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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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단계·
겨우 위습이었다· 일정한 형태조차 이루지 못하는 이 불순물들은 그저 몸풀기 상대에 불과하다·
2단계와 3단계·
각각 고블린 코볼트 무리였다· 결코 강한 축에 속하는 마수들이 아니었기에 세 명의 원소 마법에 한 줌의 먼지가 되었다·
─5분 뒤 4단계가 시작됩니다·
그러나 진정한 채점은 지금 4단계부터다·
“4단계는 베키 혼자서 한다·”
“····”
잠시 정적이 흘렀다·
“···?”
뒤늦게 말뜻을 이해했는지 세 명의 고개가 일제히 같은 방향으로 기울어졌다·
“나 나? 나 혼자서 하라고?”
베키가 검지로 본인 턱을 가리켰다· 트릭시와 루이스도 격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매한가지였다·
“···무모해·”
“플란 4단계부터는 난이도가 확 오르잖아· 베키를 보호해줄 사람 정도는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염려하는 것이 당연하다· 4단계부터는 오로지 ‘예선’만을 위해 특수제작한 마수들이 모습을 드러내므로·
하지만 그들의 반응을 나는 한 마디로 일축했다·
“충분하다·”
이들은 아직 스스로의 성취를 모른다· 납득하지 못하길래 한 마디 추가로 덧붙였다·
“질문도 저항도 받지 않는다· 또한 지시 불이행이 발생하면 곧바로 기권하겠다·”
“····”
결국 트릭시와 루이스는 체념했다· 그러나 당사자인 베키는 아직 할 말이 많이 남은 모양이었다·
“진짜로 나 혼자서 가···? 혹시 뭐 조언같은 건 없어? 아니면 설명이라도····”
“이미 했다·”
화중세계에서· 실컷·
─4단계를 시작합니다·
“엑····”
결국 베키는 홀로 숲을 향해 나섰다·
그녀는 괜히 허벅지를 오므린 채로 비볐다· 긴장할 때마다 저러는데···· 당연히 감점 사유다·
쿵! 쿵!
나무가 멀리 있는 것부터 하나 둘 쓰러지더니 이내 눈 앞에 있는 것까지 전부 쓰러진다·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것은 흑골(黑骨) 검은 뼈로 이루어진 거대한 스켈레톤 기사였다·
“···?”
베키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굳이 읽을 필요도 없었다·
흑골은 말 그대로 거대하다· 못해도 베키의 세 배 정도는 되는 키· 이내 엄청난 그림자가 그녀를 뒤덮었다·
녀석이 베키를 조용히 내려다보았다·
“아 아 안녕하세요~?”
베키가 저도 모르게 인사를 했을 때쯤 흑골이 맹렬한 기세로 창을 휘둘렀다·
뒷걸음질하는 그녀의 등을 나는 염동으로 떠밀었다·
“으아아···!”
거대한 창에 찔리면 무사하지는 못하리라· 베키가 허겁지겁 마법을 발현했다·
콰앙!
둔중한 창이 가까스로 얼음 방벽에 막힌다·
“불안한데·”
트릭시가 걱정하며 낮게 중얼거렸다· 물론 베키가 아닌 예선전을 향한 걱정이겠다만은·
“윽!”
베키가 연달아 날아드는 창을 계속해서 막아낸다·
빠르다·
그리고 묵직하다·
이전 단계의 마수들과는 비교할 수가 없다· 어째서 4단계부터 악명이 높아지는 지 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캉! 카앙! 카아앙!
베키의 얼음 방벽·
아니 방벽이라고 부르기엔 위화감이 있을 크기· 겨우 손바닥만 한 얼음으로 베키는 창끝을 모조리 막아낸다·
“···?”
그녀의 얼굴에 의문이 번졌다·
창이 느린 것은 결코 아니다· 그것이 한 번 휘둘러질 때마다 날카로운 파공음이 공기를 찢어발겼으니 말이다·
하지만 현재 베키의 눈에는 그 궤적이 모조리 보일 터·
“···충분하다니까·”
나는 낮게 읊조렸다·
마법은 건물을 짓는 것과도 비슷하다· 지반 기둥···· 기초의 튼튼함 여부에 따라 무엇까지 지을 수 있는가가 정해지는 것이다·
이들의 기초는 내가 화중세계에서 다듬었다·
바꾸어 말해 상대가 누구든 간에 그 기초만큼은 다 할 수 있다·
“보아라·”
나는 턱으로 앞을 가리켰다·
트릭시와 루이스의 시선이 그곳으로 향한다· 베키는 어느샌가 흑골과 가까운 거리에서 뒤엉키기 시작했다·
“오차 없는 술식 꼬이지 않은 회로 마나의 정량 배합· 마지막으로 너희가 천 번 넘게 연습했던····”
베키의 얼음이 한발 빠르게 흑골의 몸을 꿰뚫는다·
“빠른 속도의 발현·”
콰아악!
루이스와 트릭시의 눈이 동시에 휘둥그레진다·
흑골은 일개 뼈마디가 되어 바닥에 떨어지고 베키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제 손바닥을 내려다본다·
와중에 나를 한 번씩 쳐다보는 것이 본인이 해냈다는 사실을 조금도 믿지 못하는 기색이었다·
“말도 안 돼·”
그렇게 중얼거리면서도 트릭시는 미묘하게 웃었다·
“···다음은 내가 나갈래·”
마법사로서의 심장이 뛰기 시작했겠지· 그녀 역시 강적을 상대로 어서 자신의 성취를 확인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유감이다· 5단계부터는 규칙이 바뀌니까·
“세 명 전부 여기서 대기하도록·”
나는 옷매무새를 가다듬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유가 생겼으니 이제 기사 학부 대표들의 모습을 살필 때였다·
◈
나무 위에 앉을까·
그따위 생각은 곧바로 폐기했다· 플란의 영혼에 새겨진 미적 감각이 그러한 행위를 결코 용납치 못한다·
하여 플란은 굳이 걸어서 기사 학부 대표들을 찾았다·
“···여기 있었나·”
쾅! 콰앙!
숲 어딘가 네 남매는 한 몸처럼 움직이며 전투중이었다· 흑골의 남은 수명도 길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러던 어느 순간·
휘릭─!
수많은 실이 흑골을 구속해서 눕혀버렸다· 엘라의 고유능력 사검(絲劍)이다·
“어허· 쥐새끼가 먼저 찾아왔어? 건방지게·”
커다란 덩치· 대검· 네 남매의 막내 이고르가 이죽 거렸다·
그와 동시에 네 남매의 시선이 플란에게 닿았다· 이고르는 계속해서 중얼거렸다·
“도망치다보니 여기였어? 꼬붕들은 어딨냐·”
“휴식 중이다·”
“치료소에서? 아 근데····”
이고르가 대검을 쥔 손에 힘을 있는 힘껏 불어넣었다· 근육이 크게 팽창하는 것이 육안으로도 보일 정도다·
“···왜 자꾸 말이 짧아?”
그가 대검을 석궁처럼 쏘아냈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플란이 서 있던 지점에는 커다란 구덩이가 파였다·
아직 5단계가 시작되지 않았기에 일단은 위협을 주는 정도가 최선이다·
“신체 강화···· 뭐 그 고유 능력인가·”
그러나 위협은 조금도 통하지 않았고 흙먼지는 염동으로 인해 플란의 근처조차 가지 못했다·
“···참 단순하군 어울리는 주인을 만났고·”
그가 옷깃을 펴며 턱을 들었다·
“묻지·”
너무나도 태연한 태도에 네 남매가 미간을 좁혔다·
“흑골은 상대할만했나·”
순간 엘라의 머릿속에 불길한 생각이 스쳤다·
그녀가 검을 움켜쥐며 입을 열었다·
“너 설마····”
“대답해라· 너희 수준을 가늠하고 싶으니·”
엘라가 흑골을 향해서 급하게 검을 휘둘렀다· 무수히 많은 투명한 실에 검은 뼈마디는 큐브처럼 잘게 썰렸다·
─5분 뒤 5단계가 시작됩니다·
─5단계부터는 대표 간의 전투가 허용됩니다·
그와 동시에 흘러나오는 안내방송·
다시 말해 네 남매의 토벌이 더 늦었다는 소리였다·
“하···?”
엘라가 헛웃음을 터뜨렸다· 머릿속에 드는 생각이 많았지만 갈무리해서 뱉기에는 받은 충격이 컸다·
플란은 조용히 뒤돌아섰다·
“기록만 놓고 보면···· 너무 한심한데·”
고작 그 한마디를 남겨두고서·
◈
4단계부터는 난도의 상승 폭이 기하급수적이다·
이는 보는 이의 입맛에 맞춰진 것이기도 하다· 그들은 대표의 멋진 모습뿐만 아니라 힘들게 구르면서 대처하는 능력까지도 관찰할 수 있기를 원하기에·
그런 점에서 5단계는 ‘악랄하다’라고 평할 수 있겠다·
특수 난이도의 마수가 둘 심지어 와중에는 적대 세력과의 전투까지· 달리 표현할 말이 없다·
루이스가 각오를 다졌다·
“정신 바짝 차리자· 5단계부터는 대표 간의 전투가 허용되니까·”
“내가 열심히 해볼게!”
베키가 우렁차게 대답했다· 그녀는 흑골을 꺾은 이후 어깨가 하늘을 찌를 기세였다·
“근데····”
루이스의 시선이 내게 닿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머지 둘의 것도 마찬가지였다·
“플란은 이번에도 채점만 하는 거야?”
“···당연한 걸 묻나·”
힘들게 구르면서 대처하는 능력까지 관찰하길 바란다·이는 당연히 내게도 해당된다·
─5단계가 시작됩니다·
안내 방송과 동시에 숲의 서쪽이 얼어붙고 동쪽은 붉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아우우─!
동시에 울부짖는 집채만한 크기의 늑대 두마리· 각각 화랑(火狼)과 빙랑(氷狼)이다·
각각 불과 얼음에 미친 듯이 집착하는 맹수· 사실 마수라기보단 신수라는 명칭으로 불러도 위화감이 없다·
이들에게서 눈여겨 볼 것은 크기가 아닌 원소의 화력이다· 칭찬해줄 수 있을 정도로 강하다·
우리가 있는 곳이 서쪽이니 마법 학부가 상대해야할 것은 빙랑이다· 반대로 기사 학부는 화랑을 상대하게 되겠지·
“···아주 좋다·”
이 정도면 훌륭한 교보재가 등장했다· 공교롭게도 내가 가르친 세 명 역시 원소의 정순함을 목표하지 않는가·
사실 이건 나도 궁금하다· 속성 과외를 받은 새내기들이 빙랑을 상대로 얼마나 버틸지·
“출발·”
나는 세 명의 등을 염동으로 떠밀었다·
“으에?”
“···아 짜증 나게·”
“아하하 플란 갈게· 갈 테니까····”
흥미가 동해 채점지를 추가로 세 개 만들었다·
원소의 정순함 강도 유지력···· 즉석에서 채점 기준을 몇 가지 늘렸다· 예선이 시작된 이래 나는 처음으로 즐거움을 느낀다·
그러나 동시에 바늘 같은 살기를 느꼈다·
“····”
나는 오른쪽을 흘끗 살폈다·
화재가 점점 다가오는 중이다· 화랑이 이곳을 향해 진격하고 있었고 네 남매는 밀려나는 듯 보이지만····
콰앙─!
다음 순간 이쪽으로 쇄도한 검기를 염동으로 튕겨냈다·
“오~ 쥐새끼 주제에·”
대검을 어깨 위로 얹으며 이고르가 씨익 웃었다·
“어떻게 눈치챘네? 또 막았네?”
예상대로라서 한숨을 푹 내쉬었다· 네 남매는 이곳까지 일부러 화랑을 끌고온 것이다·
나는 와중에도 베키를 감점시켰다· 빙랑의 원소도 얼음이라 현재 그녀의 단점은 특히나 눈에 띈다·
“짐승 한 마리 못잡아서 이곳까지 도망 왔나보군· 내게 도움이라도 요청하는 건가·”
나는 한 마디 덧붙이면서 루이스를 살폈다· 과연 실전에서 가장 침착성이 있는 것은 그였다·
“화랑? 아~”
우드득 우드득 이고르가 관절을 푸는 소리가 들렸다·
“그 불강아지는···· 엘라 혼자서도 충분해!”
녀석의 무게 중심이 앞으로 쏠리고 발바닥은 지면을 파고들었다·
그리고 거의 동시에 몸을 마력탄처럼 쏘아냈다·
“···?”
그리고 잠시 후 그의 얼굴에 의문이 번졌다· 어떠한 충돌도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피했다· 헤라의 권능인 [ 블링크 ]를 사용해서·
“트릭시는···· 와중에 손으로 머리를 빗고····”
감점·
이고르가 중얼거리며 다시 한 번 달려들었지만 또 피했다·
“루이스 내가 남을 과하게 챙기지 말라고 했을 텐데·”
감점·
이고르가 돌진하고 채점하고 돌진하고 채점하고···· 그게 다섯 번 정도 반복되었을까·
“아아아─!”
이고르가 짐승처럼 포효했다· 와중에 베키가 빙랑의 얼음을 밀어냈다· 처음으로 가점·
“안 되겠다· 너 이 새끼···· 저것들부터 싹 뭉개고 와줄게· 여기서 딱 기다려라·”
녀석의 근육이 흡사 갑옷처럼 단단해지기 시작했다· 눈은 벌써 이미 반쯤 뒤집혔다·
“그건 안 되지·”
···채점은 절대 방해되어서는 안 된다·
또한 이 근육 덩어리를 막을 계획이 물론 있었다·
“헤라·”
나는 헤라의 마나를 있는 힘껏 뽑아냈다· 동시에 발이 닿아있는 경기장의 회로에 간섭했다·
“····”
엄청난 마력이 소모되었지만 가치는 충분하다·
경기장에 마법적인 원리가 깃든 것을 발견한 그 순간부터···· 결국 이 모든 공간이 나의 무기에 지나지 않는다·
“으랴아─!”
이고르가 벌써 지면을 박찼다· 그러나 나는 지면으로부터 벽을 쑥 솟아오르게 했다·
쿵─!
그는 무언가를 인지하기도 전에 얼굴을 처박았다· 흙벽은 너무나도 허망하게 유리창처럼 부서져 버렸다·
“아오 퉤!”
그러나· 이고르의 시야를 가렸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시험 도중에 끼어드는 건 무슨···· 검술은 배워도 예절은 못배웠군·”
“시험? 무슨 개소리를···· 퉤 퉤!”
나는 지하에 박혀있던 나무뿌리를 조작했다· 그것들 하나하나가 채찍처럼 이고르를 향해 날아든다·
“···!”
놀란 이고르가 옆으로 동선을 틀었다· 그러나 그 정도로 피해내기엔 뿌리의 수가 너무나도 많았다·
“으랴아─!”
이고르는 대검으로 뿌리를 베어내고 오른손이 붙잡히면 왼손을 사용하고 또 힘으로 악착같이 뿌리를 끊어내는 등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아무리 질겨도 나무뿌리보다 질기진 못했다·
그를 막 포박한 그때·
“···흠·”
따끔한 통증에 손바닥이 저렸다· 동시에 경기장의 회로 구조가 통째로 재구성되었다·
손대지 말라는 듯한 경고를 회로를 통해 전달받았다·
“화가 난 건가·”
이 경기장은 아마 마법 학부의 총장 코네트가 설계에 관여했겠지·
화가 난 코네트는 어떤 표정일지 궁금해져서 문득 나도 모르게 미소를 입에 걸었다·
다시 간섭하려면 간섭할 수는 있겠다만 경기장을 이용해서 놀아주는 방식은 슬슬 내가 질렸다·
“화···· 화가 났냐고···· 이 이 이····”
한데 이고르는 내 중얼거림을 자신에게 향한 것으로 이해한 모양이었다·
녀석은 눈이 뒤집힌 채로 입술을 핥았다· 근육은 붉은색으로 물들어가고 몸에서는 김이 피어오른다·
“뭐야 이고르 너 좀 힘들어 보인다?”
“···다물어· 이빨 싹 깨버리기 전에·”
“이고르가 그럼 그렇지·”
심지어 이고르의 옆으로 두 명이 더 합세했다·
화랑의 상대는 엘라 한 명으로 충분하니 나머지 셋이 모조리 대인전에 뛰어들겠다는 심산으로 보였다·
“그냥 합공으로 빨리 끝내자· 엘라가 화 많이 났어·”
카셀이 그리 말하며 장검을 뽑았다· 동시에 기다란 검집에서 이상한 기운이 물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형태를 갖추어 네 남매의 분신이 되었고 수는 압도적이었다·
하나 둘 셋 넷···· 서른부터는 굳이 세지 않았다·
어차피 내게는 제약이 되지 못한다· 결국 환혹과 비슷한 구조고 무엇이 진짜인지도 확실히 보이니·
그러나·
문제는 다른 곳에서 생겼다·
“어 어? 이것들 뭐야!”
“견제인가? 조심해···!”
베키를 비롯해 루이스와 트릭시가 혼란에 빠졌다· 빙랑으로도 모자라 많은 수의 분신까지 당황스러움을 느끼는 것도 당연하다·
“····”
나도 모르게 표정을 확 구겼다· 혐오감이 치밀었다·
나를 건드리는 것은 상관없다만 채점을 방해한다는 건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 예선 에서조차 학습을 시키기 위해 내가 얼마나 공을 들였던가····
“표정이 안 좋네· 이런 건 처음 보지? 다들 그렇다고 하더라·”
카셀이 능글맞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지금도 이고르는 씩씩거리며 시뻘겋게 익어가는 중이다·
“하아·”
채점을 빨리 재개해야 했다· 대비책은 있다·
정확히는 화랑과 빙랑이 모습을 드러낸 순간 떠올렸다·
나는 손끝에 더없이 정순한 화염 원소 하나를 맺었다·
딱─!
나는 손가락을 튕겨 그것을 카셀에게 건넸다·
제 옷깃에 달라붙은 불씨를 확인하고 카셀은 어이가 없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
“깜찍해라· 이건 또 뭐야?”
어린아이를 달래주듯 카셀이 과장된 동작으로 어깨를 으쓱인다·
“···우둔한 것아·”
나는 낮게· 한 글자 한 글자 읊조리기 시작했다·
“내 채점이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
무언가를 집어삼킬 만한 위력은 되지 못하고 그저 불씨에 불과하지만 정순함 하나만큼은 보장한다·
“수준 맞게 강아지랑 놀란 말이다·”
그리고 여기 지금 이 경기장에는·
콰아앙─!
정순한 화염에 환장하는 녀석이 하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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