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레벨로 회귀한 무신 외전 18화>
외전 18화
검왕도 무신이면 당연히 동방삭이라고 생각하는군·
무신=동방삭은 확실히 이 세계의 상식인 것 같았다·
“난 동방삭이 아니다·”
“무신인데 동방삭이 아니라고?”
“에에? 무신이면 당연히 동방삭일 텐데···?”
성지한의 대답에 깜짝 놀라는 검왕과 다케다·
그리고 이 말은 이들만 들은 게 아니라·
“무신이라··· 확실히 강하긴 했어요·”
“근데 왜 동방삭이 아니라고 하는 거죠?”
“그러니까요·”
기자들을 포함해 더 나아가 생중계로 이를 보고 있던 사람들에게까지·
무신임을 주장하면서도 자신이 동방삭은 아니라고 하는 존재라고 인식되었다·
그로 인해 성지한에 대한 의문이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근데 생각해 보면 무신도 여럿 있을 수 있는데····”
“왜 동방삭만 무신이라고 생각했지?”
“그러게요?”
사람들은 지금까지 왜 동방삭만 무신이라고 여긴 건지 질문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지이이잉····
[10% 이상의 인류가 무신의 존재에 의문을 느낍니다·]
[‘무신 동방삭’에 대한 믿음이 일부 흔들립니다·]
성지한의 눈앞에 메시지 창이 떠올랐다·
‘벌써 10%나?’
던전 포탈 파괴에 검왕과의 전투까지·
전 세계의 이목을 끌만한 이슈가 연속적으로 터져 나와서 그런 건지·
무신 이야기를 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음에도 벌써 인류의 10%가 동방삭에 대해 의문을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무신 동방삭’이 당신을 인지합니다·]
뒤이어 나온 메시지가 떠오름과 동시에·
스스스····
성지한의 눈앞에 작은 태극문양이 떠올랐다·
크기 자체는 손바닥 정도밖에 되지 않지만·
‘이건····’
태극의 문양이 거꾸로 돌아가자 성지한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역으로 돌아가는 태극·
이건 동방삭의 태극마검이 나타날 때의 전조 아니던가·
그가 이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을 때·
“아····”
“이건···?”
태극을 보던 검왕과 다케다의 반응이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현실과 다를 바 없는 생동감을 보여 주던 지금까지와는 달리·
멍한 얼굴로 어딘가 망가진 것 같은 둘의 모습이었다·
성지한은 이들의 표정과 태도를 보자 얼마 전에 진유화를 제압했을 때가 떠올랐다·
-스 스페이스 리그 경기?
-뭐 뭐야· 엘프가··· 왜 저렇게 보여···
성지한이 스페이스 리그 경기를 보여 주었을 때·
처음에는 이걸 왜 보여 주는지 의아해하던 그녀는 눈동자에 초점이 사라지더니·
결국엔 의식을 잃고 혼이 빠져나가 인형처럼 변했지·
검왕과 다케다가 보여 주는 반응은 그때보단 속도가 덜했지만·
저 태극을 계속 바라보다간 그들도 맛이 갈 것 같았다·
‘뭐 이 두 사람이야 그러든 말든 상관없다만····’
뒤에 서 있는 윤세아한테 영향을 끼치도록 놔둘 순 없었다·
스윽·
청의 기운을 발현한 성지한이 태극에 손을 뻗자·
슈우우우····
거꾸로 돌아가던 태극의 움직임이 서서히 멈추었다·
‘크기가 작아서 그런지 제어가 어렵진 않군·’
검왕의 쌍검을 꺾으면서 스탯 청이 올라간 영향도 있는지·
역으로 돌아가는 태극을 멈추는 건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성지한은 태극을 완전히 정지시킨 후·
꽈악···!
주먹을 쥐어 부숴 버렸다·
그러자·
[‘태극마검’의 소환을 저지했습니다·]
[‘무신 동방삭’의 강림이 10일 늦춰집니다·]
동방삭의 강림이 늦춰졌다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이러면 여기에 10일 더 있을 수 있는 건가·
성지한이 이를 보면서 두 눈을 번뜩였다·
“윽···!”
“허· 헉···! 뭐였습니까? 방금은?”
검왕과 다케다가 아까의 멍한 상태에서 벗어나 정신을 차렸다·
그래도 진유화 꼴은 안 났군·
성지한은 그들에게서 시선을 돌려 윤세아 쪽을 바라보았다·
“넌 괜찮아?”
“아··· 네· 아까 그 태극을 볼 때만 해도 굉장히 이상한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멀쩡해요·”
“이상한 느낌은 어떤 거였지?”
“음 뭐라고 표현해야 하지··· 약간 멍해지면서 현실감이 사라진다고 해야 할까요?”
현실감이 사라지는 느낌인가·
그래도 가까이서 태극을 봤던 검왕이나 다케다보다는 영향이 덜한 것 같았다·
“저 저흰 그럼 가 보겠습니다····”
한편 정신을 차린 다케다는·
성지한을 두려운 눈으로 바라보면서 검왕의 옷깃을 살짝 끌었다·
태극을 띄운 건 성지한이 아니지만·
그래도 거기에 영향을 받아 혼이 나갈 뻔한 걸 겪고 나니·
얼른 이 자리를 탈출하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래· 가자·”
검왕도 같은 마음이었는지·
순순히 다케다를 따라 자리를 떴다·
부러진 간장과 막야의 칼날은 회수조차 하지 않은 채 패잔병처럼 떠나는 둘·
찰칵· 찰칵····
기자들은 그 광경을 연신 카메라에 담아내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저들은 태극을 못 봤나?’
여길 생중계할 정도면 태극도 인지한 사람이 많을 텐데·
검왕이나 다케다는 혼이 나가기 직전까지 갔는데 저 멀리에 있는 사람들은 아무 이상이 없어 보였다·
단순히 거리가 멀어서 그런 건가?
‘흠····’
성지한이 고민에 잠길 즈음·
[‘무신 동방삭’이 당신을 도전자로 인정합니다·]
[메인 퀘스트 ‘무신의 초대’가 업데이트됩니다· 앞으로 메인 퀘스트 창을 활성화할 수 있습니다·]
[서브 퀘스트가 갱신됩니다·]
성지한의 눈앞에 퀘스트 관련 메시지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
다음 날·
[기프트 ‘탐색’ 가치 급상승! 대형 길드의 러브콜이 시작돼·]
[처참히 패한 검왕 부러진 칼날을 두고 자리를 떠나다·]
[무신은 동방삭이 아니라 성지한?]
[민머리의 배런 의외의 호평이 이어져]
세계의 유수 언론들은 전날 있었던 대형 사건을 다루는 데 지면을 모두 할애하고 있었다·
-어제 진짜 장난 아니었네···
-던전 포탈 파괴 방법부터 시작해서 세계 랭킹 1위 3위 죄다 털리고 ㅋㅋㅋㅋ-무신 동방삭이 아니라 무신 성지한이라니··· 뭔가 어색하네 -성지한은 그냥 무신이 강림한 육체 아님? 원래 본명은 따로 있지 않을까 어제의 일 중 인류에게 가장 중요한 건 던전 포탈 파괴 방법이었지만·
가장 화제가 된 건 역시 무신 성지한에 대한 이야기였다·
압도적인 힘으로 랭킹 1위와 3위를 털어 버리고·
‘무신=동방삭’이라는 사람들의 인식도 뒤흔들었으니까·
-난 그래도 시즈루가 제일 기억에 남음· 매료 당할 만하더라···
-그거 가짜잖아; 안은 아카리더만
-어쨌든 외모는 그렇게 생겼다는 거 아니야? 검왕이 사랑한다 ㅇㅈㄹ하는 것도 인정하게 됨-근데 그렇게 처맞고도 끝까지 안 흔들리던데··· 솔직히 걍 죽여 버렸으면 했다 -쩝 짜증 나도 스페이스 리그 대표팀에선 같은 편이잖아··· ㅡㅡ 거기에 국제 문제로 커질 수도 있고 -그래도 지금 동북아 리그에서 저놈 땜에 망하게 생겼는데···
그리고 한국과 일본에서는·
이토 시즈루와 검왕의 관계가 더 조명받고 있었다·
일본에서조차도 막상 검왕이 왜 일본에 온 줄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었는데·
시즈루의 정체가 어느 정도 드러나자 그녀를 혐오하는 한국과·
-검왕이 왜 왔나 했더니··· 여신 덕이었네요 (笑)
-조선 땅에서 죽을 뻔했는데 살려 줘서 감사합니다 따님 www -혈연은 끊을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세아 님도 그냥 같이 오시죠?
일본의 반응이 극과 극으로 갈렸다·
“후우··· 제가 괜히 끼어들어 실수한 걸까요?”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서 윤세아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아직도 그 생각 중이었나·”
성지한은 옅게 웃으며 그녀의 머리를 툭툭 두드렸다·
“네가 안 끼어들었으면 검왕은 죽었겠지· 그걸 원하나?”
“그건··· 아니요· 그냥 남남으로 살면 되지 죽는 걸 보고 싶지는 않았어요·”
“그럼 됐다· 네 마음이 편한 게 우선이니까·”
그러면서 성지한은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를 덧붙였다·
“그리고 나중에 그를 죽이고 싶다면 일본으로 찾아가면 그만이다·”
“네? 일본에요···?”
“그래· 이왕 간 김에 그 여자까지 제거해도 되니· 너무 고민할 필요 없다·”
이미 4까지 오른 스탯 청·
이 능력이면 바다 건너 상대의 본거지를 급습하는 것도 가능했다·
‘지금은 굳이 안 그럴 뿐이지·’
성지한은 그러며 갱신된 퀘스트들을 떠올렸다·
일단 처음 추가된 메인 퀘스트 [무신의 초대]·
여기에는·
[무신 동방삭이 도전자인 당신을 북쪽의 어비스로 초대합니다·]
[동방삭이 지상에 강림하기 전까지 어비스에 진입하면 그의 힘을 약화시킬 수 있습니다·]
동방삭이 북쪽의 어비스에 있다는 정보가 떠 있었다·
‘어비스····’
누나 성지아를 구하기 위해 탐색을 벌였던 북한의 어비스·
어비스의 주인이던 ‘태극의 망혼’은 알고 보니 동방삭에 패배한 수많은 성지한의 파편이 뭉친 것이었다·
‘근데 그 어비스에 동방삭이 있다니··· 기분이 묘하군·’
과연 이게 우연일까·
‘아니·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지금 당장은 정확히 모르겠지만 무신 동방삭이 괜히 거기 있진 않겠지·
성지한은 그리 생각하며 메인 퀘스트 창 아래쪽을 바라보았다·
거기엔 무신 강림까지 남은 날짜와 예상 승률이 실시간으로 나오고 있었다·
‘현재 승률은 0·01%·’
스탯 청이 4가 되어서 눈곱만큼 성장한 승률·
하지만 청을 더 성장시키지 않는 이상 패배는 확정적이었다·
동방삭을 이기기 위해선 아무래도 청을 더 성장시켜야겠지·
‘그런데 마침 타이밍 좋게 서브 퀘스트도 갱신되었어·’
성지한은 새로 갱신된 서브 퀘스트 항목을 바라보았다·
[서브 퀘스트]
1· 윤세아의 다이아리그 도달
2· 어비스의 주변 포탈 파괴 (0/4)
3· 공허의 마녀 발견
윤세아의 다이아리그 도달 퀘스트는 그대로 있고·
클리어했던 2번과 3번 항목에만 새로운 퀘스트가 들어가 있었다·
‘어비스의 주변 포탈은··· 그 대형 던전 포탈인가 보군·’
어비스를 공략하기 위해서는 먼저 제거해야 한다는 거대한 던전 포탈·
어차피 어비스에 진입하기 위해선 없애야 하니·
이는 메인 퀘스트를 클리어하기 위해 진행하다 보면 저절로 깨질 서브 퀘스트였다
‘그리고 공허의 마녀는··· 누나를 말하는 걸 테고·’
공허의 마녀 성지아·
공허 측에서 활동하다가 여러 우여곡절 끝에 사람으로 돌아왔었지·
지금 아버지랑 연을 끊은 이 세계의 윤세아에겐 더욱 필요한 혈연이었다·
하지만·
‘공허의 마녀 상태면 외계의 존재로 인식될 텐데··· 세아가 봤다가 혼이 나가는 거 아니야?’
진유화가 그랬고·
태극의 역행을 본 검왕이나 다케다가 그랬듯이·
윤세아도 공허의 마녀를 보게 되면 그런 상태가 될까 봐 우려스러웠다·
‘아무래도 외계의 존재를 보면 그런 반응이 나오는 것 같은데····’
외계의 존재가 제대로 구현되지 않은 미션 속 세계·
여기서 외계의 존재를 관찰했다가 정신 나간 게 진유화였지·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멀쩡하단 말이지?’
그렇게 그가 혼이 나가는 기전에 대해 추리하고 있을 때·
탁· 타탁·
성지한의 말을 듣고 생각에 잠겨 있던 윤세아가·
컴퓨터로 배틀튜브 화면을 띄웠다·
그러곤·
“아· 뭐야··· 또 이러네?”
고개를 갸웃하더니 성지한 쪽을 돌아보았다·
“저 무신님··· 혹시 무신님도 엘프가 이상하게 보이시나요?”
“···너 괜찮아?”
성지한이 얼른 윤세아의 고개를 모니터에서 돌리자·
그녀는 의아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네··· 약간 멍하긴 하지만요· 근데 이상하게 무신님이 같이 계실 때만 이렇게 깨져 보이는 거 같아요· 그래서 혹시 무신님도 그렇게 보이시나 해서·”
“나랑 있을 때만?”
“네····”
성지한은 곰곰이 생각하다 번뜩 한 가지가 떠올랐다·
‘아··· 설마 그것 때문인가?’
넓게 흩뜨려 놓았던 청의 영역을 신체로 한정시켰다·
그러곤 다시 모니터를 보게 하자·
“어··· 이젠 제대로 보이네요?”
윤세아는 신기하단 표정으로 화면을 바라보았다·
‘청의 영역이 왜곡된 걸 제대로 보게 해줬군·’
성지한의 영역 안에 있을 때에는 구현되어 있지 않던 외계의 존재들·
하나 청의 효과가 사라지자 윤세아의 시야에도 왜곡되어 구현된 형상이 보이는 것 같았다·
‘그럼··· 누나를 만나도 내가 청을 거둬들이면 의식을 잃지는 않겠네·’
그럼 공허의 마녀 탐색 퀘스트까지 같이 깨도 되겠어·
성지한은 신기한 눈으로 배틀튜브 영상을 클릭하는 윤세아를 바라보며 그렇게 결심했다·