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60
믿을 수가 없었다·
거울 속의 사내는 트릭시가 너무나도 잘 아는 인물이었다·
“플란····”
분명 플란이다· 그를 끌어안은 거울 속 트릭시의 남색 눈동자 사이에서는 감정의 편린이 조금 엿보였다·
후회 애정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들··· 무엇하나 이해할 수 없는 것 뿐이었다·
파칭─!
파칭─!
잠시 후 공간에 존재하는 모든 거울이 깨지기 시작했다·
거울 속의 장면을 더 살피고 싶었지만···· 일단은 어쩔 수 없이 물러나야만 했다·
그리고 모든 거울이 박살 난 후·
“맞아·”
“···!”
갑자기 툭 내던져진 소리에 트릭시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놀랄 수밖에 없는 불가항력에 가까운 목소리였다·
“네가 정확하게 봤어·”
···왜냐하면 지금 들려오는 목소리가 다름아닌 본인의 음색이었기 때문이다·
트릭시는 빠르게 돌아서려 했다·
“돌아보지 않는 걸 추천해· 미지의 공간에 갇히게 될거고 이상 현상을 영원히 겪게 될거야·”
“····”
그 말에 트릭시의 움직임이 우뚝 멈추었다·
“좋아· 이제 멈추어 섰을 테고·”
트릭시는 빠르게 수칙을 떠올려내려했다· 이렇게 갑작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수칙만 잘 준수한다면 분명히 아무 일도 생기지 않을 것이다····
“수칙을 떠올리려 하겠지만 딱히 그럴 필요 없어· 이쪽을 쳐다보지만 않으면 이상 현상은 발생 안 해·”
상대방은 트릭시의 생각을 완전히 읽고 있다· 소녀가 몸을 전혀 움직이지 않은 채로 입을 열었다·
“넌 뭐야·”
“네가 지금 예상한 그 사람·”
“그럴 리가 없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자기 자신일 리가 없다·
“하지만 마법사에게 불가능은 없는걸·”
마법사에게 불가능은 없다는 거· 트릭시도 당연히 그 말 정도는 들어보았다·
그러나 누군가가 시간 마법에 성공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은 아직 없었다· 하물며 그게 자신이라는 이야기는 더더욱·
“못 믿겠으면···· 발치의 파편들을 볼래? 그 정도는 괜찮아·”
트릭시는 그렇게 했다·
큼지막한 파편이래 봤자 겨우 손바닥만 한 크기들이라서 몸통 다리 쇄골 부분···· 인물이 부분적으로만 보였다·
“···정말이잖아·”
그리고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부분부분 나뉘어있지만 자기 자신 정도는 알아볼 수 있다· 이것 역시 틀림없는 ‘나’였다·
얼굴 부분은 흐릿해서 입가를 제외하면 전혀 보이지 않지만 신체의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숙녀였다·
입고 있는 하얀 드레스만 보더라도 그렇다· 발레 복장이라기에는 디자인의 차이가 확연했으니·
트릭시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건 환혹 마법이야·”
눈을 감고 귀를 막았다· 수칙대로라면 이제 누가 등을 네 번 두드릴 때까지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환혹이 아니야· 나는 확실히 미래의 너니까·”
그런데 귀를 막아도 목소리가 들려온다· 하는 수 없이 트릭시가 되물었다·
“그럼 도대체 뭐야· 우리가 어떻게 대화할 수 있는 건데·”
“대화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건 대화가 아니야· 내가 일방적으로 정보를 전달할 뿐이지·”
그녀의 말이 이어진다·
“과거의 내가 언제 무슨 행동을 했는지 전부 기억하거든· 그에 맞춰서 이걸 기록했을 뿐이야· 이해가 좀 됐을까?”
“···지금 이게 그냥 기록이라는 말이야?”
“맞아· 좀 정교하게 만들어진 기록이지·”
조금 정교한 수준이 아니다·
거울 속 트릭시의 말에 따르면 그녀는 자신이 과거의 어느 시점에 무슨 행동을 했는지 전부를 오차없이 기억한다는 거다·
그리고 그걸 토대 삼아 과거의 자신과 대화하듯 자연스럽게 기록을 만들었다는 이야기고···· 믿기 쉬운 이야기는 아니었다·
‘거짓말 아니야?’
트릭시가 이번에는 일부러 아무 말도 안 해보았다· 눈을 더 질끈 감고 귀를 더 세게 틀어막았다·
그러자 상대편이 웃음을 터뜨린다·
“지금 일부러 말 안 하는 중이지? 그것도 기억해·”
무시했다·
“뭘 말해야 믿으려나···· 가훈이면 될까? 무언가를 불태우려면 자신부터 지펴라·”
정확히 프리츠 가문의 가훈이다· 트릭시가 저도 모르게 눈을 떴다·
“눈 뜨게 만들기 정말 어렵다· 나 자신이지만 참 까다롭다 싶어·”
“시끄러워·”
트릭시는 거울 파편속의 모습을 살피려 애썼다·
상대방이 어떻게 생겼는지가 너무나도 궁금한데 여전히 흐릿해서 살필 수가 없다·
“플란을 기다리다가 이곳에 왔지?”
“응·”
“맞아···· 그게 시작이었지·”
흐릿한 입가가 슬그머니 미소를 짓는다·
그건 지금의 자신은 도저히 지어보일 수 없는 미소라서 소녀 트릭시는 잠시 넋 놓고 그것을 바라보았다·
‘저게 정말로 미래의 나라면····’
상대방이 미래의 자신이라는 것을 인지하자 트릭시는 갑자기 물어볼 것이 너무나도 많아졌다·
“저기· 나는 물어볼 게 많아·”
“그래· 한 번에 전부 물어봐·”
소녀 트릭시는 머릿속에 있는 질문들을 재빠르게 정리했다· 그리고 하나둘 내뱉기 시작했다·
“아까 내가 거울로 본 풍경들은 뭐야·”
경기장 한 가운데에 서 있던 자신 플란을 끌어안고 오열하던 자신···· 트릭시는 여전히 혼란스럽다·
“또·”
“플란과의 대결에서 내가 승리하는지 궁금해· 가르침씨의 제자가 되었는지도 궁금하고 애초에 가르침씨는 누구야·”
“계속 말해봐·”
“토벌제에 나갈 일이 생기는지도 궁금해· 엄마의 소원을 내가 이뤄줄 수 있을까·”
“음····”
거울 속의 트릭시가 미묘하게 말꼬리를 늘렸다·
“그러네· 그때의 내가 어떤 고민을 했는지 이제서야 전부 떠올랐어·”
질문에 대한 답은 아니다· 트릭시는 답답해졌다·
“대답이나 해줘·”
그런데 그 때 숙녀 트릭시의 얼굴이 보이기 시작했다·
···자신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생길 정도로 아름답다· 특유의 남색 빛 눈동자는 더 짙어져서 비교도 안 될 정도의 깊이가 있었다·
숙녀 트릭시와 소녀 트릭시의 눈이 마주친다·
“사실···· 그 답을 주기 위해서 이걸 기록한 건 아니거든·”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그윽해서 소녀 트릭시는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 지 알 수가 없었다·
“왜 그렇게 쳐다보는 거야· 대답은·”
“그 답들은 머지않아 알게 돼· 그것보단·”
숙녀 트릭시가 조용히 눈을 감는다·
“꼭 해줄 말이 있어서···· 이걸 기록하게 됐어·”
숙녀 트릭시가 한 손을 거울 면에 올렸다· 두 여인은 사이에 투명한 벽을 두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너무나도 소중한 것을 대하듯 조금이라도 더 느끼고 싶다는 듯 이마 한 쪽을 댔다·
“트릭시·”
숙녀 트릭시가 나지막이 자신의 이름을 불렀다·
“응·”
“지금부터는 매일매일 엄청난 일이 벌어져·”
“엄청난 일?”
소녀 트릭시가 미간을 좁히자 숙녀 트릭시가 고개를 끄덕인다·
“단 한 사람 때문에 네 인생이 송두리째 바뀔거야·”
“···누구?”
소녀 트릭시가 노골적으로 표정을 구겼다·
누군가에 의해서 인생이 송두리째 바뀐다는 것 그러한 사실 자체가 소녀에게는 거부감이 컸다·
“트릭시·”
숙녀 트릭시는 대답 대신 또 한 번 자신의 이름을 부른다·
“너에게 꼭 해야 할 부탁이 있어· 그 한 명이랑 관련된 거야·”
숙녀 트릭시의 목소리가 너무나도 아련해서···· 소녀 트릭시는 무엇도 캐물을 수가 없었다·
숙녀 트릭시가 검지를 펼쳐 움직인다· 세로였다·
“이 한 획을 반드시 기억했다가·”
감겨있던 숙녀 트릭시의 눈이 아주 살짝 뜨인다·
“언젠가 지금이다 싶은 순간이 왔을 때·”
그녀가 촉촉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꼭· 그 사람의 마법진 위에 그어주라·”
무언가라도 되묻기 위해서 입술을 달싹인 순간·
식당 ‘하모니’ 앞이었다·
깨진 거울로 가득 뒤덮인 흰 방이 아니라 그녀가 조식을 먹었던 바로 그 장소·
“트릭시·”
“···!”
익숙한 목소리가 귓전을 때려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
자신을 지금 부른 이는 플란이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눈앞에 그가 서 있었다·
깔끔하게 정돈된 옷매무새와 잔잔하게 일렁이는 붉은 눈동자·
그것을 마주 본 뒤에야 트릭시는 본인이 현실로 돌아왔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
트릭시는 한쪽 팔을 다른 팔로 쓸어내렸다· 온몸에 소름이 돋아있었고 또 땀범벅이었다·
“이상 현상에 빠졌었나·”
플란은 안 봐도 알 것 같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대답하지 않아도 안다· 네가 눈을 감고 귀를 막은 채로 있었으니·”
그가 태연하게 턱짓했다·
“가지· 중간 평가가 시작됐다·”
어떤 이상 현상을 겪었는지 무엇을 보고 들었는지···· 플란은 트릭시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는다·
트릭시의 머릿속에는 방금의 풍경과 대화가 너무나도 강렬하게 남은 채였다· 워낙 생생해서 잊을 수가 없을 것 같다·
기사 학부의 경기장에 서 있던 자신 세로로 긋는 한 획을 꼭 기억하라는 말을 덧붙이며 보여주던 아련한 표정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꿀 단 한 명·
···그리고 플란을 꼭 끌어안고 오열하던 자신·
“···!”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트릭시의 얼굴이 화악 붉어졌다·
저도 모르게 플란으로부터 다섯 걸음 떨어진다·
“가 가까이 오지마·”
◈
“유시아· 그게 그렇게 신기해?”
베키가 눈을 반짝반짝 빛내는 유시아를 바라보며 물었다·
유시아의 시선이 현재 닿아있는 물건은 ‘마나 분수’라는 이름의 마법 장식품이다·
마나를 물방울처럼 극소량으로 뿜어내는 이것은 푸르고 우아한 빛을 자아내는 것으로도 모자라 무지개까지 생성해낸다·
“이것 좀 보십시오· 무지개까지 생깁니다!”
“그래···· 그건 나도 아는데····”
베키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신분이 평민이라서 그런걸까· 베키는 언제부턴가 물건이 비싸보이면 그 즉시 관심을 끄게 되었다·
‘마법 분수’도 마찬가지다· 딱 봐도 비싸보이고 장식품이라는게 베키 눈에는 사치품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서···· 전혀 관심이 없다·
“유시아· 슬슬 다른 거 보러가자니까·”
“와~ 이것도 신기합니다! 이것좀 보십시오!”
유시아와 짝이 된 베키는 아까부터 줄곧 유시아에게 끌려다니는 중이다·
보고싶었던 마법 향수 근처로는 가보지도 못했다· 참다 못한 베키가 표정을 구기고서 입을 열었다·
“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너 때문에 아까부터···!”
“앗 그러고보니· 베키양!”
유시아가 베키의 말을 끊었다· 베키가 화를 꾸욱 삼키고서 입술을 떼었다·
“왜·”
“향수에 관심있다지 않으셨습니까? 제가 하나 사드리겠습니다!”
“···너·”
정말 좋은 녀석이었구나·
베키는 갑자기 유시아와 함께하는 시간이 소중하게 느껴졌다·
─메르헨 아카데미 학생들은 즉시 광장으로 모여 주십시오·
그러나 그 때· 허공에 푸른 글씨로 안내 문구가 적혔다· 베키에게는 꽤 절망적인 소식이었다·
유시아가 순수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베키 양· 지금 당장 가야하는 모양입니다·”
“응· 그러네····”
베키는 향수를 사준다는 약속이 혹시 나중에도 유효하냐고 물으려다가 너무 추레한 것 같아서 그만두었다·
“족보에 적혀있었던 중간 평가가 시작되는 걸까요?”
유시아의 말에 베키가 검지 위로 입술을 올렸다·
“그런 이야기는 조심해· 관계자가 듣고서 괜히 일정이나 방식을 바꿔버릴 수도 있으니까·”
여기저기서 익숙한 얼굴들이 눈에 띈다· 광장을 향해 걷는 학생들의 행렬이 자연스레 생겨났다·
마침내 도착한 광장·
세레나는 회색 로브 위로 연둣빛 머리칼을 떨어트리고서 학생들을 맞이했다·
“하루 만에 뵙습니다· 세레나입니다·”
그녀가 예의 바르게 인사를 했다· 그녀의 동작 하나하나에도 학생들을 향한 존중이 담겨있다·
“우선 오전의 자유 관람은 즐거우셨습니까?”
대부분이 고개를 끄덕였다· 박람회가 품고있는 다양한 볼거리는 학생들의 눈을 즐겁게 해주기엔 충분했다·
“그랬군요· 다행입니다·”
세레나가 고개를 끄덕인 후 말을 잇는다·
“이제는 더 즐거우실 겁니다· 오후에는 여러분들이 직접 마법 도구를 체험해보는 것이 가능합니다·”
그러자 학생들의 눈이 빛나기 시작했다·
이 진귀한 것들을 눈으로만 봐야한다는 것이 나름 고문이었는데 체험의 기회는 당연히 희소식이었다·
“물론 제한은 있습니다만····”
그녀가 손가락을 튕기자 허공에 총 여덟 개의 팔찌가 떠오른다· 적혀있는 것은 뻔했다·
조화 연성 파괴 보조···· 팔찌는 마법의 각기 계열 별로 분류되어 있었다·
“계열을 선택해주시면 되겠습니다· 팔찌를 장착한 뒤 그에 상응하는 구역에 도착하면 관계자가 체험을 도와줄 겁니다·”
유시아가 손을 번쩍 들었다·
“질문이 있습니다!”
“네· 편하게 하시면 됩니다·”
세레나는 옅은 미소로 화답했다·
“여덟 개 전부 받아가면 안 됩니까!”
“안 됩니다· 마탑의 검사 결과로 미루어 보았을 때 여러분이 마법 도구를 두 번 이상 체험하면 높은 확률로 과부하가 옵니다·”
안전에 관한 문제니 매달릴 수도 없다· 유시아는 쉽게 납득하고서 손을 내렸다·
세레나가 학생들을 한 차례 빙 둘러보았다·
그다지 어려운 내용의 공지는 아니었기에 추가로 질문을 하고자 하는 학생은 없었다·
오히려 그들의 얼굴에는 기대감이 가득하다· 마법 도구를 어서 체험해보고 싶다는 뜻이 표정에 쓰여있었다·
“좋습니다· 그럼 팔찌 배급을 시작하겠습니다·”
허공의 팔찌들이 움직이려는 그 순간·
“···!”
세레나의 행동이 우뚝 멈추었다· 눈을 부릅뜬 채였다·
지켜보던 학생들의 표정이 의아해진다·
“세레나님···?”
“괜찮으세요?”
일 초 이 초 삼 초 세레나의 정지가 길어진다·
허공의 팔찌들이 염동력을 잃고 바닥에 엉망진창 쏟아진다· 세레나가 겨우겨우 손을 움직여 제 가슴팍을 움켜쥐었다·
“으····”
세레나의 모습이 달라진다·
정확히는 그녀를 표현하는 느낌이 완전히 뒤바뀐다·
실물로 존재하던 세레나가 평면으로 뒤바뀌기 시작했다· 동시에 네 개의 틀이 나타나서 그녀를 사각으로 가둔다·
이내 완성된 것은 하나의 액자다· 사포어의 미술품을 담은 테두리와 동일한 형태였다·
툭 그것이 바닥에 넘어진다·
“뭐 뭐야?”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학생들이 액자를 둥그렇게 둘러쌌다· 무슨 일이 벌어진건지 맨눈으로 직접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
[ ]
*
작품 제목과 설명은 전부 비어있다·
“뭔데 이게· 큰일 난 거 아니야?”
“이거···· 중간 평가인가?”
“바보야! 그건 마수가 나온댔잖아!”
웅성거림이 커져가던 그 때· 설명란에 무언가가 적힌다·
*거기 누구 없어요·
학생들의 눈이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듯 커다래졌다·
“갑자기 글자가 적혔어!”
“누 누구 없냐는데?”
웅성거림은 화재처럼 번져간다· 커져가는 소란을 도무지 걷잡을 수가 없었다·
“이거 봐! 글자가 바뀌어!”
*있다면 관계자를 불러주세요· 숨이 잘 안 쉬어져요·
실제로 글자가 바뀌었다· 또한 액자 안에 담겨있는 세레나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녀가 주먹으로 미친듯이 액자의 유리면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
그러나 어떠한 소리도 나지 않아서 오히려 기괴하다·
*무서워요· 좁아요· 아무것도 안 보여요·
학생들은 그 광경을 가만히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다·
*답답해요· 제발 꺼내주세요·
“····”
대형 화제처럼 번졌던 웅성거림이 어느 순간 멎었다· 모두들 겁에 질린 채로 가만히 설명란을 응시했다·
*꺼내주세요· 꺼내주세요· 꺼내주세요·
설명란의 활자는 지금도 실시간으로 바뀌는 중이다·
*나 좀 꺼내줘· 나 좀 꺼내줘· 나 좀 꺼내줘· 나 좀 꺼내줘· 나 좀 꺼내줘· 나 좀 꺼내줘· 나 좀 꺼내줘· 나 좀 꺼내줘· 나 좀 꺼내줘· 나 좀 꺼내줘· 나 좀 꺼내줘· 나 좀 꺼내줘·나 좀 꺼내줘· 나 좀 꺼내줘· 나 좀 꺼내줘· 나 좀 꺼내줘· 나 좀 꺼내줘· 나 좀 꺼내줘· 나 좀 꺼내줘· 나 좀 꺼내줘· 나 좀 꺼내줘· 나 좀 꺼내줘· 나 좀 꺼내줘·
그리고 마침내 작품에 제목이 붙었다·
[ 평가 시작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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