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76
“겉멋만 들어서는····”
마탑의 13층에 위치한 대기실 기사 생도 한 명이 짜증을 냈다·
지상을 아득히 내려다볼 수 있지만 또 구름에 닿을 만큼은 아닌 절묘한 높이·
푹신한 의자부터 시작해서 마탑의 대기실 내부는 고풍스러운 장식품들로 가득하다·
“로브 모자 지팡이···· 이런 외적인 것들에만 신경을 쓰니까 마법사들이 실속 없다는 소리를 듣지·”
플란이 들었으면 옳다고 칭찬했을 소리였다·
이번에는 다른 기사 생도가 입을 열었다·
“기껏 상대해주면 뭔가 얻는 거라도 있어야 하는데 다른 애들한테는 편하게 승리했다는 말이나 듣겠네·”
“그런 말 들어도 되니까 그냥 기권해줬으면 좋겠다· 승패가 뻔히 보이는 걸 뭘 아득바득하겠다고····”
마법 학부를 향한 비난은 계속해서 이어진다·
“아니지 생각해보니까 기권하면 안 돼· 경기장에서 죽도록 패야지· 그 조장 놈이 말해놓은 거 봤어?”
그러던 중 이야기가 한 명을 향한 것으로 좁혀진다· 대상은 당연히 마법 학부의 플란이었다·
분위기가 화재 현장처럼 달아올랐다·
“나 보고 나서 눈을 의심했잖아· 토벌제 예선 통과는 당연한 거고 우승까지도 하겠다고 말을 했던데·”
“그것도 그건데· 잔불의 기사님을 언급한 게 진짜 말도 안 돼· 도대체 누가 그런 식으로 말할 수 있냐고·”
“걔 마법사라 그래· 실제로 본 적이 없으니까···· 감조차 안 오는 거야· 얼마나 대단하신지·”
플란에 관한 이야기가 이어지던 와중· 문득 기사 생도 한 명이 엘라에게 물었다·
“엘라· 너는 어떻게 생각해?”
“뭘·”
“지금 이야기하는 애 말이야· 플란·”
플란·
어떻게 생각하냐니 대답은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정신 나간 개새끼·”
엘라가 검집을 꽉 쥐었다·
“미친개한테는 매가 약이고 미친 마법사한테는 검이 약이겠지·”
그 뒤로도 플란과 마법사를 향한 비하가 수없이 이어지는데 돌연히 한 여기사가 입을 열었다·
“다들 너무 방심하고 있소·”
“···?”
달아올랐던 대기실이 차게 식는다· 순식간에 얼어붙은 분위기 속에서 모두의 시선이 오로지 한 명에게 향했다·
황금빛 머리카락과 눈동자·
섬광 기사 아이반 로즈·
정적 속에서 그녀는 말을 이었다·
“그들은 바보가 아니오· 자칫하면 질 거요·”
하 엘라가 코웃음을 쳤다· 어이가 없어서였다·
엘라는 검집을 쥔 다음 검 손잡이 부분으로 아이반의 턱을 꾸욱 밀었다· 아예 목을 꺾어버릴 기세로·
“진다라···· 너처럼?”
“····”
다른 기사들의 얼굴에도 비웃음이 서렸지만 아이반은 끝까지 평정심을 지켰다·
“아이반· 내 고유 능력은 너 같은 버러지랑 달라···· 마법사가 결코 흉내 낼 수 있는 게 아니야· 응?”
“흉내를 떠나서 전력을 다하라는 말이오·”
“내가 알아서 할게·”
“방심은 안 된대도····”
아이반이 말을 잇다 말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 지금은 어떻게 설명해도 서로를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직접 보기 전에는 믿지 않을 것이고 또 2학년인지라 아이반의 말에는 애초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결국 아이반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냥 좋을 대로 하시오· 하지만 난 분명 경고했소·”
“···여기 하나 더 있었네 정신 나간 개새끼가·”
엘라가 검 손잡이에 손을 얹은 바로 그 순간·
“동작 그만·”
기사들의 고개가 일제히 대기실 입구로 향했다·
그리고 목소리의 주인을 확인한 직후 다들 황급히 자세를 바로 한다· 엘라도 탐탁지 않은 표정으로 손에 힘을 풀었다·
“오늘 너희들의 적은 마법사다· 서로가 아니야·”
“···예·”
마법 학부로 치면 교수 정도 되는 인물· 정규 기사 알렉스가 모두를 빙 둘러본 후 입을 열었다·
“기사 학부는 1종목에서 보기 좋게 패배했지·”
그 말에 아이반이 고개를 푹 숙였다· 하지만 다른 기사들은 오히려 빳빳하게 목을 폈다·
“예· 그렇습니다·”
알렉스는 노기 어린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1종목에서 마법 학부가 승리했을 때···· 지고한 기사님들께서 얼마나 상심하셨는지 감히 예측되나·”
다른 기사들도 드디어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눈만큼은 흘끗 굴려져 아이반을 쳐다본다· 너 때문에 이런 말을 듣는 것이다─ 라고 그들은 표정으로 말했다·
“마법 학부의 들뜬 분위기는 오늘로써 끝낸다· 만약 저번과 비슷한 사태가 생긴다면···· 누구도 너희를 용서하지 않을 거다·”
알렉스의 목소리에는 진심이 묻어있어 듣는 기사 생도 중 몇몇이 침을 꿀꺽 삼켰다·
“평범한 승리는 안 된다· 다시는 취재에서 그따위 소리를 지껄일 수 없도록···· 완전히 짓밟아야 한다· 알았나?”
“예!”
“지금 출발한다· 회견장으로·”
알렉스가 앞장서고 그 뒤를 생도들이 따랐다·
◈
기자 회견실·
알렉스는 건너편에 앉아있는 마법 학부의 총장 코네트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마법 학부 총장이라····’
겉은 희지만 속은 검은 머리카락· 그에 더해지는 기묘한 역안· 여러모로 특이한 구석이 많은 마법사였다·
잔불의 기사 스칼렛님께서는 저 여자를 주의하라고 언급하신 적이 있으시지만····
‘잔불의 기사님께서 너무 겸손하신 거지·’
알렉스는 코네트가 딱히 대단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혹여나 마법사로서 훌륭하다 할지라도 총장으로서 어떤지는 또 다르게 따져보아야 할 문제였다·
알렉스는 마법 학부 측을 빙 둘러보았다·
총장 코네트를 중심으로 하여 옆에는 비서 우측으로는 교수 세 명 정도가 앉아있는 모습· 대표 학생 네 명을 제외하면 빈자리는 없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문득 의아함을 느꼈다·
‘뭐야·’
믿는 구석이라도 생겼나?
원래 양 학부의 합동 회의가 있는 날이면 마법사들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늘 그래왔었다·
그러나·
현재 눈앞에 있는 이들의 태도는 다소 달라져 있었다· 긴장한 기색이 있긴 하지만 꿋꿋하게 맞서려 하는 것은 여실히 느껴진다·
‘차라리 스칼렛님께서 오늘 안 오셔서 다행이다·’
저 얼굴들을 직접 살피셨더라면···· 마탑을 아예 통째로 태워버리셨을지도 모르지·
알렉스의 눈에도 저 모습들이 곱게 보이진 않았다·
“이런 저희 대표 학생들이 조금 늦는군요·”
침묵을 먼저 깬 것은 코네트였다· 알렉스는 일단 고개를 돌려 일라이자를 바라보았다·
일라이자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어 보였다· 지금의 대화는 기록되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알렉스는 그제야 입을 열었다·
“늦는 것도 이해합니다· 한창 패배가 두려울 나이라·”
코네트는 그에 미소로 화답했다·
“이런 잔불의 기사님께서도···· 비슷한 연유로 오시지 않는 건지요· 미처 몰랐습니다·”
“····”
알렉스의 표정이 눈에 띄게 굳었다·
스칼렛은 오늘 기자 회견에 참석조차 안 하였기 때문이다·
“마법 학부 총장님?”
“예· 듣고 있습니다·”
“잔불의 기사님께서는 마냥 한가하신 분이 아닙니다· 하지만 그분의 의견만큼은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그 말에는 코네트의 비서가 어깨를 살짝 떨었다·
너무나도 무례한 말이었다· 바꾸어 말해 코네트는 마냥 한가하기 때문에 여기 앉아있다는 말 아닌가?
“무슨····”
곁에 있던 바이올렛 역시 중얼거렸다·
기사와 마법사 간에 차이가 크다고는 해도 일개 정규 기사가 총장에게 이러는 것은 명백히 예의에 어긋나는 행위였다·
그러나 당사자인 코네트는 차분하게 입술을 떼었다·
“들어보죠· 마냥 한가하지 않은 잔불 기사님의 의견·”
“만약 오늘 경기에서도 패배하면 마법 학부는 앞으로 토벌제에 참여조차 않아 주셨으면 합니다·”
“으음 그건 무슨 뜻일까요·”
허공에서 알렉스의 눈과 코네트의 역안이 부딪친다·
“마법 학부를 상대하는 조는 사실상 부전승으로 본선에 진출하는 셈이지 않았습니까·”
알렉스가 덤덤하게 말을 잇는다·
“마법 학부가 상대이길 바라는 생도들은 자연스레 생겨날 테고 이는 저희한테 큰 악영향입니다· 운에 기댈 생각을 하는 기사가 생겨나는 건 싫습니다·”
코네트가 한 번 눈을 감았다 떴다· 아주 천천히·
“부전승인지 아닌지는···· 보아야 알겠지요?”
“저는 이미 십 년 넘게 보았습니다· 그간 총장님께서 일부러 외면해오신 것은 아닙니까?”
싸늘한 정적이 내려앉았다·
고요한 대치가 한동안 이어지고 한참 후에야 기자인 일라이자가 정적을 깼다·
“시간이 되었습니다· 기자 회견 시작에 앞서 오늘 모여주신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일라이자의 발언에 바이올렛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것을 느꼈다·
···플란을 비롯해 마법 학부의 대표 학생들이 아직 회견실에 도착하지 않은 채였다·
“회견이 시작되면 모든 대화가 기록되어 실시간으로 전해집니다· 이 점은 반드시 숙지해 주십시오·”
동시에 회견실의 벽면이 통째로 하얀 종이의 모습을 띠었다·
이는 메르헨 아카데미 곳곳에 붙은 ‘기록지’와 연결되어 있어 양 학부 학생들은 기자 회견에서 오가는 대화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기자 회견은 조기 종료가 가능합니다·”
일라이자가 천장에 붙어있는 붉은 종을 가리켰다· 거대하고 또 장식이 고급스러운 것이었다·
“사전에 서면으로 고지하였듯 한쪽이 종을 울리는 순간 즉시 회견을 마치고 경기에 들어갑니다·”
철저히 ‘갑’을 위한 장치였다·
회견을 회피할 심정으로 빠르게 종을 울리면 그것 역시 기록되어 전해지기에 을의 위치에 놓인 이들에겐 종을 울리는 것도 쉬운 선택이 아니었다·
“그럼 양측의 대표 호명을 시작하겠습니다· 또한 기록을 시작합니다·”
마법 학부 총장 비서가 안경을 위로 밀어 올렸다· 긴장했더니 땀이 나서 자꾸만 아래로 미끄러진다·
“기사 학부의 엘라·”
“네·”
엘라의 태도는 지극히 여유롭다·
기사 학부 2학년 ‘네 남매’의 수장· 그녀에게는 특유의 훌륭한 기백이 있었다·
“기사 학부의 페리온·”
“네·”
일라이자는 차근차근 기사 학부의 대표들을 호명했고 대답하지 않는 이는 없었다·
그리고 마침내·
“마법 학부의 플란·”
그의 이름이 불린 순간·
처음으로 대답이 끊겨 정적이 내려앉았다·
“마법 학부의 플란?”
일라이자가 재차 그의 이름을 불렀다·
마법 학부 측은 침묵을 지켰다· 발밑에서 올라온 긴장이 서서히 그들을 옥죄기 시작했다·
반면 기사 학부의 입꼬리는 올라간다·
우승을 장담하던 플란의 불출석·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군침이 도는 이야기였다·
1종목 하나 승리했다고 들떠있는 마법 학부 단독 취재에서 플란이 내뱉은 오만한 발언들····
그런 것들을 볼 때마다 플란의 몰락을 바랐었다·
“세 번 반복하여 호명한 시점에도 회견실에 있지 않다면 기자 회견에 불출석하는 것으로 간주·”
일라이자가 내뱉는 한 글자 한 글자가 선명하다·
엘라는 미소를 숨기지 않았다· 그럼 그렇지 건방진 마법사들은 늘 하는 짓이 이따위다·
결코 실현할 수 없는 기적을 부르짖는 한 없이 나약한 족속· 그게 마법사다·
“···이어서 마법 학부는 기권패가 됩니다·”
바이올렛은 회견실의 입구를 바라보았다·
문은 여전히 열릴 기미조차 없다·
“마법 학부의 플란·”
마침내 호명이 시작되었다·
만약 나머지 두 번을 호명하는 순간까지도 플란이 이 자리에 나타나지 않게 된다면·
마법 학부가 1종목 전투에서 승리를 따낸 것은 그로 인해 토벌제를 향한 열의를 불태운 것은 마탑에서 기자 회견을 하겠다고 힘을 쓴 것은····
전부 물거품이 되어버린다·
이번에 꺾이면 다시는 일어서지 못할지도 모른다·
“마법 학부의 플란·”
바이올렛의 눈이 바쁘게 움직인다·
코네트의 생각은 여전히 읽을 수가 없고 비서와 교수들의 표정은 자신과 별반 다를 바 없었다·
가장 신경 쓰이는 것은 기사 학부의 표정이었다·
웃음을 참거나 아예 참지 못해서 킥킥거리거나 심지어는 벌레를 내려다보는 듯한 표정까지·
이미 서로를 향한 존중 같은 건 없었다·
그간 마법 학부가 증명해낸 것이 없어서겠지· 그게 조금은 씁쓸했다·
“마법 학부의····”
일라이자의 마지막 호명이 맺어지려던 그 순간·
쿵─!
회견실에 굉음이 울려 퍼졌다·
문은 어느샌가 비스듬히 열려있었고 틈새로부터는 복도의 주황빛 조명이 쏟아졌다·
“····”
일라이자가 살짝 미간을 좁혔다·
회견실에 있는 전원의 시선이 일제히 입구로 향했다· 그리고 등장한 것이 누군지 곧바로 알 수 있었다·
여러 번의 호명 끝에야 도착한 그는 평소와 같았다·
언제나처럼 깔끔한 모습에 태연자약한 표정을 짓고서 그는 휘광처럼 내려앉는 조명 아래 섰다·
“···플란?”
일라이자가 세 번째 호명을 뒤늦게 매듭지었다·
마법 학부의 대표· 플란은 천천히 주변을 둘러본다·
미소가 만연하던 기사 학부의 표정은 벌써 굳었다·
“예·”
플란이 무심하게 대답하며 턱짓했다·
그러자 등 뒤로 마법 학부의 대표 세 명이 줄줄이 들어온다· 모두 본인의 자리를 찾아가 조용히 앉았다·
마침내 플란도 발걸음을 떼었다·
“···저 플란·”
그는 입술을 떼어 자신을 호명했다·
또한 걷기 시작했다· 자신의 자리가 아닌 회견실의 중심을 향해서·
“마법사로서 지금 이 자리에 왔습니다·”
호명에 대답한 것이라기에는 애매하고 회견을 하러 왔다기에는 제 자리를 찾아서 앉지 않는다·
누구에게도 꺾이지 않을 자존심 누군가의 눈에는 미치도록 오만해 보일 태도·
허나 그렇기에 그는 굳이 한 마디를 덧붙인 것이다·
그가 마법사로서 이곳에 왔다는 그 한마디를·
하 엘라가 코웃음을 쳤다·
“늦은 주제에 지독하게 뻔뻔하네· 마법사로서 왔다는 게···· 뭐 그런 의미인가?”
“처리할 일이 있었습니다·”
플란이 다시 한번 턱짓한 그 순간·
“···?”
엘라는 자신의 기감을 의심했다·
결코 조화롭지 못하나 또 모여야만 의미를 갖는 개성 강한 기운들· 이는 분명 나머지 ‘네 남매’의 것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기감은 적중했다·
“다들 안녕~”
“안녕은 반말이고 멍청아·”
플란의 뒤에서 나타난 것은 엘라의 남매들이었다· 그들 전원 수갑이 채워진 채로 자리에 앉았다·
모두의 시선이 플란을 향했다· 도저히 설명이 없으면 이해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으므로·
“우후후····”
와중에 코네트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흘렸다·
흥미롭다· 기자 기사 총장 교수···· 온갖 직위가 모인 이곳에서 플란은 고작 학생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런데도 이 회견실의 무게는 이미 그를 향해 쏠려있었다· 그것이 너무 흥미로웠다·
플란이 다시 입을 열었다·
“회견실에 방문하기 직전 기사 학부 네 남매의 특별 사면을 요청했습니다·”
“···!”
특별 사면·
모두의 표정에 경악이 번진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한마디였다· 시간이 정지한 듯 다들 행동을 멈추고· 기록지만이 플란의 말을 기록했다·
침묵을 깬 것은 일라이자였다·
“특별 사면이라···· 굳이 플란 학생이요?”
엘라를 제외한 네 남매의 죄질은 특히나 나빴다· 패싸움도 패싸움이지만 마법사인 학생만을 집요하게 쫓아다니며 때렸기 때문이다·
그런 이들의 특별 사면을 요청하다니· 왜·
“모두가 보는 앞에서 혼내주면 마법 학부의 분노도 조금은 사그라들까 하여· 굳이 했습니다·”
플란의 발언에 기사 학부의 눈이 커다래졌다·
그러나 그의 말은 아직 끝나지 않은 채다·
“또한 세 명이 급히 교체되는 바람에 패배했다···· 그따위 핑계는 나중에라도 듣기 싫어서·”
엘라의 고개가 비스듬히 고개가 기울어졌다·
어처구니가 없다·
말도 안 되는 소리였고 또 터무니없는 태도였다· 플란은 감히 네 남매를 상대로 승리를 상정하고 있었다·
플란이 말을 마치는 족족 회견실에는 정적이 내려앉았다· 이번에는 기자인 일라이자조차도 충격에 빠져서 침묵을 깨지 못했다·
마침내 가장 먼저 입을 연 것은 엘라였다·
“이런 건방진 개새─”
그러나 그때·
테엥─!
플란이 염동으로 종을 때렸다· 거대하고 붉은 종이 흉포하게 울부짖기 시작했다·
뎅─ 뎅─ 뎅─ 뎅─
토벌제 예선이 시작되었다·
그가 모습을 드러내고 3분도 지나지 않은 채였다·
“회견이든 질문이든 발언이든····”
엘라의 발언 따위는 종소리로 파묻어버린 다음 플란은 아주 천천히 말을 이었다·
“경기장에서 마법으로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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