 오차 없는 궤적 집중하지 않으면 쫓기 힘든 속도·
어떠한 동작을 해냈다─ 라는 것을 믿을 수가 없을 정도로 아이반의 몸과 검은 정교하게 움직인다·
그러나 그만큼 정교하기에 관측하기도 쉽다·
나는 흥미섞인 시선으로 그녀의 ‘선’을 관측했다·
마법사의 육안을 극한으로 활용한다면 전혀 어렵지 않다· 그녀의 궤적이 선으로 남기 때문이다·
고유능력의 보조를 받아 휘둘러지는 검은 흉악한 모양새의 판화를 허공에 그려낸다만 그 선에 닿지 않는 한 상처를 입는 일은 없다·
“흐아압!”
쐐애액ㅡ!
이어지는 연격을 최소한의 동작으로만 피해낸다·
나는 그녀가 그어내는 판화를 예술품을 감상하듯 바라보고 또 바라보다가····
“이 선이 예쁘겠는데·”
나도 모르게 다가섰다·
물러서지 않고 오히려 파고들어 그녀의 손목에 손을 가져다댔다·
아주 살짝 밀어준 것 만으로도 검의 궤적이 또 한 번 올곧게 허공을 갈랐다· 이만하면 만족스럽다·
“···!”
아이반이 몸을 움찔 떨며 뒤로 물러났다·
“뭐하는 짓이오·”
“마음에 안 드나? 더 나아진 것 같다만·”
한동안 흐르는 정적·
쐐액ㅡ!
한 번 더 휘둘러진 검을 이번에도 피해낸다·
“이번에는 보려해도 못볼거요·”
아이반이 그렇게 중얼거리더니 저 멀리 물러났다· 물러나는 속도 역시 무지막지하다·
콰드득!
동시에 그녀의 모습이 자취를 감추고 지면의 암석은 사방으로 튀어오른다·
나는 정면으로 무속성 구체 세 개를 쏘아냈다·
동시에 그 구체를 전부 뚫어내며 모습을 드러낸 아이반의 몸·
아이반은 이미 코앞까지 와있고 고유 능력을 발현하여 치달은 속도는 표현 그대로 섬광(閃光)에 가깝다·
찰나의 시간·
육안에 보이는 섬광의 회로 구체에 세 번 닿았던 아이반의 육체···· 그 모든 정보를 조합한다·
머릿속에는 세 가지의 술식을 동시에 그린다·
간섭 파괴 환혹·
정확히 이 세 가지의 조합으로 충분하다·
아이반의 손에 꽈악 붙들린 그 검이 내 폐부를 꿰뚫으려는 그때·
팽그르르!
내 어깨 위 허공을 찌른 후 여기사의 몸이 허공에서 완전히 뒤집혔다·
“···!”
찔렀다고 착각하기에 환혹·
상대의 육체를 마법처럼 다루기 위해 간섭·
방향을 잃게 만들어 파괴·
허공에서 뒤집힌 아이반과 나의 시선이 맞닿는다·
마치 시간이 느려진 듯했고 그 황망한 시선을 마주 보며 나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건 그렇게 사용하는 게 아니다·
쿵ㅡ! 쿵ㅡ! 쿠웅ㅡ!
아이반의 신형이 바닥을 미친 듯이 굴렀다· 제 속도를 이겨내지 못하고 벽면까지 가서 처박힌다·
그러나 그따위 것은 이미 내 관심사를 벗어났다·
탐구심 학구열 흥미···· 따위가 고개를 짓쳐 들었다·
실전적 숙련도나 위력을 칭찬하고 싶은 것과는 별개로 아이반은 고유 능력을 발현하고 받는 반동을 전부 육체로만 감당해내고 있었다·
‘이해가 병행되지 않기에 생기는 문제인가·’
무엇을 사용하든 이해는 함께해야 한다·
등가 교환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마법사들의 발현은 정직하다·
마나를 소모하는 만큼 이해한 만큼만 마법을 부릴 수 있기에 반동이 크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이 기적에 가까운 능력들을 숨 쉬듯 구현해낼 수 있는 기사들은 원리를 이해할 필요성을 그다지 느끼지 못할 터·
심지어 더 나아가서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을지도 모르지·
만일 이 세계의 기사들이 전부 이런 식으로 고유 능력을 활용하는 중이라면·
‘십 년···· 아니·’
이들의 유통기한은 팔 년이 고작일 것이다· 아니 그조차도 길게 쳐준 기간이다·
“···뭘 한 거요·”
아이반이 성큼성큼 다가오며 중얼거렸다· 안타깝게도 나는 내 생각에 골몰하기도 바쁘다·
“····”
턱을 문지르던 내 입가에 저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흥미롭다·
몇 번을 생각해도 흥미롭다·
이 흥미를 전부 잃을 때까지 탐구를 반복하고 싶다·
“이게 전부인가?”
“···?”
“뭐라도 더 해보지 그래·”
아이반의 눈매가 눈에 띄게 날카로워졌다· 그녀의 몸 주변을 새하얀 기운이 다시 둘러싼다·
그녀가 다시 고유능력을 발현하고 있었다·
그러나 밀도가 눈에 띄게 옅다· ‘총량’의 제한을 저쪽도 겪는다는 이야기다·
“후우우···!”
얼굴의 흙먼지를 대충 문질러낸 그녀가 다시 한번 있는 힘껏 지면을 박찼다·
아까는 다르다·
마치 번개처럼 수없는 직선을 죽죽 그어내며 아이반이 쇄도해온다·
그러나 그 속도가···· 문제라는 것이다·
“크윽!”
검이 아슬아슬하게 내게 닿지 못했다· 아이반이 또 한 번 허공에서 비틀려 지면에 쿵 처박힌다·
“도대체···· 도대체 왜!”
아이반이 소리치며 다시 한번 검을 쥐었다· 그러나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
아이반이 처박힌 횟수 두 번·
고유 능력에 ‘간섭’ 계열이 적용될 경우 자체적으로 저항이 인다는 점을 확인했다·
세 번·
쿵!
고유 능력은 의외로 ‘보조’ 계열과 합쳐져도 별다른 추가 작용이 없음을 확인했다·
네 번·
쿠웅!
‘조화’와는 나름대로 상호작용이 있음을 확인했다· 다만 맞물리는 톱니바퀴를 찾기 위해서 깊은 연구가 필요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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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번·
쿵!
고유 능력의 회로를 완벽하게 따라 그려내더라도 발현 값에 오차가 생김을 확인했다·
즉 같은 효과를 마법사가 내려면 다른 형태의 술식을 그려내야 한다· 확실히 기억했다·
‘혹시 발현이 아니라 소환으로 접근한다면·’
정보들을 정리하던 와중·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구려·”
아이반의 목소리를 듣고서야 그녀가 더 이상 나를 향해 쇄도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제야 그녀의 형편없는 몰골이 눈에 띄었다·
모든 것이 처참했다· 흙먼지를 잔뜩 뒤집어쓴 머리카락과 육체 접질렸는지 부드러워 보이지 않는 발목·
아이반은 이미 만신창이였다· 섬광 같은 빛을 발하는 그녀의 눈빛만이 멀쩡하다·
그 꼬락서니를 보자마자 표정을 확 구겨졌다· 이쪽에서 먼저 입을 열었다·
“그러고 있을 시간이 없다 아이반·”
옷매무시를 가다듬으며 먼짓덩어리나 다름없어진 아이반을 내려다본다·
“···아직 난 궁금한 게 많단 말이다·”
장내에는 응원 소리도 야유소리도 없다·
허무에 가까운 적막만이 있을 뿐이다·
“안 온다면 이쪽에서 가지·”
물론 발걸음을 직접 떼겠다는 뜻은 아니다·
ㅡ그러니 너희는 염려말고 그저 전진하라·
다른 마법사들이 염려를 버릴 수 있도록 내가 어떤 풍경을 보여주어야할지 골몰하고 또 골몰하고·
결국 결론이 내려졌다·
아홉 번·
아이반을 지면에 아홉 번 처박으며 얻어낸 정보들을 머릿속에서 단순간에 취합한다·
‘소환’·
소환 그러나 단순한 소환은 아니다·
옮겨질 현 주소·
나아가리라는 확신·
마법사로서 말하는 창조·
이대로의 세계를 밀어낼 부정과 변화·
누구에게도 굽히지 않을 불굴의 태도·
죽도록 강조해왔던 실천·
누군가에게는 귀감·
이어져나갈 희망·
그 집약체를 소환하는 심정으로 임한다·
마나의 총량을 감안하여 효율을 고집했다·
다행스럽게도 아이반의 검술 수준이 높다는 것이 내게는 이점이 되었다·
최소한의 동작으로 정교하게 이루어지는 검술이기에 나 역시 최소한의 마나만 사용할 수 있으리라·
마법진을 그리는 것만으로는 모자라다· 양 손바닥을 맞대고 톱니바퀴가 맞물리듯 서서히 교차시켰다·
콰앙ㅡ!
마침내 폭발과 함께 소환물이 모습을 드러낸다·
연기가 걷히는 동시에 아이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밀밭처럼 황금빛을 띄는 금발의 머리카락 도톰한 입술· 경기장에서 이 외양을 모르는 이는 없다·
“···나잖아·”
아이반이 낮게 읊조렸다·
사실이다· 나는 그녀를 근원삼은 인형을 소환했다·
검을 쥔 아이반의 손이 파르르- 떨렸다· 그녀가 눈을 부릅뜨고서 이를 악물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이오·”
그녀를 휘감은 기운이 어마어마하게 강렬해진다·
“두 번은 묻지 않겠소· 고작 외형을 본딴 인형으로 뭐하자는거요?”
폭풍처럼 흩날리기 시작한 기운이 그녀가 진노했음을 여실히 알려주고 있었다·
그녀의 황금빛 눈동자를 피하지 않고 마주보았다·
“평생을 검에 매진한 아이반 내가 단 아홉 번 관찰한 아이반····”
그리고 태연하게 읊조렸다·
“과연 어느 쪽의 검술이 더 뛰어날 것 같나·”
아이반의 이마에 핏줄이 세로로 섰다· 그녀가 기염을 토해냈다·
“그대는···· 나를 모욕할 생각인가!”
카아앙!
그러나 아이반이 달려든 그때 인형이 검을 훌륭하게 막아냈다·
여기사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뭐···?”
아이반이 이를 악물고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캉! 캉! 카앙!
둘의 검이 부딪히면서 튀는 불꽃이 무지막지했다· 굉음은 귀를 아프게 만들고 각자 지면을 발밟을 때마다 암석이 튀었다·
“비겁하게···! 뒤에 숨어서!”
아이반이 소환수를 제치고 나를 노리려했지만 인형이 매번 재빠르게 움직여서 막아낸다·
“나와! 앞으로 나오시오! 정정당당하게···!”
마침내 인형의 몸이 새하얀 기운에 휘감기기 시작했다·
아이반으로부터 읽어낸 회로를 그대로 안에 심었고 그게 지금 막 발현된 것이다·
“뭐 대충 이런 느낌인가·”
내 말에 아이반의 어깨가 떨렸다· 그녀의 입이 조금 벌어진다·
“이게 무슨···· 도대체 도대체 어떻게 내 고유능력을····”
그녀가 쥔 검이 조금 떨리고 있었다·
“심지어 검술까지도····”
“검술이 아니지·”
그녀의 말을 토막냈다·
“어떻게 그리 무례한 소리를 하나 아이반·”
그리고 정정했다·
이 현상을 지칭하는 표현은 따로 명확하게 존재한다·
“이제 마법이라 불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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