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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verpowered Archmage Doesn’t Hide His Talent Chapter 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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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94

“그렇게 하지·”

플란은 트릭시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평가 기준은 승패가 아니다· ‘기척을 잘 숨겼는가’에 중점을 두기에 대결 상대가 플란이라 하더라도 큰 상관은 없을 터·

또한 그에게는 고대 룬어의 힘을 빠르게 확인해보고픈 마음도 조금 있었다·

「고유결계」

그의 이론을 토대로 마이에브가 정리한 연구·

‘조작’ 계열 고대 룬어의 힘을 빌린 것으로 공간을 조작하여 술자만의 고유한 영역을 기어코 만들어내는 마법·

환혹 세계는 결국 환상에 불과하지 고유결계는 현실로 구현된다는 점에서 각 분야의 차이는 하늘과 땅만큼이나 크게 존재한다·

···플란은 그것의 정확한 성능이 궁금하다·

“지금 분명 수락한 거야·”

확답을 받고 싶었는지 트릭시가 사뭇 진지한 얼굴을 하고서 중얼거렸다·

“그래· 결정에 번복은 없다·”

트릭시는 그제야 후련하다는 듯한 얼굴이 되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러한 생각이 들었던 것도 잠시· 불현듯 플란과 이전에 치렀던 대결의 기억이 떠올랐다·

그가 일부러 트릭시를 봐주면서 상대했던 것은 아닐까 고민했던 찝찝한 기억· 소녀는 곧바로 입술을 달싹였다·

“너· 내가 하나 덧붙이는데·”

트릭시는 플란이 ‘적당한’ 태도로 임하기를 바라지 않았다· 각자가 전력을 다한 승부에서 승리하는 것이 목표이기에·

“절대로 봐주지 마· 대결에 진심으로─”

빡─!

말이 채 끝맺어지기도 전에 소녀의 고개가 뒤로 꺾였다· 

목이 그대로 부러지는 건 아닐까 싶어질 정도의 위력· 지켜보던 눈동자들이 순식간에 염려와 충격으로 물든다·

“····”

트릭시는 잠시 그 상태로 굳어버렸다· 눈앞에서 별이 반짝인다는 표현이 이런 걸까 싶어서·

플란이 눈을 가늘게 좁히며 물었다·

“뭔가 떠들고 있었나·”

서늘한 음색· 트릭시는 천천히 고개를 원위치로 돌렸다· 눈을 두어번 깜빡거렸다·

코에서는 주륵 하고 무언가가 흘러내렸다·

코피였다·

“···아무것도 아니야·”

화륵─!

트릭시는 곧바로 푸른 화염을 찰흙처럼 조형했다· 이내 드러나는 것은 푸른 늑대의 형상· 

예선에서 마주쳤던 마수를 통해 영감을 얻은「화랑」이었다· 「화랑」은 곧바로 플란을 파도처럼 집어삼켰다·

콰드드드득─!

그 거대한 아가리에 삼켜진 플란은 눈에 보이지 않게 되었다· 트릭시는 곧바로 인을 맺으며 영창을 외었다·

화랑의 푸른 화염에 ‘보조’를 더하기 위해·

‘화염은 지옥의 심장·’

트릭시는 화랑의 이빨 하나하나에 ‘폭발’의 성질을 심었다· 바꾸어 말해 이제 화랑은 수 개에 달하는 폭탄을 입에 문 것이나 다름이 없다·

‘그러나 축복의 점화·’

속으로 영창을 마친 즉시 화랑의 이빨 하나하나가 고열로 달아오르기 시작했고 그 결과·

콰아아아앙─!

원소 폭발· 그뿐이다·

화아아악─!

화랑은 그 화염과 폭발을 숨결처럼 뱉어내며 마구마구 날뛰었다· 

“···!”

흡사 용을 연상케 하는 모습에 지켜보던 이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마법적인 원리로 접근하기 이전에 그저 육안으로만 살펴도 대단한 광경이었으니·

이 전부가 트릭시의 최근까지 갈고닦은 재능과 노력의 산물이었다·

“후우····”

트릭시는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을 훔쳐냈다· 한 번에 마나를 너무 소모해서인지 잠시 현기증이 일었다·

조금은 뿌듯했다·

말도 안 되는 넓이의 경기장이 푸른 화염에 뒤덮여있는 모습· 예전의 트릭시라면 이런 풍경을 상상으로만 떠안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뿌듯함이 이내 걷혔다·

어느 순간 경기장 전체가 검게 물들었다·

다른 대표도 참관인도 화랑도 푸른 불꽃도 보이지 않는다·

그 한 가운데에는 그저 플란이 서 있었다·

 아직 트릭시는 이 원리를 이해할 수 없었다· 지금은 오직 한 가지만이 확실했다·

트릭시의 마법은 플란에게 닿지 않았다는 것·

플란은 태연하게 입을 열었다·

“네 마법은 지나가던 개도 감지했을 것이다· 지금쯤이면 하나둘 기사들이 도착했겠지·”

삼 초 정도 침묵 플란은 다시 말을 잇는다·

“그리고 지금쯤이면 사망· 뻔하다·”

“····”

트릭시는 미간을 좁혔다· 그러고 보니 마력을 감추는 것에 전혀 집중하지 못했다·

그러나 진정으로 분한 것은 마력을 감출 생각 없이 최선을 다했음에도 플란에게 닿지조차 못했다는 점이었다·

트릭시는 아랫입술을 짓씹었다·

“아니 안 뻔해·”

그리고 화염을 다시 제어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기척을 감추는 데에 집중하여 화염을 뱀의 형상으로 그림자처럼 뻗어나갔다·

가히 ‘암살’이라 칭할만한 마법이었다·

파스슷─!

하지만 말라비틀어진 낙엽이 바스러지듯 그 은밀한 움직임은 이내 완전히 틀어막혔다·

정확히는 빼앗겼다· 뱀의 형상을 이룬 푸른 화염이 플란에게 모조리 빨려 들어갔다·

“으····”

플란이 자신을 가만히 바라보고만 있는 것에 부아가 치밀어서 트릭시는 다시 한번 마나를 끌어모았다·

“···?”

끌어모으려 했는데 실패했다· 이번에도 역시 마나의 기운이 플란을 향해 흘러 들어간다·

트릭시는 이내 그것의 실체를 깨달을 수 있었다· 이건 단순한 방어가 아닌 ‘흡수’였다·

잠시 후 플란이 입을 열었다·

“지금도 뻔하다· 기척을 숨기랬더니 기척조차 나지 않을 정도로 위력을 줄였을 뿐이지·”

그는 「고유결계」내부에서 발생하는 모든 마법을 전보다도 훨씬 선명하게 느낀다·

원리 기척 강도···· 그 모든 것을·

“나는 약해질 것을 명한 적 없다· 강함을 유지하며 기척만 지우라고 누누이 일렀을 터인데·”

그러나 그것은 플란이 원래 잘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자신의 고유결계 내부에서라면 또한 상대방이 마나의 힘을 지니고 있다면····

그 마나를 흡수하는 것이 가능하다·

상대방의 마나를 활용하여 마법을 부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즉 지금의 플란은 마나의 제약으로부터 보다 자유로웠다· 총량이 부족해진다면 상대 마법사의 것을 빌려 설명하면 된다·

“전혀 어렵지 않다· 딱 한 번만 설명하지·”

그렇기에 이런 식의 개인 교습도 가능하다·

플란은 허공에 붙잡힌 푸른 화염을 다시 트릭시에게 건네주었다·

“이것의 화력을 온전히 유지하며 기척만을 지워보도록· 분명히 네가 배운 내용이다·”

“····”

전혀 어렵지 않다는데 어려워하는 자기 자신을 향해 분한 감정이 치미는 트릭시였다·

그녀는 술식을 처음부터 한 획 한 획 다시 긋기 시작했다· 어차피 시간에 여유가 있으므로 이번에는 보란 듯이 성공할 생각이었다·

총 21획의 선 3개마다 두께를 달리하여 실뜨기하듯 하나하나 엮어나간다·

‘그 이론이···· 여기에 접목하는 거였구나·’

천천히 뜯어보니 답이 보일 듯하다·

느낌이 좋다· 자신도 있다·

손가락의 속도가 점차 빨라지고 이번에는 성공할 것이라고 확신한 찰나·

“···!”

트릭시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무언가가 자기 팔을 붙잡았기 때문이었다·

“···?!”

그리고 다음 순간에는 더더욱 놀라 몸을 떨었다· 그 ‘무언가’가 다름 아닌 플란의 손이었기에·

그는 트릭시의 팔을 붙잡고 손가락을 분필처럼 사용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술식을 하나하나 고쳐나간다· 

“그 부분이 아닐 텐데· 이 부분을 수정해야지·”

“너 너 너···· 무슨····”

“푸른 화염은 프리츠의 내력이지· 어쩔 수 없다· 네 손가락으로 그어야 하니·”

하녀에게조차도 잡혀본 적 없는 몸·

충격은 대단했다·

푸른 소녀의 얼굴이 웬일로 당혹감에 물들었다· 몸이 떨리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누구 맘대로 남의 손을 무슨 분필처럼····”

“집중해라· 네가 기척을 숨기기 위해서는─·”

플란은 묵묵히 설명을 이어간다·

그의 저음을 이렇게 가까이서 들어보는 것은 처음이다· 이렇게나 몸이 길다는 것도 새삼 처음 느끼는 사실이었다·

소녀는 문득 고개를 들어 올렸다· 플란의 무심한 눈동자는 여전히 술식을 향해있었다·

“이 부분에서는 호흡도 주의해라· 경지에 이른 자들은 호흡만으로도 의중을 파악하는─”

이어지는 플란의 설명에 집중하지 못했다·

이 오묘한 분위기와 상황을 무어라고 단정 짓고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를 잠시 고민했다·

그리고 그때·

플란의 향이 트릭시의 코끝을 간질였다·

익숙한 향·

“에─!”

트릭시는 바보 같은 비명을 내질렀다· 집중했던 마나가 전부 흩어지며 술식은 쾅 하는 소리와 함께 폭발해버렸다·

사방으로 터져나간 기운은 이내 플란에게 흡수된다· 플란은 미소 지으며 중얼거렸다·

“···마음에 든다·”

진심이었다·

정말 진심으로 플란은 고유결계가 만족스럽다·

“뭐 뭐라는 거야· 비켜· 비켜! 비 비켜!”

트릭시는 플란을 밀쳐내고 허겁지겁 경기장을 벗어났다· 

“베키·”

훈련장에 뒤늦게 도착한 루이스가 베키를 소리내어 불렀다· 그러나 베키는 멍하니 선 채 대답이 없었다·

“베키?”

“아 어어· 응·”

루이스는 하는 수 없이 검지로 베키의 어깨를 건드렸다· 그제야 미적지근한 반응이 되돌아온다·

“나 이제 막 도착했는데· 뭐부터 하면 돼?”

“어어····”

그러나 그것도 표현 그대로 반응만 보이는 것일 뿐· 베키의 정신은 이미 다른 곳에 팔려있었다·

베키가 충격에 빠져있는 이유가 궁금해지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루이스가 베키의 시선을 뒤쫓는다·

“···?”

우선 생각에 잠겨있는 플란이 있었다· 그리고 뒤편의 관중석에서는 여덟 명쯤 되어보이는 교수들이 흥분한 표정으로 수군거리는 중이었다·

“무슨 일이 있었나?”

무슨 일이 있기야 했겠지·

루이스는 훈련장으로 들어오며 마주쳤던 트릭시의 얼굴을 떠올렸다· 

얼굴이 새빨개진 모습 비틀거리면서 제대로 걷지도 못하던 그 모습· 정상은 아니었다·

“베키 혹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줄 수 있을까?”

“····”

베키는 대답하지 못했다·

소녀의 머릿속은 현재 뒤죽박죽이었다· 루이스가 친절하게 건네오는 말이 지금은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플란의 마법· 머릿속엔 오로지 그뿐이다·

머릿속에서 방금 보았던 검은 결계가 맴돌았다· 더없이 깊고 진한 흑색· 느껴본 적 없는 기운· 그런 건 처음 봤다·

“베키?” 

루이스가 베키를 재차 불렀다· 이제는 아예 대답이 돌아오는 일이 없다·

이러한 와중에도 교수들의 말소리와 흥분은 계속해서 커지는 중이다· 루이스는 그들의 동요가 맨눈으로도 선명하게 느껴졌다·

“플란이 또 뭔가 해냈나 보네····”

소년은 조용히 중얼거렸다· 감상을 굳이 늘어놓는다면 플란이 벌였을 ‘무언가’를 제 눈으로 직접 살피지 못한 것이 아쉬울 따름이었다·

“대표 학생분들·”

그때· 안경을 쓴 깔끔한 인상의 여성이 루이스와 베키를 향해 다가왔다·

루이스도 몇 번 얼굴을 본 적이 있는 여자였다· 아마 총장의 비서였던걸로 기억하는데·

“점검 끝났어요· 그러니까···· 남은 하루는 자유로이 보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녀 역시 받은 충격이 적지 못했는지 안경을 자꾸만 밀어올렸다· 전달을 마친 비서는 허겁지겁 플란에게 다가갔다·

“플란 학생· 점검은 됐고 우리랑 이야기 좀 했으면 하는데요· 꼭 좀 부탁드릴게요·”

플란은 고개를 끄덕여 수락했다· 학생을 거의 모셔가다시피하는 비서의 모습에 루이스는 절로 헛웃음이 나왔다·

“···하필 오늘 늦어서· 인생 크게 손해 봤네·”

그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마침내 토벌제의 아침이 밝았다·

“그 날이 되었사옵니다·”

둘째 황녀 오로라· 

황금빛의 눈동자는 제 동생의 것과 똑같지만 칠흑의 머리카락은 완전히 정반대였다·

그녀는 꼭두 새벽부터 황궁에서 환관으로부터 보고를 받는 중이었다·

“중계는 문제 없겠지? 답답한 건 질색이다만·”

“황녀님께서도 보시는 것인데 기자들이 최선을 다할 겁니다·”

토벌제의 무대가 되어줄 장소는 마수가 들끓는 지역 ‘베르켈’· 

대표들이 현장에서 펼쳐내는 격렬한 무위를 아카데까지 생생하게 전달하는 것은 전부 이들의 몫이다· 하여 기자들의 역할과 책임감 역시 막중할 수밖에 없었다·

“올해는 나오겠느냐·”

“예?”

“잔불의 기사 그 여자의 견갑을 부술 놈 말이다·”

“그건 역시 힘들지 않을까 싶사옵니다· 세간에서는 검 휘두르는 것만 볼 수 있어도 특종이라고들 말하는 터라····”

잔불의 기사 스칼렛 역시 토벌제에 참여한다·

스칼렛의 견갑에 피해를 입힌 조에는 말도 안 되는 수치의 점수를 제공하는 방식·

참가자로서 참여하는 것은 당연히 아니며 잔불의 기사를 원하는 시청자들의 필요에 맞추어 위와 같은 형태를 띠게 되었다·

덕분에 시청자들은 토벌제에서 잔불의 기사의 모습을 볼 수 있게되고 참여조에게는 일발 역전의 기회가 주어지는 셈이다·

···물론 그 기회를 잡을 가능성이 불가능에 수렴한다는 것이 맹점이라면 맹점이었다·

“음· 그럼 이번에는 누가 우승할 것 같으냐·”

“이변이 없는 한 천축으로 예상하옵니다·”

“올해는 아주 이변으로 가득한 것 같던데?”

오로라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걸음을 옮겨 벽면에 붙어있는 메르헨 아카데미의 교정 지도를 살폈다·

“그리고 재미있는 건 그것 뿐이 아니노라·”

우선 기사학부에서 가장 큰 건물· 보는 것만으로도 경엄해지는 기사 신전· ‘원탁’이 놓여있는 바로 그 장소·

“잔불의 기사·”

이번에는 둘째 황녀의 반대편으로 향했다·

마법 학부에서 가장 높은 첨탑 형태의 건물· 마탑이었다·

“그리고 플란·”

그녀가 들은바 플란은 자기 확신과 원대한 목표· 온통 그러한 것들로 가득 뭉쳐있는 사내였다·

현재 그녀의 손에는 황실의 비밀 서약이 들려있는 채였다· 토벌제 본선이 종료되는 시점에 이 비밀은 더이상 비밀이 아니게 된다·

“과연 어떻게 될지····”

그녀는 그 날이 기대된다·

이 마법사가 얼마만큼 또 어디까지 날아오를지 지켜보는 일 역시 상당히 즐거울 듯하다·

“한 번 훨훨 날아올라 보거라·”

그 때는 이 몸의 시선을 빼앗을지도 모르니·

오로라가 조소를 머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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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verpowered Archmage Doesn’t Hide His Talent

Overpowered Archmage Doesn’t Hide His Talent

Score 8.4
Status: Completed Type: Author: Released: 2023 Native Language: Korean
Archmage Kaplan possessed the body of a boy who was betrayed by his childhood friend. In the boy’s diary, he found by chance that he wanted to become a great magician. “Shall we try one more time, then?” ‘Let’s do it.’ In the end, those who are good at magic should use it w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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