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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verpowered Archmage Doesn’t Hide His Talent Chapter 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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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6

다음 날 아침 트리비아에 이상한 연락 하나가 도착해있었다·

[ ▶ 중간평가 족보 필요하세요? ]

발신자는 익명·

필요하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안 필요하다· 별다른 대꾸 없이 트리비아를 덮었다·

[ *세피아 ]

[ ▶ 플란 학생! ]

[ ▶ 취재 언제쯤으로 괜찮아요? ]

이 취재도 마냥 귀찮다고만 생각했었는데 이제는 오히려 나도 필요성을 느낀다·

토벌제에 나가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피력하기 위해서 잘 이용할 수 있을 터·

[ ▷ 중간 평가 이후로 생각 중입니다· ]

세피아에게 답장을 보낸 후 몸을 씻고 복장을 갖추어 입었다· 오늘 우리는 A등급 강의실에 모여야 한다·

성적에서 중간 평가가 차지하는 지분은 결코 적지 않다·

검마태제의 승리가 끌어올린 열기도 조금은 누그러들었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강의실 문을 연 순간·

모든 학생의 시선이 일시에 나를 향했다·

하나같이 기묘한 눈빛들이지만 이전과는 바라보는 시선이 확연히 달랐다·

그 시선들을 마주하자마자 알았다· 열기가 가라앉길 바란 것은 터무니없는 기대였나보다·

‘···기대도 안 했다·’

저들에게는 많은 수의 승리가 필요하다· 덤덤해질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수의 승리가·

“플란이다·”

“야 너무 대놓고 쳐다보지는 마·”

그림자처럼 따라붙는 소리를 뒤로 하고서 조용히 착석했다·

여전히 귀찮지만 이전처럼 노골적인 시비는 없다는 점에서 지금이 조금 더 낫다·

“플란 안녕·”

잠시 후 베키가 자연스럽게 옆에 와서 앉았다· 그녀는 여전히 장미의 향을 두르고 있었다·

“떠드는 놈들은 뭐야? 다들 여기 봐라· 오늘은 중간 평가다·”

그때 바이올렛이 아닌 처음 보는 남교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뚱뚱하고 머리가 조금 벗겨진 외양의 그 교수를 베키는 알아보았다·

“브로디 교수님 아닌가? 1학년 담당이 아니실 텐데····”

다른 곳에서도 비슷한 중얼거림이 터져 나왔으나 남교수는 묵묵히 커다란 종이를 펼칠 뿐이다·

“바이올렛 교수는 조금 늦어 오늘 오전 인솔만 내가 하기로 했다·”

커다란 종이가 살아있는 생물처럼 꿈틀거리더니 이내 자석처럼 칠판에 달라붙었다·

“중간 평가 직전이니까 다들 본인 성적 한 번씩 점검해· 높은 놈들은 유지하고 낮은 놈들은 잘 좀 해봐·”

자연스레 칠판에 붙은 커다란 종이로 모두의 시선이 향했다·

그동안 우리가 거쳐왔던 시험들의 점수와 종합 계산된 점수의 순위가 그곳에 기재되어 있었다·

여기저기서 다양한 반응이 교차했다·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학생도 있었지만 당연히 아쉬운 표정으로 탄식을 내뱉는 학생의 수가 더 많았다·

나는 종합 점수의 순위만 대강 살폈다·

1· 플란

2· 루이스 로제발트

·

·

·

그 당연한 순위를 살폈을 때쯤 이미 강의실의 시선은 전부 내게 집중되어 있었다·

나는 나를 향하는 시선 중 몇 개를 살폈다·

트릭시는 미묘한 눈빛이고 루이스는 눈이 마주치자 생긋 웃어준다·

“와···· 플란 축하해·”

베키가 옆에서 박수치는 시늉을 소리 없이 했다· 그리고 넌지시 묻는다·

“···그런데 혹시 내가 저번에 준 초콜릿은 먹었어?”

고개를 저었다·

그거라면 아직 기숙사에 그대로 보관되어있다· 베키의 입꼬리가 살짝 어색해졌다·

“어 어? 그래? 왜 아직도 안 먹었어····”

“나중에 손대고 싶다· 다른 이유가 있을 리가·”

“어? 아 아~”

베키가 쑥스러운 표정으로 머리를 꼬았다·

“먹기 아까웠나···? 대충 만든 거야· 그냥 먹어! 나중에 또 만들어줄게·”

“자료는 정리해왔나·”

“···나 방금 뭐 잘못했어?”

그녀의 표정이 창백하게 식는다· 때마침 브로디가 다시 입을 열었다·

“이놈들아· 입 좀 다물어라· 무슨 영창을 하는 것도 아니고···· 다들 결과는 확인했겠지?”

조금 시무룩해진 학생들을 바라보며 그가 말을 잇는다·

“바이올렛 교수가 바쁜 것도 바쁜 거지만 그 이유 하나 때문에 내가 들어온 게 아니야·”

교수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다른 학생들의 시선도 자연스레 그것을 뒤쫓는다·

“너희들도 알다시피 박람회 입장까지는 시간이 좀 남았다· 방금 성적 확인해보니 어때 놀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놈은 없지?”

브로디가 칠판에 시각 기록을 재생했다· 검마태제에서 내가 아이반을 상대하던 장면이었다·

“남은 시간을 활용해 소환 계열을 조금 배워보자고· 오늘은 이 기록으로 강의할거야·”

여기저기서 한숨 소리가 푹푹 새어나온다· 시각 기록은 계속해서 재생된다·

“자 봐라· 소환이라는 건 관찰이 기본이야·”

그의 말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마법적인 관찰이 기본이라고 조금 더 자세하게 말해주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조작이 정교하지? 이건 마나의 배합 덕분이다· 정해진 양만을 흘려 넣는 거야· 안 그러면 양 쪽에게 과부하가 오니까·”

틀린말은 아니다·

그러나 역시 나라면 마나의 정량을 계산하는 법부터 상세하게 설명했을 터·

그리고 아이반 인형이 검을 막아내는 장면· 브로디 교수가 갑자기 기록 재생을 멈추었다·

“····”

기록을 조금 뒤로 감아서 그 장면을 다섯 번 정도 반복하여 본다· 

“스읍····”

그리고 아예 고개를 갸웃거리기까지했다· 학생들의 얼굴에도 서서히 의구심이 번진다·

“당사자한테 묻고싶은 게 좀 있는데·”

마침내 그가 내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툭툭 지시봉을 꺼내 칠판까지 두드린다·

“···이 부분 소환수를 어떻게 움직인 거냐?”

그는 ‘소환’이 아닌 ‘움직임’에 관해 질문했다·

그러나·

아직 질문의 정도가 너무나도 추상적이다· 그런식으로 물어오면 내가 할 수 있는 대답이 많지 않다·

“딱히 의도하지 않았는데·”

“어쭈 반말? 아니···· 아니다· 일단은 다른 것부터·”

지금은 그게 급한 문제가 아니라는 듯 브로디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저 소환수가 그럼 멋대로 움직였다는 거냐? 어떻게 조종했는지를 묻는거야·”

“멋대로 움직인 것도 아예 틀린 말은 아니고·”

“아니···· 얌마·”

툭툭툭 브로디가 신경질적으로 칠판을 두드렸다· 부드럽고 강단 있게 움직이는 소환수의 손목 부분이었다·

나는 나대로 답답하다·

여전히 질문이 겉핥기식이고 말로만 설명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여기 손목을 비롯해서 팔다리를 어떻게 움직였냐니깐· 그 부분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야지·”

“그럼 구체적으로 짚어주지 그래·”

나는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230개가 넘는 관절 78개의 장기 또 각기 근육들···· 그 전부를 설명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뭐···?”

브로디가 노골적으로 표정을 구겼다· 

잠시 정적이 흐른 후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너 방금 뭐라고 했어?”

“들으신 대로·”

“아니아니 그게 아니라·”

브로디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네가 방금 말한 230개가 넘는 어쩌고···· 너 설마 그런 것까지 전부 계산해서 소환수를 움직이는 거냐?”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

잠깐의 정적이 흐른 후 우리는 동시에 한숨을 내쉬었다· 

질의응답만 통해서는 설명과 소통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서로가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고 있었다·

결국 브로디가 턱짓했다·

“그럼 지금도 그렇게 할 수 있어? 소환·”

“그건 쉬운 일이지만·”

나는 잠시 뜸을 들인 뒤 말을 이었다·

“보여주는 것만으로는···· 이해를 잘 못하는 것 같은데·”

“뭐···?”

브로디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가 지시봉을 거꾸로 쥐었다· 그리고 손잡이 쪽이 내게 향해지도록 내민다·

“좋아· 그럼 아예 나와서 직접 설명해보는 건 어때·”

그의 표정에 적혀있는 생각이 여실히 읽힌다· 호기심 불신 의심 분노···· 온갖 감정이 얽혀있다·

그는 나의 증명을 원한다·

화가 나지는 않는다· 당연한 일이니까· 애초에 기대도 하지 않았다·

제아무리 교수라고 하더라도 내 소환을 완벽히 이해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을 터·

“45분정도 남았네· 충분하지 않겠어?”

그의 말대로 남은 시간은 45분 남짓·

그래· 충분하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강의실 앞으로 나서는 그의 모습을 모두들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 어떤 상대라도 내려다 볼 수 있을 것 같은 장신과 높은 콧대 날렵한 턱선·

신분을 떠나 그는 인간 자체가 높음을 타고났다·

“반갑다·”

그는 무심한 얼굴로 학생들 앞에 섰다·

그 짧은 세 글자에 몇 명이 헛웃음을 터뜨렸다· 우스워서가 아니라 정말 교수님 같아서·

플란은 새삼 자신의 옷매무새를 점검했다· 그리고 학생들을 주우욱 한 번 훑는다·

“···그래 역시 반갑군·”

그렇게 중얼거린 다음 천천히 강의실 앞의 모습을 살폈다·

심지어 옅은 미소가 그의 얼굴을 스치기까지 했다· 학생들 입장에서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한참 뒤 그의 입이 열렸다·

“지금부터는 소환수의 움직임에 관해 설명한다· 계열로 따지면···· ‘조작’이겠지·”

이러한 상황이 익숙하다는 듯 그의 태도는 태연했다· 지켜보던 학생 중 몇 명이 마른침을 삼켰다·

“많은 수치가 나타나면 다들 지레 겁을 먹는다만 굳이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플란이 자연스럽다고 느낀 것은 브로디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 익숙하고 또 능숙하다· 자신도 지금 빠져들고 있었다·

그때쯤 허공에서 베키와 플란의 눈이 마주쳤다· 그가 손가락을 가볍게 튕긴다·

퍼엉─!

“베키···?”

“베키네?”

학생들이 웅성거렸다·

옅은 안개가 번지며 모습을 드러낸 것은 베키의 모습을 본뜬 소환수였다·

“나잖아?”

베키가 당황해서 중얼거렸다·

“이 소환수는 외형만 본땄을 뿐이다· 움직여보면 바로 알 수 있지·”

베키 인형이 보행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여기저기 삐걱대는 그 몸놀림은 엉망에 가깝다·

“확장적인 사고 없이 떠올린 것을 그저 소환하려 들면 이런 결과물이 나온다·”

그가 입꼬리를 아주 살짝 올렸다·

“이따위 소환이 이루어지니까···· 누군가에게는 움직임이 어렵고 조종이 어렵고· 그런 것 아니겠나·”

그 때 브로디가 입을 열었다·

플란의 말투가 상당히 무례했지만 놀랍게도 지금은 분노보다 호기심이 앞섰다·

“좋아· 그럼 네 소환은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지?”

묻는 교수의 말투가 곱지만은 못했다·

일평생을 ‘소환’ 계열 교직에 몸담은 브로디에게 있어 플란의 등장은 그 자체가 모순이다·

“마법적 사고·”

그리고 플란은 고작 다섯 글자로 교수에게 즉답했다·

베키 인형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확연히 다르다·

그 몸놀림이 가볍다· 또한 중간에 소매 부분의 향을 맡는다든가 하는 사소한 부분까지도 똑같았다·

베키와 브로디의 눈이 동그랗게 되었다· 다른 학생들의 반응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너희들이 지금까지 본 세상은 모두 착각이다·”

그가 턱으로 베키 인형을 가리켰다·

“그리고 지금도···· 본다는 착각에 빠져서 살고 있지·”

플란이 검지로 자신의 눈 밑을 두 번 두드렸다·

“그러나 이 풍경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만 한다면 그건 마법사라고 칭하기 부끄럽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따악─!

“잠시 너희들에게 내 시야를 공유하겠다·”

그가 손가락을 튕기자· 베키 인형 위로 푸른 선들이 뚜렷하게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회로다· 이것을 읽고 기억하려는 노력을 매 순간 해라· 그래야만 너희들은 비로소 본 것이다·”

행동 습관 관절 장기···· 그 모든 것을 회로 하나에 묶어 통째로 보았다고?

이론상으로는 쉽지만 적용하기는 어려운 영역이다· 교수인 브로디기에 누구보다도 그러한 점을 잘 알고 있었다·

“잠깐만·”

브로디가 플란의 설명을 끊었다·

“정석적이고 또 훌륭한 방법이야· 하지만 한 가지 의문점이 남는데?”

“···어떤 점이·”

“지금 네가 본떠서 소환한 건 마법사가 원본이야· 그렇지?”

교수가 손으로 베키 인형을 가리켰다·

“마법사는 기본적으로 마나 회로를 가지고 있지· 그래서 마나 회로의 관측이 가능한 거란 말이야·”

플란은 브로디를 그저 물끄러미 바라본다· 

무엇을 질문해도 당연하다는 듯 예상했다는 듯· 어떠한 기대도 품지 않았다는 듯·

“그럼 아이반의 검술은 어떻게 소환한 거지? 기사의 행동에는 이렇다 할 마나 회로가 없는데·”

브로디의 얼굴에는 의구심이 가득하다·

소환의 기본은 ‘원본 동작’의 마나 회로를 그대로 구현해내는 것·

그러나·

마나 회로가 없는 ‘원본 동작’ 이라면 그것을 구현하는 것은 억지의 영역에 가깝단 말이다·

“그것도 설명해볼 수 있겠어?”

“단순하지·”

플란이 무속성 구체 세 개를 만든 다음 벽면을 향해 날려 보냈다·

그것이 벽면에 닿자 마치 미로의 형상과도 비슷한 회로가 그려지기 시작했다·

“와····”

“우와····”

학생들이 감탄을 토했다· 플란은 덤덤한 태도로 설명을 잇는다·

“마법과의 상호작용· 그 순간 읽히는 규칙·”

“규칙?”

“당시 아이반의 몸에도 세 개의 구체가 닿았었고 그 직후 그녀가 휘두른 검술을 회로화한게 끝이다·”

“회로화···· 라고···?”

교수인 그조차도 존재하지 않는 회로를 직접 만들어내서 접근해볼 생각은 해 본 적이 없었다·

그만 그랬을까· 아마 대부분이· 아니 전부가·

브로디는 마른침을 한 번 삼켰다·

교직에 오른 후 늘 누군가를 가르쳐왔기에 배운다는 것은 이제 너무나도 낯설어져버린 감각이다·

하지만 그는 지금 분명 흥미를 느낀다· 새로운 것을 알았고 그것을 기억하려 한다·

이를 표현하는 두 글자가 이미 존재했다·

학습(學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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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verpowered Archmage Doesn’t Hide His Talent

Overpowered Archmage Doesn’t Hide His Talent

Score 8.4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Archmage Kaplan possessed the body of a boy who was betrayed by his childhood friend. In the boy’s diary, he found by chance that he wanted to become a great magician. “Shall we try one more time, then?” ‘Let’s do it.’ In the end, those who are good at magic should use it w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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