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65
[ 전투 종목 패배에도··· 기사 학부 “상관없다·” ]
*2종목인 토벌제에서 기대 이상 선보일 것·
[ ‘마법 학부의 승리’··· 검마태제는 한순간 마검태제가 되었다 ]
[ 다가온 토벌제 예선···· 마법 학부는 올해도 탈락일까 ]
[ 2종목 토벌제 ‘마법 학부는 참가 자격조차 없어’ ]
검마태제의 1경기에서 플란이 승리를 거머쥔 후 메르헨 일보는 마법사와 기사 양 측 모두 쉴 틈이 없었다·
당연한 일이다·
기사 학부에서는 패배를 가려야 했고 마법 학부에서는 승리를 기념해야 했으니 말이다·
덕분에 하루하루가 전쟁이다· 신문 지면을 원하는 내용으로 덮기 위해 둘은 매일 치열하게 다투는 중이었다·
“···아으·”
세피아가 기지개를 켰다· 눈치 빠른 막내 기자가 곧바로 커피를 내민다·
“부장님 이것 좀 드세요· 괜찮으세요?”
“졸려요· 목 아프고····”
주변에 앉은 다른 마법사 출신 기자들이 간식거리를 권해왔지만 세피아는 전부 손을 휘저어서 물리쳤다·
“됐네요 됐어· 일하자· 일·”
“일할 의욕은 넘치는데···· 또 쉽지만은 않네요·”
막내 기자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전투 종목에서 이기기만 하면 실컷 놀려줄 수 있을 줄 알았더니 압박이 장난 아니에요· 기사 학부에서 다른 기사들로 덮으려고 얼마나 애를 쓰는지····”
“이 바닥이 다~ 그렇죠· 그러니까 바꾸려는 거고·”
세피아가 주먹으로 자기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막내 기자는 아직도 할 말이 많은 듯했다·
“그런데 부장님 슬슬 토벌제 이야기가 엄청나게 나오네요·”
“2종목 토벌제 기간이 다가왔으니까요·”
“오늘 취재 때도 무조건 이야기 나올 것 같은데 과연 플란 학생이 뭐라고 대답할지····”
그 말에 세피아가 가만히 턱을 문질렀다·
언제나 가득한 자기 확신 무엇 앞에서도 잃지 않을 자아 마법의 길을 걷는 구도자의 자세···· 그러한 것들을 떠올리다 보니 자연스레 확신했다·
“으음~ 역시 플란 학생다운 대답을 내놓겠죠?”
어떤 질문을 받더라도 플란이라면 그다운 대답만을 내놓을 것이다·
막내 기자가 볼을 긁적거렸다·
“플란 학생다운 대답이라···· 토벌제에 나가겠다고 선전포고할 수도 있겠는데요·”
“네~ 당연히 그럴 거라 생각한답니다·”
“그건 그거대로 문제 아닌가요? 플란 학생이 대단한 건 맞지만 토벌제는 네 명이 함께 해야 하니까····”
“그렇죠· 그게 관건인 거예요·”
세피아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토벌제 네 명의 학생이 한 조를 이루어 겨루는 종목·
언뜻 보기엔 너무나도 단순한 이 종목이나 마법 학부는 그간 이렇다 할 성과를 내 본 적이 드물었다·
“한 명이 특출났다고 해서 우승이 확실시되는 종목은 절대 아니니까요·”
“어후 네 명 전부가 뛰어나도 어렵죠···· 의견 조율이 안 되면 그대로 파국인데·”
기량 성격 태도···· 네 명 사이에는 어마어마한 차이가 존재한다· 네 명이 함께 성장하며 각자를 조율하는 것은 상상 이상으로 어려운 일이다·
막내 기자가 좋지 않은 표정으로 말을 잇는다·
“기사들은 군대식 훈련을 받으니 단체 행동에 익숙하기라도 하지···· 마법사들은 계열이 나뉘면 학습 방식이 완전히 달라지잖아요·”
“그렇죠· 그렇다보니 자연스럽게 개인 행동을 하게 되고·”
매년 예선 단계에서 탈락·
그게 마법 학부 토벌제의 현주소였다·
“뭐~ 일단 응원하면서 지켜볼까요? 그게 우리 일이니까!”
세피아가 막내 기자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여전히 녹록지 않지만 그래도 플란 덕분에 많은 수의 마법사가 검마태제를 향해 큰 의욕과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것만으로도 이미 큰 변화다·
그는 경기에서 최선을 다해 승리했고 그것만으로도 이미 훌륭했다· 남은 것은 각자의 몫일 터·
막내 기자가 슬그머니 입을 열었다·
“저기 부장님· 그리고 아직도 실감이 안 나요·”
“뭐가요?”
그러자 그가 주변을 한 번 살피고 손바닥으로 작은 벽을 만든 다음 아주 조심스레 묻는다·
“마법사 학생 한 명 취재하는데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몰리다니요···· 이런 적이 있었나요·”
“없었죠·”
단 한 명의 단독 취재를 위해 커다란 강당을 통째로 대관했다·
맨 앞에는 플란이 앉을 책상이 하나 놓여있고 그 건너편에 기자들이 앉을 수 있는 책상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나열된 채였다·
단독 취재 시작 5분 전 기자들 자리 중에서 비어있는 자리는 없었다·
세피아가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앞으로는 이런 일이 더 많아져야죠· 슬슬 자료 챙겨요· 질문할 거 다시 한번 점검하시고요·”
막내 기자 역시 결연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저도 최선 다할게요·”
“좋아요· 오늘부터 아주 제대로 해보자고요·”
뚜벅─ 뚜벅─
그때 유난히 선명한 발소리가 복도로부터 들려오기 시작했다· 부산스럽던 기자들의 동작과 말소리가 순식간에 잦아든다·
세피아가 한 마디 덧붙였다·
“아니 지금부터·”
◈
플란의 태도에는 거침이 없다·
수많은 기자에게 둘러싸여 있는 이 상황에서도 그 전제는 절대 달라지지 않는다·
풀 죽음 긴장 두려움···· 부정적인 영향에 휘둘리지 않는다·
오히려 회상에 젖어있는 듯한 눈빛에서 엿보이는 묘한 반가움· 이 상황을 즐기는 듯한 여유와 확신·
···그리고 마침내 취재가 시작되었다·
기자 한 명이 손을 번쩍 들었다·
“기사 학부 데릭 기자입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경기 후 남기신 소감 무슨 뜻입니까?”
“마법사는 기사를 상대로 당연하게 승리한다· 말 그대로지·”
“반말···?”
데릭이 헛웃음을 지었다· 이번에는 다른 기자 한 명이 손을 들었다·
“기사 학부 핀 기자입니다· 검마태제의 종목은 몇십가지인데···· 겨우 한 경기 치르고 그런 말을 하는 게 섣부르지 않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몇 경기를 치러도 이 생각에는 변함이 없을 텐데·”
“생각에 변함 없다라 좋습니다· 그런데 그 발언· 다른 마법사들의 의견도 고려한 겁니까?”
핀의 시선이 마법사 출신 기자들을 향했다·
마법사 출신 기자들의 표정에는 대부분 통쾌함보다도 긴장감이 가득했다·
플란의 한 마디 한 마디에 발칵 뒤집히는 것은 비단 기사 학부뿐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다들 가시방석에 앉은 듯한 분위기였다·
플란이 조용히 입술을 떼었다·
“지극히 마법사다운 발언을 뱉을 뿐이고 공감하지 못한다면 글쎄···· 하게 만들어야지·”
“이 오만방자한 발언들에 공감해주지 못하면 마법사도 아니다· 뭐 그렇게 이해하면 되겠습니까?”
한동안 정적이 내려앉는다·
살벌한 분위기 자칫하면 말 한마디에도 살갗을 베여버릴 듯했다·
“굳이 이해하려 들지 마라· 나중엔 너희도 어련히 납득할 테니·”
핀의 얼굴이 시뻘게졌다·
웅성웅성─
동시에 둘의 날 선 공방으로 인해서 기자들이 크게 술렁이기 시작했다· 결국 세피아가 급하게 손을 번쩍 들었다·
“마법 학부 세피아 기자입니다·”
세피아 어색한 미소를 지어 보인다·
“아 아하하···· 플란 학생은 소신 있는 학생이었고 전투 종목에서 훌륭한 성과도 얻어냈습니다· 앞으로의 행보에 대해서 밝혀주시면 좋을 것 같은데요!”
“마법사의 기적이 당연해질 때까지· 기자 회견은 상상도 할 수 없고 농담으로조차 가치가 없어질 그 순간까지· 증명할 거다·”
중화시키기 위해서 꺼낸 질문이었는데···· 오히려 장작을 던져준 셈이 되어버렸다·
기회를 놓치지 않고 기사 학부에서 잽싸게 손을 들어 올렸다·
“기사 학부 휴고 기자입니다· 포부는 좋습니다만 마법 학부는 매번 토벌제 예선조차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이 점은 알고 계십니까?”
“알고 있고 과거일 뿐이다·”
“신경 쓰셔야 할 겁니다· 마법 학부가 그간 토벌제에 나가기 위한 노력을 안 했겠습니까? 성적만 놓고 보면 해도 안 되는 게 마법 학부 아니었나요?”
“그리고 한 가지 더· 나는 노력한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러니까····”
플란이 휴고를 무심하게 내려다보았다·
“기사들 걱정이나 해주지 그래·”
다시 한번 기자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이제는 화난 얼굴로 웅성거리는 것만은 아니다· 어처구니가 없었는지 아예 헛웃음을 터뜨리는 기자들도 있었다·
그러나 플란의 생각은 조금도 변함이 없었다·
관현악단·
현악기 목관악기 금관악기 타악기 건반악기···· 그 다양한 것들이 아름답게 얽혀 만들어내는 선율·
마법사들의 협동이란 그와 같다· 아니 그 이상이다·
휴고가 다시 입술을 떼었다·
“플란 학생· 한 마디 한 마디에 책임감을 가지시길 바랍니다· 당신이 증명하지 못하는 게 생겨날 때마다 그걸 뒤집어쓰는 건 마법 학부의 몫입니다·”
“기사 학부 1학년 초신성 아이반·”
“···?”
갑작스레 튀어나온 아이반의 이름에 기자들의 머리 위로 보이지 않는 물음표가 떠올랐다·
플란은 덤덤하게 말을 잇는다·
“내가 꺾은 기사의 이름이다· 앞으로는 내가 나열할 수 있는 이름도 많아지겠지· 일례로···· 잔불의 기사 스칼렛· 뭐 그런 이름·”
“···!”
기자들의 얼굴에 너나 할 것 없이 경악이 번졌다·
아까는 팽팽한 긴장감으로 인해서 정적이 있었다면 이번에는 모두 충격에 빠져 입을 열지 못했다·
잠시 시간이 멈춘 듯하다·
그런데 그 순간 조용히 손을 드는 기자가 있었다·
그녀를 향해 몇몇 기자들의 고개가 돌아가고 이내 속닥거리는 소리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일라이자···· 아니야?”
“그 그러네? 일라이자가 왔다고? 저승사자?”
그녀는 칠흑처럼 검은 똑단발과 검은 눈동자의 주인·
심지어 입은 셔츠와 치마조차도 검은색인 기사 학부의 기자였다·
“네···· 뭐 한 가지만 묻고 싶은데요·”
본인의 소속을 밝히지도 이름을 밝히지도 않는다· 일라이자는 그저 물었다·
“토벌제 예선 통과하실 자신이 있으세요?”
차마 누구도 대놓고 물어보지는 못했던 말· 정적과 긴장감이 팽팽해지는 그 순간·
플란은 옷깃을 펴더니 너무나도 쉽게 대답했다·
“통과에 추가로 우승까지·”
그 말을 끝으로 그는 떠났다·
“토벌제···· 토벌제 예선을 뚫는다고?”
“마법 학부 내에서는 논의가 된 거야?”
“스칼렛 아까 분명 스칼렛 언급했지?”
“자 잠깐만· 저거 붙잡아야 하는 거 아니에요?”
남은 소란 따위는 기자들의 몫이었다·
◈
바이올렛의 집무실은 마녀의 공방을 연상케 한다·
어둡고 눅눅하며 구석에는 의도적으로 거미줄과 거미 소품이 배치되어있고 또 마녀의 솥과 약병들이 굉장히 즐비하니···· 인적이 드물기에는 충분한 이유였다·
그런데 그곳에 오랜만에 많은 인기척이 일었다·
“···뭐에요 다들·”
그리 중얼거리며 바이올렛은 눈앞의 풍경을 보았다·
A등급 학생들이 잔뜩 몰려와 있는 채였다· 그것도 할 말이 아주 많다는 듯한 표정으로·
그때 학생 중 한 명이 두루마리를 바이올렛에게 휙 내밀었다· 제니였다·
“저기 교수님· 이게 정말로 제 성적이에요?”
“적혀있는 게 당연히 학생 성적이겠죠·”
“아니···· 평가서 한 번만 확인해주세요· 아예 대놓고 욕을 하는 수준이란 말이에요·”
다른 학생들도 대부분 제니와 비슷한 표정이었다· 비슷한 이유로 찾아왔다는 거겠지·
바이올렛은 그녀의 두루마리를 받아서 들어 살폈다·
···정확하다·
이 학생을 얼마나 심도 있게 관찰했는지 서면 위로 느껴진다· 심지어 그는 독설뿐만 아니라 어떤 것들을 참고해야 나아갈 수 있는지도 제시하고 있었다·
‘사포어 관계자 중에 이런 인물이 있었나?’
바이올렛은 다시 한번 제니의 평가서를 읽었다·
어느 부분에 주목했는가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여 조언했는가···· 심지어는 바이올렛이 배워야 할 부분도 존재했다·
그런데 그때· 또 누군가가 입을 열었다·
“맞다· 바이올렛 교수님 저희 토벌제 나가요?”
“토벌제?”
그 한마디가 불씨가 되어 갑자기 집무실이 크게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아 맞다! 마법 학부 토벌제 나간다는 소리가 있던데?”
“교수님! 이거 진짜예요?”
“저희한테도 알려주세요!”
학생들의 열기가 숫제 당황스럽다· 무슨 일이 벌어졌다는 것 정도는 확실했다·
때마침 바이올렛의 트리비아가 빛을 발했다·
[ *오드리 하이픈 ]
[ ▶ 바이올렛 교수· 당장 회의실로요· ]
[ ▶ 지금 바로 오셔야할 것 같아요· ]
[ ▶ 플란이 잔불의 기사도 언급해버리고···· ]
[ ▶ 아니 일단 오세요· 와서 이야기해요· ]
···이번에는 또 뭐야·
바이올렛의 이마를 타고 땀방울 하나가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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