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95
한때 기사 학부에서 네 남매를 이끌었던 여기사 엘라는 이름 모를 폐허에 기대어 앉아있었다·
“훗·”
그때 위로부터 들려오는 낮은 비웃음· 엘라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렸다·
백발과 금발이 뒤섞인 오묘한 머리카락·
그것은 한 올의 흐트러짐조차 없이 고풍스럽게 땋아 올려져 창백한 목덜미를 고혹적으로 드러내고 있었다·
또한 망토에 새겨져 있는 염소 문양· 엘라는 그것이 ‘마인’의 상징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많이도 돌아다녔네· 여긴 남부야· 알아?”
“당신은···· 읏····”
두통이 울리며 정보가 주입된다·
자신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대마녀의 현신이라고 할 만한 눈앞의 여성이 ‘질투의 마녀’임을 깨닫게 되었다·
질투 마녀는 여유롭게 말을 이어 나갔다·
“마주치는 사람들은 전부 죽였던데···· 스물? 서른? 후후후 그렇게 눈에 띄면 좋지 않아·”
“····”
엘라는 잠시 침묵하다가 입술을 떼었다·
“이유·”
“응?”
“이유가 뭐야· 나한테 힘을 준 이유가····”
“풋· 아니 아니지· 질문은 내가 할 거야·”
마녀가 자세를 조금 낮추었다· 그녀의 회색빛 눈동자와 엘라의 감은 눈이 시선을 마주한다·
“어땠어? 내가 준 힘은?”
“힘····”
엘라는 있었던 일을 가만히 되짚었다·
정처 없이 떠돌며 무려 서른 명에 달하는 모험가들을 차례차례 마주쳤으나 엘라는 단 한 번도 패배하지 않았다·
이는 순전히 마인으로부터 받은 힘 덕택이었다·
“강해· 그것도 엄청·”
우선 이렇게밖에 표현되지 않았다· 마녀의 입꼬리가 살짝이지만 호선을 긋는다·
“마음에 든다니 다행이네· 그럼 지금은 복수할 수 있겠어?”
“····”
엘라가 아랫입술을 짓씹었다·
플란·
뭐라고 설명해야 좋을까· 그 황당한 녀석을·
그 마법사와 관련된 감상을 하나하나 늘어놓자면 끝이 없겠지만 결국 엘라가 내뱉은 말은 너무나도 단순한 것이었다·
“···자신 없어·”
가만히 듣던 마녀의 눈매가 날카로워졌다·
“내게 주어진 이 힘도 분명 강해· 하지만 플란 그 녀석은 한 차원 다른 곳에 있었어· 도저히 넘을 수 없는 벽· 그런 느낌이었으니까·”
“흐음~”
질투 마녀의 고개가 옆으로 꺾인다·
‘그 정도란 말이지·’
그녀는 엘라의 반응이 생소하다· 인간에게 힘을 쥐여준 후 이런 반응이 돌아온 적은 없었기에·
인간은 늘 틀에 박힌 반응뿐이었다·
갑작스레 주어진 힘에 신나 날뛰거나 힘을 이겨내지 못하고 폭주하고 잡아먹히거나···· 고작 그 정도의 유희였는데 이런 것은 처음이다·
‘결코 적은 힘도 아니었을 텐데 말이야·’
한데 그 힘을 가지고도 여전히 벽을 느낀다니·
‘···재미있네· 아니 질투라고 해야 옳을까?’
질투 마녀의 힘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엘라는 플란이라는 존재에 여전히 얽매여있다·
바로 그러한 점에서 질투 마녀는 플란을 향해 질투와 흥미를 반반씩 품었다·
“엘라·”
“왜·”
“너에게 더 많은 힘을 줄게· 저주를 내려주겠다는 소리야· 그럼 복수할 수 있겠어?”
엘라가 고개를 번쩍 들어 올렸다·
“저주···?”
마인의 고유한 힘· 저주·
타인의 행복과 생명력을 갉아먹어 오로지 자신의 이득으로 취하는 한없이 이기적인 힘·
“그래· 물론 그냥 주는 건 아니란다· 베르켈에서 물건 하나를 가져와야 할 거야·”
“물건····”
“그래· 물건· 그게 무엇인지는 네가 알 필요 없어· 호기심도 가지지 말고·”
엘라는 빠르게 결정을 내렸다·
플란을 다시 만나 그날의 답을 찾을 수 있다면 자신을 벌레처럼 내려다보던 천축에게 복수할 수 있다면····
물건 심부름 하나쯤은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
“내게 힘을 줘· 어서·”
“내 말이 아직 끝나지 않았어· 엘라·”
마녀가 엘라의 손등을 꾸욱 밟았다·
“···!”
동시에 격통이 엘라의 전신을 휩쓸었다· 머리가 온통 새까매지며 의식은 저 멀리 아득해진다·
“커···· 헉····”
결국 피를 토했다· 가슴을 꽉 움켜쥔 엘라의 귓가에 한층 더 서늘해진 질투 마녀의 목소리가 파고들었다·
“실패하면 네 존재를 아예 지워버릴거거든·”
엘라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은 어차피 일전에 한 번 죽은 것이나 다름없는 몸이었다·
“좋아· 방금 네가 받은 건 ‘흡수의 저주’야·”
“으····”
엘라는 심호흡했다·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며 몸의 변화를 감지하는 데에 집중했다·
아예 다른 존재로 태어난 듯한 기분· 몸의 기운 하나하나가 더없이 선명하고 가볍다·
“지금부터 네가 누군가의 숨통을 끊는다면 그건 온전히 너의 힘으로서 흡수될 거야·”
“온전히···· 나의 힘···?”
“마침 토벌제가 지금 베르켈에서 진행 중이지? 플란 역시 그곳에 있을 테고·”
“응·”
“베르켈은 밤이 되면 안개가 자욱하게 깔려· 다시 말해서 기자들조차도 안에서 벌어지는 일을 알 수가 없어·”
엘라의 몸이 움찔 떨렸다·
질투 마녀가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 벌써 어렴풋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어때 엘라· 너한테는 진수성찬 아니야?”
엘라가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복수도 임무도····”
그리고 그녀는 마침내 눈을 떴다· 질투 마녀의 것과 똑같은 회색빛 눈동자였다·
“반드시 완수하겠어·”
◈
토벌제의 무대 ‘베르켈’· 아카데미로부터 이곳까지의 거리는 상당하다·
지극히 상식적인 일이었다· 마수가 득시글거리는 베르켈 근처에 배움의 요람을 지어놓을 수는 없는 일이었으니· 하여 토벌제의 대표들은 기차를 타고 이동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토벌제에서 좋은 성과 있길 바라겠습니다!”
그리고 베르켈에서 멀지 않은 도시 ‘제르운’의 기차역· 백작의 근위병들이 기사 생도들을 향해 예를 표했다·
천축 기사단의 대표 생도· 자네트는 장미처럼 붉은 머리칼을 귀 뒤로 넘기며 미소로 화답했다·
“고마워요· 최선을 다할게요·”
“예!”
대표들은 방금 제르운의 백작으로부터 식사를 제공받은 참이다· 이렇듯 토벌제는 현재 지역을 불문하고 많은 이들의 관심사였다·
제르운은 식사를 위해서 잠시 들렀을 뿐· 기사 생도들은 다시 하나둘 기차에 올라탔다·
이들을 위해 마련된 귀빈 전용 객실은 굉장히 호화롭다·
침대 소파 마실 거리 읽을거리···· 사실상 한 량 전체가 움직이는 호텔이나 다름없었다·
자네트의 맞은편 자리를 배정받은 것은 아이반· 책상을 사이에 두고 아이반은 먼저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베르켈까지 가는 길· 잘 부탁드리겠소·”
“잘 부탁할 것까지야· 겨우 4시간 타는 건데·”
“4시간이라····”
아이반의 고개가 살짝 기울어진다·
“그러고 보니 궁금했소· 왜 굳이 정해진 시간에 기차를 3번이나 갈아타야 하는 거요?”
이들이 타고 있는 귀빈 전용 기차는 알아서 베르켈까지 나아간다·
바꾸어 말해 굳이 기차를 갈아탈 이유가 없다는 것인데 아이반은 환승의 이유가 궁금했다·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야· 뭐···· 이런 건 1학년인 네가 모르는 게 당연하지·”
자네트는 덤덤하게 대답하며 검날과 손수건을 책상 위로 올렸다·
무려 금화를 3만 개나 들인 베는 기적· 새 상태나 다름없는 기적의 검날 수르트였다·
그 검날의 자태를 확인하자 자네트의 입가에는 자연스레 미소가 떠오른다·
경매장에서 놓쳤을 때 충격이 굉장했는데 이름 모를 누군가가 중고로 판매해준 덕분에 한 시름 놓았다· 아니 아주 기뻤다·
“큰 위험···?”
“그래· 마수 같은 거· 운 안 좋으면 마인·”
아이반이 그 즉시 객실을 이리저리 살폈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마법 학부 대표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이내 여기사의 눈이 동그래졌다·
“마법 학부엔 알리지 않은 거요?”
“그럴 의무가 없지· 애초에 기차를 세 번 갈아탄다는 것 자체가 아는 사람들만 아는 방식이야· 이런 것도 실력 아니겠어?”
아이반은 아직 전혀 납득하지 못한 얼굴이었다· 자네트는 검날을 닦으며 말을 덧붙였다·
“토벌제라는 게 원래 그래 아이반· 왜 수많은 사람이 토벌제에 열광하는지를 몰라?”
“선배의 생각을 들어보고 싶소·”
“우선 첫 째 대표들이 환상이 아닌 실제 마수를 상대하기 때문이지·”
마수의 퇴치를 반기지 않을 이는 적어도 인간 중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하여 토벌제의 위상과 인기는 해마다 상승하는 중이었다·
베르켈 주민들의 지지가 상당하다는 것은 두 번 말해봐야 입만 아프다· 그들 입장에서는 해마다 거주지에서 ‘마수 청소’가 이루어지는 셈이니·
“그리고 둘째 너도 각서를 작성했을 거 아니야· 그것도 네 손으로 직접·”
“···작성했소·”
─대표 본인은 토벌제의 위험성을 충분히 숙지하였다· 또한 발생할지 모르는 불의의 사고에 대하여 모든 책임을 자신이 짊어진다·
“바로 그거야· 목숨을 걸고 뛰어든다는 점· 보는 이들이 열광하기엔 충분한 거지·”
“흠····”
“아이반· 그럼 이제 대답해봐· 굳이 직접 전투하지 않고 다른 조를 떨어트릴 방법은 뭐가 있을까?”
“····”
아이반은 자네트의 말을 곧바로 이해했다·
“···상당히 치사하게 생각되오만·”
“풋·”
자네트는 그만 웃음을 참지 못했다·
이상과 정의를 과하게 밀어붙이는 아이반을 보고 있노라면 아직은 철없고 어리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런 시절이 물론 자네트에게도 있었다·
결국 아이반도 경험을 거치며 바뀌게 될 테지·
“글쎄? 도대체 누가 우릴 치사하다고 비난할 수 있을까·”
자네트가 어깨를 으쓱였다·
“규정에 어긋나는 짓은 하나도 하지 않았어· 그냥 마법 학부가 요령이 없었을 뿐이지· 아 이런 말도 있잖아?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한다·”
자네트는 여전히 검날을 닦는다· 아이반에게는 시선조차 주지 않으며 말을 잇는다·
“선배들도 전부 당하면서 알아낸 요령이지· 마법 학부는 이제야 본선에 발을 디뎠는데 어쩌겠어? 본인들도 당하면서 요령을 익히는 수밖에·”
“····”
“또 어떻게 보면 나쁜 것만도 아니야· 마수들을 전부 물리치고 오면 그것도 점수로 포함해주잖아· 안 그래?”
후─
다 닦은 검날에 자네트가 입김을 불었다· 수르트의 검날이 프리즘처럼 빛을 발했다·
“그래도 의외야· 아이반·”
“무엇이·”
“걱정된다면서 기차를 뛰쳐나가면 어쩌나···· 뭐 그런 생각도 했었거든· 너 플란 좋아하잖아?”
아이반은 말없이 고개를 돌렸다·
플란을 좋아한다라 부정할 말은 아니었다· 그녀는 플란을 스승으로서 좋아하고 있으니까·
치이익─
때마침 기차가 움직이기 시작했고 두 기사의 대화는 단절되었다· 자네트 역시 창밖으로 시선을 던질 뿐이었다·
아이반은 눈을 가만히 감고서 어두운 도화지에 조용히 무언가를 하나둘 그려내기 시작했다·
플란과 함께했던 훈련의 장면들이었다·
그가 보여주었던 기묘한 힘 움직임 그것들을 되새김질하며 머릿속으로 열심히 연상했다·
점점 더 깊게 생각에 빠져든다·
상상 속에서 자신은 더없이 화려한 검로를 펼쳐낸다· 그리고 그 검로는 어느 순간 그녀조차 모를 어떠한 마법진의 형태를 띠고 있었다·
“믿기에 염려하지 않을 뿐이오·”
여기사가 조용히 읊조렸다·
◈
나는 기차의 개인실에 앉아 물건들을 점검하는 중이다·
수르트의 원소를 입힌 시계 계산을 보조해줄 고깔모자 내구력을 올려줄 망토···· 경매장에서 입수한 물건들을 입맛에 맞게 바꾸었다·
나를 위한 물건들은 당연히 아니고 대표들이 불의의 사고에 휩쓸리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갑옷과 같은 여러 가지 방어구가 익숙한 기사들에 비해 마법사가 걸칠 수 없는 방어 장비는 허술하기 짝이 없어서 내가 일일이 손보는 수밖에 없었다·
“쯧····”
문득 혀를 찼다· 부모도 아니고 내가 왜 아이들 뒷바라지를 하고 있는지····
제대로 가르쳐서 아주 확실히 부려 먹을 생각이다· 그러한 생각을 하고 있던 때에·
똑똑─
“누구냐·”
대답이 돌아오는 대신 문이 벌컥 열렸다· 이내 개인실 내부에 가득 차는 재스민 향·
안 봐도 트릭시였다·
“물어볼 게 있는데·”
“뭐지·”
“왜 그랬어·”
퉁명스러운 말투로 말을 붙이며 트릭시는 내 건너편에 마주 앉았다·
“무엇을·”
“손수건 말이야·”
툭 툭 툭 그녀가 잘 다듬어진 손톱 끝으로 책상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왜 안 건네줬냐고· 가르침 씨한테·”
“건네주었다·”
“거짓말·”
뜬금없는 소리를 왜 이토록 진지하게 하는가·
그러한 생각을 하자마자 트릭시가 덧붙였다·
“착각하지 마· 너랑 손수건의 향을 비교 대조 해본 건 아니니까· 단지 네가 나와의 약속을 제대로 이행했는지 궁금해서····”
“두 번 말하지 않겠다· 건네주었어·”
“만약 이행하지 않았다면 이번 일은 절대로 그냥 넘어가지 않을···· 응?”
트릭시가 말을 끝맺지 못하고 눈썹을 꿈틀거렸다· 이내 입술을 샐쭉이며 되묻는다·
“건네줬다고?”
“그래·”
“···진짜?”
“직접 연락해서 물어보지 그래·”
개인실 내부에서 잠시 정적이 흘렀다·
“흐흣····”
그러다 어느 순간 트릭시의 입꼬리가 올라갔지만 이내 헛기침했다·
그녀가 정색하더니 다시 입술을 달싹인다·
“너 그럼 향수 바꿔· 짜증 나니까·”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
이 시계가 머금은 원소의 힘은 결코 적지 않고 시계가 혹시라도 트릭시의 회로를 다치게 할까 염려되어서였다·
조수가 고장나면 안 될 일이다·
“···!”
트릭시의 눈이 한 박자 늦게 커다래졌다·
계산해 본 결과 이 시계는 트릭시에게 가장 어울린다· 화염이 한층 더 푸르러지는 데에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터·
접촉은 길지 않았다·
나는 시계만 감아준 뒤 곧바로 손을 떼었다· 타인에게 손을 대는 감각은 나 역시 결코 반기는 것이 아니라서·
“이 시계는 앞으로 늘 착용해라·”
“너 또···!”
트릭시가 손을 자신의 가슴 부근으로 잽싸게 가져간다·
얼굴을 붉힌 다 눈을 부릅뜨고서 제 손과 나를 빠르게 번갈아 가며 쳐다본다·
허나 그녀가 내게 무언가를 따져 물을 틈은 존재하지 않았다· 문이 다시 한번 열리며 베키와 루이스가 들어왔기 때문에·
트릭시가 베키를 쏘아보았다· 굳이 베키를·
“넌 또 뭐야·”
“갑자기? 나는 메르헨 아카데미 1학년의 마법 학부생····”
“시끄러워·”
“응·”
트릭시는 뭔가 불만스러운 듯 혼자 씩씩거리다가 고작 두 마디를 입술 밖으로 내뱉었다·
“···가르침 씨한테 전부 말할 거야· 파문 각오해·”
그렇게 트릭시는 밖으로 나갔고 베키와 루이스는 두 눈을 깜빡이며 내 맞은편에 앉았다·
“뭐야 플란···· 둘이 무슨 일 있었어?”
“됐고· 너희도 하나씩 받아라·”
나는 그들에게도 장비를 하나씩 건네주었다· 베키에게는 고깔모자를 루이스에게는 망토를·
원본품부터가 경매에서 고가로 취급하는 명품들이고 그 위로 내 마법이 더해졌으니 가치는 더더욱 상승했을 터·
“프 프 플란이 나한테···· 이런걸···?”
그걸 느꼈는지 베키가 눈물을 글썽였다·
“호들갑 떨지 마라·”
“아 으 으응! 흐윽···!”
베키는 고깔모자를 턱밑까지 눌러썼다· 나를 웃기려고 행동한 것이라면 나름대로 성과가 있었다·
루이스도 나름 감동한 모양이었다· 깔끔한 디자인의 망토를 걸치더니 그 입이 조금 벌어진다·
“둘 다 이만 나가보도록·”
베키와 루이스를 밖으로 내보낸 후 나는 숱하게 많은 기차의 노선을 확인했다· 늘 그랬듯 지금도 할 일이 아주 많다·
「마수를 피하는 기차 노선」
마이에브가 나를 위해 직접 작성해준 자료·
‘마수를 피하는’이라고 기세등등하게 적혀있긴 하다만 마이에브는 마수를 마주칠 확률이 높은 노선들만을 철저하게 기입해 놓았다·
그것을 반대로 쫓는다면 마수를 피할 수 있는 노선만을 파악하는 건 일도 아니다·
일도 아니고 매우 안전하게 갈 수 있지만·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
나는 위험한 노선으로만 경로를 구성했다·
아니 사실 위험하다는 말에도 어폐가 있다·
“재미있는 노선으로만 구성한 셈이지·”
창밖을 바라보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