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55
흥미가 생기자 오히려 생각이 차분해진다·
대륙의 동부와 중심부에서 일어났던 사건 나름 체계성을 갖춘 구조···· 이러한 점만 보아도 거대 조직인 것은 분명하다·
그런 녀석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마법 도구가 있다니· 박람회가 기대되는 것도 당연한 수순이었다·
남은 정보는 ‘요인’에 관해서인가·
그런데 그녀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기 그런데 마이에브님·”
“뭐지·”
“다른것은 아니고 말 수가 굉장히 줄어드신 듯 하여····”
마이에브는 말수가 많은 편에 속했던 모양이다· 나는 그녀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이봐·”
그리고 그 턱을 슬그머니 붙잡는다·
여성이 몸을 파르르 떠는 것이 느껴졌다·
“네가 말했듯 우린 중요한 일을 앞둔 시점이란 말이지·”
그녀는 입을 열어 대답하지 않았다· 아니 그러지 못했다· 그저 고개만 몇 번 끄덕인다·
“···그런데 접선을 이리 무방비하게 하는구나· 아카데미의 한 가운데에서·”
“아 그 그 그게····”
“아예 소리를 치지 그래· 아카데미의 전원이 우리 정체를 알게 되겠군· 혹시 그걸 바랐나?”
“죄송····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목소리를 높이려는 그녀의 입술에 검지를 가져다 댔다·
입을 다물라는 의미였고 그녀는 곧바로 이해하여 그렇게 했다·
“나는 보고받을 이유가 없지· 완벽한 준비는 당연한 전제니까· 그러나····”
내 시선이 그녀의 떨리는 눈동자를 직시했다·
“이렇게까지 호들갑을 떨어대니 궁금하군· 구체적으로 이야기할 기회를 주겠다· 그러나·”
“예 예···?”
“그 내용이 기대 이하면····너 또한 쥐새끼라는 점을 명심해라·”
그녀의 떨림이 전신으로 번져나간다· 그녀는 마른침을 꿀꺽 삼키더니 겨우겨우 입을 열었다·
“다 단순히 인원을 배치할 것만 명하셨지만···· 저희가 조금 더 완성도를 높이고자 했습니다·”
“내 완성도가 부족했단 뜻인가·”
“그것은 절대로 아니옵고!”
그녀의 눈이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듯 커다래졌다·
“요 요인 암살 건은 너무 급하게 추가되지 않았습니까? 공주님께서 갑자기 푸른 화염에 관심을 가지시는 바람에····”
푸른 화염·
나는 그 말을 소리 없이 뇌까렸다· 이들이 말하는 요인이 누구인지는 너무나도 명확하다·
트릭시 폰 프리츠· 그녀 말고는 없다·
“그런데·”
“가문의 다른 구성원으로부터 푸른 화염을 추출하자니 어미는 이미 죽었고 아비는 푸른 화염을 다룰 수가 없어서····”
“결론은·”
결론이라는 말에 그녀가 앗 하는 소리를 냈다·
“죄송합니다· 푸른 화염이 1학년생이니 그들의 중간 평가에 착안하여 스며들었습니다· 전혀 티 나지 않을 겁니다·”
기대 이상의 마법 도구가 박람회장에 있다는 것·
최근 관심을 갖게 된 요인이 트릭시라는 것·
이 두 가지를 모두 노리는 세력이 있다는 것·
우선 이 세 가지로 충분하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만 가보지·”
◈
녀석과 결별하자마자 훈련장을 찾았다·
당장 내일이 중간 평가고 곧 트릭시와의 내기가 있으며 거기에 이상한 세력까지 끼어있으니·
여유를 부릴 틈 따위는 없었다·
“확실히 쓸모가 없지는 않아·”
[ 그렇죠? 주인님 아까 제 인기 봤죠? 제가 꽤 쓸만하다니까요? ]
헤라와 함께하는 첫 훈련이었는데 ‘총량’ 부문에서 꽤 훌륭한 보조를 받을 수 있었다·
앞으로의 성장이 한결 수월할 터·
[ 그리고 아까 그 여자· 무조건 혈귀에요· 혈귀· ]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굳이 말해주지 않아도 나 역시 그리 예측하였다·
[ 걔네들 어두운 거에 진짜 환장하거든요· ]
그래 바로 그 점 때문이다·
악인과 혈귀에 관한 서적을 몇 권 더 조사해본바 이들에게는 아주 뚜렷한 차이점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악인은 인간의 타락이 유희이자 궁극적인 목표인 것에 비해 혈귀는 독자적인 목적을 가지고 움직인다는 점이 바로 그러하다·
[ 그런데 주인님~ 너무 멋있었어요· 내가 그 여자였으면 그 자리에서 오줌 지렸을 것 같아· ]
“그리 만들어 줄까·”
[ 그럼 주인님 손에 묻잖아요· ]
“농담을 싫어한다· 재미없으면 더더욱·”
[ 가끔 축축하지 않으셨어요? 소변은 아니지만· ]
문득 그 말을 듣자마자 불안해져서 나는 헤라를 급히 벗어 안주머니에 넣었다·
트리비아를 들어 올렸다· 마법 박람회장인 ‘사포어’에 관한 정보를 얻기 위함이다·
‘···미술관에 가깝군·’
이전 세계의 마법 박람회는 여러 마법 학파들이 각기의 구역을 보유하고 객들이 자유로이 돌아다니며 방문하는 형태였다·
그러나 ‘사포어’의 구조는 조금 다르다·
온갖 학파가 마법을 통해 만들어낸 것들 만들어낼 것들· 온갖 것들이 작품처럼 전시되어있는 구조를 띤다·
이 중에서 표적이 된 물건을 찾아야 하는 거지· 내일은 부단히 움직여야 할 듯했다·
그런데 그때였다·
갑자기 훈련장의 문이 열렸다·
“····”
등장한 불청객이 너무나도 의외의 인물이라서 나도 모르게 고개를 기울였다· 아주 살짝·
아이반·
검마태제의 1종목· 전투에서 겨루었었던 기사 학부의 대표 아이반이 내게 다가왔다·
잠시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그녀가 입을 열었다·
“스칼렛님의 심부름이 있어 찾았소·”
“그 여자는 네가 싫은 모양이다·”
기사가 마법 학부를 드나드는 것이 금지되어있지는 않다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출입하는 이는 극히 드물다·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이 상상 이상으로 곱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금의 아이반에게는 이 상황이 더더욱 수치스러울 것이다· 패배를 겪고 마법 학부의 지면을 내디뎌야 한다는 것이·
스칼렛은 모든 것을 알면서도 아이반을 보냈을 터· 아니 알기에 보냈을 것이다·
아이반은 의외로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할 수 있소· 원인을 내가 만들었으니·”
그녀가 내게 동봉된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검마태제의 승자에게 전해져야 하는 것이라며 스칼렛님께서 내게 맡기신 거요·”
승자에게 전달하기는 무슨 스칼렛은 나와 그녀가 피로 이어졌다는 사실을 드러내기가 지독하게도 싫었을 테지·
나 또한 마찬가지다· 그것을 받아든 뒤 내게만 보이게끔 살폈다·
[ 중간 평가 후 유디트 가문의 오찬 예정· ]
*필히 참석할 것·
조금 그을려있는 종이가 담은 내용이란 짧고도 단순했다·
그것을 염동으로 확 구겨버린다음 주머니에 쑤셔넣었다· 흩날리는 잿가루가 조금 거슬린다·
“확인했다· 돌아가도록·”
그러나 아이반은 석상처럼 자리를 지키고 섰다·
“공적인 일은 마쳤고 사적인 일이 남았소·”
“패배의 원한을 풀고 싶나·”
“아무 원한이 없으니 풀 것도 없을 것이외다·”
아이반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 표정에는 어떠한 악의도 담겨있지 않았다·
“그럼 들어나 보지·”
“진 것도 그로 인해 원한을 사는 것도 망신을 당하는 것도 전부 내 탓이오· 깔끔하게 인정하리다·”
그녀의 얼굴이 조금 굳었다·
“다만 나는 마지막에 검을 놓았던 자신을 용서할 수가 없소·”
“그래서·”
“시간이 날 때 그때처럼 나를 소환해주시오· 셋이든 다섯이든···· 도와주셨으면 하오·”
조금은 의외다· 마법사에게 도움을 구하는 기사라 그게 이 세계에도 있으리란 기대는 안 했는데·
“아이반 나는 마법사다·”
“그 정도는 알고 있소·”
“수치스럽지는 않나·”
“수치스럽지만 목표가 있을 뿐이오·”
아이반이 공손한 태도로 고개를 한 번 숙였다·
마법과 검이 걷는 길은 각자 너무나도 다르다· 다만 걷는 데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그 구도자(求道者)의 자세만큼은 마음에 들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지금은 시기가 너무 이르다·
“때가 오면 마음에 변덕이 생기면 그때 그리하지·”
그런데 그때였다·
“이렇게 부탁드리오!”
그녀가 검을 조용히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걸로도 모자라 무릎까지 꿇었다·
“동료로서 친구로서 가르쳐주지 않아도 좋소· 가르침을 받을 수만 있다면···· 나는 이미 사제관계도 각오한 거요·”
그녀가 폐부를 쥐어짜내듯 말을 이었다·
“토벌제의 우승이···· 내게는 너무나도 간절하외다·”
“토벌제?”
내가 되묻자 아이반이 고개를 끄덕였다·
“검마태제의 2종목 말이오· 4명이 한 조를 이루어 나가는····”
“내게 조언을 구하는 이유를 모르겠는데· 서로 경쟁하는 처지에서·”
“경쟁하는 처지가 아니오· 마법 학부는 토벌제에 출전하지 않잖소?”
내가 미간을 좁혔다·
검마태제의 종목인데 마법 학부가 출전을 하지 않는다니·
“마법 학부의 출전이 금지되어있나?”
“그건 아니지만 마법 학부에서 나온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소이다· 마법사들은 단체 행동을 못한다고····”
그 말이 조금 거슬렸다·
마법사들도 합을 맞추면 얼마든지 단체 행동이 가능하다· 아니 극강의 효과를 보는 것도 가능하다·
내가 그동안 개인 행동을 해왔던 것은 그저 성미 때문이지 결코 마법사들의 단체 행동이 미개해서가 아니다·
‘···마법사라는 놈들이·’
이렇게 좋은 종목도 거저 먹지 못하고 있었나·
모종의 결심을 마친 후 아이반을 향해서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중간 평가가 잘 마무리되면 한 번 봐주지·”
“그 그게 정말이오!”
동시에 아이반의 눈에 이채가 서렸다· 그녀가 한결 밝아진 목소리로 물었다·
“그때까지···· 나는 무엇을 준비하면 되겠소?”
“글쎄·”
기사가 아니라서 별로 해줄 말이 없었다·
여전히 꿇어앉은 그녀를 바라보며 한마디 했다·
“일어서기나 해라·”
◈
공허와 적막만이 가득한 공간·
그 한 가운데에 놓인 권좌(權座)위에서 한 여인은 곤히 잠들어있다· 마치 죽은 듯 어떠한 숨소리도 내지 않으면서·
그 주변으로 열 두 명의 혈귀들이 둥그렇게 모였다· 내일 있을 ‘작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함이다·
그러나 그들은 현재 작전 회의 내용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생뚱맞은 시각 기록을 확인하는 중이었다·
그 기록에는 메르헨 아카데미의 마검태제에서 있었던 한 마법사 학생의 활약이 생생하게 담겨있었다·
참고로 기록은 ‘신비의 협곡’ 길드에 숨어든 혈귀가 빼내서 전달한 것이다·
아무튼 세 개의 인형이 모습을 드러내며 영상은 끝이 났다·
기록이 끝나자마자 한 명이 번쩍 손을 들었다· 소녀 체형을 가진 조그만 혈귀였다·
“저기 저기·”
권좌 옆에 우두커니 서 있는 여성이 그 시선을 받았다·
“드디어 비서를 그만두고 싶어진 거야? 죽어서 그만두겠네? 생뚱맞게 왜 이딴 걸 보여주지~?”
그러나 그 요란함은 건너편의 차분함에 의해 제지당한다·
마네킹 가면을 뒤집어 입이 위로 향해있게끔 쓰고 있는 사내가 입을 열었다·
“기록을 가져온 것은 공주님입니다· 방금 그 말은 공주님을 향해 하신 것으로 봐도 되겠습니까?”
“···!”
소녀 혈귀의 시선이 권좌 위의 여인을 향했다·
다행스럽게도 그녀는 여전히 잠든 채다· 소녀 혈귀가 헛기침하며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럼 이야기가 좀 다르지· 근데 그렇다 치더라도 말이야· 이건 너무 생뚱맞지 않아?”
소녀 체형의 혈귀가 붉은 종이와 푸른 종이를 하나씩 띄운다·
그녀가 순서대로 그것을 가리켰다· 붉은 것은 암살 명단이고 푸른 것은 영입 명단이다·
“이거 봐봐· 저 인간은 둘 중 어느 명단에도 속하지 않는 녀석이란 말이야·”
“저기 급하게 보고 올립니다!”
정장 차림의 혈귀가 다급하게 등장하는 바람에 둘의 싸움이 잠시 멎었다·
“이건 마이에브님이십니다!”
“···!”
“···?”
다른 혈귀들의 얼굴에 자그마한 표정 변화가 일었다·
그것만으로도 팽팽한 의견 차이를 알 수 있었다·
무슨 생뚱맞은 소리냐는 듯 표정을 구기는 게 넷 아리송해하는 것이 넷 그랬구나 하는 눈빛이 넷·
‘일족’이라는 개념 아래에 가족처럼 뭉쳐 다니는 혈귀에게 있어서 마이에브는 유난히 개인행동을 좋아하는 별종이다·
혈귀에게 도움이 되는 행동을 하긴 하지만 그녀의 근황이나 흔적을 찾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란 말이다·
정장 차림의 혈귀가 설명을 잇는다·
“오늘 직접 만나 마이에브님이라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아마 공주님께서도 그런 이유에서 재생하신 것이 아닐지····”
그때 누군가가 그녀를 향해 내뱉었다·
“저게 마이에브가 아니면 책임지는 건 네 몫이다·”
“예· 명심하고 있습니다·”
한편 소녀 혈귀와 가면 혈귀의 시선이 다시 영상 쪽으로 향했다·
두 명이 다시 중얼거렸다· 그제야 그 둘은 납득했다·
“근데 맞는 거 같은데? 듣고 나니까 또 보이네· 저런 식으로 상대방한테 절망을 안겨주는 거 딱 마이에브 방식이잖아·”
“그도 그렇고 애초에 인간이 저 나이대에 이룰 수 있는 마법적 성취가 아니로군요·”
“뭐~ 그럼 회의는 굳이 더 할 필요도 없네~”
소녀 혈귀가 기지개를 켰다·
“마이에브 걘 완전히 제멋대로잖아? 회의하고 말 것도 없어· 그냥 이번에도 알아서 하라고 해~”
다른 혈귀들도 대충 자리를 떠났다·
그 둘의 의견에 완전히 공감하는 것은 아니다만 공주가 잠에서 깨지를 않으니 어차피 회의는 무리다·
하나 둘···· 혈귀들이 어둠 속으로 흩어지고 세 시간 정도가 더 흘러서였을까·
“흐아암····”
공주는 비로소 눈을 떴다·
표현 그대로 몸의 어떠한 부분도 미동조차 없지만 눈꺼풀만 겨우겨우 들어 올렸다·
권좌 옆의 비서가 정중하게 인사를 올렸다·
“일어나셨나요·”
“응···· 회의하자····”
“이미 끝났습니다· 그것도 세 시간 전에·”
세 시간이라· 공주는 조용히 머리를 긁적거렸다· 비서가 시각 기록을 바라보며 물었다·
“공주님 저 남자가 마이에브였나요·”
“아니···· 아닌데····”
“···?”
비서의 고개가 기울어진다·
“몇 분은 마이에브로 알고 귀환하셨는데요·”
“나···· 푸른 화염 구경하러 갔었잖아····”
“그렇죠·”
“그때 우연히 봤어· 소환에 재능이 뛰어나···· 그래서 기록을 빼 온 거고····”
비서의 고개가 조금 더 기울어진다·
“소환?”
“응···· 그분을 소환하려면 우리는 초월 경지의 소환사가 필요한걸····”
비서의 고개가 이제는 아예 옆으로 꺾인다·
“저 남자가 마이에브가 아니라면 결국 인간 마법사라는 말이 되는데요· 한낱 인간 따위가····”
“재능만 칭찬 했는데 나·”
갑자기 공주의 억양이 뚜렷해졌다·
공허에 가까운 정적이 내려앉고 비서는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비서가 급하게 말을 바꾸었다·
“참 이럴 때가 아니네요· 저 남자가 마이에브가 아니라면 어서 일족들에게 알려야겠습니다·”
“아냐 아냐·”
공주가 손을 저었다· 얇은 팔이 허공을 나는 종이처럼 팔랑거린다·
“몇 명은 마이에브라고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저 인간의 재능이 뛰어나다는 증거인 거야···· 그러니까····”
“네 공주님· 듣는 중이에요·”
흐아암 공주가 하품을 하고 나서 겨우겨우 말을 잇는다·
“네가 내일 지켜봐···· 빨간 명단에 올라갈지 파란 명단에 올라갈지····”
“그리 명령하시니 따라야죠· 내친 김에 푸른 화염쪽도 제가 살필까요·”
공주가 두어번 눈을 깜빡였다·
“아냐 아냐···· 너는 저 남자만 봐····”
“그리 하겠습니다·”
공주가 다시 두어번 눈을 깜빡였다·
“아니 아니···· 둘 다 관찰 할 수 있으면 하자·”
“네· 그리 하겠습니다·”
공주가 느릿느릿 또 두어번 눈을 깜빡였다·
“아니다···· 하나에만 집중하는게 역시 좋지·”
“공주님 저는 이러실때마다 힘들어요·”
“그래?”
공주가 슬그머니 상체를 일으켰다·
“그럼···· 그냥 다 죽일까···?”
“아뇨· 그런 뜻이 아니라는 거 잘 아시잖아요·”
“으응····”
공주가 다시 몸을 뉘였다·
“맞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공주가 꾸벅 졸았다·
“내가 저 남자 얼굴을 보자마자 든 생각이 있는데····”
공주가 제 생각을 자세하게 늘어놓는 것은 결코 흔치 않다· 비서가 침을 꿀꺽 삼키고서 귀를 기울인다·
그리고 일 초 이 초 삼 초····
새근새근─
들려오는 것은 곤히 잠든 이의 숨소리뿐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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