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62
[ ‘꿈’이라는 마법 도구는 환혹 계열로 보인다· ]
[ 초행 구역은 현재 봉쇄되어있다· ]
이후 회의는 속행되었고 플란은 혈귀들로부터 수집한 정보들을 일목요연하게 요약했다·
그에게 저항하려 드는 이는 아무도 없었고 의심하는 이 역시 없었다· 얻어내고자 하는 정보는 그 즉시 무엇이든 얻어낼 수 있다·
이는 혈귀들이 점조직의 구성을 가진 탓이며 또한 마이에브가 워낙 신출귀몰한 별종인 탓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플란의 머릿속에 있는 계획과 활동 방침이 완벽하게 갈무리되었다· 이제 남은 것은 지시뿐·
“테레사·”
플란이 나지막이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그러자 테레사가 눈을 휘둥그레 뜨며 검지로 자기 턱을 가리켰다·
“저 저 말씀이십니까? 예!”
부른 것은 테레사 한 명이었지만 나머지 혈귀들도 자세를 새삼 바로잡으며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다른 녀석들도 모두 듣도록·”
짧은 명령이었지만 불가항력이다· 귀를 기울이지 않는 혈귀는 없었다·
“첫 번째 절대로 죽는 학생이 나와서는 안 돼·”
혈귀들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혹은 플란의 눈치를 살피느라 그마저도 하지 못했다·
이들의 목표는 ‘공주’가 만족할 만한 전시회를 준비하는 것이다·
따라서 ‘박제’라고 불리우는 마이에브의 흑마법이 대상의 숨통을 끊어놓는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불상사는 미연에 방지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 모든 작품을 내가 지정한 방으로 옮겨라· 전부 한데 모을 생각이다·”
회의 결과 내려진 지시사항은 겨우 두 가지뿐· 이 내용이 이해하기 어려운 혈귀는 없었다· 또한 반대하는 혈귀도 없었다·
플란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은 옷매무새를 다시 한번 가다듬었다·
“출발하지·”
테레사를 비롯한 혈귀들이 조용히 플란의 뒤를 따랐다·
칵테일 바에서 초행 구역까지 가는 길은 그리 멀지 않았다· 오래 걸을 필요가 없었다·
초행 구역에 발을 딛는 그 순간 온갖 작품들이 마구잡이로 널려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플란은 그중 하나를 살폈다·
[ 매달린 남자 ]
관계자가 한쪽 발목을 꽉 묶인 채로 허공에 거꾸로 매달려있는 그림이었다·
*발목이 너무 아파· 끊어질 것 같아· 제발 그만해·
간섭하여 그림 속의 그를 뒤집어 준 다음 플란이 중얼거렸다·
“챙겨라·”
혈귀들이 그것을 허겁지겁 챙겼다· 신속한 행동력 하나만큼은 봐줄 만하다고 느끼며 플란은 다시 초행 구역의 모습을 살펴나간다·
“···관계자들 뿐이군·”
학생들이 없다·
작품으로 변해버린 이 많은 것 중에서 아카데미 제복을 입고 있는 학생의 모습은 단 하나도 없었다·
바꾸어 말하자면 학생들은 아직 박제되지 않았다·
플란이 작품들 하나하나를 면밀하게 살피기 시작했다·
인물의 눈을 지워놓은 [ 추상화 ] 관계자를 안개 더미에 세워둔 [ 담배 피우는 숙녀 ] 겨우 줄 하나에 매달리게 해둔 [ 외줄 타기 ]····
이렇게 많은 작품 사이에서도 학생이 박제되어있는 것은 단 하나도 없었다·
그러나 조금 더 안쪽으로 향한 순간·
벽 하나를 통째로 차지하는 그림 하나가 시야에 들어왔다·
[ 사포어 ]
학생들은 이 그림 안에 있었다·
그림 속 배경 묘사는 실제 현실과 분간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세밀하다·
본인들이 이미 작품 속 세계에 갇혀있다는 것도 모른 채 학생들은 그곳에서 상황을 살피는 중이었다·
이 정도면···· 이쪽의 계획도 역시 늦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딱 들어맞는다·
“테레사·”
“예 예!”
플란이 덤덤하게 읊조렸다·
“지금부터 학생들의 모습을 전부 기록하면 된다·”
“전부면···· 전체적으로 한 번에요? 아니면 한 명 한 명 세세하게?”
“한 명 한 명 박제되기까지의 과정이 최대한 자세하게· 작품으로 변하면 즉시 방으로 옮기고·”
아비규환의 상황 속에서도 플란은 태연자약했고 그대로 방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려 했다·
“저 저기! 마이에브님!”
테레사가 다급한 목소리로 플란을 불렀다·
“그···· 기록을 마친 다음에는 뭘 할까요?”
허공에서 둘의 시선이 가만히 맞닿는다· 테레사는 급하게 이를 드러내며 어색하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플란은 낮게 대답했다·
“학회장이 찾아올 거다·”
학회장· 학회장이면 누구더라· 테레사가 재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학회장? 아 슈시아 말이에요?”
“그래· 찾아오거든 내게 안내해라· 이쪽이 기다린다는 말도 덧붙이고·”
그 말을 끝으로 플란은 떠났다· 옮기는 발걸음에는 거침이 없었다·
“예···!”
테레사는 그의 고고한 뒷모습을 한동안 바라보다가 이내 [ 사포어 ]의 상황을 꼼꼼히 기록하기 시작했다·
◈
화려하기 짝이 없는 공간·
빛나는 보석들과 복잡한 문양의 장식들은 절로 감탄을 자아낸다· 적어도 ‘학회장실’의 내부에 있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것들이었다·
그리고·
학회장실의 중심에서 여인 한 명이 턱을 괴고 있었다·
“흐응~”
콧노래를 부르는 이 여인은 기분이 꽤 좋아 보인다·
단정하게 빗어 내린 머리카락은 엘프 특유의 이슬 같은 은빛을 머금은 채고 뾰족한 귀는 기분에 반응하여 쫑긋거렸다·
언뜻 보면 흐뭇한 광경처럼 들리지만···· 실제로 본다면 그러한 감상을 품을만한 이는 아무도 없을 터였다·
말려 올라간 입꼬리가 너무나도 기괴했으니까·
초행 구역의 학회장 슈시아· 그녀가 바로 혈귀들 사이에서 위장의 귀재라 불리는 마이에브다·
“흠흠~”
한 손으로는 턱을 괴고 다른 한 손으로는 그림 [ 사포어 ]의 복사본을 살핀다·
여유로운 콧노래에 어울리게 그녀의 얼굴에는 만족스럽다는 듯한 미소가 만연했다·
슈시아는 [ 사포어 ] 안에 수없이 많은 토끼 인형들을 집어넣었다· 동시에 아주 거대한 마수의 그림도 하나 넣는다·
인간의 머리가 여덟 개나 달려서 불쾌감을 주는 이 괴수는···· 학생들의 공포를 유발하기에 아주 적합할 것이다·
[ 인형의 배를 갈라서 열쇠를 찾을 것· ]
[ 시간 내로 찾지 못하면···· ]
[ 그림 속의 마수가 살아나요~ ]
친절하게 안내 문구를 넣어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 즉시 온 학생들이 개미 떼처럼 움직이며 인형들의 배를 뜯기 시작했다·
─여기도 없어!
─없어···· 없어····
“으휴~ 애들아 잘 좀 찾아봐~”
슈시아가 킥킥거렸다·
애초에 열쇠는 존재하지도 않는다· 이 모든 행위가 그저 슈시아의 ‘유희’를 위해 이루어질 뿐이다·
이 상황 자체가 그녀를 위한 ‘작품’인 것이다·
“공주님께 보여드리기 전에···· 나도 이 정도는 즐겨도 되잖아? 으음· 으음· 역시 그렇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림으로부터 ‘공포’가 뽑혀 나오기 시작했다·
일정량의 공포는 붉은 마나로 치환된다· 그렇기에 혈귀는 일평생 다른 누군가를 겁주고 위협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또 생존을 위해서만은 아니다· 공포를 추출하고 삼키는 행위 자체가 혈귀에게는 미친 쾌락을 안겨주니까·
살기 위해서도 맞고 즐거워서도 맞다· 그냥 슈시아 삶의 원동력이었다·
그때 트리비아가 울렸다·
[ *바이올렛 ]
[ ▶ 학생들 테스트 잘 진행되고 있나요? ]
[ ▶ 수칙은 잘 준수하고 있죠? ]
[ ▶ 중간 보고 바랍니다· ]
“아이씨····”
슈시아가 표정을 구기고 트리비아를 두드렸다·
[ ▷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 ]
“흠흠~”
슈시아의 시선이 다시 그림으로 향한다·
─저거···· 저거 기어 나온다!
─빙결 마법도 안 먹혀!
마법이 안 먹히는 것이 당연하다· 슈시아가 창조해낸 그림 속의 세계니까·
─키에엑!
결국 마수가 학생들을 뒤쫓기 시작했다· 손에 닿는 족족 그림으로 박제시켜버린다·
“푸흣···! 푸흐흐···· 꼴사나워 죽겠네····”
슈시아의 입가에 미소가 가득 피어난다·
화사하기 그지없는 미소지만 입꼬리에는 순전히 악의만이 가득했다·
남을 고통 주고 겁주며 느끼는 쾌락· 이는 악의라는 말로밖에 표현할 수 없으리라·
슈시아는 손가락을 몇 번 더 움직였다·
박제된 학생들은 [ 사포어 ] 밖으로 튕겨나간다· 아직 멀쩡하게 남은 이들만이 어떻게든 마수로부터 발버둥치며 슈시아에게 희열을 준다·
그녀의 손끝이 천천히 멈추었을 땐 이미 모든 학생이 박제되어 [ 사포어 ] 가 텅 비어버린 후였다·
“이번에는 이 정도만 하자···· 죽이지 못하는 게 아쉽네? 공주님만 아니었어도···· 킥킥킥·”
슈시아는 기지개를 켜다가도 웃음을 터뜨렸다· 인간을 괴롭힌다는 건 역시 언제 어떻게 해도 즐겁다·
“그런데····”
이내 마이에브의 표정이 미묘해졌다·
그녀가 느릿하게 손을 움직이며 명단에 올라가 있는 이름들을 천천히 살핀다·
박제를 마친 학생의 이름 위로는 선을 그어 표시하는데 여전히 멀쩡한 상태의 이름이 딱 하나 있었다·
“플란·”
플란·
그 이름을 마이에브가 새삼 중얼거렸다·
“역시···· 특이한 놈이네·”
슈시아가 미소를 지었다·
선을 그은 것처럼 가느스름해진 그녀의 눈이 초승달처럼 부드러운 호선을 그렸다·
처음 봤을 때부터 이상한 놈이었다· 기이하리만치 특이한 기운을 풍겼고 그래서 고의로 접촉했다·
아마 평범한 학생이었다면 그 자리에서 죽어버렸을 테지· 죽음은 피했더라도 회로가 통째로 망가져 버렸을 확률이 높다·
“좋아·”
슈시아가 천천히 그 몸을 일으킨다·
그 가벼운 움직임에도 회색 로브가 물결을 치고 사이로 언뜻언뜻 굴곡진 윤곽이 드러났다·
“넌 내가 직접 찾아서 박제해줄게·”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서 슈시아는 초행 구역의 바닥에 발을 내디딜 수 있었다·
눈에 띄는 풍경은 참혹하고 또 동시에 반갑다·
메르헨 아카데미의 학생이나 사포어의 관계자가 아닌 평범한 인간들은 가차 없이 시체가 되어었는 모습·
청소부 평범한 구객 상점 종사자···· 처참하게 피를 빨린 시체들이 혈귀들에 의해서 신속하게 치워지고 있었다·
몇몇은 박제품을 옮기고 몇몇은 시체를 몇몇은 핏자국을 처리한다·
이는 별로 이상한 일이 아니다· 혈귀는 원래 그런 족속이니까·
그러나·
“조심조심 옮겨·”
“말 안 해도 알아·”
“···?”
[ 사포어 ] 밖으로 튀어나온 학생 박제품들을 혈귀들일사불란하게 운반하는 모습· 이게 문제였다·
시키지 않은 일을 나서서 보조한다? 아니 그것과는 조금 느낌이 다르다·
···마치 다른 이의 명령을 따르는 것에 가깝지 않나·
“아· 학회장님·”
그리고 그 때· 관계자 쪽에서 먼저 아는 체를 했다·
‘이것도 혈귀네·’
그 관계자가 슈시아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마이에브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
말도 안 되는 이야기에· 슈시아는 본인의 귀를 의심하며 멈추어 섰다·
“···그게 뭔 개소리야?”
“말씀드린 그대로입니다· 가시죠·”
슈시아의 미간이 천천히 좁혀졌다·
마이에브가 기다리고 있다라···· 바꾸어 말해 누군가가 자신을 사칭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되지 않는가·
‘감히 누가?’
자연스레 슈시아의 흥미가 동한다· 누군지는 몰라도 간이 배 밖으로 튀어나온 놈임은 확실했다·
“하····”
슈시아가 코웃음을 쳤다· 테레사를 향해서 한 글자 한 글자 되묻는다·
“그러니까···· 지금 마이에브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말이지?”
“예· 정말입니다· 지금 당장 움직이셔야 합니다·”
테레사의 눈동자를 슈시아가 물끄러미 살핀다·
그러나 테레사의 눈동자로부터는 어떠한 거짓의 편린도 읽어낼 수 없었다· 이 녀석은 지금 진심이다·
“위장으로 유명한···· 그 혈귀 말이지?”
“그렇습니다· 아 지금 당장 움직이셔야 하는데····”
슈시아의 나긋나긋한 목소리에 테레사가 조급해하기 시작했다·
“그 박제 마법 있잖습니까? 들어보셨죠?”
“당연히 알지·”
고안해낸 당사자인데 모를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렇기에 다음에 테레사가 내뱉는 말이 너무나도 충격적이었다·
“직접 보니까 말이 안 나오는 수준이에요· 인물화에 조각에 마지막에는 판화까지···· 아니 아무튼 어서 가시죠·”
“직접···· 보니까···?”
슈시아의 표정이 완전히 일그러진다· 표정이 좋을 리가 없었다·
그러니까 능력까지 사칭했다?
감히 이 몸의 박제 마법까지 따라했다?
“안내해·”
“예?”
더없이 격해진 슈시아의 목소리에 테레사가 자못 당황스러워했다· 슈시아는 재촉할 뿐이다·
“안내하라고· 가자며·”
“아 예·”
둘은 걷기 시작했다·
안내를 시작한 테레사의 발걸음에는 망설임의 기색이 없다· 누가 보아도 충성하는 모습·
호기심이 불쾌함을 넘어선다· 도대체 어떤 놈이 이 나를 사칭했을까·
“아하· 여기야?
마침내 커다란 문 앞에 서게 되었을 때 슈시아가 중얼거렸다· 이건 ‘꿈’이 담겨있는 방이다·
테레사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렇습니다·”
“이봐·”
슈시아는 테레사를 휙 돌아보았다·
“왜 그러시죠·”
“주인도 못 알아보는 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갑자기 무슨 말씀이신지 전혀 모르겠습니다만·”
테레사에게는 죄가 없었다· 슈시아의 위장술이 비정상적으로 뛰어난 것일 뿐이니까·
그러니까 단지 슈시아의 심기가 불편할 뿐이다·
“개가 주인을 못 알아보면 내 유능함에 뿌듯해 해야 할까? 아니면 개를 때려잡아야 할까?”
테레사가 미간을 찌푸렸다·
“도통 알 수 없는 이야기를····”
“몰라도 돼·”
슈시아가 붉은 마나의 기운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기 시작했다· 테레사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지금부터 알게 될 거거든·”
“다 당신 설마─·”
테레사가 경악하며 급하게 붉은 마나를 끌어올렸지만 그게 끝이다· 네 개의 틀이 그녀를 가두는 것이 더욱 빨랐다·
[ 맹인 ]
*아 아무것도 안 보여요· 아무것도·
테레사는 그대로 박제당했다· 눈 위로는 검은 물감이 두 줄 그어진 채였다·
“이게 진짜 박제라는 거란다· 한심하긴·”
설명란에 적히는 활자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으며 슈시아는 천천히 문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또각─
붉은 마나를 갈무리하고 머리카락을 정리하며 슈시아는 거대한 문을 지난다·
기다란 통로가 모습을 드러낸다·
‘꿈’은 아주 높은 등급의 마법 도구니까· 이렇게 따로 보관하는 수밖에 없다·
같은 공간에 있는 것만으로도 하급 마법사는 질식해서 죽어버릴 정도니 단순히 스파크가 튄다거나 회로가 망가지는 수준에서 끝이 아니다·
사칭범 역시···· ‘꿈’이 있는 공간에 설 수 있는 정도의 마력은 지니고 있다는 뜻이겠지·
흥미가 커진다·
이 통로의 끝에서 그 건방진 놈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또각─·
통로의 끝에 다다르자 또 하나의 문이 슈시아를 반긴다·
“····”
마치 그녀만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문은 이미 조금 열려있었다· 그러니 ‘반긴다’는 표현이 적합할 것이다·
슈시아는 염동으로 문을 열어젖히고 걸어 들어갔다·
“···흐음·”
그리고 그녀조차도 알 수 없는 소리를 흘렸다·
어둡고 거대한 방 서늘하게 식어있는 공기 ‘꿈’으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어마어마한 마력····
거기까진 예상대로다· 그러나·
구석에서 아주 크게 재생되고 있는 시각 기록· 거기에는 [ 사포어 ]에서 학생들을 차례차례 박제했던 과정이 담겨있었다·
또한 실제 전시회처럼 각을 맞추어 나열되어있는 박제품들 무언가가 잔뜩 적힌 채 허공에 붙어있는 커다란 종이들·
“····”
슈시아는 종이 중 하나를 손으로 집어 들고서 살폈다·
[ 베키 ]
▶ 얼음 원소의 이해도는 칭찬할 만함·
▶ 돌발상황에서 너무 흔들리는 모습을 보임· 이는 재능의 부족보다는 믿음의 부족임·
또각─
“이게 무슨····”
종이를 쥔 슈시아의 손이 콰득 움켜쥐어졌다·
그러나 우그러진 종이 너머로 보이는 수많은 종이도 학생들 한 명 한 명을 향해 전부 그런 식으로 적혀있었다·
그것들을 염동으로 한 번에 전부 치워낸다·
그리고 마침내·
비로소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굳건히 서 있는 마법사·
위압적이고 멋들어진 장신 혈귀의 그것이 아님에도 빛을 발하는 우아하고 붉은 눈동자·
그림자를 묶어낸 듯 새까만 머리카락과 창백한 피부 날카로운 턱선·
흠잡을 데 없이 갈무리된 푸른 마나의 주인·
“지금까지 이런 장난질을 한 게 너였어?”
플란·
오로지 그를 위해 열린 전시회의 한가운데에서 그가 천천히 슈시아를 향해 돌아선다·
팍─!
동시에 종이 한 장이 빛살처럼 쏘아졌다·
슈시아가 그것을 눈앞에서 염동으로 멈춰 세운다·
[ 마이에브 ]
▶ 뭐 그럭저럭 쓸만한 마법· 재주는 좋음·
재주는 좋음·
재주· 재주· 재주····
“하···?”
슈시아의 이마에 핏줄이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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