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90
사교회가 마무리된 유디트의 저택·
하녀장은 잔불의 기사 스칼렛에게 이것저것 보고를 올리는 중이었다·
“이십만 개?”
가만히 듣던 스칼렛의 표정이 구겨졌다·
“···이십만 개· 방금 그렇게 말한 건가?”
재차 묻는 스칼렛을 향해 하녀장은 몸을 떨면서 입을 열었다·
“예· 예 도련님께서 금화 20만 개 상당의 수표를 챙겨가셨습니다· 심야 경매에 방문하신다고····”
“무슨···!”
스칼렛은 하녀장의 말이 믿기질 않았다·
금화 백 개도 아니고 천 개도 아니고 만 개도 아니고 무려 금화 20만 개·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천문학적인 수치’란 이런 것일 테다·
그런데 대뜸 그 정도의 수표를 챙겨갔다고· 유디트의 재화는 당연히 무한하지 않고 금화 20만 개 상당이라면 타격이 꽤 클 수밖에 없었다·
“그걸 그걸···· 가만히 지켜보기만 했어? 그 누구도 말릴 생각을 안 했냔 말이다·”
스칼렛의 붉은 눈동자를 마주치자 하녀장의 얼굴이 순식간에 땀으로 뒤덮였다·
“저 저는 일개 하녀장이라···· 그리고 도련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스칼렛 아가씨와의 내기에서 승리했으니 괜찮을 거라고···!”
“됐어· 됐다· 그만 말해·”
“아 예!”
하녀장을 뒤로하고 스칼렛은 빠르게 발걸음을 옮겨서 자신의 집무실을 찾았다·
“돌겠네····”
장부를 집어 들고 매의 눈으로 꼼꼼히 살핀다· 한 장 한 장 어찌나 세게 넘기는지 종이가 찢어지지 않는 것이 기적이었다·
“돌겠다· 돌아버리겠어····”
우선 시기가 좋지 않다·
유디트는 현재 큰 지출들을 앞둔 채다· 금화 20만 개가 사라지면 차질이 클 것이라는 사실은 두 번 말해봐야 입만 아프다·
“무엇을 하든 간섭하지 말 것····”
그리 약속했다는 것 정도는 스칼렛도 당연히 기억하고 있었다· 또한 그리 약속했기에 지킬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정도라는 게 있지· 이건····”
스칼렛은 제 머리에 손을 얹었다· 잘 정돈되어있던 머리카락이 부스스하게 흩어지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이럴 때가 아니잖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다음 문을 향해 성큼성큼 걷기 시작했다· 표현 그대로 이럴 때가 아니었다·
“아니 아니지····”
그러나 이내 다시 제자리로 되돌아왔다·
심야 경매는 이미 진행중일테고 스칼렛이 직접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위험부담이 크다·
그녀는 한 번 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가· 이내 한숨을 푹 내쉬며 도로 앉았다·
“하아····”
어차피 이 새벽이 지나면 가주와의 식사가 있다·
그때 모든 것을 따져 묻는 수밖에·
◈
‘느낌표’의 경매 단상은 무척이나 화려하다·
검은 벨벳에 위로는 금빛 장식을 수놓았다· 누가 살피더라도 귀족다움을 연상할 수 있을 정도다·
값비싼 향수 향 귀족들의 여유 넘치는 웃음소리 그 모든 것이 어우러지는 이곳에서 나는 오늘의 경매 목록을 살피었다·
“···별 게 다 있군·”
다도를 위한 찻잔 족자 시계 그림 방어구 완드···· 마지막으로 ‘수르트’·
수르트는 비록 검날의 이름이지만 나는 그런데도 그것의 이름을 유심히 살폈다·
“오늘 새벽· 귀중한 시간을 내어주신 여기 있는 한 분 한 분께 감사 인사를 드리겠습니다····”
번듯한 차림의 경매사가 모습을 드러내고 단상을 제외한 모든 곳이 암전되었다· 귀족들의 수다가 잦아들기까지도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첫 순서부터 엄청난 물건이 여러분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자 기대되지 않으십니까!”
경매사가 서두를 말하는 사이 다른 이들이 단상 한가운데로 물품을 옮겼다·
“우선 가격을 부르시고 고민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겁니다· 첫 번째 물품입니다· 보십시오!”
외관이 고급스러운 시계였다·
“장인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시계 ‘역행’ 입니다· 초침의 색과 외관이 착용자의 마력에 따라 달라지는 명품 중의 명품으로 경매 시작가는 금화 1천개 호가는 100개입니다!”
있으면 좋고· 없으면 없는 수준·
모든 물품을 구매한다는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모든 물품이 쓸모가 있을 때의 이야기다·
굳이 사치를 부릴 생각은 없다·
그렇게 생각하던 그때·
“····”
시계로부터 희미한 기운을 감지했다·
“14번 1천백개! 아···· 113번에서 1천2백개!”
내가 고민하는 사이에도 값은 계속해서 치솟는다· 하지만 나는 기운에만 집중했다·
틀림없다· 고대 룬어의 기운이다·
고대 룬어를 하나하나 연구할 때마다 마법 수준이 비약적으로 상승한다는 것은 두 번 말해 입만 아프다·
따라서 망설일 이유는 없다· 결단을 내렸다·
“64번이 1천3백개! 옆의 65번께서 곧바로 1천4백개입니다!”
1천5백·
1천6백·
1천7백·
치열하게 상승하던 시계의 값은 마침내 금화 2천5백 개에서 멈추었다·
“2번에서 금화 2천5백개· 이상으로 제시하실 분은 안 계십니까? 세 번 호가하여 낙찰하도록 하겠습니다· 2천5백개· 2천5백개····”
오늘 사용하고자 했던 예산이 금화 20만 개·
고대 룬어의 흔적이 있는 시계가 금화 2500 개·
“하·”
어이가 없었다· 헐값도 이런 헐값은 없을 터·
나는 좌석 팔걸이에 붙은 버튼을 눌렀다· 구매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고 못할 이유도 없었다·
“1번 2천6백개!”
“2번 2천7백개!”
그 뒤로도 시계의 가격이 치솟았지만 그것 따위는 이미 내 안중에도 없었다·
‘조작·’
확실하다· 조작 계열의 고대 룬어다·
2천8백·
2천9백·
3천·
나는 그저 버튼을 누를 뿐이다·
시계 수집에 욕심이 있는 녀석이든 평소 장인을 애호했던 녀석이든 소중한 이에게 선물하여 환심을 사고 싶은 녀석이든···· 부질없다·
20만 개의 금화 앞에서 전부 무력하다·
“다시 1번의 3천백개· 세 번 호가하겠습니다·”
“3천백개· 3천백개· 3천백개! 시계는 이로써 1번에게 낙찰되어 돌아갑니다!”
귀빈들은 나를 향해 흔쾌히 박수를 쳐주었다·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여줄 뿐이었다·
“···시계가 마음에 드셨나 봅니다?”
누군지 모를 귀족이 곧바로 말을 붙여왔다· 2번 참가자· 몇 번 호가했던 인물이었다·
“무척이나·”
“···쯧 처음부터 힘을 빼면 좋지 않습니다·”
“아직 몸도 안 풀었다만·”
“그러십니까?”
비아냥대는 듯한 말투· 2번은 시계가 꽤나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바로 두 번째 물품 보시겠습니다!”
경매는 신속하게 진행되었다·
“감정을 치밀하게 담아낸 역작 화가 카르소의 영혼이 담긴 ‘혼절’입니다· 경매 시작가는 금화 1천 개· 호가는 100 개입니다!”
···저딴 게 역작이라니·
두 번째 물품을 보자마자 심야 경매를 향한 실망감이 피어올랐다· 정확하다 자부하는 나의 심미안이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
금화 1천개는 무슨 10개가 적정가다·
그런데 그때·
“2번입니다· 1천백개!”
경매사가 2번을 호명하고 당사자인 2번은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어디 금화는 충분하신지요?”
그 태도가 제법 귀여워서 나는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충분하지· 4천개도 쓰겠는데·”
“아하·”
녀석이 별안간 손을 높이 치켜들었다· 그리고 경매사를 향해 있는 힘껏 외쳤다·
“8천개!”
“8천! 8천 개가 나왔습니다! 2번입니다! 이상 없으면 세 번 호가하겠습니다!”
마침내 ‘혼절’은 2번에게 낙찰되었다·
2번은 의기양양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저는 8천개도 거뜬합니다만?”
“인정하지·”
나는 조용히 손뼉을 쳐줄 뿐이었다·
“너는 쓰레기에 돈을 쓰는 소질이 훌륭하다·”
“···?”
그는 그제서야 주변을 둘러보았다·
짝짝짝─!
유난히 큰 소리로 손뼉을 쳐주는 사람들· 모두의 얼굴에는 비웃음이 가득하다·
그러한 사실을 깨닫자 2번의 얼굴이 금방이라도 터질 것처럼 붉어졌다·
이내 시뻘게진 고개가 푹 숙여진다·
이후에도 경매는 속행되었다·
“다섯 번째 물품 환상 팔찌─ 여섯 번째 물품 새벽의 견장─”
물품은 다양했고 나는 그것들에 고대 룬어의 흔적이 있는지를 살폈다·
흔적이 없다면 쓸모를 살폈다· 마법적인 가치를 부여하여 값어치를 높일 방법 혹은 마법사를 위한 아티팩트로 개조할 방법 등·
그 결과·
“6천2백개· 1번에게 낙찰되었습니다!”
“5천5백개· 1번에게 낙찰되었습니다!”
“무려 9천개· 1번에게 낙찰되었습니다!”
물품 경매사의 입 경매장의 분위기 어쩌면 오늘 이곳을 방문한 이들의 시간까지도·
1번·
나의 것이다·
◈
메르헨 아카데미의 2학년 기사 학부· ‘천축’의 생도들은 좌석에 앉아 가만히 때를 기다렸다·
‘수르트’·
신묘한 힘을 머금었다고 전해지는 검날· 수르트· 그것 이외에 천축의 관심사는 없었다·
“····”
그러나 자네트의 시선은 1번에게 향해있었다· 주변에서도 온통 그에 관한 이야기뿐이었다·
옆의 귀부인 두 명이 떠들었다·
“누굴까? 가면을 썼네·”
“돈 많은 귀족 중에서도 특히나 돈 많은 귀족이겠지·”
“한 번 꼬셔볼까?”
“어유~ 진짜 주책이야·”
자네트의 날카로운 시선이 1번을 훑는다·
좌석은 암전되어있어 허용된 시야가 넓지는 않다만 그의 대략적인 실루엣 정도는 보였다·
버튼을 누르는 동작 남들의 박수에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주는 태도···· 자연스레 이루어지는 동작 하나하나가 귀족다웠다·
1번· 그가 거슬린다·
만약 1번도 수르트를 노린다면 꽤 힘든 싸움이 될 것 같아서 자네트는 조금 긴장했다·
“아니지· 아냐·”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수르트를 위해 챙겨온 금화는 어마어마하다· 여유로울 것이다·
“어머···· 천축의 자네트 아니에요?”
그러한 와중 옆에서 떠들던 귀부인이 말을 붙여왔다·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은 언제나 반가워서 자네트는 우아한 미소를 지어 화답했다·
“네· 맞습니다·”
“수르트 때문이구나? 어머 그러네· 당신이랑 너무 잘 어울릴 것 같은데요?”
“아아···· 감사합니다· 흠·”
또한 칭찬 역시 자네트가 좋아하는 것 중 하나다· 그녀의 입꼬리가 자연스레 호선을 그었다·
“저와 수르트가 교감할 수 있을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단련하려 합니다·”
“어머~ 세상에· 너무 기특하다·”
수르트· 이 검날의 잠재력은 ‘최상’·
그러나 표현 그대로 잠재력이 최상일 뿐이다·
잠재력을 일깨우지 못한 수르트는 그냥 평범한 검에 불과하여 토벌제에도 지참이 가능하다·
‘놓칠 수 없는 기회지·’
자네트가 소리 없이 되뇌었다·
토벌제 본선· 수많은 강자를 상대로 검을 휘두를 수 있는 무대· 자네트는 그곳에서 수르트와의 친화력을 최대한 올릴 셈이다·
늘 그래왔듯 이번에도 성과를 낼 수 있을 터·
“요즘 주변의 기대감이 부담스럽지는 않아요? 제 조카도 천축은 가끔 언급하거든요·”
“부담은 안 느끼고 그냥 믿어주는 분들께 늘 감사할 따름입니다·”
자네트는 미소를 머금은 채로 한 번씩 고개를 끄덕였다· 겸손 또한 기사의 미덕일 테니까·
“아 그런데 자네트 양·”
귀부인이 눈을 반짝인다·
“이번에 예선 통과 1등으로 못했죠? 그거 어떻게 된 거예요? 내가 궁금해서 잠을 못 잤는데·”
“본선은 반드시 우승할 겁니다·”
자네트는 저도 모르는 사이 굉장히 날카로운 말투로 대답해버리고야 말았다·
“···아·”
뒤늦게 살짝 고개를 숙였지만 귀부인은 헛기침하면서 더 이상 말을 걸지 않았다·
그리고 그때·
“···마지막! 오늘의 대미를 장식해줄 물품! 원소의 힘을 온전히 머금었다고 전해지는 검날 휘두르고 베는 기적· 수르트입니다!”
경매사의 외침과 함께 수르트가 단상에 올랐다·
“시작가는 금화 1만개· 호가는 1천개입니다!”
오묘한 힘을 품은 기이하고 붉은 검날· 그 자태를 보자마자 자네트는 홀린 듯 버튼을 눌렀다·
지금부터는 수르트를 손에 넣기 위해서 온 전력을 다할 것이다·
시작이 1만· 호가는 무려 1천·
이 붉은 검날을 탐내는 이는 대단히 많았다· 1만2천 1만3천 1만4천···· 가격은 금세 천장을 뚫었다·
“44번 2만개! 이상 없습니까?”
44번 자네트·
천축 네 명의 생도가 각 가문으로부터 금화를 긁어모았다· 2만 개는 누구라도 쉽지 않겠지·
“후우우·”
그렇게 자네트가 안도의 숨을 내쉰 그 순간·
“1번 2만 1천개!”
“···?”
자네트의 시선이 곧바로 1번에게 향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수르트에도 관심이 있었다·
급하게 버튼을 연타했다·
“44번 2만 2천개!”
수르트의 검날을 입힌 검 그걸 휘두르는 상상만 며칠을 했는지 알 수 없다· 반드시 손에 넣어야만 했다·
“1번 2만 3천개!”
경매는 이미 둘만의 싸움이 되어있었다·
경매사의 입은 잠시도 쉬질 않고 좌석의 모든 사람이 자네트와 1번을 살피기 시작했다·
감탄 탄성 환호···· 그 모든 것이 경매장에 배경음악처럼 자욱하게 깔렸다·
“44번 2만 5천개!”
“1번 2만 6천개!”
귀로만 듣기에는 치열한 싸움· 그러나 눈으로 보면 실상이 전혀 달랐다·
“44번 2만 7천개!”
“1번 2만 8천개!”
44번 자네트가 버튼을 누르는 속도가 점차 늦어졌다· 치열한 싸움이 아니다· 1번이 자네트에게 목줄을 채우고 질질 끌고 가는 것에 가까웠다·
“44번 3만개! 3만개가 나왔습니다!”
천축의 네 생도가 본인들 가문의 돈을 끌어모아 만든 금화· 3만개·
필사적인 최후의 저항·
1번은 그것을 조금의 틈조차 없이 짓밟았다·
“1번 3만1천개!”
천축 생도들의 몸이 딱딱하게 굳었다·
경매장이 잠시 조용해졌다· 금액은 이미 상상을 초월했다· 모두 숨소리조차 줄이고 44번 자네트를 바라보았다·
얼굴에 흉터가 가득한 기사 바스티안이 자네트의 팔을 툭 건드렸다·
“···자네트 올려·”
그의 눈빛은 매우 진지했다·
“우리 가문 쥐잡듯이 뒤져서라도 돈 만들어 낼 테니까· 이거 절대로 지지마라·”
자네트는 숨을 고르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은 감사 인사를 할 틈조차 없었다·
잠시 후· 44번의 3만2천개·
경매사조차도 이 침묵을 깨는 데에 압박감을 느꼈다· 그가 어렵사리 입술을 떼었다·
“이상 없으면···· 세 번 호가하는 것으로····”
그러나 그때·
“1번 3만3천개!”
“···!”
천축 생도들의 눈이 경악으로 부릅떠졌다·
“····”
네 기사는 서로 시선을 교환했다·
한계다·
인정하기 싫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들의 재력으로는 수르트를 손에 넣을 수 없었다·
경매는 그들을 기다려주지 않았다·
“세 번 호가하겠습니다· 3만 3천개 3만 3천개 3만 3천개! 베는 기적· 수르트의 주인은 1번입니다!”
승자가 1번임이 공식적으로 정해졌다·
큰 박수 소리가 그에게 쏟아졌다· 정작 당사자는 별 감흥이 없는지 고개 한 번 끄덕일 뿐이었다·
경매는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귀족들이 웅성거리며 하나둘 자리를 떠났다· 그러나 자네트는 여전히 좌석에 앉은 채였다·
그녀의 시선이 1번을 향했다·
그 역시 아직 좌석에 앉아있다· 그는 수많은 경매품을 전리품처럼 거느린 채 살피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 전리품에는 수르트도 있었다·
자네트는 괜히 그에게 다가갔다·
“수르트의 주인이 되셨네요· 축하해요·”
그리고 그렇게 말을 붙였다· 예의라기보다도 그냥 원하는 경매품을 얻지 못한 아쉬움이 컸다·
1번은 자네트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는다· 조용히 수르트의 날을 살필 뿐이다·
그리고 다음 순간·
그가 내뱉은 말은 자네트의 예상 밖이었다·
“3만2천 개· 거기까지 호가했던가·”
그러나 이어지는 말들은 더더욱 예상 밖이었다·
“넌 운이 좋아· 어째 검날이 기대 이하로군·”
“···?”
1번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앉아있을 땐 몰랐는데 높이만으로도 위압적인 장신이었다·
그가 덤덤하게 말을 이었다·
“아낀 금화는 기사들 육성하는 데에나 써라·”
휙 돌아서서 자네트로부터 멀어진다·
“3만2천 개면 뭐라도 하겠지·”
그 한마디를 남겨두고서 말이다·
자네트는 멍하니 제자리에 남아 1번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뭐····”
육성·
기사들 육성에나 쓰라고?
충격적인 발언에 얼어붙어 있던 자네트는 문득 그의 목소리가 익숙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게 누구인지 떠올린 순간·
“···너!”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내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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